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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 GROUP, 〈BARCODE〉: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학적 신체에 대한 어떤 감각들REVIEW/Dance 2023. 11. 6. 16:54
TOB GROUP의 〈BARCODE〉는 꽤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이다. 전자가 내용적 질서라면, 후자는 형식적 차원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문명의 현대인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 결합한다. 무성영화의 영사기를 활용한 시작과 같이 〈BARCODE〉는 현실을 감각하는 데 여러 장치들을 거침없이 가져오는 편이다. 이는 멀티미디어적인 활용에 닿아 있다. 또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결합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모티브는 변형되어 나오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Technologic〉에서 ‘전적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적이라는 건 음악이 움직임을 통해 체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억누를 수 없는 구매 충동, 또한 기존 상품과 쓰레기의 맞바꿈을 부르짖고 있고, 결과적으로 〈BARCODE〉의 사회 병리학적 시스템을 체현한다. 마찬가지로 테크노 음악의 작위적 분절은 〈BARCODE〉의 과도한 몸짓과 정신없음의 생리로 연장된다.
〈BARCODE〉는 크거나 작은, 빈 상자를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는데, 작은 빈 상자에는 “BARCODE”와“PRODUCE“가 각기 다른 면에 한두 글자씩 새겨져 있다―후자의 E가 그려진 상자에는 “T”와 “?” 역시 각기 다른 면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무용수에게는 하나의 상자가 주어지므로 여섯 명의 무용수에 맞춰, 단 두 글자를 제하고는 모두 한 글자씩 새겨져 있는 셈이다―“BA”와 “PR”이 그 예외이다. 여기서 상자를 돌려대며 해당 글자가 있는 상자의 면을 드러냄의 행위는 다분히 과장되고 과잉되어 있다. 요란 법석한 이 행위로부터, 곧 작은 상자로부터 몸은 전면으로 확장된다. 거기에는 부풀려지는 신체, 과잉된 신체가 있다. 이런 상황은 작위적이고 그 신체는 정제된 신체 움직임에 잔뜩 달라붙는 불투명한 잉여의 덩어리를 생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돈 먹고 돈 먹기”로 상기되는 ‘야바위’ 게임에서 상자를 뒤집었을 때 무언가가 나오거나 나오지 않음이 ‘공평하게’ 전제됐다는 가정 아래 패는 드러나지만, 실은 그것에 건 누군가의 기대가 부재의 결과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그리고 그러한 장면에 비극과 희극이 중첩된 것처럼, 그럼에도 그것을 뒤집을 때 잠깐의 긴장이 기대를 건 이의 시점을 따라 ‘유예’되는 것처럼, 〈BARCODE〉에서 텅 빈 상자가 기필코 “BARCODE” 혹은 “PRODUCE”/“PRODUCT”를 만들 것임을 알면서도 그 상자를 끊임없이 돌려대고 합산해서 하나의 단어를 생산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 주는 쾌감, 그리고 발생하는 상자의 회전 궤적은 유효하다.
이러한 필연적인 결과에 대한 눈속임을 위한 무한 동력으로서의 움직임이 곧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적확한 알레고리가 아닐까. ‘바코드’와 ‘생산(품)’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것을 가리키는 두 단어는 선후 관계를 재단할 수 없이 계속 뒤바뀐다는 점에서, 의미의 전환은 사실상 없다. 이러한 두 단어상의 가까움을 산출함은 보통 생산품의 유통 과정 전에 찍히는 바코드가 생산품의 등장과 함께 그 위에 그대로 찍힘을 표현하는 데 더 가깝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손바닥 뒤집듯 손쉬운 결과로서 주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생산 양식과 등록 방식이 구성되는 것 아닐까.
〈BARCODE〉에서 현란한 돌리기와 뒤집기를 통해 상자의 알파벳을 보여주는 장면 이전에 커다란 빈 상자를 쌓는 장면은 꽤 많은 시간 계속된다. 거시와 미시적 동작으로 둘은 중첩된다. 상품이 수중에 닿기 전, 화물로서 머물 때에 대한 은유는 상품이라는 휴먼스케일을 능가하는, 거대한 세계가 구성하는 인간의 가속도와 확장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간다. 상자가 몸짓보다 더 큰 증폭으로 움직이던 것처럼, 그리고 어쩌면 그들의 과잉된 몸짓에 대한 미학적인 상쇄로서 그 움직임이 작용했던 것처럼, 상자들은 블랙박스처럼 그곳을 파고드는 신체의 끝과 신체의 부분들을 지워내기에 이른다. 따라서 그 상품으로 빠르게 뛰어들고 또 그만큼 빠르게 그곳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또는 신체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기 다른 신체들로 엮여 하나의 신체처럼 보이게도 된다.
이러한 과잉과 과장의 수사는 〈BARCODE〉에서 일관되며, 서커스 같은 느낌을 주기에 이른다. 사실 무성영화적 상영과 함께 몸을 겹쳐 놓는 부분에서처럼 〈BARCODE〉는 여러 장르와 매체를 전유하며, 전체적으로 몸들을 저글링하듯 주거니 받는 장면, 곡예와 같이 보이는 상자를 뒤집는 장면은 서커스라는 장르를 전유하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화물로서의 짐이 튀어나올 때 이미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극장 문이 열리고, 무대 바깥에서 트럭이 등장해 그것들을 싣고 갈 것임이 예기된 것인지도 모른다.
〈BARCODE〉는 현실을 은유하고 모사하며 감각하려는 어떤 시도 속에서 성립하고, 이는 그들의 움직임이 감각적이고 그 감각을 소모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복 수행함으로써 마침내 얻어지는 어떤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현실’을 수행하는 전략은 극장 바깥의, 무용 바깥의 여러 오브제와 현실을 가져오게끔 하며, 이러한 지점이 고착된 무용에서의 새로움을 획득해내게 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10.6 8PM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김민, 이마드리드, 김종우, 손지원, 박세진, 조영재, 김상헌
작곡: 김지산
작품 길이: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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