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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Powered by Emotion〉: 춤은 무엇과의 간격인가
    REVIEW/Dance 2023. 11. 15. 17:30

    마텐 스팽베르크,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옵신페스티벌 제공(이하 상동).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에서 “감정”은 작품에서 직접 언급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주요한 매체로서 확인된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힘”을 추동한다. 이는 움직임의 어떤 프로세스를 지시한다. 마텐은 움직임의 형태가 아닌, 재현 체계의 질서를 드러내고자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춤을 추는 스티브 팩스턴을 담은 발터 베르딘의 영상의 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들”로 분기되는 텅 빈 무대는, 일관된 보여주기를 실천한다. 이에 따라 퍼포머의 역량 자체가 재고의 대상이 된다. 실제, 음악이 입혀지는 움직임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드러난다. 곧 약간의 오차―음악의 박자를 살짝 늦게 체현하는 움직임, 누구라도 출 수 있을 거 같은 뻣뻣한 관절의 적은 가동 범위, 움직임을 실패하거나 음악과 어긋나며 내뱉는 탄식 등 무대와 존재는 완전히 화합하지 않는다. 

    음악이 움직임에 선행하는 매체라면, 이는 감정을 좌우할 것이다―그것은 ‘힘을 주는 감정이라는 매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텐은 음악을 듣고 그에 감응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음악을 체현하는 몸의 훈련이 이미 존재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마텐은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유일한 소유자로 보인다. 또는 자신의 움직임에 대해 도취할 수 있는 유일한 관찰자로 보인다. 이는 어떻게 가능한가. 마텐은 스티브 팩스턴의 재현적 주체로 존재하고, 그에게는 음악이 직접적인 감정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스티브에 대한 기억의 매개로 작용한다. 아니 작용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스티브의 춤은 마텐에게 춤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곧 스티브-마텐의 인지 정서적 복합체로서의 춤. 만약 춤이 개인적 진실을 다가가려는 어떤 시도라면, 완성된 형태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감정-힘의 프로세스는 사실 어떤 형태와 형식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재적인 절차이며 또한 승인이다. 춤의 이미지와 함께 춤추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우리가 보는 건 음악과 마텐 한 명뿐이다. 마텐을 스쳐 가는 이미지를 그의 표정과 머뭇거림으로 등치할 수는 없다―이미지는 제거되어 있고, 단지 마텐만이 자리할 뿐이다. 그것은 다분히 낭만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다. 춤의 형태 그리고 춤의 형식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결국 마텐은 그 이미지를 생각하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일까. 춤을 추면서 그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일까. 또는 춤을 추면서 그 이미지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일까. 

    음악과 몸의 유격은 이미지와 춤의 간격일 수 있다, 그 이미지를 전유하는 사람에게는. 반면, 마텐은 재현 질서의 차이를 논하는 대신에, 단지 완벽하지 않은 춤의 절합 과정을 구성한다. 춤의 동기를 알 수 없지만, 또는 추정만 할 수 있지만, 춤이 그의 판단과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마텐은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는 동시에 감정의 바깥으로 접면한다. 또는 힘을 배출한다. 음악은 일종의 규율이면서 규칙임이 드러난다. 이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를 부르는 마텐에게서도 드러난다. 마텐은 그 음악과 완전한 싱크를 맞추지 못한다. 얼버무림이 동원된다. 여기에 반주가 나올 때 마텐은 춤을 곁들이는데, 이는 다분히 형식적인 처리의 양상이다. 코러스의 반복적이고 일정한 패턴을 적당히 고수한다. 

    이러한 패턴은 통상 음악에 대한 흥취를 공유하는 전략이다. 나아가 관객의 흥취를 담을 수 있는 시각적인 표지로 연장하는 것이다. 스티브의 춤을 전유하는 마텐의 춤과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음악을 즐긴다는 것, 그것이 춤으로 발현된다는 것에서 후자의 춤은 더 근원적인 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곧 제목을 더 적확하게 구현하는 것일까. 마텐은 음악과 춤의 유격을 통해 그 둘의 상관관계를 드러낸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숨는 형식이 아닌, 하나와 다른 하나가 만나는 지점을 이야기한다. 춤이 마침내 음악을 장악하는 순간을 만드는 대신, 음악에 다다르려는 춤의 자각적인 순간들을 드러낸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공연 일시: 10.31.20:00, 11.1.17:30 / 20:00, 11.2.19:00

    공연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콘셉트·연출: 마텐 스팽베르크

    음악: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서울 코디네이션: 이경후

    지원: 탄츠임아우구스트, 스웨덴 예술위원회, 스웨덴예술기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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