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우옥, 〈겹괴기담〉: 구조는 서사의 바깥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REVIEW/Theater 2023. 11. 15. 17:27

     

    김우옥 연출, 〈겹괴기담〉ⓒ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studio AL(이하 상동).

    〈겹괴기담〉의 대칭으로 서로 마주 보는 객석의 구조는 공연의 바라보기의 방식을 절대적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여섯 개의 샤막(=겹)은 다섯 개의 앞뒤 공간을 만든다. 이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객은 마주하기보다 바라보게 된다. 단속적으로 꺼졌다 켜지는 조명과 음악에 따라 그것들은 일종의 분절된 그림들의 연결로 감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 체제와 반복되는 구조의 형식 아래 유사하지만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두 이야기 모두 가장 바깥쪽에서 시작되며 따라서 먼 쪽의 이야기는 가까워지고 가까운 쪽의 이야기는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가 마침내 교차되며 두 이야기가 사실 다르지만 하나의 실재로서 맞물리는 것임을 그야말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첫 등장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이와 기차에서 내린 후 요양원을 향하는 이가 각각 주인공으로, 이 둘을 안내하는 조력자와의 이동 과정이 꽤 길고 생생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배우가 위치한 공간의 폭이 기본적으로 서로를 앞뒤가 아닌 양옆으로 마주해야 하는 가운데, X축 이 아닌 Y축의 서사를 극대화하는 게 바로 좌에서 우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바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깥의 어둠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환되며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초점화한다.

     

    알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되는 곧 미스터리한 세계 내 자리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겪는 스릴은 극의 구조를 지탱한다. 그것은 온전히 주인공을 보호하거나 그 미스터리의 진상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폭력적이고 위협적이다―단지 그것들이 하나의 선택된 기능적 서사라는 차원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그것은 주인공을 관객으로 체현하는 직접적인 방식이 된다. 서사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서사를 끊임없이 동결시키고 부풀리는 방식은 〈겹괴기담〉이 오로지 ‘구조’를 향해 가는 방식, 그 구조를 살리는 방식과 연루된다. 이는 무한한 서사에 관한 충동을 해소할까.

     

    곧 모든 장면은 일정함의 단위를 충족하기 위해 수행되는 것, 두 개의 이야기가 사실 하나의 이야기에 대한 환영 혹은 기시감으로서만 자리하는 것, 어떤 서사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 서사의 결말을 서사의 구조에 복속시키는 것. 반면, 서사의 구조, 서사 뒤의 구조에는 서사의 차이, 곧 서사의 다양성이라는 부분이 포함된다. 어떤 서사여도 괜찮을 수 있다는 부분. 그리고 서사에 대한 몰입은 서사가 가진 무의식적 열망을 구현한다. 서사의 다양성 역시 그러하다. 그렇지만 이 서사는 하나의 서사적 원형으로 수렴한다. 〈겹괴기담〉은 구조주의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고 지시하며 완성된다. 그럼에도 이 서사의 자기 충족성, 감상성은 서사의 핍진성까지 같이 드러낸다.

     

    불리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한 프로타고니스트와 전지적인 시점에서 자신의 저택에 온 사람들을 제물로 삼으려는 안타고니스트 사이에는 프로타고니스트의 조력자가 자리한다. 조력자의 각각의 시점은 다른 두 대상과 관계 맺는 가운데서만 발현된다. 주인공과 적의 힘은 지나치게 비대칭적이고, 조력자의 동기 역시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조력자의 행위반경이 오로지 주인공을 향해 있음에도. 여기서 조력자가 가진 뚜렷한 신체적 특징은 연약함을 가진 존재로서 착취의 구조를 드러내는 서사의 차원으로 연장되기보다는, 단지 캐릭터적인 소비, 미스터리를 증폭하기 위한 설정값으로 책정되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주인공의 전사를 비롯해 모든 인물의 전사 역시 나오지 않으며, 새로운 서사가 이로 인해 생겨나지도 않는다. 감정 이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서사의 표층 정보만 남기려는 시도는, 위기에 대한 원초적인 감지에 의해 지탱된다. 결정적으로, 기담이라는 장르의 결정성은 두 개의 구조‘들’을 하나로 환원시키기보다 무한한 것으로 확장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것은 구조(주의)에 대한 인지가 아닌, 힘이라는 하나의 구조를 부상시킨다. 따라서 구조를 위한 서사‘들’의 차이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서사 자체가 지닌 힘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려움이라는 장르의 힘은 구조를 와해시키고 그 자체를 서사를 위한 하나의 장치로 변환하지 않는가. 곧 서사의 구조에의 수렴이 아닌, 구조에서 서사들로의 연장.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기담이라는 장르가 서사의 내용적 차원에서 실험되기보다 단지 그 자체로 용인되고 은폐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남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겹괴기담〉은 하고 있는가.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3.10.06 ~ 2023.10.09. 금 19:30 |토 15:00, 19:00 |일 15:00, 19:00 |월 15:00

    공연 장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관람 연령: 만 16세 이상(2007.12.31. 출생자까지)

    러닝타임: 80분(인터미션 없음)

    주최·주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문의: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1577-0369

     

    제작진

    출연: 전소현, 이윤표, 김지영, 김광덕, 권슬아, 이아라

    작: 마이클 커비

    연출: 김우옥

    번역: 이덕형

    기술감독: 박기남

    조명 디자인: 공연화

    의상 디자인: 정민선

    음향 효과 디자인: 홍초선

    음향 시스템 감독: 강우종

    소품 디자인: 유태희

    무대감독: 이율

    오퍼레이터: 김강민

    헤어&메이크업: 김연진

    조연출: 오미영

    프로듀서: 김언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