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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용 안무,〈정글-감각과 반응〉: 스펙터클은 오늘날 가능할 수 있을까
    REVIEW/Dance 2023. 11. 6. 16:29

    김성용 안무, 〈정글-감각과 반응〉 @ 국립현대무용단_황인모(이하 상동).

    〈정글-감각과 반응〉은 무용수들의 꽉 찬 몸짓과 무대를 통해 과잉과 충만의 스펙터클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비교적 밝은 무대 위에서 모든 무용수가 서 있고, 곧바로 음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됨이 이를 선취한다. 붉은색 계열로 된 보색 대비의 천들이 얼키설키 누빈 원반 오브제가 무대 꼭대기에 달려 있고, 그 아래 붉은 조명이 “정글”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음악은 즉물적이고 직접적으로 신체를 강타한다. 브레이킹과 유연함이 뒤섞인 채 그 강도가 감축되지 않는 맹렬한 움직임은 강렬함의 정서와 동물적인 신체를 재현한다. 곧 〈정글-감각과 반응〉은 “정글”이라는 배경을 “감각”의 세기와 직접적인 ”반응“의 차원으로 구성한다. 이 외에 더 다른 수식과 묘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한 명이 그를 보는, 곧 관객과 마주하는 각도에 놓인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조금 위축되며 안쪽으로 밀려 나가는 모습은 분명히 인물이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사회 환경의 구성원임을 드러내는 정보이다. 곧 드라마에 대한 연출로서 〈정글-감각과 반응〉이 자리한다. 반면, 각각의 장들은 그 변화의 기점과 전개 양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따라서 포화되어 있는 각각의 무용수들의 움직임, 그 각각의 양상은 어떤 차이를 보이고, 그 무용수의 고유성으로부터 이는 어느 정도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이는 앞선 일정한 코드 양상에 대한 재현으로서만 자리한다. 그리고 그것이 포화되어 세계를 구성하여 그 세계가 분명히 실재함을, 곧 감각할 수 있는 것임을 드러내기 위해 자리한다. 무용수들은 모두 화려한 무늬로 프린팅된 얇은 상의를 입고 있고, 이는 전신 타투에 대한 재현으로서 상정된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하나의 부족적 세계와 의식이 발생하는 장소성을 상징한다. 

     

    〈정글-감각과 반응〉은 숨 쉴 틈 없이 사운드를 전환하며, 무대 세트를 변경하며, 전면의 무용수를 변경하고 전체적인 무용수들의 배치를 재구성하며 빈 곳이 없이, 그 빈 곳은 새로운 것의 출현으로 자리하게끔 전개 양상을 가져간다. 이러한 감각적 세계가 정글을 구현한다면, 그 정글은 어디서 온 메타포인가. 그런 질문으로부터 〈정글-감각과 반응〉은 어떤 대답을 구성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 “정글”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근대인이 채울 수 없는 환상의 잉여인가. 그렇다면 〈정글-감각과 반응〉은 무용에 사유가 끼어들고 움직인다는 것의 의미를 자조적이든 흥미롭게든 질문하며 몸의 정체 구간을 허용하는, 빈 공간으로부터 시작하는 오늘날의 안무에 대한 기억 상실로서의 꿈일까. 

    인류세 이후의 환경에 대한 강박적 윤리의식, 또는 부채 의식, 아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재사유로서 자연이 〈정글-감각과 반응〉에 자리하는 것 역시 아니다. “정글”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언어를 감수한다. 가령 시나브로가슴에의 〈제로〉(2021)의 경우, 그 세계를 충분히 정글의 그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정글의 양태뿐만이 아니라 정글이라는 형식을 창안한다, 〈정글-감각과 반응〉이 정글이라는 세계를 모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는 제목이 사후적인 해석을 결정한다는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는 아니다.

     

    〈제로〉는 일종의 태도가 형식이 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는 정글이라는 지난 시대의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정글이거나 아닌 어떤 원초적인 세계의 원형질적인 감각이 현현하는 순간을 향한다. 전자가 의사-세계라면, 후자는 세계의 재창안에 가깝다. 전자가 정글을 재현한다면(그리하여 진짜 정글과의 차이를 끊임없이 벌려 둔다면), 후자는 정글이라는 세계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정글에 대한 재현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정글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서가 아닌 차원에서.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국립현대무용단 <정글-감각과 반응>
    일시: 2023.10.4.(수) 8PM
    장소: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러닝타임: 60분
    주최: (사)한국현대무용협회 
    주관·제작·공동기획: MODAFE(모다페), (재)국립현대무용단

    안무: 김성용
    리허설디렉터: 이준욱
    작가/드라마투르그: 김미영
    시노그래퍼: 유재헌(유잠스튜디오)
    조명디자인: 이정윤
    작곡/사운드디자인: 김나언
    무대감독: 조윤근
    댄스필름감독: 유소라
    출연: 강성룡, 강승현, 김민아, 김윤미, 김윤현, 성민정, 양지연, 유다정, 이경엽, 이지수, 정다래, 정재우, 정주령, 조현도, 천영돈, 최연진, 하지혜, 홍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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