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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The New Wave #] 정제공장프로젝트, 〈Same Old Story〉: ‘연결을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3. 11. 6. 16:58
정제공장프로젝트의 〈Same Old Story〉(안무: 박선화, 출연: 옥골선풍, 박선화)는 음향과 움직임의 동기화를 움직임의 메커니즘으로 가져가는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에서 기표의 자의성이 전제되고 언어-움직임의 배치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이다. 곧 언어와 움직임 간에는 필연적인 관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것은 재현도 설명도 아닌 그저 어떤 옮김이다. 동시에 짧은 단위의 어구들이 단속적으로 뒤섞이며 움직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문장의 연결이나 서사의 구조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아니다.
음향은 또 움직임은 그것의 논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구성이 아니라, 일종의 샘플링과 리믹스로써 발현되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움직임의 동기 혹은 동력은 음향의 전화에 있으며, 음향은 닳을 일 없지만, 움직임은 일종의 소진 상태를 향해 간다. 특이한 건 움직임의 형태가 재현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곧 일 대 일 대응 관계로서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심미적인 양태를 만들 이유도 내적인 동기를 표출할 이유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둘은 거의 같은 동작으로 2인무를 진행하는 가운데, 박선화의 몸짓은 적잖이 끈적하면서도 추의 양태를 보여준다.곧 동기화를 위한 몸의 기능적 측면은 그 자체로 유희적이거나 또 공포스러운 것일 수 있지만, 몸짓을 얼굴로 이전하는 것 또는 그 반대의 차원에서, 움직임은 온몸을 구기고 늘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는 얼굴에 반영된다. 마치 얼굴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에는 몸이 잔뜩 묻어난다. 얼굴은 구겨지고 늘어난다. 언어가 최초의 움직임의 단위를 확정하면서 영향을 준다면, 사선으로 교차한 배치에서의 2인무의 형식이 상대방과의 호흡을 차이와 뒤얽힘의 이미지로 바꾼다면, 몸을 던지고 정렬하는 과잉된 에너지와 동작에서 결국 장면들은 둥글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면들은 결국 다시 몸으로, 어떤 표현의 무한함으로, 그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지는가. 파편으로서 장면들은 무목적성과 비합리성의 차원에서 연결 불가능성의 결과를 낳는 대신, 기이한 연결로 이어진다. 그것은 결국 몸을 놓고 펼치는 춤에서의 근본적인 방식으로의 이전이다. 기표의 자의성이 몸을 기계적이고 명징하게 추동했다면, 자의적인 구문들의 ‘연결’은 흐릿하고도 불투명한 서사를 만든다. 이는 ‘연결’이라는 희미한 서사의 단서를 남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일시: 10.8 7PM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안무: 박선화출연: 옥골선풍, 박선화
작품 길이: 15분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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