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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Dance 2023] ‘노화하는 몸’: 노화라는 옷 혹은 두께
    REVIEW/Dance 2023. 11. 6. 16:04


    SIDance ‘노화하는 몸’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안무가들의 무대를 한데 모음으로써 노화하는 몸이라는 주제에 대해 즉물적인 재현의 관계를 만든다. 몸을 전면에 내세우는 무용이라는 장르에 있어 노화는 노장의 투혼이라는 어떤 수식어가 아닌 곧 주체의 생물학적인 감산이 아닌 다른 재현의 형식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는 일종의 노화하는 몸을 아우라를 가진 주체로 치환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접근을 의미한다. 가령 제롬벨의 〈루츠 푀르스터〉(2010)의 경우,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탄츠테아터에서 30년간 피나와 함께 활동했던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를 무대의 일부가 아닌 전면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사실상 움직임 자체를 충만하게 만드는 건 나아가 완성하는 건 허름한 무대와 그의 이야기다. 곧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위치하는 언어, 부재와 부재의 사이를 완성하는 무대로 인해 무대는 충만해진다. 이와 달리 ‘노화하는 몸’에서네 명의 안무가는 춤이라는 과제를 떠안는다, 그것은 현재의 나이를 뛰어넘는 것이거나 나이라는 멍에를 안고 추는 것임을 인지하는 것과 함께. 결국 이들은 자신의 신체성을 전면에 드러내는데, 이는 춤에 다가서는 몸을, 동시에 춤이 깃든 몸을 보여준다. 

    후지무라 류이치,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 National Kaohsiung Center for the Arts (Weiwuying)  [사진 제공= 국제무용협회]

    먼저, 후지무라 류이치의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는 의식적인 차원의 정지된 시간을 자막으로 처리된 여러 경구를 중간중간 삽입한다. 흔히 경구는 시간을 초월한 언어로 드러난다. 이는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전적인 이야기이면서 그의 순수한 말보다는 외부의 경구를 삽입하고 그것이 위인이 아니라 오늘날의 일종의 집단지성의 말이라는 점에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손에 물을 들고 천천히 무대를 걸어오는 후지무라는 춤이라는 것과 일상이라는 것을 뒤섞음으로써 일상에서 시작된 춤의 기점과 일상을 빠져나가는 춤 자체의 변경 지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무대와 일상은 서로를 참조한다. 그 뒤에 따라붙는 허우적거림의 움직임 양상은 온전한 춤의 영토를 열기보다는 충실한 움직임의 교본을 수행하는 느낌을 준다. 곧 의식을 무화하려는 것의 어색함 혹은 작위성. 삶을 압축하는 노인의 지혜에 후지무라가 자신의 신체를 섞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곧 비가시성의 강력한 안무라면, 말이 사라지고 난 뒤의 움직임은 그것이 텅 빈 공간의 부재를 돌연 충만으로 채우려 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는데, 그럴 때 드러나는 건 움직임보다는 어쩌면 여전히 건재하거나 금세 힘들어지는 몸이다. 

    이는 노화에 대한 프레임을 경유하기 때문일까. 노화라는 주제는 후지무라에게 어떤 의미일까. 멈춘 시간들을 뒤섞는 방식으로서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작동시키는 방식으로서 그는 여러 말을 보여주거나 직접 말을 건넨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라는 자조적인 농담으로 보인다, 노화라는 부정적인 어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남정호, 〈겨울나그네〉 [사진 제공= 국제무용협회]

    남정호는 〈달에게 물어봐〉에서 공연 후반에 관객에게 1부터 70까지를 세어 주라고 요청한다. 70은 자신의 나이이고, 자신은 세는 것과 함께 동작이 하나 더해지기 때문에, 막바지에는 숨이 가빠오고 자신의 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가 된다. ‘월광 소나타’를 배경으로 한 움직임은 음악과의 동기화에서 연유하기보다는 춤추고 있음 자체를 가시화한다. 그리고 이 춤이 돌연 멈추는 지점에서 말과 움직임은 새로 시작한다. 달빛 아래 춤은 열화되고 약화된다.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신체는 음악의 형상을 붙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달에게 물어봐”라는 설화적 작명은 형식의 서사화를 통해 음악과 몸이 연결되는 지점에 존재 간의 신비로운 교통을 인간적인 무엇으로 바꾼다. 그것은 곧 몸의 소진되어 감이다. 

    타케이 케이, 〈樹影〉 [사진 제공= 국제무용협회]

    타케이 케이의 〈쌀을 씻는 여자 아이 お米を洗う女の子〉는 제목 그대로의 하나의 모티브가 연속되는 작업으로, 앉은 자세는 큰 변화가 없고, 쌀을 휘젓는 타케이의 팔 동작이 끊임없이 증폭되며 무대를 휘젓게 된다. 여기에는 음악의 힘이 다분히 크게 작용하는데, 호루라기 소리처럼 들리는 어떤 소리의 리듬은 매우 강력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그것은 애초부터 기계음으로 생성된 것이기보다 원형적인 무엇을 토대로 다듬어낸 것에 가깝다고 보인다. 그의 몸짓은 부토 움직임을 연상케도 하며 마치 좀비 같은 형상을 띤다. 곧 훤히 드러난 깡마른 팔다리와 표정 없는 얼굴은 산송장이나 기계 같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의 움직임이 그와 대비되며 웅장하고 거대하게 드러나는 가운데―뼈만 남은 것 같은 신체로 인해 그것은 더욱 길어 보이기도 한다.―, 단속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아찔하게 정신을 휘감는다. “여자 아이”는 마치 쌀을 씻다가 그렇게 그대로 늙어버린 것 같으며, 그렇게 설화적인 서사는 현존의 서사로 연장된다. 또는 현존의 서사는 설화를 재현한다. 

    Mitsuyo, solo 1 @Makoto Onozuka [사진 제공= 국제무용협회]

    우에스기 미츠요의 〈두루미의 보은〉은 형상적으로는 남정호의 스텝이 가미된 자유로운 움직임과 타케이 케이의 언캐니한 신체 움직임 그 사이에 자리하는데, 그 둘을 가져가면서도 전형적인 캐릭터성을 또 온전한 춤의 동작을 완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뻣뻣한 신체와 유려한 리듬과 흐름을 모두 보여준다. 춤은 음악에 맞춰 완수되어야 하며, 가감 없이 나아가야 한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남정호는 다소 ‘게으른’ 몸을, 몸의 변명을, 몸에 들러붙는 서사를 재현한다고도 하겠다. 수행을 멈추면서 동시에 춤과 다른 수행을 선택하면서. 

    ‘노화하는 몸’은 나이 든 한국과 일본의 안무가들을 모았다는 점에서는 다소 참신하다기보다 특별하다고 할 것이다. 이는 예외적인 차원에서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한자리에서 그들을 다 보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조금 더 섬세한 기획의 언어가 뒷받침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작업들을 모둠으로 모아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역할이 상정되거나 프로그램북의 언어가 세밀했어야 할 것이다. 문화사적인 특수한 맥락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라, 그 맥락 자체가 “노화”라는 키워드 아래 선택된 것에 대한 부분, 그리고 그것이 어떤 변화의 기점에서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무언가 기술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09/12(화) 8:00 pm
    장소: 서울남산국악당
    소요시간 : 70분

     

    〈쌀을 씻는 여자 아이 お米を洗う女の子〉
    안무/출연: 타케이 케이

    음악: Yukio Tsuj

     

    〈달에게 물어봐〉

    안무/출연/의상/콘셉트: 남정호

    음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4월광

    음악 편집: 이태일

     

    〈두루미의 보은〉

    안무/출연: 우에스기 미츠요

    음악: Masaru Soga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안무/출연: 후지무라 류이치

    비디오 아티스트: Laura Turner

    드라마트루기: Carlos Gomes

    디자인 컨설턴트: Tobhiyah Stone Feller

    외부 견해: Cloé Fournier

     

    [26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23) 개요]

    일시: 2023 9 1() - 9 17()

    장소서강대학교 메리홀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대학로극장 쿼드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울남산국악당연희예술극장

    규모한국포함  9 국가 참여국내· 무용단 26 작품 소개

    후원서울특별시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한 이탈리아문화원주한 이스라엘대사관주한 호주대사관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협력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서울남산국악당서울무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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