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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신은 공연예술에서 시각예술까지 동시대 현장의 다양한 예술에 관해 리뷰/비평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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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 〈인잇〉: 차이의 확산 혹은 분화
    REVIEW/Dance 2024. 12. 6. 20:15

    국립현대무용단(안무: 김성용), 〈인잇〉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인잇〉의 무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천장으로부터 걸린 대략 270~300도 정도의 각도를 이루는 앞쪽 이가 빠진 원기둥과 그 뒤의 검은 장막으로 구성된다. 원기둥 앞과 검은 장막의 경계에는 각각 조명이 무대를 향한다. 후자의 경우, 사선의 무늬를 바닥에 그리며, 전반적으로 눈에 띄거나 공간 전반을 아우르지 않은 채 조명은 어두운 공간 범주를 구성하게 된다. 비스듬하게 바닥에 누운 무용수들 사이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하는 누군가로부터 〈인잇〉은 시작된다. 이를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면, 집단으로 굴신하고 있는 〈인잇〉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어둠 혹은 잠, 무의식과 같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직전 장면에서는 장막을 경계로 둘―곧 셋으로 번져가―의 마주함이 발생한다. 이는 그 중간에 다른 신체가 출현함으로써 거울적 ‘반영’이 아니며, 하나의 레이어를 이뤄 나간다는 점에서 각각의 이미지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앞선 바닥에 구성된 조명의 무늬와 같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무늬를 형성한다. 〈인잇〉은 현상의 잠겨 있는 신체들, 어슴푸레한 빛처럼 공간에 스미는 신체들로 시작해, 운동성이 사그라지는 수그린 집단의 신체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신체 양상의 표현은 관계의 차원보다 각자의 존재론적 양식의 차이와 공통 지점을 나타내는 데 가깝다.

    대표적인 움직임 양식은 큰 스텝과 함께 상반신과 하반신을 크게 분절하며 가동 범위를 크게 활용함으로써 흐느적거리는 듯하면서도 에너지를 강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거기에 각각의 차이가 개성적으로 출현한다. 무술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물적인 몸짓으로도 보이는 움직임―전자와 후자의 두 움직임의 특징은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라기보다 에너지의 과도함이다.―은 후반을 향하면서 안정화된다. 
    가령 시작 이후에 갑작스러운 밝아짐 및 소음의 발생 이후, 집단적 몸짓이 ‘급작스럽게’ 형성될 때, 움직임에는 앞선 움직임 외에도, 재즈와 보사노바의 중간 정도의 느슨하고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실제 박자를 음악의 연장선상에서 가볍게 삽입하는 장면도 있는데, 움직임 자체의 밀도가 잘 구성되지 않고, 음악에 맞춰지면서도 음악과 어느 정도 간극이 눈에 띈다. 거기에 동선이 큰 움직임을 집단적으로 구사하는 과정에서 움직임들 사이에서 유격과 덜컹거림이 계속 발생한다. 나아가 음악의 들뜬 분위기에 따른, 캐릭터성으로 수렴되는 무용수라는 인지 부조화의 측면 역시도 있다. 

    음악의 단속적인 변화에 따른 장면 변경은 전체적으로 그 음악이 인도하는 움직임 구성에 비해, 음악 사이의 유격과 함께 음악들이 유기적인 서사의 흐름을 만드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온다. 따라서 움직임에는 어떤 명확한 이유나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과정을 가져온다. 밝은 음악에서 현악기의 쨍함이 더해지는 노이즈 사운드의 긴 지속 시간 이후에야 움직임은 다소 안정화된다. 
    〈인잇〉은 다른 전통과 문화의 신체로부터 공통된 움직임의 질서를 찾아 나가면서 그 차이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통의 토대가 필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는 그 차이들이 공통된 움직임을 향해 가는 어떤 과정적 산물의 불안정함을 가져갈 수밖에 없음을 수용하면서 출발하고 있다는 추정을 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노출되는 또는 표현되는 건 앞선 음악의 분절적 양상이 구성하는 매 다른 독립 장면의 구성에 입각한 것이기도 하다. 

    이가 빠진 형태이긴 하지만, 그것은 시각적인 보기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적용된 결과로서 볼 수도 있을 구조물은, 하나의 울타리처럼 이들을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 〈인잇〉에서는 주체의 자각적이고 인식적인 체화 양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앞선 거울 단계가 아닌 무늬를 만드는 신체 결합 양상의 결말과 같이, 공통체로서 작용하는 신체 움직임의 이념, 그것이 과거이든 신화이든 다른 현재이든 간에 〈인잇〉은 몸‘들’이 만드는 새로운 궤적, 그리고 그것이 표현 양태의 순수한 잠재성에 도박을 건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무엇이 담길 수 있을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국립현대무용단 DMAU 프로젝트 〈인잇〉
    공연 일시: 2024.6.7.(금)-6.9.(일) 금 7:30PM 토·일 3PM
    공연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러닝타임: 60분

    안무: 김성용
    연습감독: 위보라
    음악감독: 유지완
    드라마투르그: 사코 카나코
    무대 디자인: 유재헌
    의상 디자인: 최인숙
    조명 디자인: 이정윤
    제작 무대 감독: 조윤근
    프로세서:  김나의, 이정우, 누트나파 소이달라, 바이 리 비그만스, 앙주 히로키, 응우옌 하 록, 이이모리 사유리, 제이슨 옙, 조셉 추아, 창걸한, 첸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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