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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화, 《오팔 Opal》: 조각-오브제-스크린-신체의 응결점으로서 이미지REVIEW/Dance 2024. 10. 18. 10:12
양윤화 《오팔 Opal》, performance, 40mins, 2024. (이하 상동).
양윤화 작가의 《오팔 Opal》은 퍼포먼스와 전시가 결합된 형태이며, 더 정확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가 재형성되고 나아가 퍼포먼스를 통해서만 전시가 임시적으로 작동하는 퍼포먼스형 전시이다. 다섯 개의 살아 있는 신체의 지지체를 기초로 한 유동적인 다섯 개의 조각과 조명을 근간으로 한 무대(로서 오브제)의 캡션이 “러닝타임”이라는 용어로써 뒷받침되고 있음은 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임시성의 가시화는 관람객의 신체를 경유하면서 일부 초과하는데, 50분으로 측정된 퍼포먼스에 비해 1시간으로 ‘책정’된 후자의 그 초과분은 일정 시간 동안 더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수여한다. 신체의 한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후자는, 아마도 더 많은, 시간과 구애되지 않은 채 고정된 설치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관람객이 자리한 시간만을 거의 감싼다.
원단을 걸친 다섯 개의 조각 〈히포로히〉(2024. 파란색 쉬폰 원단, 면실, 가변크기, 러닝타임 50분.), 〈로삭〉(2024. 검은 아사 원단, 면실, 가변크기, 러닝타임 40분.), 〈위-스-톨치-주〉(2024. 라벤더색 쉬폰 원단, 면실, 가변크기, 러닝타임 38분.), 〈위-스-톨치-우〉(2024. 살구색 쉬폰 원단, 면실, 가변크기, 러닝타임 38분.), 〈루투투무오〉(2024. 머스타드색 쉬폰 원탄, 면실, 가변크기, 러닝타임 35분.)은 주요한 퍼포먼스의 체현 대상으로, 여기서 일종의 영화와 같은 스크리닝의 형식이나 퍼포먼스를 포함한 상연 형식에 해당되는 용어인 러닝타임이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이 특이한데, 실제 그 다섯 대상은 시간의 차이에 따라 더 빠르게 등장하고 뒤늦게 퇴장하는 대상과 그 반대의 대상 간의 순차적인 등장과 퇴장이 적용된다.
이 조각들의 시간적 특질은 일종의 퍼포먼스의 상연 시간과 결부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무대 전체에 부여되는 러닝타임과 다른 독자적인 시간들로 더 정교하게 측정되는 대상으로 분화되고 있고, 나아가 얼굴과 비인간적 신체라는 형태적 측면에서는 스크리닝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곧 스크린의 사이즈가 유동적으로 변주되는 3D 입체 영상으로 말이다. 사실 후자의 차원에서 이 퍼포먼스의 조각/오브제들을 보는 것이 더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얼굴과 인간의 신체 윤곽을 (거의) 소거한 형태들은 움직임보다는 매우 더딘 ‘변경’의 범주 아래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때로 위, 스, 톨치, 주/우의 음절로 생각되는 소리―어쩌면 각자 자신들의 제목을 발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를 단속적이고 간헐적으로 내며 공동체적인 집단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화음에 가까워진다. 음절은 단어로서 의미를 갖지 않으며, 분절된 형상이 일종의 단말마의 신음이나 음가를 띤 속삭임 혹은 노래의 한 단위로서 가시화되는 가운데, 원단에서 안으로 굴절되므로 명확하게 분별하기는 어렵다. 그것들을 분별하기 어렵다는 것과 각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상응하고 상쇄한다. 곧 굳이 알지 않아도 좋고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다.
가장 먼저 등장해 있고 등장해 있을 〈‘낮이라는 방이 있다면…’〉(2024. 나무 위에 페인트칠, 조명, 340×700×200cm, 러닝타임 1시간.)을 제외하고 처음 등장하는 〈히포로히〉는 두 사람이 하나로 연결한 원단 안, 그러니까 두 개의 원단을 이은 하나의 원단 안에서 움직이며 좌우 대칭의 형상을 만들게 되는데, 이는 대략적으로 M자에서 V자를 향해 가는 느린 프로세스이다. 이것은 거의 유일하게, 움직임을 포함하는 하나의 스크린으로 존재하는 ‘더 많은’ 시간에 따라 각인된다. 반면, 이후 뒤따르는 신체 기반의 오브제들이 합산되고, 비슷한 움직임의 스크리닝화가 실천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그 각인의 인지 방식은 무력화된다―그저 지루하거나 조금 다른 반복의 차원 정도‘일’ 것이다.
크로마키의 신체이자 동시에 배경이기도 한, 하나의 톤을 띤 형상 그 자체의 변경으로 존재하는/스크리닝되는 오브제들은 조각에 시간과 물리적 공간의 변경 혹은 확장―소리를 통해서―, 형태의 변화를 더한다는 점에서 조각의 쇄신을 추구하고 가시화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움직임이나 인간의 신체성, 유동성은 강조의 측면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가치를 더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조각적 대상으로, 특이한 건 그 조각을 우리가 움직이며 대응하는 대신에 우리 앞에 그 조각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차이가 생산되는 부분일 것이다.
관람객은 공간의 공간 한 면을 차지하는 스크린-조각 혹은 무대-조각 〈‘낮이라는 방이 있다면…’〉을 제하고 삼면의 모서리에 둘러앉는다. 곧 중앙 전면을 차지하는 입체 조각에 대한 대응이자 이미 가 쪽에 놓여 있던 세 개의 조각 〈Ear to ear〉(2024. 단풍나무, 12.5×13×20cm(L), 13×12×20cm(R).), 〈KISS〉(2024. 플라스틱 페트병 위에 드로잉, 수지 점토, 35×9.5×9.5cm.), 〈낮에 무언가 사라진다면 금세 알게 될 것이다. 밤은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사라진 것까지도.〉(2024. 도자기, 나무, 끈, 작은 자갈들, 79×9×9cm.)이 관람객을 더 가로 밀어붙인다.
《오팔 Opal》은 다른 대부분의 퍼포먼스가 신체성 그 자체를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코드를 드러내거나 신체성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 또는 신체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더하는 것, 또는 오브제와 결부되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한 연장 행위 등과 차이를 가진다. 신체는 원단에 의해 매개되어 있고 또 가려져 있다. 신체는 베일에 싸여 있는 셈이고, 원단과 같이 움직임은 ‘재단’된다. 신체는 오브제/대상/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동원된다. 신체는 가려지고 동원되고 재단된다. 재단은 일종의 또 다른 안무의 법칙, 공식, 규율을 포함한다. 곧 조각의 가시화는 재단으로서의 안무에 의한다. 안무는 신체를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신체를 드러낸다. 안무는 곧 변형, 전유된 신체성, 곧 사라진 신체성이자 새롭게 생성된 신체성을 구성한다.
캡션의 첫 번째 작품 〈‘낮이라는 방이 있다면…’〉과 마지막 작품, 일종의 짧은 시로도 볼 수 있는 〈낮에 무언가 사라진다면 금세 알게 될 것이다. 밤은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사라진 것까지도.〉는 움직임보다 형상, 스크리닝보다는 이미지에 가까운 조각들에 언어를 부여하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 곧 낮이라는 방의 입구에 들어서는 대신에 그것이 저 멀리 은은하게 우리를 유혹하는 가운데, 그 반대편에 자리하며, 무언가 사라지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는 낮이 아닌,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잘 구분되지 않는, 따라서 사라진 것도 아마도 사라지지 않은 우리와 구분할 수 없는 하나로 묶이는 밤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 또는 잠겨 있는 것. 곧 밤의 추상적 속성을 우리 앞에 나타난 기이한 비인간 신체들을 통해 탐사하는 것이 이 퍼포먼스의 의미임을 두 개의 작품 제목이 가시화하고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전시 개요]
양윤화 《오팔 Opal》
기간: 2023.8.10.(토)—2023.8.11.(일)
시간: 8.10.(토) 오후 3시 / 오후 7시, 8.11.(일) 오후 1시 / 오후 4시
장소: 아트스페이스3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7길 23 B1)
러닝 타임: 50분
〈크레디트〉
연출 및 개념: 양윤화
드라마트루그: 하상현
퍼포머: 간주연, 양윤화, 윤재희, 이민진, 이소여, 임은정, 정현엽
조명 자문: 공연화
조명 도움: 최서은
무대 설치: 황효덕
도자기 제작 도움: 폴리가든
목공 도움: 황효덕
미싱: 양윤화
미싱 자문: 김소현, 조은아
그래픽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남미경
영상 촬영: 정순영
사진 촬영: 이차령, 이현석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감사한 분들: 곽소진, 장아람, 정소영, 정지현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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