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다인, 〈beingbeingbeing〉: ‘극장이라는 어떤 규칙’
    REVIEW/Theater 2023. 11. 24. 00:17

    성다인 작·연출, 연극 〈beingbeingbeing〉[사진 제공=성다인](이하 상동).

    연극 〈beingbeingbeing〉은 극장의 입구를 끊임없이 더듬는다, 극장이 시작되고 다시 시작됨을 끊임없이 자각하도록 만들며 출구를 부정하는 지시를 통해. 작업은 극장에 대한 탐문으로 자리한다. 이념적인 차원에서 메타-극장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극장에 갇힌, 또는 닫힌 극장에 놓인 인격들의 무한 반복의 관념과 상념이 또한 있다는 점에서, 해소되지 않은 원환 감정의 고리를 이루는, 일종의 부조리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리하는 극장을 보여주는 한편, 인격들은 극장 관계자이자 극장 바깥의 역할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연장된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메타포 역시 소환한다. 

    결과적으로 이 셋, 아리(박하늘 배우), 마지(이우람 배우), 사키(백소정 배우)은 무형적이고 유령적인 캐릭터로 읽히지만, 연극계의 구성원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가져온다. 보이지 않는 역할, 스스로를 “극장”으로 명명하는 극장(정슬기 배우)은 객석이 아닌, 계단 위의 오퍼석으로부터 들려오며, 이곳이 플라톤의 동굴이었음을 주지한다. 중단을 통해 보이는 것이 어떤 효과들이었음을 드러낸다. 

    세 캐릭터는 처음에 두 번 자기소개를 반복한다, 장소를, 동선을 바꿔서. 그럴 때 구성되는 건 언어인가, 캐릭터의 부조리성인가, 달라진 환경에 대한 감각인가. 아마도 그에 대한 대답은 〈beingbeingbeing〉이 극장에 대한 인식론적 성찰을 위한 작업인지 극장이라는 존재를 탐험하기 위한 작업인지에 대한 대답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360도로 돌아가는 의자는 관(람)객을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한 자리에 매여서 선회하는 시선으로 모든 걸 흡수하려는 강박적 제스처를 부여하는 데 가깝다. 배우들은 매우 가깝게 관객을 훑고 휩쓸고 가지만 그러한 손길, 마주함, 자취 모두 기이한 캐릭터성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X축과 Y축으로 도열된 객석이 곧 무대의 일부이자 전체가 되는 상황에서 역할들은 가시적으로는 그 틈을 오갈 수 있을 뿐이며, 그 너머에서 극장을 들락날락한다. 역할들에는 꼬리가 달려 있으며, 이는 다른 존재임을 주지하는 장치가 되면서, 무대 일부가 되면서 잃어버린 관객의 시선을 바닥의 촉각적인 자극으로 바꾸는 신체 연장술로 작용한다. 분열증적 주체들, 극장의 입구와 출구, 시작과 끝의 경계를 재설정하며 그들은 포맷된다. 곧 존재(being)는 생성의 문법을 구현하는 존재다. 

    처음 로비에는 한 떼의 사람들이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이것이 차단되며 공연이 시작되었고, 다시 열리며 그들이 무대로 난입하며 일종의 평행우주로서 다른 시작이 드러난다. 곧 실재의 난입이 가상의 세계와 연결되는 지점은 선후를 연결하고 반복하는 전략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는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 위한 무리한(?) 스펙터클이다. 동시에 관객과 배우의 위치를 교란하는 마지막 발악/발성이기도 하다―이들은 실제 소음을 내며 등장한다(소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앞과 뒤를 동기화한다). 

    어쩌면 이들은 관객을 맥거핀으로 만드는 배우들이다. 관객은 무대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순식간에 무대를 끝내야 하는 건 우리라는 것으로 전환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환은 쏟아지는 스펙터클에 대한 정교한 독해를 앞지른다. 결과적으로 무대는 기꺼이 실패를 향했고, 관객 역시 무대를 정의하고 삶과 구분할 수 있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러한 실패 속에, 관객은 존재했어야 하는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다. 곧 우리의 자리를 선점하고 이후 극장의 주인공이 되는 이들은 우리의 실천되지 않은 모습이며, 우리를 유령으로 만든다. 

    관객의 배치가 무대를 이루는 부분이 관객의 다른 관람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사실 무대를 지우고 그렇게 관객을 지우고, 새어 나오는 또는 흘러나오는 언어만으로 무대를 구성하기 위한 것과도 같이 〈beingbeingbeing〉은, 틈입의 존재들로써 극장의 언어를 재정초하고자 한다. 이는 극장의 원칙이기도 하다. 원칙을 공유하는 자로서 관객은 유사-플레이어가 된다. 그러니까 공백의 극장은 더 이상 신비주의의 의사-체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이 아닌 사고 실험으로서 무대가 시작되고 끝날 수 있음을 말하는 동시에, 그 규칙은 그것을 인지하는 관객의 공통됨이 갖는 어떤 평등, 나아가 위계 없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가령 극장의 규칙 1-1은 “나를 포함한 이 공간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서로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없다.”나 극장의 규칙 3은 “관객이 의자 혹은 휠체어를 돌리는 행위는 지금부터 ‘이해한다’는 표시로 이해한다.”와 같은 문구를 떠올려 보자. 반면, 규칙 3-1 “관객은 ‘이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 모든 걸 무효화하는 듯 보이지만 엄밀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이해의 영역은 관객의 인지적 영역에 수반되지만, 극장의 규칙은 공연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른 존재의 세계와 그에 대한 다른 이해를 가진 이들의 세계가 양립한다. 그 미묘한 틈에서 〈beingbeingbeing〉은 새로운 무대에 대한 사고실험을 끊임없이 지우고 또 ‘저장’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 제목: Beingbeingbeing
    ○ 일시: 2023년 11월 1일(수)~11월 5일(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 주최, 주관: 성다인
    ○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 제작지원: 월장석친구들 X 솔딱새프로젝트
    ○ 협력: 월장석친구들, 천장산우화극장, 성북문화재단, 성북구청

    ○ 출연 및 제작진
    작·연출: 성다인
    출연: 박하늘, 백소정, 이우람, 정슬기
    드라마투르그: 장영
    조연출: 류사라
    기획·홍보: 우희서
    접근성 연출: 이성수
    접근성 매니저: 한기민
    협력연출: 김미현
    움직임 자문: 유영봉 
    음악·음향: 이진화
    음향: 이형주
    미술: 이민영
    영상: 정길우
    진행: 김승후, 박준희
    디자인: 파이카
    친구들: 강우솔, 김성환, 김승후, 김호영, 도현, 한준희, 박희도, 추일범, 한기민, 허혜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 예술-기술매칭 2023 예술창작활동사업 선정 프로젝트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