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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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비밀기지,〈라이더〉: 두꺼운 미시사의 표면들REVIEW/Theater 2023. 1. 24. 22:52
아마 현실을 다루는 대부분의 연극은 현실을 인지하게 하는 메타-현실의 관점을 창안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전적인 형식이 되지는 않더라도/않겠지만 일부분 그러한 지점에서 ‘현실’을 반향하는 바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라이더〉의 물리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자신의 장면이 끝나고서도 그 무대를 떠나지 않는 배우들에 있다. 이들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바라보며 의도치 않은 개입에 적잖이 당혹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의 연장선상에서 이 연극과도 같은 현실에 부가적으로 동기화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주로 무용 공연의 일종의 워크숍적 순환의 차원으로 종종 등장하는 이러한 구도가 〈라이더〉에서는 조금 더 지나친데, 이들의 존재가 무대로 함입되기 때문이다. 이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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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 반향과 굴절의 언어REVIEW/Dance 2023. 1. 24. 22:36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이하 〈당신이〉)는 퍼포머와 관객의 일 대 이의 만남을 전제로/통해 진행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로 내려온 관객들은 글러브라는 신체 보족 장치를 끼고 매트에 누워 자기 몸을 맡긴 채(?) 공연 내내 이끌려 다닌다―그 전에 무대 진입 지점 전에 종을 칠 것이 요청되고, 이를 수행한다. 속삭이는 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향하고, 두 퍼포머는 간헐적으로 몸을 올려서 열린 하나의 공간에서 말을 섞는다. 이러한 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의지를 갖지 않는 대신, 프로그래밍된 언어 설계 아래 수행 자체의 어떤 모듈로서의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이것이 “리허설”이라는 것이다. 정식 오픈 이전에 시험적인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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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트신 초이스Column 2023. 1. 4. 00:05
2022 아트신 초이스 아트신은 “2022 아트신 초이스”를 발표합니다. 범주는 2022년의 예술 작업에서, 장르/분야는 크게 연극, 무용, 퍼포먼스, 시각예술로 나눠, 각각의 장르/분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2021 아트신 초이스와 다르게 세 개씩 뽑았습니다. 각각 85편(중복 11편), 52편, 66개, 95개를 보았습니다. 퍼포먼스의 경우, 다른 장르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들도 포함돼 있으며, 각 범주를 초과하는 좋은 작업 역시 꽤 많아서, 이러한 구분 짓기가 어색하거나 필요 없는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든 범주 안에 물론 우열이 있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진한 활동과 부족한 관점을 지닌 편집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2022 올해의 연극: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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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에 관한 몇 가지 인상들REVIEW/Visual arts 2023. 1. 3. 02:32
프롤로그: 과잉의 몸짓들 비엔날레는 과잉의 경험을 요청한다. 이것은 분명 요청이 아닌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를 ‘제안’으로 두기 위해서는 경험의 아카이브 방식이 역으로 요청된다. 《2022부산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는 일반적인 작가, 작품 정보를 전시 현장에 덧붙이는 것과 동시에 홈페이지에 이를 재현하고, 홈페이지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경험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편재하는 또는 축적하며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이러한 부분만으로 작품 간의 다종다기한 횡단과 전시의 총체가 제대로 종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물론 전시장을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더욱 가능하지 않다. 적어도 무언가를 다 볼 수 없게 비엔날레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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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야무, 〈WORK〉: 극장으로 돌아가는 몸들REVIEW/Dance 2023. 1. 2. 19:47
춤판야무의 〈WORK〉는 무대 위에 몸을 두고자 한다. 이 몸들은 우화적이거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하게 작동하지만, 이들은 뭔가 신성한 무대를 향해 간다. 수행적인 몸은 표현 양식의 심미적인 차원만을 추출할 수 없음을 가리키기보다는 몸이 작동하고 있음 자체를 확인하게 한다. 관객이 이 몸이 어떻게 기어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몸이 얼마나 더디고 떨리며, 따라서 진동과 호흡의 신체로 육박하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몸은 인식 주관을 따라올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진다. 옴브레의 음악은 몸과 몸,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적절하게 ‘간격’을 삽입한다―그것은 전개되기보다 진행된다. 무대 안쪽에는 각재를 활용해 임시로 짠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가 있는데, 최종 화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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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켓캔디〉: 연극이라는 SF를 가지고 놀기REVIEW/Theater 2022. 12. 26. 16:32
공놀이클럽의 〈로켓캔디〉는 인간은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2043년을 다루지만, 정교한 우주 과학적 정보와 변화된 세계의 구체성을 특별히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 등장부터 “더 나은 삶…”을 줄기차게 읊는, 솔라리아 최초 개발자 노아―버디-x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시감을 주는 것과 같이, 2043년 역시 미래가 (또한 달에) 완전히 도착했다기보다 염원과 희망의 슬로건이 세계에 남아 있는 현재의 양상을 띠며, 다른 한편,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은 로봇캔디를 추진제로 해서 아버지를 보러 달로 떠나려는 ‘지구’의 상상계적이고 도착적인 관점에서 극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곧 지구(와 그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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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역사의 어떤 형상들REVIEW/Theater 2022. 12. 26. 16:09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가져오되 원작을 해체하고 분해하며 완전히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간다. ‘조나단 여행기를 쓰는 걸리버 작가’라는 소설과 현실이 뒤바뀐 세계는, 관객과 직접 닿아 있는 화자의 시점이 화면―제4의 벽―에 자리하는 이미지들을 매개하는 구조에 대한 관점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모든 걸 뒤섞는 다중 초점의 세계상은 각 세계를 하나의 중심적 위상으로 두지 않게 만들며, 종잡을 수 없이 매번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걸리버’의 모험에서 유발되는 감각들을 생생한 차원으로 전이한다. 곧 〈걸리버스〉는 『걸리버 여행기』를 재현하지 않고 현전시킨다―그럼에도 사회 고발 소설의 성격은 연장한다. 이는 영화 〈명량〉을 소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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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월의 사원〉: 두 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극장)REVIEW/Theater 2022. 12. 26. 15:30
〈사월의 사원〉은 무대 위에 좌우, 맞은 편으로 3면의 객석을 구성하고 기존 극장의 객석까지를 무대로 활용한다. 무대 위의 두 개의 방 공간을 중심으로 무대 뒤쪽 객석은 그 바깥이 되거나 캄보디아 현지, 그 여타의 장소들로 분한다. 뜨개질 공방을 운영하는 영혜(우미화 배우)의 집과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을 찾으러 간 메싸(박수진 배우) 두 존재는 각각 전자와 후자에 해당되는 두 공간에서 대별된다. 〈사월의 사원〉은 무대의 전환이나 교체 없이 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데, 동시에 수어 통역이 함께 진행되면서 그러하다. 이는 ‘무대 뒤쪽’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될 때, 집의 소파 위에 앉거나 실내 공간 안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되어 극장 전반은 변화되지만 ‘변경’되지는 않는 결과를 낳는다. 무대는 완전히 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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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인형들: 인형의 조건들》: ‘인형이 거기 있다!’REVIEW/Theater 2022. 12. 26. 14:26
‘기존의 인형들’은 2018년 에르베, 여신동, 적극이 참여하며 처음 시작된 이후, 2021년 이경성, 여신동, 김보라가 참여한 《기존의 인형들: Post Pupperty》[참조: https://www.artscene.co.kr/1794]에 이어 세 번째 공연에는 남긍호, 양종욱, 입과손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인형 제작자 이지형은 각각 이 세 창작자/팀에게 “인형의 조건”으로 조종자(관절), 등장인물(언어, 배우), 소리(감탄사)를 제시했고, 동시에 창작자/팀은 인형 1, 2, 3이 관절을 갖게 된 시점 이후 이를 변형 가능한 상태의 조건에서 전달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양종욱의 〈몸에 대한 말들〉은 인형의 관절들을 테이블에 늘어뜨려 놓은 채 그것들을 향해, 그리고 이후 얼굴과 함께 발화한다. 그 말들은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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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안무,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 ‘이 시대의 신화가 발화하는 법’REVIEW/Dance 2022. 12. 26. 14:13
여성의 어떤 특별한 감각이라는 것을 지칭할 수 있을까. 서영란 안무가의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이하 〈신화 짓기〉)는 그러한 감각을 고대의 배제되었다고 하는 여신 신화와의 너른 연결을 통해 확장하려 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에 남아 있던 어떤 감각 또는 꿈에 나온 신체의 다른 표현형과 같은 것이 어떻게 기존 신체와 연결되는지를 서술하고자 하는데, 이는 일종의 전의식적 발화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의 말은 다른 누군가의 신체가 닿는 보족 또는 지지 행위를 통해 몸의 경로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차원과 맞물리지 않으면서, 비가시적인 차원에서 몸의 연대, 여성 간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다른 메타포를 낳는데, 이는 그 여분의 존재들이 특정 존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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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극작, 〈클래스〉: 메타-문학, 그리고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 혹은 경로REVIEW/Theater 2022. 11. 16. 12:44
연극 〈클래스〉는 학생 B(정새별 배우)와 교수 A(이주영 배우) 사이에서 진행되는 극작 수업에서 고조되는 갈등의 양상을 좇아간다. A는 시종일관 B의 희곡에 대해 지적하지만, 마지막에는 B의 희곡에 참여하는 배우가 되며 자신의 개입을 멈춘다. 동시에 A의 교수이기도 했던 원로교수와 그와 역시 사제 간이었다가 고인이 된 B의 친구의 이야기가 수면에 오르고, 이에 대한 A의 방어는 희곡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희곡을 쓰는 작가의 태도에 대한 지적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에 대한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함, 친구의 결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로 기입함은 B가 A를 찾은 진짜 이유이기도 할 것이지만, 〈클래스〉는 원로 교수와 친구 간에 있었던 교류와 창작에서 사실 친구의 창작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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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키타카,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두 다른 SF는 어떻게 현실을 재현하는가.REVIEW/Theater 2022. 11. 16. 01:54
창작집단 키타카는 서울미래연극제에서 올린 ‘일단 SF’는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와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 두 작업을 묶은 제목으로, 공연 시작에서 이 둘을 묶어 연극으로 가는 입구를 노정하는 차원으로서의 소개 멘트를 덧붙였다. 이 둘을 “일단” SF라고 지칭한다면,’ 두 공연을 뒷받침하는 어떤 토대를 찾는 건 또는 그러한 토대의 차이를 구성하는 건 키타카의 세계관에서 정의하는 SF가 될 것이다.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황나영 작, 이하 〈프리미엄〉)는 기후 위기로 인해 벌이 멸종한 이후, 드론 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세계에서 인간 벌이 돼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서진과수원”에 취직한 흙수저 은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하는 과수원 사장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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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원형하는 몸: round1〉: 현시하거나 발생하는 몸의 기원들REVIEW/Dance 2022. 11. 16. 00:33
〈원형하는 몸: round1〉(이하 〈원형하는 몸〉)은 크게 두 개의 무대로 구분되며, 이는 시작을 연 차진엽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연장된다. 차진엽 안무가가 미디어 아트의 자장 아래 천변만화의 무늬가 되는 첫 번째 부분과 물과 얼음의 재료를 노출하며 이를 가지고 유희하는 퍼포머들 간의 몸짓이 강조되는 두 번째 부분 이후, 느린 호흡으로 들어오는 차진엽과 함께 무대 역시 잠잠해지고 이윽고 그림자-물결에 조금씩 잠겨 드는 신체들, 그리고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면서 누인 신체들이 하늘과 맞닿고 다시 천장이 닫히면서 극이 닫힌다. 두 개의 거울이 수직의 각도로 맞물린 부채꼴 형상의 무대는 신체를 일정 부분 특별하게 또 많은 부분 심드렁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특별히 차진엽의 무대에서 그를 4의 배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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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희 안무, 〈뿌리집〉: 일상의 어떤 감각-이미지들REVIEW/Dance 2022. 11. 15. 23:49
〈뿌리집〉(송송희 안무/연출)에서 몸은 비교적 명확한 재현의 양태를 띤다. 움직임은 몸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깝다. 도시의 어떤 부분들 안에 있는 몸, 또는 일상 안에 있는 몸은 그 바깥의 배경과의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 있음을 반증한다. 가령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다랗게 선 몸들은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있고, 상대방에 의해 밀려 상반신은 좌우로 오간다. 이는 어떤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통의 인간의 움직임을 재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심미적인 차원은 그것이 어떤 형태적인 차원에서의 구불거림이나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지체됨 없이 점·선·면의 기본적인 차원으로 수렴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순간의 파동과 함께 직선을 축적하여 입체적인 면으로 확장되며 반복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뿌리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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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하사비, 〈투게더〉: ‘곁’이라는 지지체REVIEW/Dance 2022. 11. 15. 23:30
두 퍼포머―마리아 하사비(Maria Hassabi), 오이신 모나간(Oisín Monaghan)―는 약간의 간격만을 두고 밀접하게 동선을 같이 한다. 이러한 수행은 일정하고 지속적으로 더디다. 두 퍼포머 사이에 간격은 결코 완전히 줄어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포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게더〉는 합치에 대한 불가능성을 시험하고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것과 같다. 둘은 서로를 향하면서 각자의 범주 안에 온전히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시선에 대한 것으로, 몸의 지향은 서로를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시선은 완전히 서로를 향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시선이 서로를 마주한다는 짧은 순간은 끊임없는 더딘 움직임의 이행을 통해 비켜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몸과 시선의 엇갈림은 바닥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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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구조의 구조〉: 분절된 움직임에 관한 탐구REVIEW/Dance 2022. 11. 10. 12:13
시나브로가슴에의 〈구조의 구조〉에서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구조의 구조〉는 최소 단위의 움직임으로 분류될 만한 형태들을 쌓아 올리면서 시간을 ‘축적’한다. 이는 정지된 조각 형태로의 해체와 기본적인 선분에서 파생되는 ‘차이의 변주’와 같은 연장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쉽게 위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완전한 정지‘들’에도 어떤 일정한 반복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의 구조’는 어떤 하나의 단위를 지정하고 거기에 또 다른 것이 더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하나의 단계적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로봇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장면―이나 어떤 움직임으로 연장되는 대신 작은 신체의 분절을 통해 고정된 형체를 만드는 것―인어공주의 다리처럼 두 발을 비틀어 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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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작·연출,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미래 앞에서 우리는…REVIEW/Theater 2022. 11. 8. 14:14
끊임없이 지구의 끝을 향해 걷는 ‘여행자’, 산티아고 순례길 반대편으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베리아 길을 향한 그의 여정은,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화제를 모은다. 동시에 기상청 소속의 기상탐지 시스템 연구원들의 관찰 대상이 된다.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이하 〈순례길〉)에는 알 수 없는 자의 미지의 좌표가 전제되고, 이는 그 바깥에서 사유되고 추적되어 현재의 삶에 들어온다. 그의 좌표는 일반적인 인간 사회의 바깥에 있지만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 방식의 가상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기술은 일견 현실을 더 잘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그 기술이 재현할 수 있는 사전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오히려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비가시화된 장소의 영역을 볼 수 있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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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재, 박유라,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 북극 배우에게 주어진 시각장REVIEW/Theater 2022. 11. 8. 12:34
무대는 탐험적 지대로 놓인다. 무대는 의도와 시도를 위한 긴장으로 남는다. 미술 작가 조경재는 빈 공간으로서 극장을 운동과 적용의 산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박유라 안무가는 안과 밖, 경계와 지대들로 나뉜 곧 비가시적 영역과 가시적 영역, 그리고 영역들 자체의 구분을 가시화한 검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본질과 적용 사이에서, 현존과 허구 사이에서, 이미 있는 몸과 표면의 몸 사이에서 그는 적응하기를 선택한다. 적어도 적응 이후에 전개를 생각한다. 가령 경계 안, 비가시적 공간 안에서 그는 일정 부분의 신체만을 드러낸 채 머문다. 어떤 에너지를 모으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러한 공간은 비의적인 것으로 신비화되거나 알 수 없는 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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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부재자들의 회의〉: 배우에 관한 존재론REVIEW/Theater 2022. 11. 7. 14:12
리미니 프로토콜의 〈부재자들의 회의〉(이하 〈부재자들〉)를 채우는 건 관객들이다, 회의의 대리자를 자처함으로써 또는 대리자의 가능성을 전제함으로써. 부재를 상기시키는 각기 다른 10개의 스크립트가 있고, 이는 미리 녹음된 내레이션이 현재에 놓인다.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하달받는데, 서류 봉투에 든 지시문 따라 읽기에서 시작해 인 이어 모니터로 매개하는 프롬프터 방식, 종이에 새겨진 글자를 보여주는 일종의 수동 자막 입히기, 움직임 스코어 수행 등으로 스크립트를 구현한다. 스크립트는 물론 스크립트 ‘사이’까지 모든 과정이 예측된 절차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작품은 이미 구성된 바를 단지 구현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누가 나올지―그것 자체가 의문시된다.―어떤 변수가 작동할지 약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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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22 HOTPOT: 후즈넥스트, ‘가깝고도 가까운’REVIEW/Dance 2022. 10. 26. 18:09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 〈일일운동〉 Dantraaa 〈춤추는 여행가〉 네이키드 프로젝트 〈생산적 활동〉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의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의 〈일일운동〉, 춤추는 여행가 Dantraaa의 〈바르게 서기까지〉, 네이키드 프로젝트의 〈생산적 활동〉 순으로 열린 ‘후즈넥스트’는, 포스트극장의 가깝게 열린 공간의 내밀하고 직접적인 특징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주로 일상적인 몸짓을 연장하거나 상징계적 자리를 유추할 수 있는 작업으로, 추상성과 모호함의 요소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현실의 양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인지 가능한 표면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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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잉바르첸, 〈to come(extended)〉: 누드를 매개하거나 탈각하는 법REVIEW/Dance 2022. 10. 26. 17:36
덴마크의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이 안무한 〈to come(extended)〉는 적나라한 신체 움직임에 대한 엄격한 통제이다. 이는 전신을 가린 옷을 입었을 때와 하얀 신발만을 신었을 때는 이미지적 분기를 구성한다. 먼저 파란색 계열의 보디 수트를 입은 퍼포머들의 옷은 크로마키 수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배경과 구분되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의상을 배경막 없는 가운데 착용함으로써 일종의 움직이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의상을 입은 신체들은 하나의 피부색을 갖고 얼굴과 표정을 지운다. 섹스의 제스처가 끊임없이 발현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집단의 움직임은 움직임을 멈춘 채 하나의 거대한 조각을 구현하는 것으로부터 경계를 이탈하는 한 명의 움직임이 (이 조각의 차원이 언제까지 정지된 상태일 것이라는 의식의 고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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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로젝트보라, 〈유령들〉: 현상학적인 비-신체REVIEW/Dance 2022. 10. 26. 16:57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유령들〉은 옷과 누드 사이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처음에 하나의 옷을 입고 벗는 행위, 이것을 연이어서 반복하는 퍼포머들의 행위가 쌓이면서 옷을 입고 벗는 건 무용한 것이 아니라 제의적인 차원으로 변화되어 간다. 이는 의식적이지 않지만 하나의 규칙이며 동시에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기에 저마다의 다른 외계어를 내뱉는 퍼포머들에 의해 언어의 차원이 강조된다. 이는 기표의 흔적을 간직하면서―그러니까 언어에서만 비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동시에 그 기표가 기의로 치환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기의에 종속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기의가 주어지지 않을 것임을 말할 뿐이다. 사실 이것은 어떤 말이다. 그 뜻을 알 수 없는. 하지만 그 뜻이 있으리라는 가정을 버릴 수는 없다. 곧 그 말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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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컴퍼니,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다른) 문화와 지역의 잠재된 시간성REVIEW/Dance 2022. 9. 9. 01:35
안은미컴퍼니의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이하 〈잘란잘란〉)은 “누산타라”라는 수도 이전을 준비하는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이름이며, “잘란잘란”은 인도네시아 말로 ‘산책하다’를 뜻한다. 곧 인도네시아의 근미래에 보내는 인사로, 기본적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협업에서 산책이라는 기본적인 움직임으로부터의 출발을 움직임의 형상적 차원과 교류의 방식적 차원 모두에서 중층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는 어떤 민족적인 원형을 그 자체로 재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모습과 형태들의 다양성을 일종의 알레고리 차원으로 선보일 것임을 전제한다고도 보인다. 먼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각각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출현하는 〈잘란잘란〉은 안은미컴퍼니가 2015년 이후 선보인 ‘땐스 3부작’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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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재 작/연출,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비)인간을 상상하는 법REVIEW/Theater 2022. 9. 9. 01:04
현재를 향한 미래의 구상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이하 〈A·I·R〉)이 그리는 2060년대는 사실상 오늘날의 사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체감된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몇몇 사회의 이념형을 분할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며 과학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의 미래상이 1구역인 국가라면, 동등하고 평등한 공동체의 자율적 역량을 신망하는 곳이 2구역 “네크”이며, 선주민이 살며 국가 바깥의 통제되지 않는 자연이 곧 3구역이다. 이러한 구분은 사실상 그 안에 각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재현되지 않으며, 비로소 이 세 구역을 횡단하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정치체제와 사회 현실, 그리고 제도 바깥의 삶과 기후 위기 이후의 삶이 혼합―거꾸로 〈A·I·R〉는 이를 분할하여 횡단 불가능한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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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작/연출, 〈들뜬〉: 촉각의 연극REVIEW/Theater 2022. 8. 29. 21:10
떠도는 이야기들을 쓸어 담는 공간-신체 〈들뜬〉은 짐을 다 뺀 황량한 집에서 시작한다. 이는 물론 소극장의 검은 바닥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방이 아닌 다른 공간은 아니다. 남자의 맨발은 그것을 지시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우의 현존은 장소로부터 체결된다.’ 아마도 이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남자는 오랜만에 아내인 여자를 맞는다. 여자의 머리 위에 센서 등이 깜빡인다. 남자(최태용 배우)는 한참 동안 여자(김정아 배우)를 마주하지만 그를 응시하지는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그는 허공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공간 안의 한 점을 보고 있다. 이 짧은 순간을 비교적 길게 늘이며 공간이 그의 몸에 담긴다. 시간이 멈추고 멈췄던 시간이 몰려온다. 〈들뜬〉은 발화를 통한 배우의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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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코미디캠프: 파워게임》: 발화하며 현재화되는 경계로서의 ‘극’REVIEW/Theater 2022. 8. 29. 20:46
1인극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표방하며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규격화되는 것으로 보이는《2022 코미디캠프: 파워게임》(이하 《코미디캠프》)에서, ‘코미디’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건 연극(인) 바깥의 다양한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적당한 포장으로도 보인다. 안담을 제외한 김은한, 배선희, 신강수 세 명 모두 평소에는 코미디 바깥에서 연극을 한다―《코미디캠프》에서는 안담이 유일하게 마이크를 사용한다면, 이 셋은 마이크 없이 무대에 선다. 반대로 이들은 《코미디캠프》에서 연극이 아니지만 연극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미디캠프》가 상대하는 건 일종의 연극이고, 《코미디캠프》가 지향하는 건 오히려 연극의 잔여이며 연극 바깥의 존재하지 않는 어떤 연극일지 모른다. 이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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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피부와 공간의 극작술 연구: 장면 둘〉: 신체-이미지의 유령적 탐구REVIEW/Dance 2022. 8. 12. 11:03
〈피부와 공간의 극작술 연구: 장면 둘〉(이하 〈피부와 공간〉)은 극장 전반에 들고나는 통로로 공간의 구멍을 만들고 마주 보고 어긋나게 객석을 배치하고, 앞뒤로 너울거리는 커튼 위에 투사되는 흐릿한 글자들과 그 글자들을 비집고 나오며 말과 움직임 사이에 위치하는 신체 형상들을 통해 ‘틈’과 ‘간격’의 공간으로 극장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틈과 간격의 안무는 신체와 신체, 신체와 이미지, 신체와 스코어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여기서 ‘극작술(dramaturgy)’은 신체 자체보다는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이나 과정, 신체를 구성하는 인지를 시험하려는 기술로 보인다. 공간 구조화로서의 시노그라피에서 시작되는 극장은 등장과 퇴장의 구멍과 공간 사이의 틈을 내버려 두고 우발적으로 몸이 그 구멍과 사이에서 시작되는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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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 음악이 되기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2. 8. 5. 00:38
〈Down the Rabbit Hole - 정화된 밤〉(이하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Arnold Sch nberg)의 동명의 곡 ‘위’에 펼쳐진다. 말 그대로 움직임은 음악에 얹어지며 음악에 ‘감염’된다. 음악은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미디어로, 몸은 그것을 지지한다. 또는 그 몸을 지지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악에 감염된 주체를 위해 최진한은 특별한 움직임 메소드를 창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은 음악의 파동과 같이 진동하는 것이자 음악의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감염’은 이러한 두 매체 간의 상호 접촉과 전이의 상태에서 움직임에 해당하는 한 측면을 가리킨다. 걷기의 변형태로서 존재하는 기본 단위의 움직임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한껏 가슴을 뒤로 젖힌 채 두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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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연출 〈누구와 무엇〉: 현실은 이념을 장악한다!REVIEW/Theater 2022. 7. 28. 23:11
그린피그의 박현지 연출이 연출한 연극 〈누구와 무엇〉은 미투 이후 지금 여기의 차원에서 보면 가부장적인 가정에 복속된 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관념이 어느 정도 형해화되었는지 또 그것을 뚫고 나오는 현재의 목소리가 어떻게 여전히 지난 관념과 타협하거나 병렬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실적이고 또한 비판적이고 메타적인 시선의 규준을 마련하며 유의미한 지점을 구성한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 에이아드 악타(Ayad Akhtar)는 서구 근대와 아시아 전근대의 경계에 위치한 동시대인의 질문을, 〈누구와 무엇〉에서 파키스탄계 미국인 무슬림 가족, 곧 절실한 무슬림 신자인 아버지 아프잘과 페미니즘을 경유해 선지자 무함마드와 그에 대한 상을 재구성하는 소설 작가인 딸 마위시의 관계 속에서 던진다. 종교에 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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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편입생〉: 진리를 향한 질문들REVIEW/Theater 2022. 7. 28. 23:08
연극 〈편입생〉은 면접을 앞둔 두 인물의 모습에서 시작해, 이들이 면접을 거치고 어떤 삶의 변화로 수렴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물의 전사와 이 인물들이 외부의 시선을 통과하며 한 개인들의 삶은 사회적 실재의 한 예시가 된다. 닫힌 공간에서 인물의, 또는 인물 간의 발화는 매우 집중력 있게 진행된다. 뉴욕 슬럼가에서 자란 두 인물이 장학생 추천을 받고 명문대 편입생 후보가 되어 시민단체 직원 데이비드 데산토스(조의진 배우)와 모의 면접을 치루가 되기 위해 한 모텔 방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편입생〉이 ‘편입생’이 되기 위한 클라런스 매튜(김하람 배우)와 크리스토퍼 로드리게스(최호영 배우)의 살아온 환경과 트라우마와 같은 강렬한 기억에 의존해 그 둘의 고유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후 조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