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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종, 〈Cosmo〉: 트랜스를 위한 어떤 감각 혹은 리듬
    REVIEW/Dance 2023. 12. 12. 00:07

    최호종의 안무, 〈Cosmo〉[사진 제공=전복된해부학적풍경].

    Sal의 ‘Alpha’의 하나로 묶인 최호종의 〈Cosmo〉에서 퍼포머 그룹의 종종거리는 스텝은 일관되게 구사된다. ‘자극이 가해지는 몸’이라는 은유와 같이 트랜스된 몸의 상태에 상응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트랜스는 ‘우주’라는 뜻의 접두사로서 기능하는 제목을 상기시킨다. 자극, 곧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물리적이고 비가시적인 차원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주사―“자극이 피하주사침을 통해 피부를 뚫고 주입된다.”―로 비유되는 세계의 광경은 가치 평가를 유예한다. 

    〈Cosmo〉는 그 트랜스의 상태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집중한다. 2박자에 미치지 못하는 스텝과 느슨해지고 풀어헤쳐지는 몸의 상태는 일정한 박자의 체현과 몸의 이완과 확장이라는 두 가지 상태를 합성하고 있다. 음악의 상태로도 연장되는 이 같은 몸의 양상은 관객에게서 의식과 몸의 불완전한 합성적 반응으로 연결되는데, 가령 일정한 박자의 하나의 구문과, 스텝의 축의 변화나 대열의 재정비, 움직임의 재편 아래 다른 하나의 구문이 뒤섞이는 과정은 하나의 정동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의식적인 각성을 끊임없이 촉진한다.

    특히 후자의 구문에서, 끊임없는 몸의 확장과 그 절단이라는 일종의 전개를 따를 수밖에 없는 몸의 변환은, 이러한 무아지경에 차이를 가져오는 시작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대는 흩어지지 않고 쌓여만 간다. 스텝의 리듬, 그리고 리듬의 음악은 결국 몸을 고정하고 무대를 고정하며 시간을 쌓는 지지체가 된다. 리듬은 단속적이지만 일정하고 일정할 것이라는 하나의 주술이 된다. 그에 따른 춤은 몸에 묶여 있고, 몸으로 또한 전이된다. 이 두 다른 상태가 의식을 붙들고 나아가게 한다. 곧 두 상태는 충돌하기보다 연합된다. 

    무대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높은 구두를 신고 상반신을 탈의한 최호종과 동일한 복장을 한 나머지 그룹의 사선에서의 마주함은 그들 간의 어떤 위계와 지시, 신분을 상징한다. 가령 최호종과 달리 다른 이들은 검은 레오타드를 걸쳤으며, 무릎 높이까지 오는 타이츠를 입고 굽이 그다지 높지 않은 구두를 신었다. 이러한 복식으로부터 최호종은 과잉된 차원 자체로서 발화하고, 그것은 전파된다. 그리고 이 마주함은 자리를 맞바꿔서 한 번 더 반복되지만, 발화의 크기는 축소된다. 이는 뒷모습으로 등장한 최호종의 존재를 즉각 현실의 어떤 차원에 있는 것으로 상정하지만, 어느덧 거기서 오는 상대적인 권력 구도는 동질한 반응의 집단적 체험으로 망각되기 때문이다. 

    높은 굽과 검은 구두는 또는 검고 얇은 의상은 섹슈얼한 몸들을 만든다. 특히 전자는 더욱더 과장된 몸짓으로 연장된다. 그것은 인위적이면서 동시에 이를 자연화한다. 여기서 몸은 기괴하고 퀴어적인 차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는 물론 퀴어의 속성을 지시하기보다 퀴어라는 표현을 구성한다. 궁극의 반복과 몰입, 자아의 확장과 변전, 무시간적 영토를 통해 주체는 어떤 상태로 응결된다. 

    최호종의 〈Cosmo〉는 배진호 안무가의 〈갈라〉에서처럼 강렬한 표현주의가 드러나는 신체의 양상에 접근한다. 동시에 몸짓을 공간 구성의 차원으로 연장하는 측면 역시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는 반복적 리듬을 통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자극은 역치 값을 상정한다. 그 역치를 넘어설 때 자극은 감소된다. 반면, 〈Cosmo〉는 자극의 일상화를 오히려 영점으로 설정한다. 트랜스된 상태의 지속은 무언가가 넘어가고 있음을 그럼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희미하게 인식하게 한다. 앞선 분절되는 상체 움직임이 공간에서 재편되든 다른 양상의 몸짓을 띠든 그것은 극적 변화나 단절보다는 일정한 상태 그리고 그것의 전체 흐름으로 수렴한다. 그리고 감각은 또렷해진다. 곧 ‘피하주사의 자극’은 자극이 아닌, 일정한 리듬의 축을 체화하는 것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3.11.10.~11.11.
    공연 장소: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주최 및 주관: 전복된해부학적풍경

    안무: 최호종
    출연: 배진호, 윤혁중, 현준범, 서예진, 강현욱, 김이연, 박진석, 최호종
    무대 감독: 김진우
    조명 디자인: 김재억
    음악 감독: 하이찬
    PD: 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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