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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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관계를 구성하기REVIEW/Dance 2023. 12. 11. 18:34
〈익스트림 바디〉는 무대 바깥의 존재를 무대로 끌어오는 것으로써 작업을 제작해온 라시드 우람단의 콘셉트에서 시작되었으며, 프랑스의 줄타기 선수 나단 폴린(Nathan Paulin)과 스위스 클라이밍 선수 니나 카프레즈(Nina Caprez) 외 8명의 곡예사가 나오는 무대는, 현존과 재현의 간격을 새롭게 쓰는 것과 함께 인지적으로 확장된 무대 공간을 구성한다. 줄타기와 클라이밍의 수행은 두 다른 인물의 서사와만 결부되지만, 무대에는 중첩되어 제시된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단의 손에 다른 퍼포머들의 손이 닿으려는 찰라, 또는 간발의 차로 닿지 못하는 모습으로 두 수행의 공간이 겹침으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 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고 연기한다. 독보적으로 가장 고공의 높이에 있는 나단의 서사는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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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가 〈Zzz〉: 잠을 자는 신체의 표현 혹은 상태REVIEW/Dance 2023. 12. 11. 17:41
황수현 안무가의 〈Zzz〉는 잠을 공연의 주요한 경험으로 구성한다. 이는 관객의 각기 다른 몸들이 스스로의 공연들을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제거한 하나의 바닥 공간이 된다. 제목이 의성어로 잠잘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듯 〈Zzz〉는 평평한 바닥 위에서 잠을 공연의 주요한 매질로 상정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몸짓과 조명, 사운드가 엷고 길게 공간에 분포하게 된다. 곧 각종 매체의 정보 값은 최소화되고 감축되고 늘어뜨려진다. 그것은 밀도를 강하게 갖지 않는다. 이는 공간 전체에의 개입이라는 커다란 전제에 비해 움직임과 그 동선이 한없이 줄어듦을 또한 의미한다. 퍼포머의 몸짓은 여타 특별한 것이랄 게 없다. 그것은 춤이 되어서도 안 되는데, 그것은 환경에 비해 비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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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인포메이션〉: 재현 체계 혹은 재현 방식의 사이에서REVIEW/Theater 2023. 12. 11. 17:25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짧은 에피소드로 점철된다. 맥락을 형성하는 인지 단위로서의 불충분성이라는 하나의 공통됨은 정보의 과잉들 혹은 그로 인한 소통의 단절 현상을 묘사하는 메타포라고 의미화할 수 있을까. 그것이 쇼츠건 릴스건 어떤 짧은 구문의 재기발랄함으로 부상하는 즉시 사라지는 이미지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떤 유의미한 지점으로 부상하는가. 시대에 관한 적확한 차원의 은유로서 나아가 극장의 공백이 불가능해지는 임계점에 대한 탐문으로서?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일종의 ‘지시’로서 장면들이 추출됨으로써 이입에 대한 당위를 벗어난다고 할 때 그와 같은 나열의 방식은, 희미한 맥락들의 접합까지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미궁이라기보다 미로로서 작품은 일종의 퍼즐과 동기화된다. 등장인물들은 기억에 대한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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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게하 아트 프로젝트의 작가 강영민: 미학과 일상의 재배치INTERVIEW 2023. 12. 10. 00:04
2021년 인제에서 시작된 꼬부랑게하 아트 프로젝트를 3년째 이어오고 있는 강영민 작가를 2년이 지나 인제에서 다시 만났다―2021년에 그 프로젝트를 다룬 바 있다(https://www.artscene.co.kr/1751). 작가는 처음, 인제군문화재단의 문화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을 때 일반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 말고 작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다시 말하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작가이고, 꼬부랑게하라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영민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곧 게스트하우스라는 방식은 새로운 주체에 따라 다르게 매개되고, 예술가의 작업 방식 역시 새로운 형질 전환을 이룬다. 여기서 ‘일반적’인 레지던시라 함은 대부분 경쟁 시스템을 거쳐 소수의 작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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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다인, 〈beingbeingbeing〉: ‘극장이라는 어떤 규칙’REVIEW/Theater 2023. 11. 24. 00:17
연극 〈beingbeingbeing〉은 극장의 입구를 끊임없이 더듬는다, 극장이 시작되고 다시 시작됨을 끊임없이 자각하도록 만들며 출구를 부정하는 지시를 통해. 작업은 극장에 대한 탐문으로 자리한다. 이념적인 차원에서 메타-극장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극장에 갇힌, 또는 닫힌 극장에 놓인 인격들의 무한 반복의 관념과 상념이 또한 있다는 점에서, 해소되지 않은 원환 감정의 고리를 이루는, 일종의 부조리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리하는 극장을 보여주는 한편, 인격들은 극장 관계자이자 극장 바깥의 역할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연장된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메타포 역시 소환한다. 결과적으로 이 셋, 아리(박하늘 배우), 마지(이우람 배우), 사키(백소정 배우)은 무형적이고 유령적인 캐릭터로 읽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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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세 개의 짧은 연작들-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 주체의 공백에 다가서기REVIEW/Theater 2023. 11. 23. 23:10
이경성의 〈세 개의 짧은 연작들-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이하 〈나의 극장〉)은 담백하고 대담하게 연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는 프로덕션이 가진 부피감과 완성도에 대한 강박 너머, 결국 개인의 서사와 수행이 역사와 현재, 현실과 만나 전면에 등장할 때 그 효과가 만듦새를 뛰어넘어 입체적으로 확장, 증폭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곧 작가-연출가로서의 관점이 다른 모든 여타의 것들을 상쇄할 수 있고, 더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는 구자하 연출에 대한 상찬이 그가 여타의 모든 것을 자신이 한다는 것, 테크니션으로서의 성취만을 향하는 것이 오류인 것에 상응한다. “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의 순으로 진행되는, 〈나의 극장〉에서 이 세 개의 단어는 각각 현실의 표층, 역사의 비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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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Powered by Emotion〉: 춤은 무엇과의 간격인가REVIEW/Dance 2023. 11. 15. 17:30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에서 “감정”은 작품에서 직접 언급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주요한 매체로서 확인된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힘”을 추동한다. 이는 움직임의 어떤 프로세스를 지시한다. 마텐은 움직임의 형태가 아닌, 재현 체계의 질서를 드러내고자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춤을 추는 스티브 팩스턴을 담은 발터 베르딘의 영상의 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들”로 분기되는 텅 빈 무대는, 일관된 보여주기를 실천한다. 이에 따라 퍼포머의 역량 자체가 재고의 대상이 된다. 실제, 음악이 입혀지는 움직임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드러난다. 곧 약간의 오차―음악의 박자를 살짝 늦게 체현하는 움직임, 누구라도 출 수 있을 거 같은 뻣뻣한 관절의 적은 가동 범위, 움직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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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옥, 〈겹괴기담〉: 구조는 서사의 바깥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3. 11. 15. 17:27
〈겹괴기담〉의 대칭으로 서로 마주 보는 객석의 구조는 공연의 바라보기의 방식을 절대적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여섯 개의 샤막(=겹)은 다섯 개의 앞뒤 공간을 만든다. 이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객은 마주하기보다 바라보게 된다. 단속적으로 꺼졌다 켜지는 조명과 음악에 따라 그것들은 일종의 분절된 그림들의 연결로 감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 체제와 반복되는 구조의 형식 아래 유사하지만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두 이야기 모두 가장 바깥쪽에서 시작되며 따라서 먼 쪽의 이야기는 가까워지고 가까운 쪽의 이야기는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가 마침내 교차되며 두 이야기가 사실 다르지만 하나의 실재로서 맞물리는 것임을 그야말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첫 등장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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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존재의 다변위성에 관한 언설REVIEW/Dance 2023. 11. 15. 17:03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움직임에 관한 어떤 확약도 설명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움직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보게끔 하는 것일까. 추상적 언설로서 자막과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첫 번째 명사를 보면, 현상학적 명제가 부상하는 것 같지만, 이 얼굴은 단지 여러 표면의 하나임이 지시된다. 그것은 이전의 것을 각인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현재의 것 역시 곧 포기하게 만들려는 제스처로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그림과 그림자”라는 말이 가진 언어유희의 자의적 연관 관계가 결과적으로 차이의 분별로써 그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보면,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본질로부터 현상을 추출하기보다는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구성하는, 현대의 시를 쓰는 자율적 역량에 닿아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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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Cuckoo〉: 압력 사회를 바라보는 법REVIEW/Theater 2023. 11. 15. 16:45
구자하의 〈Cuckoo〉는 압력밥솥 브랜드 “쿠쿠”를 전면에 내세운다. 쿠쿠를 존재화한다. 무대에는 세 개의 쿠쿠가 있고, 두 개는 해킹돼 두 다른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쿠쿠에 체현된다. 나머지 말을 하지 못하는, 하나의 쿠쿠 밥솥이 밥을 하는 과정은 한국 사회에 관한 비유, “압력사회”를 재현하지만, 유학 시절 한국에서 가져갔던, 쿠쿠의 상투적인 멘트는 구자하에게 친구 혹은 동반자의 감정을 체현했었을 것이다. 그것이 구자하라는 인물만에 대한 것임이 아님에도 그 멘트는 오직 ‘구자하’만을 경유하기에, 이것은 타지에 온 이에게 들리는 듣기 쉽지 않은 모국어이기에 구자하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이 된다. 구자하의 하마티아 3부작 중 하나이자 가장 앞서서 만들어진 〈Cuckoo〉는 다른 두 작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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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롤링 앤 롤링 Lolling and Rolling〉: 한국 사회의 어떤 역사REVIEW/Theater 2023. 11. 15. 16:36
〈롤링 앤 롤링〉은 한국 사회에 자리한 영어 교육 강박이라는 무의식을 포착한다. 이는 직접적인 사회 비판이나 풍자로 부상하기보다는 사적 이야기의 맥락 아래 가라앉는다. 후자를 성립시키는 건 자못 비장하고 우울한 구자하의 퍼포머로서의 태도이다. 유럽에 갔을 때 첫 번째 자신의 영어 선생과의 격의 없는 친구와도 같은 관계는 구자하의 경험이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상 미시적이고 잉여적인 부분으로 보이며, 나아가 극의 주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이지만, 실은 그것이 주는 안온함은 영어 강박을 앓는 한국인의 의식을 대체한다. 곧 한국 사회라는 상징계를 벗어남으로 인해 얻는 어떤 인지의 영역은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과의 차별화된 기호를 산출한다. 중요한 건 인지의 영역이 아닌, 비-한국 사회에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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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한국 연극의 역사 The History of Korean Western Theatre〉: 슬픈 한국(연극)인의 초상REVIEW/Theater 2023. 11. 15. 16:21
〈한국 연극의 역사〉는 제목 “한국 연극의 역사”를 재현하기보다는 지시한다. 서구 연극을 차용하고 모방하며 형성된 표층과 근저의 욕망으로 점철된 ‘한국 연극의 역사’로부터 그 바깥의 전통의 형식을 소환한다. 곧 구자하는 우선 “한국 연극의 역사”와 ‘한국 연극의 쓰이지 않은 역사’ 또는 ‘진짜 한국 연극(이어야 할 것)’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세운다. 그리고 그 둘을 모두 지나친다, 각각 배제하고 아득한 것으로 두며. ‘진짜’라 함은 가치 판단의 범주가 아닌, 연극의 말미에서 제시되듯 ‘역사가 다르게 쓰였더라면’, ‘역사가 다르게 시작되었더라면’의 전제에서 출현하는 자연스러움의 범주이다. 곧 자연스럽지 않음의 현재가 아닌, 그 이전의 역사가 계승되어왔었을 시의 자연스러움이 ‘진짜’에 속한다. 물론 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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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비그루 Franck Vigroux, 〈플레시 Flesh〉: 분투하는 어떤 몸들 또는 매체들REVIEW/Theater 2023. 11. 15. 16:03
〈플레시〉는 극장에서의 시지각적 환경을 창출하기 위한 조건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로 덮이고 사운드에 휘감기는 경험이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예술의 언어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프로젝션을 통한 이미지는 촘촘하게 극장 전면을 가득 채우고, 마침내 그것이 걷히고 무대가 드러났을 때 이 공간이 큐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관객은 사운드라는 존재가 무대의 빈 곳에 달라붙기보다는 포화된 상태로 공간을 만든다고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과잉된 집적의 경제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면, 관객은 양적인 증폭의 흐름에 어떤 종류의 이음매를 모두 지우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결과를 단지 수용하면 되는 것일까. 그러니까 입체 서라운드 시스템의 극장용 버전으로서 존재하는 작업의 특징이 가장 우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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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성, 〈강; the river〉: 춤은 무대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REVIEW/Dance 2023. 11. 7. 03:27
전환성의 〈강; the river〉은 무대와 몸, 사운드,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 양상에서 진행된다. 여섯 시간 남짓의 시간에서 점차 어두워짐을 받아들이고, 퍼포머 둘의 소진됨을 겪고, 사운드는 각각의 단위를 완료하고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관객의 등장과 퇴장이 일어난다.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 안무가 성립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깔린 하얀색 무대와 이를 원형으로 둘러싼 가의 관객석 확보, 자연 채광, 음악의 중단과 시작의 중첩된 단계, 퍼포머까지 포함한 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의 규칙은, 춤이 벌어지고 있음의 현장을 인식하게 한다. 곧 〈강; the river〉은 문화비축기지 TANK1을 장소 특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퍼포머는 이 아득하고 투박한 구조 속에서 쉼을 선택한다. 무대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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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작·연출, 〈스고파라갈〉: 동시대인의 공백을 노래하기REVIEW/Theater 2023. 11. 7. 02:50
〈스고파라갈〉은 창작을 한다는 것, 창작자로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문한다. 하나의 사회 구조 아래 한 몸으로 묶인 듯한 배우들은 경쟁의 일선에 서는데, 이는 진화론을 즉물적으로 대입한 결과이다. “스고파라갈”이라는 제목은 과학자 다윈이 진화에 관한 힌트를 얻은, 에콰도르의 제도 ‘갈라파고스’를 뒤집은 이름으로, 이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져온 거북이의 신체가 뒤집히는 이미지를 상기시키면서도 현재를 역사로 객관화할 수 없는, 또는 그러한 현재‘들’의 하나를 선택하는 데 실패한 또는 포기한 동시대 창작자의 현기증 또는 무력감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거기에는 역사는 참조점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관해 연극으로써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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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슈퍼맨이라는 맥거핀REVIEW/Theater 2023. 11. 7. 02:12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하 〈부동산〉)은 부동산 전세 사기라는 현실을 극에 외삽한다. 〈부동산〉은 일상으로 돌아간 슈퍼맨(이강호 배우)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부동산 전세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되는 슈퍼맨의 모습과 이에 절망하고 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제 관련 사설 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줌에도, 이는 슈퍼맨조차도 당할 수밖에 없는 실재로서의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방점은 슈퍼맨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일반인이다. 곧 슈퍼맨의 함의는 특별한 이의 지위를 일반인의 신분으로 격하해야만 가시적인 대상으로 그나마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부동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화함을 무대 전면에 배치한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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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간에의 서사를 세공하기 또는 넘어서기REVIEW/Theater 2023. 11. 7. 01:33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이하 〈잘못된 성장〉)는 “지방 소도시 국립대학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 있는 관련 종사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극사실주의의 외피를 입은 공과 사가 혼합된 제3의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향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잡초인 애기장대의 저항성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는 주인공 혜경(류혜린 배우)을 통해 〈잘못된 성장〉 역시 비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 곧 식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전문 직종을 가진 존재들의 언어,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정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전자와 후자는 구체성과 보편성의 차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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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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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The New Wave #] 정제공장프로젝트, 〈Same Old Story〉: ‘연결을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3. 11. 6. 16:58
정제공장프로젝트의 〈Same Old Story〉(안무: 박선화, 출연: 옥골선풍, 박선화)는 음향과 움직임의 동기화를 움직임의 메커니즘으로 가져가는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에서 기표의 자의성이 전제되고 언어-움직임의 배치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이다. 곧 언어와 움직임 간에는 필연적인 관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것은 재현도 설명도 아닌 그저 어떤 옮김이다. 동시에 짧은 단위의 어구들이 단속적으로 뒤섞이며 움직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문장의 연결이나 서사의 구조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아니다. 음향은 또 움직임은 그것의 논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구성이 아니라, 일종의 샘플링과 리믹스로써 발현되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움직임의 동기 혹은 동력은 음향의 전화에 있으며, 음향은 닳을 일 없지만, 움직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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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 GROUP, 〈BARCODE〉: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학적 신체에 대한 어떤 감각들REVIEW/Dance 2023. 11. 6. 16:54
TOB GROUP의 〈BARCODE〉는 꽤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이다. 전자가 내용적 질서라면, 후자는 형식적 차원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문명의 현대인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 결합한다. 무성영화의 영사기를 활용한 시작과 같이 〈BARCODE〉는 현실을 감각하는 데 여러 장치들을 거침없이 가져오는 편이다. 이는 멀티미디어적인 활용에 닿아 있다. 또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결합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모티브는 변형되어 나오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Technologic〉에서 ‘전적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적이라는 건 음악이 움직임을 통해 체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억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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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안무,〈정글-감각과 반응〉: 스펙터클은 오늘날 가능할 수 있을까REVIEW/Dance 2023. 11. 6. 16:29
〈정글-감각과 반응〉은 무용수들의 꽉 찬 몸짓과 무대를 통해 과잉과 충만의 스펙터클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비교적 밝은 무대 위에서 모든 무용수가 서 있고, 곧바로 음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됨이 이를 선취한다. 붉은색 계열로 된 보색 대비의 천들이 얼키설키 누빈 원반 오브제가 무대 꼭대기에 달려 있고, 그 아래 붉은 조명이 “정글”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음악은 즉물적이고 직접적으로 신체를 강타한다. 브레이킹과 유연함이 뒤섞인 채 그 강도가 감축되지 않는 맹렬한 움직임은 강렬함의 정서와 동물적인 신체를 재현한다. 곧 〈정글-감각과 반응〉은 “정글”이라는 배경을 “감각”의 세기와 직접적인 ”반응“의 차원으로 구성한다. 이 외에 더 다른 수식과 묘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한 명이 그를 보는, 곧 관객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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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3] ‘노화하는 몸’: 노화라는 옷 혹은 두께REVIEW/Dance 2023. 11. 6. 16:04
SIDance ‘노화하는 몸’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안무가들의 무대를 한데 모음으로써 노화하는 몸이라는 주제에 대해 즉물적인 재현의 관계를 만든다. 몸을 전면에 내세우는 무용이라는 장르에 있어 노화는 노장의 투혼이라는 어떤 수식어가 아닌 곧 주체의 생물학적인 감산이 아닌 다른 재현의 형식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는 일종의 노화하는 몸을 아우라를 가진 주체로 치환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접근을 의미한다. 가령 제롬벨의 〈루츠 푀르스터〉(2010)의 경우,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탄츠테아터에서 30년간 피나와 함께 활동했던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를 무대의 일부가 아닌 전면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사실상 움직임 자체를 충만하게 만드는 건 나아가 완성하는 건 허름한 무대와 그의 이야기다. 곧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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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Lump of rice〉: 트랜스라는 파편들REVIEW/Dance 2023. 11. 6. 15:24
임은정의 〈Lump of rice〉는 서울남산국악당 극장이 아닌 야외 남산골한옥마을 마루에서 진행되었다. 세 명의 무용수는 의식을 지운/비운 상태로 누워 있고, 트랜스 상태를 예비한다. 임은정은 엄밀하게 동작을 구조화하기보다는 분위기의 구조를 구성하려 한다. 그 안에서 퍼포머의 역량은 제각각의 개성과 고유의 시간성을 띠고 드러나게 된다. ‘쌀더미’라는 뜻의 제목은 이런 뭉뚱그려진 몸이 파편적으로 차이의 몸으로 확산되어 갈 수 있음을 잠재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에 맞춰 영상 작업인 〈우리세계〉(임은정, 〈우리세계〉,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가 야외에서 상영되고 있었는데, 죽은 듯한 더미와 나지막한 움직임과 사운드를 광각의 배경 아래 얹힌다는 점에서, 그것은 다분히 숭고함과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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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틀리스 무용단(Restless Dance Theatre), 〈노출된(Exposed)〉: 재현 불가능한 혹은 재현 너머의 현존REVIEW/Dance 2023. 11. 6. 15:00
테크닉은 신뢰와 직결된다. 자연스러움과 매끈함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으며 하나의 계열이라는 믿음이 그것에 따라붙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레스틀리스 무용단의 〈노출된〉은 그러한 전제로부터 요동친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몸짓 자체를 추종하거나 그 몸짓이 향하는 의미의 계열을 구성하기 위해 몰입하지만, 그 몸짓을 의심하지는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레스틀리스 무용단에서 움직임은 그런 차원에서 몸짓에 선행하는 것, 곧 몸 혹은 감정이 몸짓 앞에 있다고 선언한다, 또는 드러낸다(exposed).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몸은 멈추거나 해서 강조되고 감정은 연기되는 데서 나아가 폭발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몸은 몸짓에 선행하고 감정은 몸짓을 앞지른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무용수가 옷을 걷어붙이고 맨몸을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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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동 안무, 〈리듬의 측〉: 움직임이 곁에 머무는 방식REVIEW/Dance 2023. 9. 12. 00:35
〈리듬의 측〉은 하나의 평면에 속한 ‘사회’적 존재들을 가시화한다. 이는 개인을 초과하는 거대한 배경을, 이를 부분으로 축소하고 해체하는 개인의 주체적 역량을 동시에 지시한다. 이는 그 사회가 유기적인 질서와 통합된 풍경으로서 존재하거나 긴밀한 관계들의 연속으로 진행되는 곳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오히려 존재는 우연적이며 우연에 의해 존재가 탄생한다. 무작위성이라는 ‘원칙’은 질서와 규칙, 상승과 하강의 흐름이 부재함을 의미하며, 단지 움직임의 차이와 반복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환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가장 평평하고 창발적인 장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동작에 대한 충실도를 요청하는가. 아님 그것이 하나의 환경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는가. 곧 형식으로 그치는가. 아니면 어떤 이념을 내포하는 것인가. 〈리듬의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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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숲우화-짐승의 세계〉: 연극을 만들어 나가는 힘의 요체란REVIEW/Theater 2023. 9. 12. 00:24
〈이숲우화-짐승의 세계〉(이하 〈이숲우화〉)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솝우화’의 여러 서사를 언어 유희적 농담으로써 전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이솝이란 남자’. 뒤이어 ‘여우와 두루미’,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달에 간 까마귀’로 이어지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마지막 막에 이르러서야 파생 서사의 일단락을 짓는다. 곧 서사의 유희로써 유희적인 서사를 갈음하는 실험이든 유희이든 그 형식은 서사의 내용을 명확하게 만들기보다는 서사를 이렇게 간단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는 차원을 보여준다. 곧 서사와 유희 사이에 무수한 서사‘들’이 자리한다. 반면, ‘달에 간 까마귀’는 앞선 작업들을 일종의 예열 작업으로 두면서 사이의 서사로서 위치하는 게 아닌, 서사 자체의 동력을 가시화한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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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옥 연출, 〈혁명의 춤〉: 구조는 완결되는 것인가REVIEW/Theater 2023. 9. 12. 00:09
〈혁명의 춤〉은 혁명의 이념을 혁명의 이미지로 대체한다. 여기서 혁명의 이미지는 작품 전체의 이미지는 아니다. 짧은 대사들, “이쪽이야!”, “뭐지?”, “기다려!”, “들려?”, “그들 거야!”, “누가 오고 있어” 등, 위치를 지정하는 지시 대명사, 하나의 동사이거나 두세 개의 단어로 이뤄진 구문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맺으며, 각기 다른 여덟 개의 장면으로 반복된다. 이 여덟 개의 장면에서 엄밀히 혁명의 이미지를 수여하는 건 마지막 단계 직전에 이르러서이며, 그 전의 이미지들이 혁명을 위한 모종의 단계로 적용되는 것 역시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혁명의 이미지는 작품 전체의 이미지가 아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둘러싸고 있는 건 긴장과 긴박함의 정서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는 그것을 그 자체로 두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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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변방연극제: 연극을 파훼하기REVIEW/Theater 2023. 8. 18. 11:37
변방연극제는 “취약하고 오염되고 더러운 것들의 축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는 “변방”에 대한 새로운 정의이면서 연극제 안의 작품들의 다양한 코드로 분화하게 된다. 오염과 더러움이 같은 의미라면, 취약함은 조금 다른 양태의 단어라 하겠다. 전자가 세상의 시선으로부터의 부정적 규정을 뜻한다면, 후자는 어떤 부분의 구조적인 결여나 미비함 따위를 지시하지만 전자에 비해 그 자체가 절대적인 부정이 되지는 않는다.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유기체적인 전체의 구조가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일컫기 때문이다. 내적인 차원에서는 후자가 연약함과 맞닿는다면, 전자는 그런 부정적인 규정에 대한 저항으로 전복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이번의 변방연극제는 세상의 원칙을 파훼하는 형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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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슬픈 나의 젊은 날》: 세계와 접면하는 현존재들REVIEW/Visual arts 2023. 8. 13. 15:13
《슬픈 나의 젊은 날》은 부산 지역 출신의 작가 세 명이 참여한 전시로, 물론 부산이라는 지역의 언어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곧 다른 범주가 요청된다. 이를 묶는 건 큐레이팅의 언어(안대웅 학예연구사)이자 그것의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설치로의 구현이다. 세 명의 작가에 맞춘 전시장은 “가속”, “에너지 흐름”, “인상”의 키워드와 함께 세 공간으로 구획되었고, 작가의 작업은 어느 정도 섞이며 조정환, 김덕희, 오민욱의 순으로 이어진다. 인상적인 건 핸드아웃을 대신하는 서문과 모든 개별 작품의 캡션과 설명을 담은 팸플릿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쩌면 《슬픈 나의 젊은 날》은 큐레이팅의 이념을 분명하게 언어화하고 그 주체를 투명하게 만들며 매개의 몫을 이전하지 않으려는 독특한 전시일 수 있다, 그것이 드물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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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광주비엔날레: 명확한 전형의 미래를 향해 투사된 전통과 차이의 존재들REVIEW/Visual arts 2023. 8. 13. 15:05
2022 부산비엔날레가 비좁고 결과적으로 불편한 환경 제공했다면, 2023 광주비엔날레는 어찌 됐건 공간이 작품과의 유격을 적절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확보한다―둘은 일 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를 마주한다. 이는 큐레이팅의 차원보다는 어느 정도 아웃소싱된 설치의 영역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건 그러한 전시 환경이 발전된 도시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 환경을 체현한다는 것이다. 부산비엔날레가 도시에 대한 은유, 그것도 무의식적인 차원이 응결된 것이라면, 광주비엔날레는 기조성된 광주비엔날레관 전시관이든 무각사와 같은 문화유산이든 갖춰진 하드웨어에 적절한 관람 환경의 동선을 확보했다. 반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비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관인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