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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주며, 나아가 인간사에 접근해 가는 하나의 시각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집단은 빛 가운데 정면으로 도열한 모습을 선보이고는 하는데, 이러한 이미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호페쉬 쉑터 컴퍼니는 이야기의 여지를 주는 상징이나 표현 주체의 의식을 해명할 단서를 제시하지 않는다. 모든 건 움직임으로 수렴한다. 중세의 복장 역시 어떤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단지 과장된 몸짓을 성립하기 위해 자리하는 듯 보인다. 인물들의 표정 역시 꽉 찬 몸짓을 수행하는 데 따르는 하나의 부속이자, 수행함으로써 생겨나는 표층이다. 과장된 위세 자체의 정체성 또는 이미지로 눈멀게 하기로서, 그러한 장면은 스텝의 예비 동작으로 자리하면서 관객을 직접 마주하며 현전하고 사라진다.
이는 스텝과 마찬가지로 무대에 다시 돌아오는 이미지이며 따라서 반복의 단위로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하나의 움직임―도열과 흐름들―은 무대를 뒤덮고 재배열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들은 거대한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구조는 두 층위의 음악에 상응하는데, 중첩되는 타악 위주의 음향과 누군가의 목소리는, 전자가 스텝과 같이 기본적인 반복의 단위를 만드는 데 유효하다면 후자는 이 움직임들에 내면의 의식과 혼란스러운 광경을 부여한다. 타악이 단순한 땅 위에서의 수직 운동을 상정한다면, 목소리는 교차하는 흐름들의 혼란스러움 또는 복잡성을 추동한다.사실상 처음에는 죽임/죽음과 집단의 움직임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이 주어진다. 무릎을 꿇고 있는 타자를 죽이고 정적과 함께 그로부터 모두가 멀어짐은 대표적으로 충격을 주는 장면이다―이러한 충격이 계속 상쇄되어 가는 게 〈Clowns〉의 주요한 서사의 축이다. 하지만 집단의 에너지는 일관되게 발현되고, 또 바뀐다. 죽음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재현의 가장 뚜렷한 몸짓이기도 하며 움직임의 순수한 표현 양상을 절단한다. 그 적막 가운데 시작되는 움직임은 이를 중화시켜 나간다. 곧 순수한 움직임에 사로잡히는 것이 요청된다. 이 살해 장면은 반복을 통해 그에 관한 충격을 상쇄한다. 곧 충격을 덜기 위해 반복이 자리한다.
열렬한 박수를 유도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Clowns〉에서, 관객의 열띤 반응은 누군가의 죽음에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군중의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곧 죽음은 극단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멈춰 세우지만, 이전의 반응에 대한 관객의 겸연쩍음 혹은 허탈함 등의 감정은 미처 해소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일종의 트릭은 이후에도 더 강화되어 반복된다. 커튼콜로써 이 모든 걸 공연의 일부로 수렴하려던 관객에게 이전 장면을 컷으로 분할해 나열하는 또 다른 서비스가 시작되고 마는 것이다. 관객은 의도치 않게 죽음과 죽임의 관계로부터 거리를 두지 못한 입장이 된다.〈Double Murder - The Fix〉(이하 〈The Fix〉)는 모던한 무대 양식을 연출한다. 집단을 구성하는 접촉의 움직임은 현대의 각기 다른 복장을 한 인물들에 상응하며, 〈Clowns〉에서처럼 구조의 흐름을 보여주기보다 구성하는 몫의 자율성에 집중한다. 한 명을 둘러싼 집단의 관계, 각자의 접촉들이 확대되는 하나의 유동적인 집단, 이러한 에너지는 급격하게 무대 밖을 이탈하는데, 가련한 한 명에게 가하는 집단 에너지의 조심스러움과 연민은 관객으로 향하면서 관객 한 명 한 명을 포옹하기에 이른다. 〈Clowns〉와 죽고 죽임의 영원 회귀적인 삶에 관객을 귀속시키려 한다면, 〈The Fix〉는 작위적인 흐름의 밀도 대신에―이러한 작위성이 사실 살해 장면에 대한 무대에서의 자신의 면죄부를 형성한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다가서며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움직임을 통해 이전과 다른 현실을 구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극단적인 메시지는 실제 관객의 두 다른 개입의 양태를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함에도, 극단적인 인간사에 대한 비판과 극단적인 따뜻함에 호소하는 몸짓이 손잡는 지점에서 ‘두 가지 죽음(Double Murder)’이 자리한다. 그에 따르면, 두 작업은 애초에 분리될 수 없다. 그럼에도 더 강렬한 움직임, 움직임‘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미시적인 몸짓이 거대한 움직임과 함께 자리하는 건 따라서 강력한 표현이 되는 건 〈Clowns〉다. 강렬한 약동으로서의 움직임, 그것이 리듬이 되고 구조의 단위가 되고, 숨 쉴 틈 없이 밀려올 때 객석에는 긴장과 설렘이 발생한다. 이러한 흐름은 언어가 중개하는 서사의 흐름으로 온전히 치환되지 않으며, 몸짓과 움직임의 단위, 몸들과 몸들의 배치를 통해 발현된다.호페쉬 쉑터의 안무는 움직임의 미소한 단위의 발생과 공간에의 배치 사이에서 반복되는 리듬의 구조를 쌓는다. 이 둘의 확장과 수축의 간격을 거의 사라지게 만드는 건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동시에 어떤 움직임의 단위들도 개인에 귀속되지 않으며, 어떤 움직임의 단위들도 그 개인의 취약함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집단적 힘이 가진 하나의 배치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그 집단이 하나의 움직임을 동시에 취함에도―그 밀도를 모두 자연스럽게 체현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한다.―, 그 움직임의 양상을 모두 다르게 적용하기에 역동적인 힘의 분배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구조 안의 세부를 기입하고, 동시에 파편들 위의 단위를 작성하는 것. 곧 안무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은 움직임‘들’의 복잡도를 정교하게 세공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어떤 물음을 던질 수 있을까. 살인을 방조하고 기만하는 사회라는 하나의 메시지는 움직임이라는 뼈대 위에 새겨지는 찰나들의 집적으로 얻어진다. 그것을 지탱하는 서사는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넣은 짧은 장면만으로 충분하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10.14~10.15 7pm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스태프〉
안무: Hofesh Shechter
출연: Tristan Carter, Rachel Fallon, Cristel de Frankrijker, Justine Gouache, Charles Heinrich, Oscar Jinghu Li, Attila Ronai, Keanah Faith Simin, Chanel Vyent, Niek Wagenaar, Zee Zunnur
작곡: Hofesh Shechter
〈The Fix〉 조명: Tom Visser
〈The Fix〉 의상: Peter Todd
〈Clowns〉 조명: Lee Curran
〈Clowns〉 추가 조명: Richard Godin
〈Clowns〉 초연 의상: Christina Cunningham
기술감독: Paul Froy
조명디자인: Andrej Gubanov
음악감독: Tom Penny
무대감독: Oran O’Neill
무대기술감독: Gareth Green
투어매니저: Rebecca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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