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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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주: 그림자가 된 전통》(총괄 기획: 강정아): 기괴한 것들로부터REVIEW/Visual arts 2026. 3. 12. 14:33
《둔주: 그림자가 된 전통》(이하 《둔주》, 총괄 기획: 강정아)의 제목인 ‘둔주’는 해리성 장애의 일종으로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장소를 이동’”함을 의미하는데, 장소성 없음의 당대적 특성은 부제에서처럼 전통이 그림자화된 곧 영락해진 현상과 결부 지어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그 비어 있는 주체의 몫이 타자성을 안은 존재라면, 그것이 시간 차원에서 간극을 지닌 전통으로 옮겨지게 되는 셈인데, 이때 전통은 빛을 비춰 그 오지각된 현상으로부터 구제되어야 한다는 변증법적 결론을 향하게 된다. 곧 부정적 차원의 귀결은 타자성의 차원에서 재수용해야 하는 그 너머의 주체의 자리를 현상한다. 《둔주》는 쇠잔한 도시를 전시 장소로 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데, 그것은 타자로서 지역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전시를 보게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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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세 사람, 〈멸종위기종〉: 욕망의 시선 그리고 무심한 시선REVIEW/Theater 2026. 3. 12. 13:11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종을 다루는 두 가지 인간의 기술을 겹쳐 놓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그것에 대한 각기 다른 인간의 시선과 태도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호하고 지키는 동물원 사육사 윤정연과 그것을 찍어 인류에게 그것의 숭고함을 메시지로 전파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반우, 그리고 그것을 전유하는 그의 제자 정은호가 그것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하이픈을 구성하는, 동물과 소통하는 역량의 전자는 후자의 대중 추수주의적 열망 아래, 동물을 가치의 기호로 정제하는 그 작업의 매개자로서 편입되는데, 이제 그 기호의 발신에 따라 생겨난 세상과 후자의 피드백 고리로부터 모든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잡지사의 편집장 최유형은 대중의 욕망을 찾고 주조하는 데 두 사진작가 모두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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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미술관 - 세마 퍼포먼스 《호흡》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 퍼포먼스는 왜 자기지시적 대상으로 물신화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서Column 2026. 3. 12. 12:55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을 표방한 서서울미술관의 개관 특별전은 “세마 퍼포먼스 《호흡》”이다. 퍼포먼스는 (그 전시의 제목이 “호흡”이듯) 신체 기반의 아날로그적 미디어에 가깝지 않은가. 그래서 서서울미술관은 그래서 퍼포먼스를 전시하고, 소장하고, 연구하는 미술관인 건가. 사실상 홈페이지의 기능을 대체한 서서울미술관 인스타그램에는 일주일마다 각 주차의 퍼포먼스 프로그램이 연이어 소개되었는데, 이 특별전만을 다룬 홈페이지로부터 서서울미술관의 이념, 어젠다, (설립) 배경 등을 추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5주 차에 걸쳐 진행되는 퍼포먼스들은 비어 있는 ‘퍼포먼스 미술관’을 수없이 채우고 비워질 것임을 가정하며, 퍼포먼스 미술관으로서 서서울미술관을 지시한다―또는 서서울미술관은 퍼포먼스의 이미지로 막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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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률 작, 윤혜숙 연출, 〈시차〉: 사건을 연결하고 재발명하기REVIEW/Theater 2026. 3. 11. 20:16
배해률 작가가 쓴 〈시차〉는 시차를 둔 참사들의 성좌를 구성하는 가운데, 개인들의 미시사를 조립한다. 연극 바깥의, 실재의 참사들은 그 상징성으로 여전히 바깥에 자리하는데, 이는 엄밀히 인물들의 삶에 내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며, 참사의 연표라는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무대 중앙의 천장에는 시간이 하나의 배경이자 전제 조건으로 장의 진행에 앞서 투사되며 강박적으로 참사의 시점 혹은 그것을 전후로 한 시간을 점검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순차적이고 각자의 고유성을 가진 것이지만, 일정 정도 세대와 그다음 세대, 그리고 개인의 세대적 분기와 같은 생애주기에 따라 분배된다. 참사는 기계적으로 조립되고 줄 세워져 있지만, 〈시차〉는 그것들을 똑바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참사는 우연한 것이며, 개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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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연출, 〈P와 함께 춤을〉: 피나 밖에서의 현전REVIEW/Theater 2026. 3. 11. 20:14
전설적인 혹은 당대를 대표했던 안무가 고 피나 바우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피나 바우쉬의 연대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대신, ‘피나 바우쉬’라는 기표, 신화성의 자리로부터 시작되고 또 그곳을 맴돌며 흔적이 된다. 여기서 ‘흔적’은 사라졌으나 공고한 피나 바우쉬 자체이거나 그것을 좇는 전의식적 워밍업 형태의 대화 형식으로써 접근되는 산만하고 무질서한 이야기라는 무대의 과정을 모두 담는 또 다른 매체적 저장 경로를 가리킨다. 피나 바우쉬라는 실재와 신화의 틈을 비집거나 헤집는 차원 아래, 〈P와 함께 춤을〉은 실재와의 간극을 현재의 발화로 한정하며, 발화의 무한정함을 가정하고, 그렇게 꾸역꾸역 쌓아 올린 현재를 역사의 틈으로 곧장 밀어 넣는다. 아마도 그것은 피나의 이름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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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창 불 흐르는 MELTING FIRE ICEMAN〉: 이미지들의 틈 혹은 이미지라는 물질REVIEW/Movie 2026. 3. 11. 20:04
권희수 작가의 〈창 불 흐르는〉은 영화에 접근하고 영화를 활용하며 나아가 영화를 서술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 곧 메타 영화와도 같다. 필름이라는 영화의 물리적 근간의 요소와 맞세우는 근원적 요소를 더하고 이에 비추어 영화를 전유하고자 하는 데서 서사가 출발한다. 제목은 자신의 영화가 지닌 서사의 구조를 간직하는데, 가령 불(FIRE)과 물(MELTING)의 원자적 요소의 대립은 이미지의 흐름(ICEMAN)이라는 질서 아래 통합된다. 또는 이미지의 흐름으로서 불에 탄 필름과 극장, 점액질의 운동성의 각각의 궤적은 모두 흐르는 속성을 가진다. 이미지들은 뒤섞이면서도 어떤 서사의 지침 아래 묶이려다가도 벗어나며 그 자체로 지시되는데, 느슨한 결속 또는 의도적인 나열성은 불완전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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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주,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이미지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59
노예주 작가의 회화들, 그리고 일련의 글이 덧붙여진 전시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은 크게 전시 공간인 합정지구의 1층과 지하의 구분을 따라, 각각 인물과 사물 혹은 인물과 배경으로 나뉜다. 이러한 대상을 기준으로 한 구별은 피상적이고도 자의적인 기준 이외의 것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이는 하나의 더 큰 지층에 따른 것이며, 그러한 구분은 그에 따른 구체화이자 다른 세부의 범주라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곧 인물이 초상의 모델로 작가에게 대상으로 직접 수여되거나 배경 역시 의도된 배치와 구성에 따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작가 스스로가 위치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현실’에서 포착, 재배치된 것이라는 사실, 따라서 그것들이 하나의 현실의 일부이자 어떤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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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서 Cha Yeonså,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 훼손, 조율, 바깥으로서 애도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44
차연서 작가의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는 형해화된 주체의 자리를 형상화한다. 터전 없거나 비어 있는 그 자리에는 죽음에 대한 의례 혹은 종교 의식적 차원을 성사할 여러 오브제와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가 있다.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기보다 비워진 자리에 하나의 몸이 되어 현전한다. 작가의 아버지인 화가 고 차동하의 〈축제〉(2006~2017) 시리즈에서 사용된 채색된 닥종이라는 재료―그의 유품이자 작품의 일부이자 그의 신체에 대한 환유이기도 한 오브제―를 종이 오리기로써 전용하는 이번 전시는 재료에 대한 몰입과 침투되는 자연의 소리, 종교의식에 의한 도취를 통한 ‘나’의 형해화 과정―공기로의 더딘 분포 또는 사라짐―을 통해 ‘나’의 아버지의 신체를 무대로 펼쳐놓는다. 전시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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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튤립〉: 절대적인 사랑의 형상REVIEW/Theater 2026. 3. 11. 19:30
김도영 작, 극단 돌파구의 〈튤립〉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튤립밭을 키우는 쿠로가 20년 뒤, 부유한 일본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아들 쥬리프의 집에 초대받게 되면서 20년 전의 진실과 함께 인물들의 갈등이 전면화되어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튤립이 심어진 화분, 곧 쿠로에 의해 화분 안에 검은 흙이 채워지며 화사한 꽃이 들어앉는 이 결착의 이미지는, 작품의 알레고리적 중핵을 이루면서 무대 전반의 환유로 확장된다. 쿠로는 “구근을 키우는 식물”로서 튤립은 구근이 다른 구근을 파생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간헐적으로 부상하는 사운드는 튤립의 구근이 땅속에서 생명을 움트고 있는 작용으로서 은근하게 무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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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에 대한 메모: 우리는 세월호 이후로부터 무엇을 만나는가REVIEW/Performance 2026. 3. 10. 15:12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를 현상하는 장소인 “여기”, 곧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매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서 “여기”가 자리한다. 이는 극장이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표현을 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자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인지하게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은 세월호 집회와 시위가 펼쳐졌던 곳인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억과 결부된 안산화랑유원지를 거쳐 다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놓인 서울시의회로 돌아온다. 안산에서는 올해 착공 예정인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화랑유원지 부지, 4.16공장을 거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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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플레이 테제21, 〈최후의 분대장-제1부 조선의용군〉(김재엽 작/연출): 숭고한 역사의 형상을 재현한다는 것REVIEW/Theater 2026. 3. 10. 14:58
〈최후의 분대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의용군으로 참전했던 김학철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다. 1941년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나가사키형무소에서 옥중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후, 출옥한 그는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김학철이 죽음을 받아들인 자신의 침상에서 아들에게 사진에 있던 동료들의 이름과 일화, 특징 등을 기억해 내는 첫 번째 장면으로부터, 어린 시절 과거로 돌아간 후, 그의 시간이 순차적으로 기입된다. 〈최후의 분대장〉은 역사의 재현을 힘겹게 기억으로부터 추출하여 완성해 나가는 첫 장면부터, 청산되지 않은 친일 행위의 잔재에 대한 일념을 부르짖는 김학철의 마지막 모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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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순환하는 매듭, 완결은 없습니다.》: 형상들을 가설하기REVIEW/Visual arts 2026. 3. 10. 14:45
정혜원 작가의 개인전, 《순환하는 매듭, 완결은 없습니다.》에서 문장으로서 제목은 일종의 당위이거나 선언의 성격 속에서, 이중적으로 해석되는데, 부재하는 것이 “순환하는 매듭”의 “완결”인 것인지, “순환하는 매듭”과 “완결”인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 그 두 사이의 쉼표가 두 개의 구문을 만들고 잇고 있음이 그것인데, 곧 순환하는 매듭이기 때문에 완결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서사의 공작임을 지시하는 이 “완결”의 부정은 완결의 부재가 아닌, 완결의 속성을 고스란히 내포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시 이 “순환하는 매듭”이 중요해지는데, 이는 우선 〈순환/돌/매듭〉(2025. 가변 설치.)에서 직접 지칭되고 있다. 전시장 중앙 기둥을 철망으로 둘러싸며 그 위에 새끼줄과 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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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Performance Test〉: 인간에의 테스트REVIEW/Performance 2026. 3. 7. 15:57
박수영의 〈Performance Test〉는 엑스봇(Xbot)을 소개하고 그것과 동반된 일련의 여정을 재현한다. 엑스봇은 디지털상에서 뼈대를 심는 리깅 과정을 경유하며 생성된 자신의 3D 캐릭터 모델로, 이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가져옴으로써 생기는 물리적 차원의 ‘부하‘, 곤궁을 연출하는데, 이것들은 그야말로 실재로 그를 엄습하는 감각의 차원을 수여한다. 현실에서 그에 대응하는 물리적 신체는 유사한 형태를 일차적으로 조직하는 것에 그친다는 점에서 지극히 환원적인데, 그것은 살이 아니라 딱딱한 피부, 3D 프린터로 용출한 플라스틱 소재의 갑옷 같은 싸개 조각들을 쇠구슬로 이어붙인 조립된 일종의 박수영의 휴먼 스케일에 대응하는 프라모델 모델에 가깝다. 곧 그 안에서 어떤 소프트웨어의 구동 장치가 연장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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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SCENE032, 〈그냥 지루한 말도 해보기로 했다〉(한아름 작/연출): 자기 원환으로서의 무대, 그 내부에서의 현존REVIEW/Theater 2026. 3. 7. 15:18
〈그냥 지루한 말도 해보기로 했다〉는 정신병이 걸린 한 여자(고다희 배우)의 읊조림이다. 이것이 하나의 유일하고도 고유한 형식이다. 하나의 커튼 뒤라는 무대가 그 자신의 내면-공간을 부유하고 탐사하고 증명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성립하는 가운데, 그의 발화는 소진된 자신을 이미 소진된 자로서 부흥시키기 위해, 존재의 나머지를 증명하기 위해, 언어의 잔여를 언어화하기 위해, 소진 자체를 긍정하기 위해 발화한다. 아니 그 모든 것을 무엇보다 발화로서 접촉하기 위해 발화한다. 발화된 말들은 그 몸을 거쳐 가면서 사라지고 그 말을 하고 있는 신체를 작은 불빛으로, 숨으로 되비추며 사라진다, 다름 아닌 타자로서 자신에게 그 말들은 켜지고 바로 꺼진다. 말들은 그러니까 쌓이고 무덤이 되고, 오직 그것을 마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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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흐르는〉: 말과 움직임은 서로를 향해 어떻게 흐르는가REVIEW/Dance 2026. 3. 7. 15:10
〈흐르는〉 의 천장 중앙으로부터 내려온 마이크는 중심 오브제를 넘어, 공간 전체를 환유한다. 그것은 구심과 원심의 자장 아래 있는 하나의 원의 공간이다. 이 마이크-공간과 하나의 신체의 상호작용이 곧 〈흐르는〉의 움직임이다. 공간과 신체 사이에는 마이크가 있다. 따라서 신체-마이크와 마이크-공간의 각각의 연합체는 신체-마이크-공간의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마이크는 점토가 덧대어 있고, 그 덧댐의 흔적이 전이되어 있다. 손(의 형상)이 거기에 있다. 그것은 만짐에 의한, 만짐을 수용하는 사물이다. 동시에 마이크는 소리를 반향하는 사물이며, 그것을 당겨서 놓았을 때 그 자체로 공기를 가르며 내는 자신으로부터의 노이즈를 동시에 반향할 수 있다. 그리하여 후반의 클라이맥스는 장혜진의 말, 신체를 마이크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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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용, 〈수의 감각〉: 돈에 대한 감정 그리고 (재)사고를 위한 의례 혹은 놀이REVIEW/Performance 2026. 3. 7. 15:09
김보용의 〈수의 감각〉 은 돈을 수로 치환하고, 그 순전함과 순수함을 증명, 체현해 보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돈 자체의 관점을 투사하기 위해, 그룹원들은 돈을 수로서 상기하고 치환해 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일종의 집단적 명상 치유의 시간이자 수행과 의례의 차원이 동반된 공통의 시간성 아래 진행된다. 돈에 대한 이전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매체로서 재정의하는 사전 의견 교환의 시간은, 〈수의 감각〉에 대한 이념을 즉자적으로 드러낸 부분으로, 곧 워크숍 자체의 의미를 경계 바깥으로 제시하고, 규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이 부분에서처럼, 〈수의 감각〉은 두 가지 단계, 시간성을 가져간다. 한편으로는 개체들의 고유한 돈에 대한 각각의 병리적 차원들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의 견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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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바바서커스, 〈나시와 락교〉(고경진 작가, 최주현 연출): 관계 혹은 구원의 기호 둘REVIEW/Theater 2026. 3. 7. 15:04
극단 바바서커스의 〈나시와 락교〉(고경진 작가, 최주현 연출)는 조카와 이모의 관계로 압축될 수 있는데, 락교가 조카에게서 이모에게로 향한다면, 나시는 이모에게서 조카로 향한다. 락교는 초밥을 먹을 때 곁들이는, 마늘처럼 생긴 쪽파의 뿌리를 절인 음식으로, 조카의 더위가 기후 위기를 현실과 제도와의 시차로 나타내는 첫 장면, 5월에 동복을 유지하면서 에어컨을 트는 낡은 제도에 대한 클리셰―이는 근미래의 기후 위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갖는다.―와 그로부터 전이된 학생들의 팥빙수에 대한 갈망은, 꽤 강렬하다. 거기에는 학교가 없지만 학교를 환유하는 학생들이 있고, 미래가 없지만 그들은 미래를 현재로 체현한다. 그리고 이 팥빙수로 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조카의 신경증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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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해인, 〈이렇게 덥지만, 이렇게 더운데〉: ‘빈 공간’의 연극REVIEW/Theater 2026. 3. 7. 15:02
극단 해인의 〈이렇게 덥지만, 이렇게 더운데〉(이양구 작, 연출)이 가리키는 현실은 이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공간(에)의 현존을 재투자하여 공포와 두려움의 시간에 모두를 묶는다. 관객은 여전히 관객이지만, 이 상황을 배경으로서 체현하면서 그러하며, 관객의 의지를 초과하는 이 상황, 환경에 대한 몰입은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의 전사, 배경, 정보가 거의 없는 제약적 상황을 기초로 한다. 몰입, 곧 자신에 대한 반향으로서 공간으로부터 자신으로의 수렴은 자신의 불완전성의 인식에 대한 다른 이름이며, 몰입은 이 환경의 비언어적 차원 자체와 관계 맺는 유일한 자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현상된다. 공간을 휘저으며 객석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은 각각 “이렇게 덥지만” 우리가 희망을 갖고 바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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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15분연극제] 극단 작은방, 〈경마장 야생마는 어디로 갔을까〉: 이야기(로부터)의 동력REVIEW/Theater 2026. 3. 7. 14:59
극단 작은방의〈경마장 야생마는 어디로 갔을까〉(이하 〈야생마〉, 신재훈 작/연출 )는 두 가지 메타포를, 이야기를 절합하는데, 그것은 상상의 세계로서 이야기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현실의 이야기를 교환하는 방식을 따른다. 야생마에서 트레이드포춘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야생마는 불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의, 또는 믿을 수 없는 실재의 체현의 자리를 남북통일에 대한 순간으로 대체된다. 야생마는 트레이드포춘호의 상상적 환유물이고, 트레이드포춘호는 다시 현실에서 과거 속의 부재하는 기호로 위치된다. 결과적으로, 스크린을 찢고 나온 야생마는 남북을 오가는 배의 운항 중지에 대한 곤궁을 해소하는 메타포였던 셈이고, 억압된 동물이 해방되는 순간 사람들이 겪는 쾌락은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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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연극제: 지역에 촘촘하게 접지되는, 너른 동시대성의 표현들REVIEW/Theater 2026. 3. 7. 14:44
1 15분 연극제는 15분 내외의 짧은 연극들을 모은 축제로, 이는 순차적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진행된다. 2025년의 축제는 무더위로 인해 야외 장소를 활용하지 않는 방침을 적용했는데, 이는 당연히 우연한 관객, 동네 주민들의 단속적 참여를 가져가기 힘든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비자발적(?) 관객 유치의 소거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축제 기저의 어떤 서사를 감축하거나 소거하는데, 곧 순차적이며, 모든 공연을 반나절 정도 안에 볼 수 있는 건 축제의 경로적 이행의 서사, 장소와 장소의 연결이라는 부가된 시간의 서사가 이로써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 전까지는 역설적으로 축제의 규모가 아주 크지 않으며,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기에 가능했던 부분으로, 만약 야외를 활용해 장소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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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 횡단하는 존재 혹은 시간REVIEW/Theater 2026. 3. 7. 14:41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이하 〈오감도〉)는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에서 ‘시 제 1호’의 제 1 아해부터 제 13 아해까지 순차적으로 “무섭다고그리오”라는 시의 구조와 함께 문장을 가져와 변주함으로써 13개의 장을 토대로 구성한다. 즉 하나의 장에는 “제○의아해가” ○○ “무섭다그리오”라는 문구가 새겨지는데, 여기에는 각각 1부터 13까지 순차적인 숫자와 무서움의 다른 대상이 기입된다. 처음 아해(박지안)는 “태어나기”를 무서워하는데, 이는 상수에 들어선 줄 하나를 잡고 ㅅ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착지와 함께 줄을 놓고 빽 소리를 지르는, 엄마 자궁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리고 탯줄을 자르는 것까지를 재가시화한 장면으로부터 차례차례 일렬횡대로 누워 뒤집고 앉고 서고 걷고 달리고 하는, 일련의 아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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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기획,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 여성-신체, 생태-길, 구멍-응시의 연결망REVIEW/Visual arts 2026. 3. 7. 14:39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이하 《물의 왕》)는 김지하의 『수왕사』라는 책을 모티브로 한다. 전시는 책을 이미지로 연장하려 하며, 이를 통해 책의 비의적 속성을 더 ‘적극적인’ 독해의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음을 전제하며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책은 절대적인 아이디어이며 전시는 그것에 다가서는 매(개)체로 자리한다. 또는 전시를 통해 책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 일종의 전도된 순간을 기약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시는 여러 이미지가 난립하며 전시장 벽면 대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서판 읽기로서 도상과 기호의 분자적 지평은 형식과 스타일의 차이로 구분, 수렴되지 않는다. 『수왕사』는 동학의 새로운 여성 접주 이수인의 사상을 조명한다. 이수인을 통해 새로운 동학의 물꼬가 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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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은경, 〈생존감각 - 여와의 방〉: 존재를 함입하기, 그리고 변화하기REVIEW/Visual arts 2026. 3. 7. 14:36
유선, 이은경의 〈생존감각 - 여와의 방〉(이하 〈생존감각〉)은 조금 특수한 맥락을 바탕으로 마련된 전시인데, 기획자 정윤진의 글에서 산모와 태아의 관계 양상에 대한 비유로 드러나고 있는 ‘생존감각’이라는 제목이 엄밀히 두 작가의 작업 모두에서 소재나 모티브의 차원에서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며 내재적 차원으로 표현되는 공통의 부분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작업의 외재적 근거, 곧 이 둘의 친연성이라는 관계에 근거하는 데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사실은 조응하며 전자 역시 절반의 진실을 갖는데, 곧 이 둘이 모녀 관계이며, 이은경은 어느 정도 이 모녀의 관계와 기억을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몇몇 작업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모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가 성립하려면, 분명 그것은 서로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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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동체 아르케, 〈셋톱박스〉: 부재하는 혹은 삼켜진REVIEW/Theater 2026. 3. 7. 14:34
〈셋톱박스〉에서 주인공 남자(송현섭 배우)의 고통은 대위법적으로 교차하며 그를 곤궁으로 모는데, 가장 심각한 건 일종의 정체 현상으로서, 신체적 차원에서 내장에 음식물이 가득 차 더이상 먹는 것도 싸는 것도 불가능한 사태를 겪고 있는 것, 그리고 정신적 차원에서 그가 보지 않는 TV 요금이 징수되고 있음을 발견했지만, 그는 TV를 보는 인물로 기록되어 있어 TV를 본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범주이지만 실은 하나의 문제인 듯 보이는데, 계속해서 극은 그에 대한 추리를 유도하며 결국 발화하지만 무위에 그친다. 이는 곧 그의 내장에 셋톱박스가 들어 있다는 것. 그의 집에 셋톱박스가 있다는 것, 그래서 신호가 잡힌다는 것은 그가 TV를 과거에 신청했다는 기록과 함께 TV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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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각색·연출, 〈마른 여자들〉: 여성이라는 신화 혹은 증상REVIEW/Theater 2026. 3. 7. 14:14
〈마른 여자들〉의 쌍둥이 자매 로즈(이세영 배우)와 릴리(황미영 배우)는 첫 등장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찰싹 붙어서 고개를 정면으로 함께 돌린 포즈로써 어린 시절 마치 하나였던 둘을 보여주는데, 이는 언니 릴리가 로즈를 떠나는 순간에 이르러 로즈의 릴리에 대한 그 애정과 의존의 강도를 드러낸다. 곧 언니의 찢겨져 나감은 마치 나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이 상실된 영역이 영구히 지속될 거라는 인상을 주는데, 여기에는 곧 둘의 결합된 육체, 놀이를 통한 긴밀한 공통 감각이 둘이 하나였던 신화적 시간의 응축된 인트로 장면의 효과가 전제된다. 이러한 둘의 친밀한 사적 영토는 사회적 틀로, 더 큰 사회적 관계로 적용되며 희미해진다. 로즈의 삶은 거식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한 병동에서 고착된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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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주비엔날레: 소리라는 형식REVIEW/Visual arts 2026. 3. 7. 14:05
2024 광주비엔날레는 집요하게 소리를 측정, 전시한다. 매체의 확장성과 다양성 혹은 풍부함의 차원에서, 그리고 비가시화된 것에 소리가 자리함을 새삼스럽게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그러하다. 뜬금없지만 여기에 주제에서의 ‘판소리’는 전시와 (어떻게) 연결되(야 하)는가. 그것은 윤리적 차원에서 진작될 수 있는 부분이며, 어떠한 형식적 차원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은 미학적 차원과 윤리적 심급의 관계성을 상정하며, 그것을 다루는 주체의 ‘자격’을 전제한다. 가령, 판소리라는 문화적 원형을 고스란히 투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오리엔탈리즘 혹은 서구 중심적인 전유의 그릇된 태도로 치환할 수 있을까. 판소리를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원형으로서 제시해야 한다는 건 판소리라는 대상을 기존의 재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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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듣기를 위한 가이드 : Ear duct, us》: 듣기의 조건을 가설하기REVIEW/Music 2026. 3. 7. 13:50
《듣기를 위한 가이드 : Ear duct, us》(이하 《듣기를 위한 가이드》)는 동명의 『듣기를 위한 가이드』라는 사전에 제공된 가이드북과 이를 참조한 김예지의 가이드로부터 시작된다. 관객은 별도로 기획된 웹사이트에서의 소리 도면을 통해 사전에 선택하게 되는데, 이 16개의 자리는 미세한 소리 풍경의 차이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는 김예지가 관객이 눈을 감은 상태에서 공간에 산포한 소리 중에 자신을 가장 가깝게 향하고 있는 소리를 따라 몸의 방향을 전환해 볼 것을 요청할 때 가장 명확하게 체현된다. 눈을 떴을 때 네 명의 연주자, 비올라 다모레의 Olivier Marin, 저음제금의 동이, 해금의 김예지, 가야금의 조선아가 자리하는데, 이는 공간 전체로 퍼져 있고, 기다란 삼각형의 공간은 꼭짓점에서 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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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경, 〈공룡과 공룡동생〉: ‘과’라는 사이의 기호학REVIEW/Theater 2026. 3. 3. 20:35
백혜경의 〈공룡과 공룡동생〉은 언니 ‘공룡’과 동생 ‘재영’ 간의 어릴 적 기억과 경험을 환상적으로 횡단하며 현재를 극복해 나가는 두 자매의 삶을 그린다. 기억은 구체적 사건으로 나타나는 대신에,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문지방성(liminiality)인 쓰레기 섬으로 환유되는데, 그것은 온갖 잡동사니가 육박하며 푹푹 빠지는 구렁텅이가 되어 발목을 붙잡는, 가시화되지 않는 기억의 누층―곧 기억은 복잡다단한 무의식에 싸여 있고 또한 그것에 묶여 있다.―을 환각적 세계, 의사-꿈의 세계로 연장해 낸 것과 같다. 이는 누워서 베개로 얼굴을 감싸면서 수중으로 내려가는 프리폴을 체현하는 의식의 입문 단계가 지닌 환유적 차원이 일정 정도 연장된 바이기도 하다. 공룡과 재영 사이에는 ‘과’가 있는데, 경지은, 이 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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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현 작/연출, 〈흙사람〉: 한일 관계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등정REVIEW/Theater 2026. 3. 3. 20:29
〈흙사람〉은 태봉등이라는 가상의 산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갑자기 솟아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가정이 한일 관계의 틈을 육박하는 산의 장막으로 형상화하되 그 실제적 원인으로 기후 변화라는 상대적으로 더 체감되는 이슈를 경유한다고 보인다. 곧, 〈흙사람〉에는 한국이라는 역사적, 지정학적, 문화사회적 메타포로서 한일 관계와 심각한 기후 위기의 전세계적 상황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혼재되고 절합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그 둘 중에 어떤 명제가 주도적인지 또는 다른 하나의 명제가 기능적인 차원으로 적용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흙사람〉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가정들은 무력화되는 듯 보인다. 곧 하나의 맥거핀이거나 또 다른 문제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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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근영, 《활활》에 대한 주석: 하나의 수많은 얼굴들REVIEW/Visual arts 2026. 3. 3. 20:26
홍근영 작가의 《활활》은 얼굴을 전면화하는 일련의 도자 군집을 구성한다. 이 군집이 전시의 유일한 전략이며, 이는 전체적인 공간에의 산포와 그룹화의 경계 지대로의 구분으로 나뉜다. 이를 통해 군집은 복잡계의 기호학적 생태라는 의미를 구성하는 한편, 수많은 작업의 양산이라는 작업자의 정체성을 노정한다. 이로써 《활활》은 작가의 가상적 세계의 의식과 작가로서의 의식을 따로 또 같이 엿볼 수 있게 하며, 그 대신 전시의 큐레이팅의 변별적 의식을 유예한다. 작품들은 그 양적 측면에서나 공간의 점유 정도에서나 그리고 그 얼굴이라는 것에 대한 주목을 통해서나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이는 작품을 작가로 소급하는, 작가를 작품으로 환원하는 그런 전시라 할 수 있겠다, 곧 과잉의 물질적 토대가 그 자체의 미학을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