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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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목, 〈Yaras〉: 원시적 충동이 지배하는 괴랄한 ‘미래’ 사회REVIEW/Dance 2024. 3. 28. 02:01
정훈목의 〈Yaras〉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별되는 두 가상의 “종족”을 재현의 시점으로 불러온다는 점에서 움직임만의 서사가 아닌, 서사 안의 움직임을 통해 독특한 세계상을 창출한다. 제목인 “Yaras”(Yara의 복수형)는 그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주요한 하나의 종족이라면, 화려한 의복을 걸친 존재들이 다른 하나의 종족이다. 후자의 존재들은 이국적이고 오리엔탈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조금 더 갖고 있는데, 그에 대비되는 Yaras 종족은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현실에 존재할 법하거나 그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각각의 두 존재를 마주하는, 곧 그 세계에 대한 접면은 그 기이하고 이질적인 세계가 목도됨에 가깝다. 〈Yaras〉는 통상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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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은,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 발레를 사랑할 수 있는가REVIEW/Dance 2024. 2. 5. 20:15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이하 〈메타발레〉)은 윤상은 안무가가 〈모든 몸을 위한 발레 워크숍〉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종의 커뮤니티 아트가 수용하는 개방성의 감각―여기에는 어떤 특정 지역이나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대상을 가리키면서 예술가가 아닌 존재라는 더 중요한 조건을 동시에 전제한다.―과 연관 지을 법한 “모든”이 어떻게 장르를 고찰하며 지시하는 “메타”로 전환되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그것을 입증할 것이다. 가령 이 ‘모두’는 발레를 하기 위한 적합한 몸, 발레의 특정 자세와 몸짓의 정교함을 이탈하거나 위반한다. 그렇게 강박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율법이기도 한 발레의 몸과 동작은, ‘원래부터’ 발레를 하지 않았던 존재에 의해 전유됨으로써 발레의 틀을 깨뜨린다. 안무의 전략은 이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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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사이〉: 이미지와 행위 사이에서REVIEW/Dance 2024. 2. 5. 20:12
춤판야무의 〈사이〉는 대상과 신체의 연합을 통해 공간을 시시각각 구조화하는, 미장센의 구성적 원리를 구현함으로써 시각에 대한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사이〉는 어떻게 춤이 그 자체로서 상영되면서 동시에 영사되는지를 움직임, 구도, 가변적 설치 등을 통해 공간 전체에 가로새김으로써 보여준다. 그것은 원초적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이기도 한 무엇을 펼쳐낸다.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서사가 요청되지 않는다. 몸짓을 의미와 감정의 기표로 치환할 필요 역시 없다. ‘행위’는 공간을 직접 그리거나 공간에 기입되는 대상이 되는 행위이다. 곧 관찰되거나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상이 된다. 궁극적으로 〈사이〉는 미장센의 원리를 구현한다. ‘사이’는 하나로 계열화할 수 있는 무엇과 무엇의 틈을 이야기하며, 시간적으로는 연속의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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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당연히, 극장, 〈.기다려〉: 배우 혹은 언어의 존재론REVIEW/Theater 2024. 2. 5. 20:00
〈.기다려〉는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한 윤리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제도 비평적인 작업이며, 연극이 시작되는 물리적 경계를 관객의 승인 아래 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윤리를 확언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연극이 시작되는 건 누군가가 화장실에 모두 다녀온 후에 시작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의 안전수칙 공지와 배리어 프리 버전의 설명은 연극을 순전히 대체하고, 그 비가시적인 ‘모두’에 대한 재현으로 향한다. 연극의 태도와 정신이 연극을 지배한다. 올바른 연극이 (시작)되기 위해서 필요한 도덕적인 혐의 차원의 언어는 극단적인 과잉을 향해 감으로써 비로소 순수한 형식으로서 연극의 내용이 된다. 기어이 한 명의 배우는 화장실에 갔다 옴을 보여준다. 연극이 현실의 시간을 끌어들인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작위적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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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The Skills of Dust〉: ‘퍼포먼스의 비가시성’REVIEW/Dance 2023. 12. 12. 02:06
정지혜의 〈The Skills of Dust〉는 퍼포먼스의 비가시적인 산출을 지향한다. 그것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의도치 않은 관객을 요청하고 용인하는 행동이며, 이는 극장이 아닌 거리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그보다는 이를 사전에 매개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정적이다. ‘비가시적인 것’으로서 먼지(dust)의 기술(skill)은 관객을 재정의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해진다. 〈The Skills of Dust〉에는 크게 세 개의 움직임 스코어가 두 사람 간의 교차로써 수행된다. 팔을 사선으로 위로 펼쳐내는 것, 마주한 채 방향을 달리해서 스텝을 옆으로 이동한 후 다시 돌아와서 교차한 후 처음부터 계속 반복하는 것, 등을 맞댄 채 천천히 앉은 후에 다시 일어서는 것. 이들은 전단을 한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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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다이빙라인’, 〈단델re:ON〉: 시간들의 가상 현전을 향한 시도들REVIEW/Dance 2023. 12. 12. 02:00
극단 다이빙라인의 연극 〈단델re:ON〉은 투어 형식으로써 극장의 전사를 상영하면서 극장에 여러 시간의 지층을 가설한다. 극장이 이제 닫는다는, 마지막 극장의 하루에 초대된 것이라는 시작의 급작스러운 또는 급진적인 가정은 극장이 없는 미래라는 디스토피아적 가정과 지금 여기 존재하고 사라지고 마는 공연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지시 사이에서 모호하게 놓인다. 그러니까 그러한 가정은 동시대의 어떤 개념 혹은 정동이 반영된 것이거나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공연의 현존을 좇는 공연자의 이상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결국, 이곳은 천장산우화극장이라는 상징적 처소이므로, 그리하여 연극이 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무한한 영도이므로, 허구적 세계를 상정함은 그 가상이 향하는 곳을 가리키게 된다. 〈단델re:ON〉은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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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애, 〈21°11’〉: 몸에 관한 미학적 윤리REVIEW/Dance 2023. 12. 12. 00:42
노경애 안무가의 〈21°11’〉은 뇌성마비 장애인과 무용수의 각기 다른 몸의 움직임을 조합한다. 움직임은 몸으로부터 도출되는가. 전자의 움직임의 유래는 몸의 비중이 더 큰 듯 보인다. 반면, 후자에 있어서는 다른 몸을 구성함으로써 다른 움직임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움직임으로 제한될 수 있다, 아니 밀도를 얻을 수 있다. 이 밀도의 차원을 다르게 갖는 것. 곧 시간을 늘리거나 호흡을 분배하거나 나아가 몸짓의 질서를 변형하는 작용이 다른 몸의 질서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성립한다는 것, 이러한 전제는 몸 자체가 하나의 구상적 전제이자 틀을 생성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안무는 그 몸에 관한 모방에 기초해야 한다. 이는 엄밀히 재현은 아니다. 상호 주관적 영향 관계 안에 서로가 위치함을 의미한다.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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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벨 ,〈제롬 벨(Jérôme Bel)〉: 제롬 벨, 그리고 제롬 벨이 누락한 것들에 대한 질문REVIEW/Dance 2023. 12. 12. 00:29
제롬 벨의 〈제롬 벨〉은 렉처 퍼포먼스로,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끼치는 비행기를 거부하는 생태적 실천에 의해 한국에서는 대리자인 이영준 기계비평가를 내세워 이를 수행한다. 사실 이영준은 그 직함은 물론 존재 자체가 무색한 상황을 맞는데, 일종의 배우로서 그것을 최대한 몰입해서 읽는 것 외에 다른 해석적 관점을 투영해 주석을 달거나 자신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다소 현학적인 문구로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제롬 벨의 습관적 언어 사용을 제롬 벨, 곧 이영준으로서 수용함을 인지하고 있음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깨어버리는 순간, 곧 실수 혹은 실패의 순간이 첫 번째 공연――에서 발생하고야 말았다는 건, 이 위임 방식의 공연이 그럼에도 존재 자체의 현존을 의도치 않게 가져가게 되었음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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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종, 〈Cosmo〉: 트랜스를 위한 어떤 감각 혹은 리듬REVIEW/Dance 2023. 12. 12. 00:07
Sal의 ‘Alpha’의 하나로 묶인 최호종의 〈Cosmo〉에서 퍼포머 그룹의 종종거리는 스텝은 일관되게 구사된다. ‘자극이 가해지는 몸’이라는 은유와 같이 트랜스된 몸의 상태에 상응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트랜스는 ‘우주’라는 뜻의 접두사로서 기능하는 제목을 상기시킨다. 자극, 곧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물리적이고 비가시적인 차원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주사―“자극이 피하주사침을 통해 피부를 뚫고 주입된다.”―로 비유되는 세계의 광경은 가치 평가를 유예한다. 〈Cosmo〉는 그 트랜스의 상태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집중한다. 2박자에 미치지 못하는 스텝과 느슨해지고 풀어헤쳐지는 몸의 상태는 일정한 박자의 체현과 몸의 이완과 확장이라는 두 가지 상태를 합성하고 있다. 음악의 상태로도 연장되는 이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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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관계를 구성하기REVIEW/Dance 2023. 12. 11. 18:34
〈익스트림 바디〉는 무대 바깥의 존재를 무대로 끌어오는 것으로써 작업을 제작해온 라시드 우람단의 콘셉트에서 시작되었으며, 프랑스의 줄타기 선수 나단 폴린(Nathan Paulin)과 스위스 클라이밍 선수 니나 카프레즈(Nina Caprez) 외 8명의 곡예사가 나오는 무대는, 현존과 재현의 간격을 새롭게 쓰는 것과 함께 인지적으로 확장된 무대 공간을 구성한다. 줄타기와 클라이밍의 수행은 두 다른 인물의 서사와만 결부되지만, 무대에는 중첩되어 제시된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단의 손에 다른 퍼포머들의 손이 닿으려는 찰라, 또는 간발의 차로 닿지 못하는 모습으로 두 수행의 공간이 겹침으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 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고 연기한다. 독보적으로 가장 고공의 높이에 있는 나단의 서사는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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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가 〈Zzz〉: 잠을 자는 신체의 표현 혹은 상태REVIEW/Dance 2023. 12. 11. 17:41
황수현 안무가의 〈Zzz〉는 잠을 공연의 주요한 경험으로 구성한다. 이는 관객의 각기 다른 몸들이 스스로의 공연들을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제거한 하나의 바닥 공간이 된다. 제목이 의성어로 잠잘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듯 〈Zzz〉는 평평한 바닥 위에서 잠을 공연의 주요한 매질로 상정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몸짓과 조명, 사운드가 엷고 길게 공간에 분포하게 된다. 곧 각종 매체의 정보 값은 최소화되고 감축되고 늘어뜨려진다. 그것은 밀도를 강하게 갖지 않는다. 이는 공간 전체에의 개입이라는 커다란 전제에 비해 움직임과 그 동선이 한없이 줄어듦을 또한 의미한다. 퍼포머의 몸짓은 여타 특별한 것이랄 게 없다. 그것은 춤이 되어서도 안 되는데, 그것은 환경에 비해 비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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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인포메이션〉: 재현 체계 혹은 재현 방식의 사이에서REVIEW/Theater 2023. 12. 11. 17:25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짧은 에피소드로 점철된다. 맥락을 형성하는 인지 단위로서의 불충분성이라는 하나의 공통됨은 정보의 과잉들 혹은 그로 인한 소통의 단절 현상을 묘사하는 메타포라고 의미화할 수 있을까. 그것이 쇼츠건 릴스건 어떤 짧은 구문의 재기발랄함으로 부상하는 즉시 사라지는 이미지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떤 유의미한 지점으로 부상하는가. 시대에 관한 적확한 차원의 은유로서 나아가 극장의 공백이 불가능해지는 임계점에 대한 탐문으로서? 〈러브 앤 인포메이션〉은 일종의 ‘지시’로서 장면들이 추출됨으로써 이입에 대한 당위를 벗어난다고 할 때 그와 같은 나열의 방식은, 희미한 맥락들의 접합까지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미궁이라기보다 미로로서 작품은 일종의 퍼즐과 동기화된다. 등장인물들은 기억에 대한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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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게하 아트 프로젝트의 작가 강영민: 미학과 일상의 재배치INTERVIEW 2023. 12. 10. 00:04
2021년 인제에서 시작된 꼬부랑게하 아트 프로젝트를 3년째 이어오고 있는 강영민 작가를 2년이 지나 인제에서 다시 만났다―2021년에 그 프로젝트를 다룬 바 있다(https://www.artscene.co.kr/1751). 작가는 처음, 인제군문화재단의 문화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을 때 일반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 말고 작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다시 말하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작가이고, 꼬부랑게하라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영민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곧 게스트하우스라는 방식은 새로운 주체에 따라 다르게 매개되고, 예술가의 작업 방식 역시 새로운 형질 전환을 이룬다. 여기서 ‘일반적’인 레지던시라 함은 대부분 경쟁 시스템을 거쳐 소수의 작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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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다인, 〈beingbeingbeing〉: ‘극장이라는 어떤 규칙’REVIEW/Theater 2023. 11. 24. 00:17
연극 〈beingbeingbeing〉은 극장의 입구를 끊임없이 더듬는다, 극장이 시작되고 다시 시작됨을 끊임없이 자각하도록 만들며 출구를 부정하는 지시를 통해. 작업은 극장에 대한 탐문으로 자리한다. 이념적인 차원에서 메타-극장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극장에 갇힌, 또는 닫힌 극장에 놓인 인격들의 무한 반복의 관념과 상념이 또한 있다는 점에서, 해소되지 않은 원환 감정의 고리를 이루는, 일종의 부조리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리하는 극장을 보여주는 한편, 인격들은 극장 관계자이자 극장 바깥의 역할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연장된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메타포 역시 소환한다. 결과적으로 이 셋, 아리(박하늘 배우), 마지(이우람 배우), 사키(백소정 배우)은 무형적이고 유령적인 캐릭터로 읽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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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세 개의 짧은 연작들-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 주체의 공백에 다가서기REVIEW/Theater 2023. 11. 23. 23:10
이경성의 〈세 개의 짧은 연작들-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이하 〈나의 극장〉)은 담백하고 대담하게 연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는 프로덕션이 가진 부피감과 완성도에 대한 강박 너머, 결국 개인의 서사와 수행이 역사와 현재, 현실과 만나 전면에 등장할 때 그 효과가 만듦새를 뛰어넘어 입체적으로 확장, 증폭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곧 작가-연출가로서의 관점이 다른 모든 여타의 것들을 상쇄할 수 있고, 더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는 구자하 연출에 대한 상찬이 그가 여타의 모든 것을 자신이 한다는 것, 테크니션으로서의 성취만을 향하는 것이 오류인 것에 상응한다. “신촌텍스트”, “빨치산”, “나의 극장”의 순으로 진행되는, 〈나의 극장〉에서 이 세 개의 단어는 각각 현실의 표층, 역사의 비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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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Powered by Emotion〉: 춤은 무엇과의 간격인가REVIEW/Dance 2023. 11. 15. 17:30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에서 “감정”은 작품에서 직접 언급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주요한 매체로서 확인된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힘”을 추동한다. 이는 움직임의 어떤 프로세스를 지시한다. 마텐은 움직임의 형태가 아닌, 재현 체계의 질서를 드러내고자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춤을 추는 스티브 팩스턴을 담은 발터 베르딘의 영상의 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들”로 분기되는 텅 빈 무대는, 일관된 보여주기를 실천한다. 이에 따라 퍼포머의 역량 자체가 재고의 대상이 된다. 실제, 음악이 입혀지는 움직임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드러난다. 곧 약간의 오차―음악의 박자를 살짝 늦게 체현하는 움직임, 누구라도 출 수 있을 거 같은 뻣뻣한 관절의 적은 가동 범위, 움직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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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옥, 〈겹괴기담〉: 구조는 서사의 바깥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23. 11. 15. 17:27
〈겹괴기담〉의 대칭으로 서로 마주 보는 객석의 구조는 공연의 바라보기의 방식을 절대적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여섯 개의 샤막(=겹)은 다섯 개의 앞뒤 공간을 만든다. 이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객은 마주하기보다 바라보게 된다. 단속적으로 꺼졌다 켜지는 조명과 음악에 따라 그것들은 일종의 분절된 그림들의 연결로 감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 체제와 반복되는 구조의 형식 아래 유사하지만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두 이야기 모두 가장 바깥쪽에서 시작되며 따라서 먼 쪽의 이야기는 가까워지고 가까운 쪽의 이야기는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가 마침내 교차되며 두 이야기가 사실 다르지만 하나의 실재로서 맞물리는 것임을 그야말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첫 등장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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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존재의 다변위성에 관한 언설REVIEW/Dance 2023. 11. 15. 17:03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움직임에 관한 어떤 확약도 설명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움직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보게끔 하는 것일까. 추상적 언설로서 자막과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첫 번째 명사를 보면, 현상학적 명제가 부상하는 것 같지만, 이 얼굴은 단지 여러 표면의 하나임이 지시된다. 그것은 이전의 것을 각인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현재의 것 역시 곧 포기하게 만들려는 제스처로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그림과 그림자”라는 말이 가진 언어유희의 자의적 연관 관계가 결과적으로 차이의 분별로써 그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보면,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본질로부터 현상을 추출하기보다는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구성하는, 현대의 시를 쓰는 자율적 역량에 닿아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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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Cuckoo〉: 압력 사회를 바라보는 법REVIEW/Theater 2023. 11. 15. 16:45
구자하의 〈Cuckoo〉는 압력밥솥 브랜드 “쿠쿠”를 전면에 내세운다. 쿠쿠를 존재화한다. 무대에는 세 개의 쿠쿠가 있고, 두 개는 해킹돼 두 다른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쿠쿠에 체현된다. 나머지 말을 하지 못하는, 하나의 쿠쿠 밥솥이 밥을 하는 과정은 한국 사회에 관한 비유, “압력사회”를 재현하지만, 유학 시절 한국에서 가져갔던, 쿠쿠의 상투적인 멘트는 구자하에게 친구 혹은 동반자의 감정을 체현했었을 것이다. 그것이 구자하라는 인물만에 대한 것임이 아님에도 그 멘트는 오직 ‘구자하’만을 경유하기에, 이것은 타지에 온 이에게 들리는 듣기 쉽지 않은 모국어이기에 구자하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이 된다. 구자하의 하마티아 3부작 중 하나이자 가장 앞서서 만들어진 〈Cuckoo〉는 다른 두 작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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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롤링 앤 롤링 Lolling and Rolling〉: 한국 사회의 어떤 역사REVIEW/Theater 2023. 11. 15. 16:36
〈롤링 앤 롤링〉은 한국 사회에 자리한 영어 교육 강박이라는 무의식을 포착한다. 이는 직접적인 사회 비판이나 풍자로 부상하기보다는 사적 이야기의 맥락 아래 가라앉는다. 후자를 성립시키는 건 자못 비장하고 우울한 구자하의 퍼포머로서의 태도이다. 유럽에 갔을 때 첫 번째 자신의 영어 선생과의 격의 없는 친구와도 같은 관계는 구자하의 경험이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상 미시적이고 잉여적인 부분으로 보이며, 나아가 극의 주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이지만, 실은 그것이 주는 안온함은 영어 강박을 앓는 한국인의 의식을 대체한다. 곧 한국 사회라는 상징계를 벗어남으로 인해 얻는 어떤 인지의 영역은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과의 차별화된 기호를 산출한다. 중요한 건 인지의 영역이 아닌, 비-한국 사회에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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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하, 〈한국 연극의 역사 The History of Korean Western Theatre〉: 슬픈 한국(연극)인의 초상REVIEW/Theater 2023. 11. 15. 16:21
〈한국 연극의 역사〉는 제목 “한국 연극의 역사”를 재현하기보다는 지시한다. 서구 연극을 차용하고 모방하며 형성된 표층과 근저의 욕망으로 점철된 ‘한국 연극의 역사’로부터 그 바깥의 전통의 형식을 소환한다. 곧 구자하는 우선 “한국 연극의 역사”와 ‘한국 연극의 쓰이지 않은 역사’ 또는 ‘진짜 한국 연극(이어야 할 것)’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세운다. 그리고 그 둘을 모두 지나친다, 각각 배제하고 아득한 것으로 두며. ‘진짜’라 함은 가치 판단의 범주가 아닌, 연극의 말미에서 제시되듯 ‘역사가 다르게 쓰였더라면’, ‘역사가 다르게 시작되었더라면’의 전제에서 출현하는 자연스러움의 범주이다. 곧 자연스럽지 않음의 현재가 아닌, 그 이전의 역사가 계승되어왔었을 시의 자연스러움이 ‘진짜’에 속한다. 물론 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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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비그루 Franck Vigroux, 〈플레시 Flesh〉: 분투하는 어떤 몸들 또는 매체들REVIEW/Theater 2023. 11. 15. 16:03
〈플레시〉는 극장에서의 시지각적 환경을 창출하기 위한 조건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로 덮이고 사운드에 휘감기는 경험이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예술의 언어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프로젝션을 통한 이미지는 촘촘하게 극장 전면을 가득 채우고, 마침내 그것이 걷히고 무대가 드러났을 때 이 공간이 큐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관객은 사운드라는 존재가 무대의 빈 곳에 달라붙기보다는 포화된 상태로 공간을 만든다고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과잉된 집적의 경제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면, 관객은 양적인 증폭의 흐름에 어떤 종류의 이음매를 모두 지우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결과를 단지 수용하면 되는 것일까. 그러니까 입체 서라운드 시스템의 극장용 버전으로서 존재하는 작업의 특징이 가장 우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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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성, 〈강; the river〉: 춤은 무대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REVIEW/Dance 2023. 11. 7. 03:27
전환성의 〈강; the river〉은 무대와 몸, 사운드,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 양상에서 진행된다. 여섯 시간 남짓의 시간에서 점차 어두워짐을 받아들이고, 퍼포머 둘의 소진됨을 겪고, 사운드는 각각의 단위를 완료하고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관객의 등장과 퇴장이 일어난다.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 안무가 성립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깔린 하얀색 무대와 이를 원형으로 둘러싼 가의 관객석 확보, 자연 채광, 음악의 중단과 시작의 중첩된 단계, 퍼포머까지 포함한 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의 규칙은, 춤이 벌어지고 있음의 현장을 인식하게 한다. 곧 〈강; the river〉은 문화비축기지 TANK1을 장소 특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퍼포머는 이 아득하고 투박한 구조 속에서 쉼을 선택한다. 무대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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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작·연출, 〈스고파라갈〉: 동시대인의 공백을 노래하기REVIEW/Theater 2023. 11. 7. 02:50
〈스고파라갈〉은 창작을 한다는 것, 창작자로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문한다. 하나의 사회 구조 아래 한 몸으로 묶인 듯한 배우들은 경쟁의 일선에 서는데, 이는 진화론을 즉물적으로 대입한 결과이다. “스고파라갈”이라는 제목은 과학자 다윈이 진화에 관한 힌트를 얻은, 에콰도르의 제도 ‘갈라파고스’를 뒤집은 이름으로, 이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져온 거북이의 신체가 뒤집히는 이미지를 상기시키면서도 현재를 역사로 객관화할 수 없는, 또는 그러한 현재‘들’의 하나를 선택하는 데 실패한 또는 포기한 동시대 창작자의 현기증 또는 무력감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거기에는 역사는 참조점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관해 연극으로써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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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슈퍼맨이라는 맥거핀REVIEW/Theater 2023. 11. 7. 02:12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하 〈부동산〉)은 부동산 전세 사기라는 현실을 극에 외삽한다. 〈부동산〉은 일상으로 돌아간 슈퍼맨(이강호 배우)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부동산 전세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되는 슈퍼맨의 모습과 이에 절망하고 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제 관련 사설 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줌에도, 이는 슈퍼맨조차도 당할 수밖에 없는 실재로서의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방점은 슈퍼맨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일반인이다. 곧 슈퍼맨의 함의는 특별한 이의 지위를 일반인의 신분으로 격하해야만 가시적인 대상으로 그나마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부동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화함을 무대 전면에 배치한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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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간에의 서사를 세공하기 또는 넘어서기REVIEW/Theater 2023. 11. 7. 01:33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이하 〈잘못된 성장〉)는 “지방 소도시 국립대학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 있는 관련 종사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극사실주의의 외피를 입은 공과 사가 혼합된 제3의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향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잡초인 애기장대의 저항성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는 주인공 혜경(류혜린 배우)을 통해 〈잘못된 성장〉 역시 비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 곧 식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전문 직종을 가진 존재들의 언어,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정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전자와 후자는 구체성과 보편성의 차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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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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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The New Wave #] 정제공장프로젝트, 〈Same Old Story〉: ‘연결을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3. 11. 6. 16:58
정제공장프로젝트의 〈Same Old Story〉(안무: 박선화, 출연: 옥골선풍, 박선화)는 음향과 움직임의 동기화를 움직임의 메커니즘으로 가져가는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에서 기표의 자의성이 전제되고 언어-움직임의 배치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이다. 곧 언어와 움직임 간에는 필연적인 관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것은 재현도 설명도 아닌 그저 어떤 옮김이다. 동시에 짧은 단위의 어구들이 단속적으로 뒤섞이며 움직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문장의 연결이나 서사의 구조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아니다. 음향은 또 움직임은 그것의 논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구성이 아니라, 일종의 샘플링과 리믹스로써 발현되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움직임의 동기 혹은 동력은 음향의 전화에 있으며, 음향은 닳을 일 없지만, 움직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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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 GROUP, 〈BARCODE〉: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학적 신체에 대한 어떤 감각들REVIEW/Dance 2023. 11. 6. 16:54
TOB GROUP의 〈BARCODE〉는 꽤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이다. 전자가 내용적 질서라면, 후자는 형식적 차원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문명의 현대인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 결합한다. 무성영화의 영사기를 활용한 시작과 같이 〈BARCODE〉는 현실을 감각하는 데 여러 장치들을 거침없이 가져오는 편이다. 이는 멀티미디어적인 활용에 닿아 있다. 또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결합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모티브는 변형되어 나오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Technologic〉에서 ‘전적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적이라는 건 음악이 움직임을 통해 체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억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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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안무,〈정글-감각과 반응〉: 스펙터클은 오늘날 가능할 수 있을까REVIEW/Dance 2023. 11. 6. 16:29
〈정글-감각과 반응〉은 무용수들의 꽉 찬 몸짓과 무대를 통해 과잉과 충만의 스펙터클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비교적 밝은 무대 위에서 모든 무용수가 서 있고, 곧바로 음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됨이 이를 선취한다. 붉은색 계열로 된 보색 대비의 천들이 얼키설키 누빈 원반 오브제가 무대 꼭대기에 달려 있고, 그 아래 붉은 조명이 “정글”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음악은 즉물적이고 직접적으로 신체를 강타한다. 브레이킹과 유연함이 뒤섞인 채 그 강도가 감축되지 않는 맹렬한 움직임은 강렬함의 정서와 동물적인 신체를 재현한다. 곧 〈정글-감각과 반응〉은 “정글”이라는 배경을 “감각”의 세기와 직접적인 ”반응“의 차원으로 구성한다. 이 외에 더 다른 수식과 묘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한 명이 그를 보는, 곧 관객과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