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손인영의 춤 <ㅅ · ㅁ>(부제: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 춤이 분기되는
    REVIEW/Dance 2025. 3. 12. 00:25

    손인영의 춤 <ㅅ · ㅁ>©황정연(이하 상동).

    ‘의미가 체현되는 몸’은 무엇일까. 손인영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무대 위의 이상적인 춤, 춤의 이념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두를 연 “우리 시대의 춤은 형식적”이라는 말의 대립항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형태적 구성의 유려함과 단단함, 이미지적 향연과 발산이 감응을 추동하지 못한다면, 그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춤은 어떤 정신에 사로잡힌 ‘나’로부터 출발하는 춤이 될 것이고, 그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건 ‘숨’이다―제목의 ㅅ 더하기 아래아 더하기 ㅁ 역시 숨을 의미한다. 아마도 무대 오른쪽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팔을 휘적거리며 춤을 추던 손인영이 말한 바를 대강 요약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손인영은 안무라고 하지 않고(안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춤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정합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 차원의 설계로서 안무를 바라본다면, 안무는 어찌 됐건 어떤 틀을 만들고 그에 입각해 다시 펼쳐지는 것이 될 것이다. 반면, 춤은 나의 의식이 살아 숨 쉬는 터전 아래 즉흥적이고도 예기치 않은 것으로 발생하는 것이 된다. 원형의 하얀 매트를 중심으로 무대 상수에는 마이크가, 하수에는 생황 라이브 연주와 사운드 재생을 통해 배경 음악을 만드는 잠비나이의 리더 이일우가 자리한다. 


    손인영은 크게 네 개의 춤을 만드는데, 이 중앙의 매트 안에서, 그리고 그 바깥의 마이크 앞에서, 다시 매트의 경계부에서, 그리고 재등장해 매트 안에서 춤을 마친다. 첫 번째 춤은 구조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그것은 두 번째 춤을 위해, 두 번째 춤의 직전에 닫히고 만다. 춤의 기준과 가치를 발설하는 짧은 연결부의 두 번째 춤, 자신의 무용단에서 첫 번째 무용수를 인터뷰어로 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전면에 나올 때 한 다리로 축을 세우고 두 팔을 엇갈리게 앞뒤로 오가면서 숨을 길게 뱉는 식의 단일한 동작으로 매트를 도는 춤을 지속하는 세 번째 춤은, 그의 춤에 관한 생각을 조금 더 격의 없는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 말의 차원은 하얀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터뷰 영상의 희끄무레함이 영상의 장소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말이 덮고 있는 무대 위의 몸을 불투명한 것으로 반영해 낼 때, 양쪽의 신체 모두를 초과하는 것으로 또는 편재하는 것으로 부상한다. 앞서 마이크에 대고 현장에서의 자기 고백조의 말과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인터뷰를 포함한 모든 말은 춤을 대상의 자리로 두는 가운데, 춤의 의미를 논구하고, 춤의 바깥을 상정하며, 춤의 역사적 변이를 산출한다. 다른 한편, 그 말들은 춤과 춤의 분절을 봉합하는 역할, 춤들의 계열을 만들고 그 서사적 연결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기능적이다. 

    인터뷰는 이미 네 번째 춤으로서 태평무가 펼쳐지며 무대를 마무리할 것까지를 예고한다. 결과적으로, 말은 춤과 직접적으로 또 간섭적으로 뒤섞이지만, 매체로서 춤의 형식을 내재적으로 결정 짓지는 않는다. 그 말이 출현하기 직전, 춤은 누에고치 같은 몸의 비결정화된 차원에서 뽑아내는, 용출되는 것이었다. 곧 어떤 잠재적 영토로서의 신체 자체가 그 줄기들을 머금고 있었다. 
    몸을 납작하게 해 몸의 중심을 바닥에 맞춘 후에, 얼굴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그것은 신체를 정위하는 대신에 비결정된 의미의 소산으로 나타난다. 얼굴은 일종의 신체적 부속에 머문다. 따라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곧 얼굴이 급격하게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는 순간은 그 춤이 분기되는, 바닥에서의 신체가 급격하게 부상하거나 다른 힘으로 굴절되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제목의 분절된 자음들과도 같이, 몸은 원초적이고 단순한 하나의 덩어리적인 신체 양상을 구성한다. 

    손인영의 춤 <ㅅ · ㅁ>©이정환(이하 상동).

    일종의 상상계적 그림자 영역 아래에서 마침내 얼굴이 드러났을 때 그리고 어떤 동작들을 만드는 행위자의 영역 아래에서 움직임이 일어날 때 그것은 주체가 지닌 상상계의 영역으로 연장된다, 또는 주체의 상상계의 영역이었음이 드러난다. 주체의 역사, 주체 아래의 움직임들이 미시적으로 가로 놓이는 일종의 인형극적 무대가 곧 몸의 터전이 된다. 손인영의 얼굴과 함께, 팔로 허공을 써는 몇 번의 동작이 나오는데, 이는 그 몸이 구성한 반경 안에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마치 시간을 혹은 기억을 쪼개어 다룰 수 있다는 듯.

    춤‘들’은, 의미를 가진 그 춤들은 기억으로 몸에 새겨져 있다. 그것은 기억의 작용처럼 흘러나온다. 온전한 기립과 함께 원 안의 회전 반경 아래 그동안 자신의 안무 작업들이 파편처럼 튀어나온다, 또는 흩어진다, 마치 뒤엉키고 잠재되어 있던 기억의 덩어리를 은유하듯. 그것은 즉흥적이지만 짜임이 있고, 구조를 은유하지만 단지 파편적이다. 춤의 유형화된 몸짓들은 분류되는 대신, 주체의 기억 아래 끝없이 분기된다. 그것은 압축적인 짧은 순간들에 머문다.

    여기서 비약하면, 무대는 이제 급격하게 주체의 언어가 노니는 연극적 장으로 변한다. 상상계는 상징계로 나아간다. 이 언어는 무용의 확장적 무대, 이벤트와 같은 들뜬 형식, 실험이나 아방가르드를 자처하는 몇몇 무대에 쓰이곤 했는데, 급격한 전환이자 다분히 방만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 말과 몸짓 혹은 움직임의 동시 분배는 마이크를 잡았을 때 부속되는 팔의 몸짓들이나 영상 시퀀스 아래 반복되는 움직임과 같이 춤의 연장선상에서 말이 부속됨을 의도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몇 개로 분기되는 말들은 춤 혹은 무용가의 역사를, 혹은 춤의 스타일이나 계열, 범주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서사적으로 구분하는 대신에, 형식적 차원에서 여러 스타일을 동원해 그 솔기가 드러나도록 하는 구성 아래 두드러지는 매체가 된다. 그리하여 춤의 진실을 발설하는 또 다른 몸, 춤을 관조하는 춤에 이접되는 몸의 양상을 나타낸다. 

    <ㅅ · ㅁ>은 결과적으로, 주체의 이성과 그가 창출하는 순간의 교차를 전제한다. 춤이 있고, 그 춤을 직조하는 존재의 언어가 있다. 곧 춤은 표현되는 동시에 기입된다, 그 사람의 언어로서. 따라서 관객은 무대를 보지만, 무대가 구성된다는 원칙 아래 그것을 본다. 일종의 메타 무대의 차원에서, 무대는 임시적이고 또 순간 정립되고 종료되는 원칙 아래 가동된다. 처음의 장면, 곧 더딘 몸의 정립, 그것의 끝없는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ㅅ · ㅁ>에서 단단한 응결체로서, 순전한 춤의 형식으로, 구조적 완결로 나타난 건 결국 원을 도는 숨과 움직임의 양립인 반면, 그것 역시 하나의 춤의 ‘예시’로서 자리 잡는다(는 점에서 다분히 기능적이다). 역설적으로, 렉처 퍼포먼스와 무대 그 사이에서 <ㅅ · ㅁ>은 과도기의 상태에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4.12.26. 목요일 19:30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단체명: NOW무용단
    문의: (02)3674-2210
    관람 등급: 만 7세(초등학생) 이상
    관람 시간: 60분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안무: 손인영
    출연: 손인영(춤), 이일우(연주), 서정숙(영상)

    의상: 민천흥
    영상: 서윤수
    시노그라퍼: 전인호
    사진: 박상윤

    기술감독: 최형오
    조명: 이석현
    음향: 도명호
    운영 스태프: 김민지, 김자영

    작품 소개: 

    중견 무용가 손인영(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컨템포러리 홀춤 신작 공연

    라이브 연주와 영상을 곁들여 60분 동안 손인영의 홀춤으로 전개된다 



    시놉시스:

    춤의 기본은 숨, 즉 호흡이다. 몸을 통해 흘러나오는 춤은 몸의 주체인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몸짓이다.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춤의 결. 그것은 곧 나의 몸의 역사와 삶의 역사가 묻어 있다.


    춤은 내 삶의 총체적 기억의 보고다. 숨을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하면 스스로의 춤이 된다. 나의 춤은 나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함 숨결이 있다. 그 결은 흉내 내기가 어렵다. 비슷하게는 할 수 있지만, 완전한 일치를 이루기는 어렵다.


    연출/안무 의도:
    작품 〈ㅅ · ㅁ〉은 나의 60여 년 인생을 정리하는 춤이다. 태어나면서 숨을 쉬었고, 기고 걸었으며 걸음은 어느새 춤이 되었다. 춤을 추면서 숨은 쉬는 것만이 아니라 숨을 통해 우주와 연결된 나를 발견한다.


    기획 의도:    

    중견 무용가 손인영(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컨템포러리 홀춤 신작 공연

    안무가의 춤 인생을 한 번쯤 정리해 본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