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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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끝-레지던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리뷰REVIEW/Dance 2015. 4. 14. 13:52
언어-움직임-이미지의 균열적 총체▲ 국립현대무용단 끝-레지던시 공연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짏어’는 ‘싫어’와 ‘질어’(‘짊어’/‘집어’……) 등의 무수한 유사 기표의 착시를 ‘짊어’진다. 이것은 그 어떤 확정/이해 가능한, 단어를 거부(‘싫어’)하며 그것을 포섭한다. 독립적인 단어의 쓰임을 이탈하는 초과된 단어의 전시는 말을, 침묵을 대신한다. 말의 침묵은 침묵으로서 말하기가 된다. 무대의 현존은 그러나 그 앙다문 그러나 비죽 나온 두꺼운 입술에, 그 입술이 지니는 묘한 웃음의 흔적으로 수렴된다. 곧 눈과 입의 다른 층위에서 이 작품은 어쩌면 전적으로 쓰이고 있다. 곧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의 간극이 이 작품을 추동한다. 이 기묘한 마스크의 무용수, 최민선이 갖는 침묵의 말은, 각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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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춤의 전형적인 재구성과 아카이브에의 열망REVIEW/Dance 2015. 1. 5. 14:25
▲ 국립현대무용단,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는 춤을 보는 것에서 춤의 말을 듣는 것으로 춤의 위치 전환을 감행한다. 그러나 렉처 퍼포먼스의 형식을 차용한 이 작품이 제목에서 가리키는, 이 위치 전환은 추상적이고 비언어적 춤에 대한 구체적이고 언어적인 해설/해석의 차원이 더해지는 것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데, 말하는 주체를 춤에 관련된 누군가가 아닌, 춤 그 자체로 본질적이고 환원적인 차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곧 ‘춤을 말하다’의 메타 차원이 아닌, 곧 말 자체의 자율성을 가져가기보다, ‘춤이 말하다’라는 그 춤 자체의 신비주의 강령을 온전히 해체/재구성하기보다 춤 그것의 본질에 다시 사로잡힐 공산이 큰 것이다. 여섯 명의 춤꾼/무용가들은 한국무용계를 대표할 만한 다양한 분야에 속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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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개인전 <춤 그녀 미치다>: 정면을 마주하며, 감각을 의식하기REVIEW/Dance 2015. 1. 5. 14:13
▲ 차진엽 개인전 ⓒKIMWOLF (이하 상동) 한국 춤계에서의 인지도나 나이 측면에서나 여러모로 어떤 현재적 지표가 될 만한 점에서, 그리고 독자적인 안무가-무용수로서의 입지를 시험·시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차진엽의 공연은 춤계에서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됐다고 보인다. 5시 평일(수요일) 공연에서도 관객석은 80퍼센트 이상 찼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나 명확했고 단단했다. 여러 아이디어와 무대의 짜임을 시험했고, 하나의 춤의 결로 소급되는 움직임을 구축하려 했고, 내용/서사 면에서도 완결성을 갖추려 했다. 시간도 길지 않았고, 각 신들은 모두 정확한 이유를 갖고, 명확하게 감각되는 움직임들로 짜였다. 또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자기 목소리로써-처음 인사말부터- 기입하는 연출은 개인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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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훈무용단 <씨저테일 서전트>: 파열과 기울기의 연쇄적 안무REVIEW/Dance 2014. 12. 31. 11:36
▲ 박나훈무용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상동) ‘드르륵’의 더딘 가격과 일시적인 파열, 곧 시선을 무력화하는 일시적 멈춤과 굼뜬 움직임을 체현하는 규칙적인 박자가 형성하는 리듬과 그것을 빠르게 재생하며 입체적으로 뿌리고 펼치는 ‘드르륵’ 갈리는 소리의 이어짐, 가령 움직임들의 교차와 반복을 지속케 하는 사운드들이 생생하게 의식을 조인다. 이 우화 같은 반복에의 강박적 리듬은 작품 전체의 리듬의 규격이 되는데, 이 작품이 경사진 탄력적 4면의 정사각형 판에 올라탄 존재자들이 일종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식의 알레고리를 형성하는 부분과도 관계를 맺는다. 이 사각형의 경계에서 잔디를 만지며 이 땅을 하나의 세계로 구성하는 시선, 동시에 그 세계에 파묻히는 시선을 그 사각형의 세계/잔디밭에 세 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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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무용단 <심청> : 눈-우주의 알레고리, 그리고 미디어를 매개하는 몸REVIEW/Dance 2014. 12. 29. 10:48
▲ 이경옥무용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상동) 은 와이어를 통해 허공에 매달려 공중 회전하는 ‘심청’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바닷가에 굴절된 빛으로 편재된 물의 입체적 폭과 부피를 무용수-퍼포머를 둘러싼 거울들을 통해 무대로부터 그 바깥으로 전달한다. 곧 퍼포머(와 그에 맞춘 거울)의 높이는 폭과 부피감을 도출하는 혹은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거울의 둘러쌈과 쪼개짐은 바다 공양을 거울(빛-) 제의의 상징성을 드러내거나, 또는 바다 속에 침잠해 들어가며 고요하게 일으키는 물결의 운동성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바다 속의 신비함이 관객 너머까지 전달됐다면, 곧 일종의 수족관의 생생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면, 이어지는 검은 땅위의 죽음의 제의와 그 잔영들이 만든 스크린, 그리고 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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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무용단 <계보학적 탐구> '역사 바깥에서'REVIEW/Dance 2014. 12. 29. 10:36
▲ 트러스트무용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상동) 설경 아래 기차 여행의 실제 무대에 트랙을 또는 기차 장난감으로 끝나는, 는 어둠 속 바퀴 달린 이동형 낮은 의자를 타고 등장한 존재자들은 무대 옆에서 물속을 헤치고 유영하며 시작한다. 무대 중심을 차지하기보다 거대한 풍광의 측면을 이루는 인간에 대한 망원경적 시선은 개인이 아닌 인류를, 디아스포라로서의 타자적 주체와 그 삶을 반추하는 듯하다. 그 안에서 발화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이는 어떤 장면의 표면을 이루는 기억들이고 역사의 한 전형에 가깝다. 이들이 군집하는 몇몇의 길지 않은 순간은 무대가 흘러갈수록 탄생을 나타내는 것에서, 역사를 찢고 나오는 인간의 새의 날갯짓을 표현형으로 구성한 것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과또한 힘이 부여돼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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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 <저장된 실제>: ‘편집적 리얼리티의 세 가지 방식들’REVIEW/Dance 2014. 12. 28. 21:59
▲ 황수현 안무, 에서 무용수 강호정 [사진제공=황수현] 세 개의 방에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작품이 이뤄지고, 균등하게 그 수가 나뉘어 관객이 동시에 각각의 방으로 입장한다. 세 개의 방(방1-장홍석, 방2-공영선, 방3-강호정)에는 각기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장된 기억과 저장된 몸 장홍석은 불이 켜지면 옷을 벗는(그리고 불이 꺼지면 다시 입는) 일련의 움직임을 반복하여 동일한 순간에서 오는 기시감을 준다. 지난 현재가 현재로 재생되는 순간은 시간 축(에 대한 감각)을 이전으로 되돌리고, 시간의 유예, 영원한 현재에의 위태로움 속의 어둠으로 지연되는데, 이 현재가 다시 찾아옴의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 순간은 현재에서 벗어나며 진정한 ‘미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다시 찾아오는 현재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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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섭 <횡단보도>, 건널 수 없는 도돌이표 정세, 그리고 제도에 쓰는 자조적 편지REVIEW/Dance 2014. 12. 9. 10:29
▲ 금배섭 포스터 한편으로는 한국 근현대사의 대통령(의 계보)의 현전/재현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이 아직 오르기 전의 단계, 지원서 양식의 기획 의도와 작품 구상을 통한 작품의 얼개가 수직적으로 작품을 관통하고, 일종의 단락 지점들로 적용되면서, 그 중간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러 남녀의 소극(笑劇)적 양상으로 채워진다. 일종의 전자가 각각 역사와 작품을 둘러싼 직접적인 연관으로서 동시적인 부분이라면, 후자는 현실 세계의 이상한 재현이고, 여러 다른 시간/관점에서의 다각적 구성이다. 또한 공시적(일시적)인 삶의 에피소드(들)이다. 삶은 지나가기보다 거의 다시 도래하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명확한 가짜-선언에 이은 반복-움직임의 배치는 역사는 변함없고 안무는 미묘하게 달라질 뿐 그것(역사)을 해체하거나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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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뽑끼 <사소한>, 사적인, 그래서 소중한 것들REVIEW/Dance 2014. 12. 9. 10:20
▲ 프로젝트 뽑끼 중 '사소한 공간' [사진 제공=컬처버스] 용혜련의 몸은 장소에서의 기억을 체현한다. 이는 장소는 기억을 담지하고 있고, 몸은 장소를 구획하는 일정한 움직임을 만듦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한 존재의 삶의 영역, 삶의 물리적·신체적 장이 활성화되는 영역에서의 반복이기도 하다. 세 명이 되기 이전에, 관객의 시점을 반영하면서 무대에 선행하는 인물로서 일종의 주인공 같은 캐릭터로, 그것이 자연스러운 밖의 영역이 교차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동선이 방해받아 그의 움직임 영역이 구겨지고 멈칫하게 될 때이다. 김명진, 전지예, 용혜련, 이 셋이 복잡계의 일단을 보여줌으로써 ‘지저분한’ 무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듯하지만, 실은 더 이상 삶의 영역의 (불완전한) 상정도 아니고, 즉 개인에서 관계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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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미·허성임 <튜닝>: 연대의 틈 그리고 바깥의 언어들REVIEW/Dance 2014. 12. 9. 08:49
▲ 장수미·허성임 [사진 제공=LIG문화재단](이하 상동) 장수미·허성임의 지난 작품, 필리아(philia), 곧 우정을 통해 타국에서 두 무용가의 따로 또 같이 하는 활동들에서 나오는 느슨한-지속적 연대와 그 공연들에 감응을 시험·실험하던 전작의 현장을 이어, 둘의 만남에서 이번 작품은 그들의 어떤 좌표를 그 역사에 또 그들 몸에 ‘새김’하는가. 아님 기실 전적으로 다른 실험인가 또는 유사한 어떤 짧은 호흡으로 그것과 가깝게 위치하는가. 텅 빈 무대에 전자-기타 한 대는 연주에 대한 기대-상상을 가능케 한다면 한다. 그 기타를 손 대고 연주하며 소리 울림의 무대를 만드는 대신, 그들은 그 바닥에서 단지 그 파장이 소리로 치환되는, 사운드 역학 장에서 감응돼 버리거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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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이민경 <운동장>, 극장 발생의 기각, 그리고 극장의 계몽REVIEW/Dance 2014. 12. 5. 00:12
움직임에서 움직임 바깥으로 ▲ [홍은]입주예술가창작발표-모모한 예술 [출처=운동장 페이스북] 우선 ‘운동장’이라는 움직임/시간의 실제적 은유의 (작품에 대한 콘셉트에 나오는) 제목-일상으로의 확장이라는, 너른 극장 발생 내지는 춤의 너른 범주, 곧 일상적 현재성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은 멈춤의 태(怠)만한 업(業)무의 선언(드러냄)과 연대에의 감응의 빈 터전을 만드는 것으로 변용됐음에서 이 공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곧 은 달림의 순환적 반복(-강박)의 형벌을 기꺼이 자기 동력으로 껴안는(이 공연에 참여하는 자신들에 대한 성토와 공감의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동력과 속도로부터의 거리 두기의 측면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상적으로 가져간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적이자 이데올로기적인 부정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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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유용무용론>: 춤의 의미와 당위, 그 혼란으로부터REVIEW/Dance 2014. 10. 21. 17:41
▲ 최은진 [사진 제공=LIG아트홀] 최은진 은 유용한 것을 일상의 노동/행위로 두며 그 대척점에서 무용(舞踊)을 무용(無用)함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이 무용(無用)한 무용이 유용한 행위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한다는 식으로 이 작품의 테제를 선언한다. 그에 따르면, 그 말 이전에 발생한, 위성희가 객석에 있는 의자를 옮기고, 윤상은이 안무를 소화하는 두 대립된 장면은 춤무용론을 입증하는, 그리고 춤과 노동이 분절됨을 보여주는 작위적인 재현의 장이며, 앞으로 춤유용론의 경계를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 그 당위 자체가 요구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노동과 춤의 유용함의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춤이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기에, 곧 유용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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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루이자 코르테시/미켈레 디 스테파노 공연 리뷰REVIEW/Dance 2014. 10. 21. 17:35
: ‘마법의 회전’으로서 안무의 마개 ▲ 연습 장면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루이자 코르테시가 안무하고, 차진엽이 무용수로 출연한 은 각기 다른 뚜렷한 시공간을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춤의 정면성을 내세워 일종의 윈도우로서의 프레임과 그와 맞닿은 표면에서의 신체적 감각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마우싱은 일종의 마우스를 가지고 윈도우를 작동시키는 행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상 세계, 그리고 그것과 상호 협응하는 인간 신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만든 조어에 가깝다. 그리고 사운드와 조명이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관돼 시공간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그 장치(화)를 전면에 드러낸 것에 가깝다. 이로써 차진엽은 가상공간의 입자가 되는 셈이다. 차진엽은 우선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로봇처럼 팔다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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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 츄 (I will archive you)>, '자기 지시적 무용-텍스트의 저항과 망각'REVIEW/Dance 2014. 8. 23. 15:03
▲ 콘셉트 사진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출연하는 세 명의 안무가(윤상은, 여민하, 최승윤)들은 각자의 작품들을 아카이빙하며 동시에 재현한다. 또는 그 두 개가 동시에 일어난다. 여기에 그 아카이브에 대한 발화가 더해짐으로써 정확히는 아카이브에 대한 시선과 이해의 지점을 만든다. 곧 예전의 작품들을 다시 보기re·view하며 그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서브 텍스트로서 동시적으로 포갠다. 작품은 이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갖게 되며 해석이 가능한 유동적 텍스트로서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는 보통의 유기체적 무대의 구성과 그 흐름, 극적 시간으로도 불릴 수 있는 무대의 끊임없는 시간을 해체시키고 작품을 텍스트로 현재를 대화의 장으로 바꿔 아카이브를 아카이브화한다. 곧 예전의 작품들이 차곡차곡 하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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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유도>: '구상되는 이미지, 편집되는 순간의 파노라마'REVIEW/Dance 2014. 6. 4. 02:46
▲ 박순호의 [사진 제공=LIG아트홀] (이하 상동) 박순호의 는 유도를 재현한다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도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데 더 가깝다. 이는 그 이미지의 (머릿속) 맺힘이자 어떤 구상이다. 손을 앞으로 뻗고 메치기 직전 내지는 매침을 하기 전의 포즈는 정적과 맞물려 있다. 이것이 어디서 시작되고 또 순식간에 끝이 날지 모른다. 그 긴장의 무한한 연장은 곧 정적을 지정한다. 곧 이 시작의 지점을 모르기에 그 급작스러움(의 끝)은 긴 여운으로 빚어진다. 어떤 파동으로 물결친다. 그런데 이 여러 군상의 매치거나 매침을 당하는 어떤 두 가지 패턴적 전형의 존재들을 체현하는, 개성 없는 존재자들은 무대를 마치 유령처럼 떠돈다. 그리고 그 손이 어느 순간 거대한 힘의 촉수가 되어 타인의 몸 전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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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DODOMOOV DANCE THEATER 이준욱, <No Response> '관계의 어떤 경계'REVIEW/Dance 2014. 6. 4. 02:34
▲ DODOMOOV DANCE THEATER 이준욱, [사진 제공=모다페] 몸을 사시나무 떨듯 가눌 수 없는 몸짓 언어를 가진 단독자(존재)와 그것과 유리되는 수많은 어둠의 빛 속에 존재자들이 있다. 이는 한 명의 여린 여자의 내면과 그 바깥에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 사회에 있는 타자들의 환상물이 나타나는 형국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님 그녀 이들을 무의식의 존재화되지 않은 무의식의 잉여 구문의 형상들로 봐야 하는 것일까. 한편 이 떨림의 주체는 말을 할 수 없다. 명확히 분절되는 언어의 성격을 구현할 수 없으며 단지 몸짓과 표정 등 온 몸으로 감각되길 요구하는 비언어적 언어만을 구사하는 것이다. 입을 벌린다는 것은 말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 정도의 충격과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는 히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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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황수현, <소설화하는 몸> '순간의 클로즈업'REVIEW/Dance 2014. 6. 4. 02:27
▲ 황수현 © 옥상훈 세 사람은 처음 “인”, “아웃”의 지정에 따라 스톱모션처럼 장면들을 분절하고 그 장면을 이루는 몸짓들을 분절한다. 전자가 일화적 기억상에서 재현의 단위를 이루는 일종의 서사를 이루는 영상이라면 후자는 그 영상을 더 분절한 아니 포착한 사진들의 환유물이 된다. 이 분절된 영상·이미지는 프레임들의 축적과 변환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 분절되어 현실을 이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톱모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인”하면 멈추고 “아웃”하면 시작한다. “아웃”에서는 달라진 장면이자 그 멈춤을 예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인”에서는 그 장면이 멈춘 채 마치 1초 단위를 미세하게 쪼갠 전체 몸이 움직이지 않고 팔을 조금씩 꺾어 내려가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는 ‘순간(시간)의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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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블루 댄스 씨어터 김혜정, <The Song> '노래의 감상을 재현하다'REVIEW/Dance 2014. 6. 4. 02:23
▲ 블루 댄스 씨어터 김혜정, [사진제공=모다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로 이어진, 이 무대는 그 노래가 갖는 다양한 감정의 양상을 선취하고자 한다. 이는 그 노래 자체를 체현하기보다 그 노래가 갖는 감응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노래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되 그것에 다가서지는 못하게 된다. 피아프의 노래는 그 가사를 설사 다 이해하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그녀가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며 부르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일종의 그녀 신체가 투영되는 환유이자 인생의 고귀한 에센스가 담긴 은유라는 기호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노래가 감응되는 것이다. 이 목소리는 철저히 신체적·물질적인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듣는 이의) 감정은 그에 뒤따르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움직임은 감정, 그 중에서도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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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김건중/하이디 비어탈러(하토 프로젝트), <Swift Shift>REVIEW/Dance 2014. 6. 4. 02:20
예전에 올랐던(이미 봤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더 짧아진 듯한 느낌이다. 땅에 붙어 순간적으로 몸을 틀거나 해서 오브제적인 구문이 되거나 무대 곳곳을 오가며 자신의 내밀한 기억들을 가능케 하며 그것이 확장된 공간에서 어떤 기억을 체현하는 신체 자체가 되어 기억-신체로 배치되어 가는 광경이 매우 실제적이면서 홀연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 막은 관객의 타인을 보는 관음증적 위치로 재배치하는 한편 우리 자신의 눈이기도 하다. 이 막이 닫히며 영상에서 구십도 회전한 이미지의 카메라로 벽 내지 바닥에 기댄 그의 움직임을 비추고 움직임은 착시적으로 변용되어 감각된다. 공간을 절취하는 카메라의 감각과 회전한 방향의 달라진 결과의 현시에 맞춰 몸의 움직임도 사전에 구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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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지경민/임진호, <불시착> '고블린 특유의 몸짓에 풍자를 더하다'REVIEW/Dance 2014. 6. 4. 02:17
▲ 지경민/임진호, [사진제공=모다페] 주체할 수 없는 몸의 떨림으로서의 두 벌거벗은 몸이 무대에 던져지는데, 이들의 움직임은 중심이 없는 해체되는 몸과 같다. ‘고블린’(Goblin Party)이라는 이들의 이름처럼 이는 도깨비를 나타내고자 한 것인가. 둘은 덜덜 떨다 둘이 덕석 서로를 껴안을 때 그 떨림은 멈춘다. 곧 서로에 대한 전적인 의지만이 이 외부적인 현상의 동력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듯. 이 두 사람의 감응적 연대는 몸의 부분들을 포개 부풀어진 변형된 하나의 몸으로 둔탁하게 몸을 내려놓으며 전개해 가는 조형적 이미지의 양상을 만드는 것으로 전환되고, 또 수류탄을 무대 뒤 문을 열고 던지고 터짐의 충격까지 재현하는 등의 부산스럽게 무대를 누비며 현실의 파편적 재현의 구문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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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코타 키하라(Kota Kihara), <foot, foot step sound and step> '어둠이 스민 신체'REVIEW/Dance 2014. 6. 4. 02:08
▲ 코타 키하라(Kota Kihara), ©Kazuyuki Matsumoto 날벌레의 울음의 사운드와 으슥한 조명은 도시가 아닌 어느 시골, 숲과 가까운 자연 어느 곳을 환유케 한다. 어둠은 희미하고 그렇게 어둠으로서의 빛에서 어슴푸레하게 존재의 형상이 내비치며 시작되는데 움직임은 그 형상보다 형체로 또 소리화된 감각으로 더 드러난다. 반복된 쿵쿵거림과 이동, 구르기 등은 이 자연 안에서 홀로 내는, 홀로 있음을 드러내는 희미한 인광 그 자체다. 일종의 빛, 어둠이라는 공간에 뒤섞인 빛-형체로 등장해 그 안에 머무는 하나의 광경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곧 이 공간을 환유하며 신체는 그 일부, 그리고 독특하게 현시되며 자신의 환경 그 자체를 감각적으로 재배치하려는 어떤 시도들의 전개 양상으로서 드러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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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안겸/주선희/최원석,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청춘의 맨 얼굴'REVIEW/Dance 2014. 6. 4. 02:04
▲ 안무가 주선희가 안겸, 최원석과 함께 결성한 창작 그룹 ‘모므로’ 이 셋은 청춘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지막 관객을 향한 채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는 얼굴의 현시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중간에 한 번 더 앞을 향하는데 여기서는 어둠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있으며 어둠을 삶의 어려움, 특정 세대의 구체적인 어려움의 은유 자체에 직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세 사람이 일렬로 하나의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은 서로의 존재를 감지한 채 미약하게 발을 내딛거나 어떤 소극적 외양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클어져 그들이 마주하는 삶에서의 실질을 순간화한다. 곧 추상화된 형태와 리듬의 분배 대신, 삶이 개입된,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또 공존하며, 그 바깥의 절대적인 현실에 대한 소극적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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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레브 샤론 에얄/가이 베하르(L-E-V Sharon Eyal/Gai Behar), <House> '몸-스크린, 분절되지 않는 몸'REVIEW/Dance 2014. 6. 4. 01:43
▲ 레브 샤론 에얄/가이 베하르(L-E-V Sharon Eyal/Gai Behar), © Christopher Duggan, courtesy of Jacob’s Pillow Dance 알몸으로 감각되는 군무는 순식간에 무대를 덮친다. 몸을 분절해 그 안에서 리듬을 만들고, 접은 몸을 두 번에 걸쳐 연속으로 펼치는 뒷다리의 차올림의 어떤 정점을 찍는 광경은 짧은 황홀경을 선사한다. 곧 음악은 밖에 있지 않고 그 안에 있다. 황홀경(extase)이 사실상 나를 바깥에 두는 것이라 한다면 여기서 밖은 음악적 풍광이 ‘비치는’ 어떤 신체 자체의 들림에 의한 것이다. 음악은 양분되어 둥근 초점과 그것을 둘러싼 커다란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여기에 따라 몸들은 양분되며 다음 음악과 맞물리기도 한다. 어떤 하나의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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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박근태, <Man's Diary> '기억에 종속되는 신체'REVIEW/Dance 2014. 6. 4. 01:37
▲ 박근태 안무작 [사진제공=모다페] 단독자와 그와의 등가물들 격인 세 쌍의 무용수가 나온다. 그리고 존재의 기억이 펼쳐진다. 한 명의 존재는 지난날 자신과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내레이션으로 무대 뒤에서 목소리로 체현하고 세 쌍의 커플은 한 남자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표현하는 일종의 부속물에 가까운 무용수들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럼에도 이 작품이 목소리와 움직임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공간감적인 시가 아니며, 이천 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하나의 담론과 이슈가 된 다원예술적 움직임이라는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움직임(표현)이 목소리(텍스트)를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화자인 존재가 본격적인 춤이 펼쳐지는 동안 등장하지 않으며 시작과 끝에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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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신체하는 안무>, ‘끊임없이 말-움직임으로부터 생겨나는 것들’REVIEW/Dance 2014. 2. 28. 14:29
▲ 최은진 포스터 우선, 공연의 각기 다른 무대를 선보인 세 무용수를 표피적으로 구성해 본다면, 첫 번째 무용수 윤상은이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자폐적인(autistique) 모습을 보인다면, 두 번째 위성희는 조금 더 관객에게 말이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측면에 대한 설명이 표면적이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있어 말과 움직임을 혼란스럽게 처리하는 것 모두를 하나의 연기 과정처럼 원활하게 선보이는 능수능란한 연기자(actor)의 모습으로, 곧 스스로를 드러내는 특별한 전개, 동시에 중계의 과정을 펼쳐내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최은진은 관객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이전에 그 드러냄의 벽에 스스로 부딪친, 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의 모습,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말해야 하는 거의 강박 자체를 다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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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문 없는 문>: '과정으로서 무대, 그리고 수많은 몸들'REVIEW/Dance 2013. 11. 7. 11:02
▲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빛은 어둠으로부터 출현한다. 비물질적 시각으로서 빛이 어둠을 안고 더듬더듬 출현하는 가운데 여전히 어둠은 물질적이고 촉각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선 전인정은 무제한의 공간으로서 광야를 헤집는 눈 먼 이의 의식을 체현한다. 이 광야를 출현시키는 특정한 방식으로서 돎이 출현한다. 이 돎은 급작스럽고 동시에 멈출 수 없다. 돎의 현존은 막다른 막막한 길을 그 끝없음의 무한정의 잠재적인 영토로 바꾸며 몸은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나 의식은 순일한 차원에서 명료함을 띤다. 이 회전으로부터 출발한 몸의 박동은 멈춤에서도 그 표정으로 그 힘찬 맥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급박함의 진행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으며 조임과 풂을 자유롭게 가능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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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던져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특이한 일상들'REVIEW/Dance 2013. 11. 7. 09:57
▲ 피핑 톰 무용단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구체적인 지명의 제목으로부터 출발하는 벨기에 ‘피핑 톰(Peeping Tom)’ 무용단의 는 산 중턱 눈보라가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곳에 트레일러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낯설게 등장시킨다. 황량한 환경 속에 고립되어 있는 그들이 트레일러를 오가며 또한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태-그에 대한 시선은 객관적이며-는 구체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파편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이는 그 단절적인 일상과 동시에 공간들의 불연속적 엮어짐의 이행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객관적인 시선이 갖는 하나의 의도적인 효과로 설명된다. 이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그들을 절대적인 환경 아래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낮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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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로튼애플(Rotten Apple)>(차진엽 안무): '시공간의 안무술'REVIEW/Dance 2013. 10. 25. 13:49
▲ (차진엽 안무)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 공간을 일종의 전시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바꾼 것은 극장에서의 고정된(?) 관람을 당연히 탈피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는 탈피보다는 탈출구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극장에서 최대의 것을 향한 최선의 몸짓이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 이를테면 최대의 것이 일회성을 띤 공연의 특성을, 최선의 몸짓이 단 한 번의 무대에 몸을 불사르는 노력이라면 정답은 그것이 관객에게 온전히 수용되어 감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하나의 유토피아적 진단임이 확실해졌을 때 은 ‘공감각적 체험형 퍼포먼스 중심의 춤’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모색과 대안의 측면에서의 또 다른 절박한 시도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일종의 전시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빚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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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라 베로날(La Veronal), <숏컷–세 도시 이야기 Shortcuts>: 말과 몸, 봄과 보임의 시차 속에서REVIEW/Dance 2013. 10. 18. 15:30
▲ 라 베로날(La Veronal),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외화면 목소리가 지정하는 묘사와 서술, 그 바깥에서 유희적인 캐릭터들의 파편적이고 반복적인 일상, 이 둘의 관계 내지 간극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재현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평행되며 나뉘는 차원에서 출현한다. 전체적으로 말은, 특히 첫 번째 도시 ‘레이캬비크’에서의 말은, 어둠의 공간에서 둘이 움직임을 쌓아 나가는 것에 그것에 순전하게 몰입하게 하지 않고, 모호한 서사의 일면에 재현되는 내지는 서술되는 측면에서의 부합되는 환상,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는 상황의 일부로 여겨지게 할 뿐이다. 이 말은 그래서 명확하게 현실을 만들기보다 (무)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며 마치 주술처럼 내 안의 화자로 전이되며 파편들로써 현실을 불완전하게 파악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