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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재, 박유라,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 북극 배우에게 주어진 시각장
    REVIEW/Theater 2022. 11. 8. 12:34

    조경재, 박유라,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Chad Park[사진 제공=삼일로창고극장](이하 상동).

    무대는 탐험적 지대로 놓인다. 무대는 의도와 시도를 위한 긴장으로 남는다. 미술 작가 조경재는 빈 공간으로서 극장을 운동과 적용의 산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박유라 안무가는 안과 밖, 경계와 지대들로 나뉜 곧 비가시적 영역과 가시적 영역, 그리고 영역들 자체의 구분을 가시화한 검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본질과 적용 사이에서, 현존과 허구 사이에서, 이미 있는 몸과 표면의 몸 사이에서 그는 적응하기를 선택한다. 적어도 적응 이후에 전개를 생각한다.
    가령 경계 안, 비가시적 공간 안에서 그는 일정 부분의 신체만을 드러낸 채 머문다. 어떤 에너지를 모으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러한 공간은 비의적인 것으로 신비화되거나 알 수 없는 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무대 안쪽까지를 볼 수 있게, 그 가장자리에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다른 시각의 가능성에서는 그것의 요체를 보고 있음을 주지할 수 있다. 여기서 관객은 틀어진 시각을 유지하고 다른 관객은 그 틀어진 시각의 정면성을 가져가기에 이는 마주하는 시각장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박유라의 움직임은 이와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영역과 볼 수 없는 시간이 중첩되는 가운데 포착된다.

    박유라는 눈을 감고, 상·하체를 분리해서 다리 움직임으로 살아 있음 또는 겨우 살림으로 신체를 영위한다―팔딱거림의 신체. 거기에는 물론 깊은 중심과 분명한 연기가 있다. 박유라는 계단을 활용하여 이 공간을 지시하는 대신 그 공간의 물리적 낙차를 그대로 확인시킨다. 그러니까 이곳이 빈 공간이었고, 단지 자신의 중심에서 그 공간이 인지되지 않게 비켜나갔음을 드러낸다. 이런 부분은 〈장면싸움〉(2021)에서 박유라의 갈등, 곧 이 행위와 저 행위 간의 모호한 방향성의 차원과는 조금 다르게 이 공간에 대한 적응의 과제가 심리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면 이를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잠재우고 있음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곧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간과의 싸움이다.

    박유라의 두 번째 중심 행위는 숨을 머금었다 크게 내쉼과 동시에 소리를 방사하기이다. 이는 객석 전체를 향한다. 은둔 공간 또는 비밀 공간을 벗어나서 극장 중앙을 차지하게 되면서 박유라는 관객에게 온몸을 수여한다. 그는 관객을 스치듯 얼핏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딸꾹질처럼 그것은 생체의 비의지적 행위처럼 지속된다. 그는 객석 중앙에 세워둔 높이가 겨우 십 센티미터 정도 될 칸막이를 두고 뱅뱅 돈다. 이것에 걸려 넘어질 듯, 또 그것을 뛰어넘으며 그 경계를 속도의 저항으로 새기면서 박유라는 소리를 지른다. 공간의 여러 분포를 통해 박유라는 이 공간에의 적응의 불가능성 자체―그것을 보지 않고도 활용함으로써―를 기이한 힘으로 상쇄한다.

    무대에는 사건 발생을 통한 두 번의 장면 전환이 있다. 한 번은 중간에 무대 가에 수로처럼 폭이 좁은 통로로 볼링을 한 것이고, 다른 한 번은 마지막 장면에서 검은 구슬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는 박유라의 몸을 주변으로 한 내부를 벗어난 외부적인 경로에서의 발생이라는 점에서 예기치 않은 것이다. 이는 커다란 소음과 함께 발생한다. 곧 ‘몸이라는 한계’, 동시에 편재할 수 없으며, 공간 전체로 확장되지 않는 깊이의 몸에의 시선을 타격하는 공간에의 음향이며 폭발이다.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에서 몸은 울체되어 있고, 공간의 파편들로서 공간 ‘안’에 놓인다. 이 공간에 대한 지시로서, 조경재의 개입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비드라마적 실재로 무대를 급선회한다.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은 제목에서처럼, “커튼”, “문”, “계단”, “벽”으로 이뤄진, 동시에 그 모두가 어떤 구분도 없이 하나의 덩어리인 것처럼 주어진 공간에서 일어난다.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칸막이, 그리고 구 정도가 될 수 있을까. 본래 “장면싸움”은 박유라 안무가의 작업명으로, 장면과 실재의 간극과 차이를 지시했었다. 곧 경계로서의 장면을 인지하는 게 초점이었다. 두 번째 ‘장면싸움’은 공간과의 분리, 곧 차이의 생성을 주요한 지침으로 가져간다. 이 공간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마주하고 거기에서 적응과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 반면 이 적응은 적용에 대한 상상과 함께 작동한다. 눈을 감고 몸의 중심을 찾고 역할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박유라는 무의 진공 상태가 아니라 공간에의 편재를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미지의 이미지로 남는다. 곧 ‘북극 배우에게 주어진 시각장’은 공간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그를 둘러싼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프로젝트명: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

    리서치 기간: 10.25 (화)  - 10. 30(일)

     

    리서치 영역: 무용, 시각
    장소: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
    무대 디자인 및 제작 | 조경재
    안무 및 출연 | 박유라
    자문 | 이관훈, 황수현

     

    *창고개방 [리서치 프로젝트: 극장활용법]

    삼일로창고극장의 새로운 활용법을 탐구하는 리서치 프로젝트

     

    극장의 물리적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극장의 [장소성]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미래 극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을 [환대]할 수 있을까?

     

    삼일로창고극장의 질문에 예술인들이 대답합니다.

    극장 곳곳을 무대 삼아 5팀이 1주일씩 진행하며,

    각자가 지닌 프로젝트의 씨앗을 싹 틔우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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