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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수현 안무가 〈Zzz〉: 잠을 자는 신체의 표현 혹은 상태
    REVIEW/Dance 2023. 12. 11. 17:41

    황수현 안무가, 〈Zzz〉ⓒ오석근[사진 제공=서울문화재단](이하 상동).

    황수현 안무가의 〈Zzz〉는 잠을 공연의 주요한 경험으로 구성한다. 이는 관객의 각기 다른 몸들이 스스로의 공연들을 완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제거한 하나의 바닥 공간이 된다. 제목이 의성어로 잠잘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듯 〈Zzz〉는 평평한 바닥 위에서 잠을 공연의 주요한 매질로 상정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몸짓과 조명, 사운드가 엷고 길게 공간에 분포하게 된다. 곧 각종 매체의 정보 값은 최소화되고 감축되고 늘어뜨려진다. 그것은 밀도를 강하게 갖지 않는다. 이는 공간 전체에의 개입이라는 커다란 전제에 비해 움직임과 그 동선이 한없이 줄어듦을 또한 의미한다. 

    퍼포머의 몸짓은 여타 특별한 것이랄 게 없다. 그것은 춤이 되어서도 안 되는데, 그것은 환경에 비해 비대한 자아의 몸짓으로 도드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잠에 빠져듦을 묘사하는 것, 관객의 수면 주기와 몸짓을 미리 설정하는 것 정도에서 잠에 빠진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것, 그리고 그 중간에 걷거나 그보다 서 있거나 2층 극장의 문 앞에 서 있는 것 정도가 다이다. 돌연하고 희미한 존재가 되도록 의도되었음은 명백하다. 몸짓보다 더 특별한 것은 공간을 구성하는 신체의 장치화에 있다. 

    각각의 퍼포머가 휘파람을 불면서 소리를 냄으로써 동시 사운드가 출현하는데, 이는 소리의 위치를 알리거나 궁구하게 하는 동시에 동굴 같은 공간의 깊이 혹은 입체감을 만든다. 시각적 이미지와 잔상이 덜어진 상황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이 일종의 무대 일부이자 독특하고 유일한 체험의 주체가 될 때 소리는 그들을 온전하게 둘러싸는 데는 실패한다. 아니 실패는 요청된다. 각 위치에 따른 정보 값은 한정적이고 또한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분 마취를 일으키는 소리에 따라 소리-신체의 좌표는 애매해지게 된다. 

    〈Zzz〉는 잠과 시간을 호환 또는 호응하게끔 만든다. 공연은 관객의 잠임을 자처하고자 한다. 또는 공연과 잠을 혼동케 하고자 한다. 잠으로의 자연스러운 경과는 사실 잠과 공연을 뒤섞으려는 작위성의 일환이다. 〈Zzz〉는 일종의 잠이 공연이 되는 시점, 또는 그렇게 인지하거나 수용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한 내기이다. 공연은 옅게 깨어 있다. 관객이 망각에 들기 전, 또는 무거워진 눈꺼풀 또는 막 뜬 눈꺼풀로부터 시각적 잔상의 움직임을 창출할 수 있지는 않을까. 

    〈Zzz〉는 무용이 시노그라피의 영역으로 연장 또는 전환되는 시점을 보여준다. 잠의 조건 혹은 환경을 창출하기 위한 시험은 그 잠 이후에 무엇이 발생하는지, 잠과 공연이 뒤섞이는 지점에서 어떤 피드백을 도출하는지 또는 어떤 변환의 지점에서 현재를 지각하는지에 대한 세공은 없다. 이는 잠은 공연에 포함시키되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 필연적인 전제로 기능해야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Zzz〉를 이루는 대부분의 소문은 잠을 잤느냐 자지 않았느냐의 이분법적 결론을 향한다. 이는 공연이 재미있냐 재미없냐라는 이분법적 질문을 다행히 대체한다. 

    관객의 반응이 공연의 미래를 결정하므로 〈Zzz〉는 무대의 굳건한 영토를 해체할 수 있었다. 반면 은폐되는 또는 비가시화되는 퍼포머의 존재는 신비로운 것일지언정 흐릿한 타자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퍼포머들은 잠의 교재가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간의 시‘청’각적 변형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움직이는 체스의 말이 된다. 그에 비해 관객은 퍼포머와 퍼포머가 아닌 사람들 대부분의 영토를 확인하고 역시 자신의 영토를 확인한다. 그것은 뒤바뀔 수 있지만, 쉽사리 그렇지는 않다. 잠은 무겁게 신체를 누르고 있고, 어둠이 그것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퍼포머는 어둠에서 우월하다, 또는 유리하다. 

    〈Zzz〉는 황수현 안무가의 전 작 〈카베에〉의 소리 공간의 형성 과정을 어둡게 구현한다. 시각에 대한 정보 값 또는 의존도가 줄어들자 소리는 미세한 영향으로 증폭될 수 있게 된다. 또는 더 낮게 또는 더 늦추어서 미세한 지각으로 관객에게 닿을 수 있게 된다. 안무가 일차적으로 몸의 움직임들을 구성하고 배치하는 것이라면, 〈Zzz〉에서 안무는 몸들을 이완 상태로 만들고 뒤섞는 공간 전체의 구성과 배치의 몫을 담당한다. 곧 퍼포머들은 이 뒤섞음을 위한 기능적 몫을 맡으며, 미학적 표현의 특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반면, 이 특이성이 잠 이후의 시각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탐구가 있었다면, 곧 거기서 움직임이 상징 질서의 계열을 만들고 잠-공연으로 흡수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 것인가. 〈Zzz〉는 결과적으로 움직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이며, 그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움직임은 더욱 절감되고 단순해진 형태로 변화한다. 

    〈Zzz〉는 잠을 자는 신체를 꿈꾸는가, 잠을 자는 신체와의 소통을 열망하는가. 이러한 목적은 강력한 의도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자 공연의 얼개를 이루는 부분이 되었을 것이다. 전자라면 이 공연은 하나의 표현주의적 기술이 될 것이고, 후자라면 관객을 바꾸는 변성 의식적 체험을 뒤쫓는 수단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Zzz〉는 그 양자에서 어떤 것도 명확하게 선택하고 있지는 않다. 전자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아니 상상하는 유령적 조망의 시선을 채택해야 온전히 가능한 것이라면, 후자는 기술될 수 없는 것 나아가 표현되지 않을 것을 쉽사리 좇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Zzz〉는 잠을 소재로 한 여러 공연 중에서 특히 잠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함으로써 퍼지이론적 상태를 도출한다. 그리고 실은 하나의 전제를 채택하며 동시에 은폐한다. 곧 공공 공간에 자리하는 존재의 몫이 그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믿기보다 나 자신의 자유를 존중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근대적 극장의 관객을 체현하는 증거일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3.10.31.(화) - 11.12.(일) 평일 및 주말 14:00 (월 쉼)

    공연 장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관람 시간: 180분(인터미션 미정)

    관람 연령: 14세 이상(중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 문의: 대학로극장 쿼드 1577-0369



    ▶ 크레딧

    콘셉트·안무: 황수현

    공동 리서치·퍼포먼스: 강호정, 김주영, 김현우, 문형수, 정한별, 황다솜, 황수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박지선

    사운드: 카입

    무대 디자인: 김종석

    조명 디자인: 공연화

    의상 디자인: 임선열

    음향 감독: 안창용

    무대 감독: 정찬홍

     

    무대 조감독: 전재윤

    조명 프로그래머: 김해빈

    조명 오퍼레이터: 김현

    음향 엔지니어: 김여운

    음향 오퍼레이터: 김우람

    조명팀: 강주연, 김대현, 김아연, 이한융, 정채림

    무대팀: 김학준, 정지훈

    리허설 보조: 정나원

     

    사진: 오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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