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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존재의 다변위성에 관한 언설
    REVIEW/Dance 2023. 11. 15. 17:03

     

    최강 프로젝트,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2023 SPAF ⓒ Sang Hoon Ok(이하 상동).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움직임에 관한 어떤 확약도 설명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움직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보게끔 하는 것일까. 추상적 언설로서 자막과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첫 번째 명사를 보면, 현상학적 명제가 부상하는 것 같지만, 이 얼굴은 단지 여러 표면의 하나임이 지시된다. 그것은 이전의 것을 각인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현재의 것 역시 곧 포기하게 만들려는 제스처로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그림과 그림자”라는 말이 가진 언어유희의 자의적 연관 관계가 결과적으로 차이의 분별로써 그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보면,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본질로부터 현상을 추출하기보다는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구성하는, 현대의 시를 쓰는 자율적 역량에 닿아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이 작업이 심대한 의미를 좇는 것은 아니다. 그림과 그림자의 우연한 겹침이 의미를 형성하듯 이미지와 여분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어떤 과정에 안무에 관한 존재와 기억의 양식이 생성되고 있음만이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그림과 그림자, 곧 능동태의 행위와 행위의 여분으로 남는 또는 어떤 행위를 더 갈구하는 마지막 형식으로부터 추출되는 형식에서, 변모의 과정 아래 존재의 다른 양태‘들’은 중단을 통해 분절된다. ‘중단’은 강조된다.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수많은 막과 막의 경계로 지나간다. 여러 모서리로 접혀 있는 무대는 양쪽 끝에서 약간 안쪽으로 말려 있다. 그에 따라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관객 중앙을 제하고는 좌·우측 객석에서는 관객을 일부러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무대 안에는 중앙에서 첫 번째로 접혀 들어간 양쪽 면에 위치한 두 개의 문과 객석 오른쪽에 하나의 창문이 있으며, 이는 막이 바뀌는 순간 문틈으로 끼어 있는 신체가 ‘발견’되는 것과 함께 열리게 된다. 관객은 그것이 좀처럼 열리는 순간을 마주하기란 어렵다. 처음 문을 최민선이 여는 순간 스모그가 나오면서 막이 전환된다. 그렇다면 ‘시체’의 도상은 이 막의 전환을 통해 연결된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막을 통해 연결 장면들을 삭제함으로써 서사에 대한 합목적적인 요청 역시 사라진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가 발화하는 건 주어진 현재의 장면이 어떤 이유 없이 “그냥” 존재한다는 것이다. 컷과 컷 사이에 모종의 컷이 있는 게 아니라 컷과 컷 사이에는 어떤 컷도 없다. 컷은 독립적이며 컷에 대한 부적응성은 컷의 부재를 더듬어 나가려 하는 시도를 초래하지 않는다. 여기에 일종의 가설을 도입한다면, 컷의 독립성이 움직임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일까. 이는 컷이 왜 이유(를 알 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가설이다. 컷이 서사를 희미하게 함축하지만 결정되지 않는다면, 곧 전자와 후자의 컷들이 인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나아가 시간의 선후 관계 역시 갖지 않는다면, 움직임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재현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는 다시 움직임의 자율성을 확충하는 것일까. 

    컷은 움직임의 일정한 단위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의 과정을 담고 있지 않기도 하다. 또는 그냥 막의 전환을 향하기도 한다. 이때 컷은 움직임의 최소 단위를 포함하지 않기도 한다. 이는 앞선 것의 급작스러운 단절과 뒤이은 것의 급작스러운 출현을 가져온다. 움직임이 ‘그림’이라면, 멈춰 있는 신체는 보이지 않는 그림에 대한 ‘그림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전환을 위한 전환이 부각된다. 

    최민선이 움직임에 뒤이은 목소리로 움직임을 연장하는 부분은 어느덧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가 부착되며 기이한 신체로 변화한다. 이 소리는 외부의 소리이지만 그것의 출처를 숨기고 내부로 초점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이하다. 몸은 소리를 체현하지 않고, 소리와의 간극을 노래한다. 곧 동기화의 간극으로서 몸이 존재한다. 반면, 강진안의 몸은 뒤돌아서 쿵쿵 뛰는 스텝을 반복하는 것처럼 무신경하고 무질서한 몸의 반경을 그리는 데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두 가지 움직임의 양태가 하나의 실험적 가설로서 놓이는 것이라면, 각각 최소한의 움직임이 기이해질 때 그리고 평범해질 때 모두 그냥 존재함의 양식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냥” 곧 무목적적이고 의미 없음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형식과 양태는 다양성의 견지에서 벌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는 일관된 움직임‘들’로부터 벗어나는 차이로서의 공통성을 통해 작품의 순일한 계보를 벗어나는 한편, 컷과 몽타주에 귀속되는 무대의 흐름 가운데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라는 서사의 거리를 확충하며 서사를 또는 존재를 서술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They just exist

    공연 일정: 10.15.SUN 4pm, 10.17.TUE 7:30pm

    공연장소: 국립정동극장_세실

    접근성: (전 회차) 안내보행

    장르: 무용 ●●●●●, 다원 ●●●●●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중학생 이상) 

    소요시간: 45분

    제작진
    안무: 강진안, 최민선
    무대감독: 조은진
    조명감독: 김재억
    음악: 고요한
    무대디자인: 로와정
    무대조감독: 김도연
    무대제작협력: 손정민
    의상: 김은경
    문서: 김뉘연, 전용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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