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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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디너>: ‘일상의 시공간을 무대화하기’REVIEW/Dance 2019. 6. 28. 15:30
▲ ⓒ목진우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의 실험은 일상 자체로부터 움직임을 만든다는 것에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춤의 전형적 움직임 자체를 탈피하려는 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는 대신 이 일상이라는 조건으로부터 자연스런 움직임을 무대로 확장시키는 차원에서 보는 게 더 맞다. 3명의 무용수는 일렬로 넘어지는 도미노의 부속이 된다. 이재영 안무가는 예전 둘이 짝지어 그 둘이 농구공이 되는 식의 퍼포먼스식 무대(물론 공연 형태로 짜인 것이었다. (2011))를 한 적도 있는데, 그에 비해 유기적인 사물의 양태를 띠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일상을 전유한 무대에서 그 속의 사물들로 도미노를 만들어 그 사이에서의 빈틈을 구르기나 등등으로 이어 채우는 식이다. 이 안에서는 온갖 잉여적 행위들을 안무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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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ia : [고래]>: ‘유토피아는 어떻게 가시화될 수 있는가’REVIEW/Dance 2019. 6. 25. 12:42
IntroE-conscious Dance Project의 (신희무 안무/연출)는 크게 대별되는 두 개의 신(scene)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신에서 다음 신으로 넘어감은 바닷속에서 그 바깥으로의 이동, 그리고 개체에서 사회로, 의태적 움직임에서 집단적 몸짓으로의 변화를 상정한다. 무용수들은 공간에의 분포를 통해 형태를 만들고, 이어 공간 속에서 사회적 신념 체계를 이야기한다, 또는 공간을 하나의 사회로 상정한다. 이후, 그에 대해서는 주로 움직임이라는 몸의 매체적 쓰임에 대한 묘사에 기초하기로 하자. #1.▲ 신희무 안무/연출, E-conscious Dance Projectⓒ김덕원[사진 제공=E-conscious Dance Project](이하 상동)인트로에서 신수연의 모습은 고래를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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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레 니나렐로(Daniele Ninarello)의 <쿠도쿠(KUDOKU)>: ‘움직임은 보는 것인가?’REVIEW/Dance 2019. 6. 16. 11:28
▲ 다니엘레 니나렐로 안무 ⓒ조태민(이하 상동) 무대의 불이 켜지지 않고, 한동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실 어떤 움직임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분명 음악이 주는 실재를 환영으로 치환한 결과를 가져온다. 움직임은 정위되지 않는 음악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와 같은 인트로에서 볼 수 있듯 는 붙잡을 수 없음의 차원에서 움직임을 제시/지시하는 작업이다(‘움직임은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파편이거나 그 파편들의 끝없는 흐름이다’). 조명이 밝아지고 어떤 형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은 실제 사람의 몸이고 또한 움직임을 펼치지 않는 고정된 형태인데, 여기서 음악의 연주자 역시 일자라는 사실이 발견된다. 따라서 보이지 않음으로써 그러나 음악의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한 그런 보기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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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2.0>: <유도>의 대극장 버전!?REVIEW/Dance 2019. 6. 16. 11:19
▲ 박순호 안무 ⓒ조태민(이하 상동) 박순호가 안무로 참여하고 새롭게 Rising Tide Dance Theatre로 팀을 구성하여 대극장으로 옮겨진 이번 작업은, 이전 중극장 정도의 규모에서 열렸던 박순호의 작업 (2014)와는 다른 구성과 형태를 지향한다. 애초 이 작업이 지향하던 바와 현재의 작업이 갖는 의미를 지난 작업과의 비교를 통해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은 대극장용의 커다란 음악에 힘입어 반복된 구문들을 반복하여 정형화된 군무의 형태를 띤다. 그것은 현장에서 감식되는 음악 바깥의 틀, 곧 동기화될 수 없는 어떤 타격이 주는 이차적 음들을 생략하고, 이미 결론에 다다른 어떤 형태들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몰입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스펙터클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타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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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lum>: 스펙터클에의 간극을 구성하기REVIEW/Dance 2019. 6. 16. 11:14
▲ 라미 비에르 안무 , 키부츠현대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Eyal Hirsch 조명을 쨍한 햇빛인 양 ‘쬐는’ 가운데 군집된 확성기를 단 사람이 소리 치는 첫 장면은 분명히 어떤 세계의 환유다. 분명 그것은 증폭되는 사운드와 함께 단연 부각되는 한 명의 지배자의 논리를 통해 명확해진다. 이는 장소 잃은 난민의 형상을 주조하고 재현하는 대신 그 군중과의 거리를 형성하는 지배자만큼의 안전한 거리에서 이들을 포획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들은 계속해서 사실 입체적인 세계를 재구성한다. 이는 어떤 처절한 현실이나 비판적 거리 두기가 아닌 끊임없는 공간의 변전 자체, 그리고 그 속에 포화된 개인들의 행렬을 통해 동시적으로 드러난다. 확성기는 배경 음악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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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해링 <Deep Dish>: 이미지-스크린-사운드의 비동기성REVIEW/Dance 2019. 6. 16. 11:06
▲ 크리스 해링 안무, ⓒ조태민(이하 상동) 극소를 잡는 카메라에 의해 사물들은 스크린에서 꽉 채워진 풍부한 세계를 구성한다. 실제로 미시적인 세계는 거대한 세계로 옮겨지는데, 이는 우주적 차원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묘사 차원의 알레고리가 아니라 이 공연이 이를 알레고리로 제시하려는 의도 차원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곧 행성들이 이루는 검은 그리고 적막한(아마 우리의 상상의 차원에서) 세계는 확대된 스크린에 의해 거대한 움직임-속도를 이루며, 현실 차원과 다른 세계를 지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유래, 아니 현실로부터 즉각적으로 추출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것이 실재의 반영이라는 것과 매체에 의해 전이된 현실이라는 것이 양립하며 공연이 진행된다. 우리는 실재를 ‘거쳐’ 또 다른 실재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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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플레이스 #1> 정규연, 김성현, 정소희 안무 작업 리뷰REVIEW/Dance 2019. 6. 15. 16:24
정규연 안무, ▲ 정규연 안무 ⓒ조태민[사진 제공=모다페] 고깔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는 등고선의 형태를 이룬다. 이러한 배경은 몸과 분리된 사물에서 나아가 사물들이 이룬 하나의 거대한 환경, 곧 자연의 상징물로 보이는데, 두 명의 무용수 사이에서는 의태 과정이 발생한다. 곧 한 명이 이를 쓰고 다른 한 명이 따라 쓴다. 이는 본다는 것, 그의 행위를 의식하고 내 몸에 입력하는 과정을 동반한다. 사실 이러한 공간에의 관계 맺음과 적응, (사물-몸의) 적용 과정은 공간의 반향에 대한 효과 차원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이를 하나에 다 접어 한 번에 다 쓰고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이는 어떤 사물들을 가지고 노는 의미 없음의 견지에서 상상에서 비롯된 유희로도 보인다. 그러니까 여기서 프로그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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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 <HereThere>: 개별적인 것들과 뒤섞임의 무늬REVIEW/Dance 2019. 6. 15. 16:06
▲ 안애순 안무 ⓒ조태민(이하 상동) 에서 우리가 보는 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강강술래의 ‘전통적’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통이라는 건 과거와 현재의 분리주의적 입장보다는 현재에 잔존하는 파편적인 과거를 상정할 때 유의미한 진단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형태는 현재에 있어 재탐문됨으로써 동시대적 위상을 갖는다. 이러한 현재는 그 자체로 다성부적인 존재들의 구성에 의거한다. 이것이 의 독특함의 한 차원을 구성한다. 하나의 원이 있고, 이는 하나의 방향으로 일정하게 돌며 피치를 올리기 시작한다―강강술래의 ‘전통적’ 형태. 하지만 다시 하나의 원이 있고, 그 원에서 한 명이 나와 다른 한 명을 향한다. 이것이 바로 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채워짐을 비움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뒤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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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 <사이>, <Knock Knock> 리뷰REVIEW/Dance 2019. 4. 24. 17:46
LDP 무용단의 작업들을 조금 단순하게 결정화하자면 ‘움직임들의 향연’이랄까. 많은 무용수가 대극장에 동원되며 그들은 제각각의 움직임을 추구한다. 이들은 어떤 비슷한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되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춤을 춘다. 곧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그 안에서 자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듀엣이나 그룹으로 곧 확장되며 개별 움직임의 유려함들 역시 종합된다. 사실 이런 파편적인 움직임들은 순간적인 미적 표상이며 곧 사라짐이다. 이는 어떤 안무의 반복적 코드를 구성하는 단편이 아니다. 곧 끊임없는 움직임의 선형적인 나열에 가까우며, 움직임에 있어서 시간의 구조적 내러티브를 만드는 대신 어떤 스타일들이라는 느낌으로 수렴됨에 가깝다. 이는 어떤 주제 의식을 전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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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 <평행교차(Parallel Cross)>: 전유, 도상, 배치REVIEW/Dance 2019. 3. 12. 15:08
1.말의 감각▲ 안애순 안무 , 2018 창작산실 / ⓒ옥상훈 (이하 상동)‘동작과 동작을 잇는 것’, 다섯 명이 이를 수행하는 것, 단순히 말하면 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움직임은 무목적적인―그 자체가 목적인―동시에 미적인 기호나 코드로도 읽히지 않았다. 여기에 하나의 선언이 있다. 과연 드라마투르그 역할의 장혜진이 무대에 등장해 먼저 쓰인 춤을 동시에 다시 명명하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지만 여기서 말은 일단의 청각적 매체로 분류될 수 없고, 춤과도 엄연히 분리될 수 없다. 언어는 춤과 분리되는 매체가 아니라 춤을 규정하고 구성한다(이른바 ‘말은 감염의 매체이다!’). 움직임을 구분 동작으로 분쇄하고 어떤 구분 동작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으로서, 춤은 인식과 느낌의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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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정무용단 <매스? 게임!(MASS? GAME!)>: ‘포스트모던으로서의 혐의’REVIEW/Dance 2019. 3. 12. 14:56
▲ 장은정무용단 포스터거대한 높이로 쌓은 플라스틱 구조물 아래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신체의 대조는 작품 전반을 지배한다. 간간이 울리는 안정화(stabilizing)라는 경보는 강박적이고, 주체의 불완전한 포섭을 강제한다. 그러니까 이러한 신체는 매끄럽게 움직이지도 온전한 중심을 지지받지도 않는다. 사실상 이러한 가시적인 물리적 대비, 거대한 구조물과 신체의 부조응적인 조우가 드러내는, 시스템 아래 포획된 신체는, 중첩된 사운드 레이어로써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예컨대 일종의 신체를 육화하는 현과 그것을 뒤덮는 전자음악은 이런 두 층위를 간극으로서 드러낸다. 신체들은 일종의 게임의 룰을 따른 전자음악의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고 라이브 리듬은 이것을 가르며 그 자체로 신체의 부분들로 자리한다. 한편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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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의자-신체의 불문율적 세계와 예외적 순간REVIEW/Dance 2019. 3. 12. 14:21
▲ 김혜경 안무 공연 사진 ⓒ 윤석무 의자는 신체와 닿는 움직임의 첫 번째 평면이자 신체의 연장이다. 김혜경 안무가/퍼포머는 의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안무를 구성한다. 의자는 하나의 공간이자 신체가 된다. 곧 신체는 그 위에서 현존하며―때로는 그 위에서 노닐며―그것과 접착되어 지속된다. 의자는 네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으므로 두 발을 뗀 상태에서 균형을 잡고 있던 김혜경의 첫 번째 시작 장면은, 위태로운 의자의 균형과 그것을 유지하는, 곧 의자의 균형을 위태롭게 하며 의자의 동적 균형을 보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자와 신체가 가까워질 때 곧 의자로 신체의 균형이 쏠릴 때 의자와 신체는 모두 아래로 고꾸라질 위험에 처하며 동시에 신체와 의자는 하나의 신체를 이루게 된다. 반대로 의자와 신체가 멀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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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임 안무 <넛크러셔(NUTCRUSHER)>: ‘균열적인’REVIEW/Dance 2019. 3. 12. 13:59
▲ 허성임 안무 공연 사진 한껏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것. 이것이 거의 전부라 할 안무는 필시 소진을 향해 가고, 소진의 변증법이라 할 뻗음과 침묵의 영원으로 수렴해 간다. 세 퍼포머는 마치 크로마키 기법을 시현하기 위한 신체 전체를 감싼 의상에서 출발해 하나씩 그것을 벗고 나체화된다. 가린 의상과 더불어 이들은 시종일관 얼굴을 돌리고 있고 따라서 신체의 대상화는 역으로 전도되어 불편한 감각을 맺히게 한다―시선이 지배할 수 있는 건 시선을 돌린 얼굴과 신체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닌, 기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자체 동력의 신체들이고, 이는 박자를 세는―주로 허성임이 중간에서 그 역할을 전반적으로 가져가는 듯 보인다―행위로써 이 움직임은 반복되어야 한다.이 박자는 이 안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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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댄스 <Hidden Dimension>: 어떤 서사로의 출구 전략REVIEW/Dance 2019. 3. 12. 13:35
▲ 유빈댄스 포스터서사는 표면에 있는가 혹은 배면에 있는가. 질문을 바꾸어 본다면 서사는 움직임 이후에 있는가,아님 움직임 이전에 있는가. 서사는 시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진행 가이드일까. 아님 움직임을 읽어내는 움직임과 길항 작용을 하는 최소한의 장치일까. 안무가 이나현이 구축하는 즉물적인 몸의 양태는 동적 시간의 마디 속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시간을 갖는다. 그런 반면 서사는 그 위에 쓰인 간결한 메시지를 구성하기 위한 상징 코드들로부터 성립한다.따라서 이는 움직임들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대신 붕 떠서 몸의 충만을 결락으로 보충한다. 곧 이나현은 순간들이 이룬 하나의 덩어리로써 일정한 동시에 일반적인 극무용의 무대 시간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짜임, 곧 50분 이상의 길이, 메시지와 주제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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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쓰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으로부터의’ 무게REVIEW/Dance 2019. 3. 12. 13:28
▲ 쓰리 스트라빈스키_김재덕 안무 연습 장면, ⓒAiden Hwang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음악에 조응하기로서의 춤’, 세 명의 안무가의 작업은 반드시 이렇게 묶여져야 했을까―거기에 나이(세대) 역순으로. 이는 애초 이 기획 자체에서 음악이 모티브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동일자로서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명명은 춤이 언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의 최종 구현의 형태로서 춤은 음악에 대한 춤의 강박적 조응을 전제한다. 마치 여기서 음악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듯하다―춤을 통한 변환이나 사라짐이 아닌. 춤은 음악(적)으로 번역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보통의 프로시니엄 아치 전후가 아닌 무대 뒤쪽에 배치됨으로써 음악은 희미하게 공간을 침투하려는 가운데, 이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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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8] 테로 사리넨 무용단 <숨>: 착오적 매체 특정적 작업REVIEW/Dance 2019. 3. 12. 13:08
▲ 테로 사리넨 무용단 ⓒMikki Kunttu조명(테로 사리넨의 모든 작품의 조명 디자인과 비주얼을 담당해온 무대 및 조명 디자이너 미키 쿤투Mikki Kunttu), 연주(아코디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킴모 포흐요넨Kimmo Pohjonen), 움직임(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의 세 가지 매체가 교차하며 연합하는 형태의 공연이 보여주고자 한 최종적인 바는 상이한 요소들이 갖는 효과 측면으로 환원되기보다 신체 자체가 무대 전체로 연장, 증폭되는 형태에 초점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계를 사라지게 하고 순간으로 나타나(게 하)는 오직 그 자체의 현존만을 나타내는 조명의 온오프를 물리적인 조건 아래 있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순간으로 본다면, 공연은 소리, 음악과 움직임, 무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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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8] 졸탄 버쿠여 & 첸 웨이 리 <함께 홀로(Together Alone)>: '나체는 그 자체로 (침묵의) 언어를 갖는가'REVIEW/Dance 2018. 10. 14. 13:20
▲졸탄 버쿠여 & 첸 웨이 리 공연 사진ⓒPark Sang Yun [사진 제공=SIDance](이하 상동)관객의 입장 직전부터 나체로 공연 전반을 활보하는 둘의 움직임은 접촉 즉흥(contact improvisation)을 닮았다. 첫 번째로 신체가 밀착돼 자연스럽게 신체의 전면을 무대에 투사하며 두 번째로 수십 분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체 사이에서의 흐름 그 자체로부터 다시 출현하는 또 다른 흐름이 전적으로 중요해진다. 적확하게 짜인 안무나 서사의 얼개에 포섭되는 변주로서 장식적인 움직임들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신체 전부를 드러냄과 지속적인 관계 맺음으로만 짜이는 안무는 생생함을 강조하고 동시에 신체 전면에 대한 변환의 순간들을 주장한다. 이는 즉흥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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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8]<난파선-멸종생물 목록(WRECK-List of Extinct Species)>: ‘현상학적이고 상징적인 오브제의 현존’REVIEW/Dance 2018. 10. 10. 09:33
▲피에트로 마룰로(Pietro Marullo)/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INSIEMI IRREALI Company), : ⓒCreamart[사진 제공=SIDance](이하 상동)Company), : ⓒCreamart[사진 제공=SIDance](이하 상동)작품 설명에서 언급되는 ‘아르테 포베라’는 60년대 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느슨한 동인의 성격에 가까운 미술 조류로, 표면적으로는 ‘비천한 오브제’(할 포스터)로 귀결되지만, 재료 자체의 재현적 기능을 담보하는 대신, 오브제를 사물 자체로 소급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미니멀리즘의 현상학적 체험에 상응하는 부분이 있다. 가령 1969년 줄리오 파올리니의 “사방 벽에 동일한 흰색의 캔버스를 서로 바라보도록 배치”한 의 캔버스가 “많은 다른 것들을 깨닫게 하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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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 <우는 감각>: ‘화음적 공간과 이동하는 시선’REVIEW/Dance 2018. 5. 27. 00:59
▲ 황수현 안무, : 퍼포머: 강호정, 손나예, 황다솜 © 조현우(Hyunwoo Jo)[이하 상동] 미술관은 3개층의 구역으로 분리되며, 이는 동시에 조망 불가능하다. 2개쯤 되는 공간에서의 퍼포머들의 행위를 볼 수 있을 따름인데, 이는 3개 구역의 퍼포먼스가 약간의 시차만을 둔 동시적인 상동의 것이라는 데서 이동과 정착을 모두 가능하게 한다. 관(람)객이 보는 것은 공간 안의 행위이다. 하지만 2개 층을 점유한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은 관객을 그 안에 포함시킨다. 이 행위는 거의 정적과도 같고, 따라서 그 공간 안의 스피커로부터 나오는 소리는 다시 공간을 포화/포함시키는 어떤 매질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 스피커에는 하얀 천이 앞에 바로 놓여 있는데, 이로써 스피커는 직접적인 물질과의 접촉을 가시화하는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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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스윙>: '라이브 바(bar)라는 형식!'REVIEW/Dance 2018. 5. 10. 13:32
▲ 안성수 안무, ⓒ황승택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빠른 음악과 춤 모두 과잉적이다. 소곡 단위로 작품은 자르고 다시 시작된다. 따라서 몰입은 이러한 호흡의 단위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에서 적절해진다. 중요한 부분은, 여기는 ‘바(bar)’다! 플로어의 ‘가’는 일종의 움직임이 멈춘 대기 공간이 아닌, 공연의 연장선상에서 퍼포머의 움직임을 관람하고 호응하는 적극적인 주체가 자리한다. 이미 무대 뒤쪽 별도의 단상 위에 위치하며, 이곳이 ‘바’임을 선언하고 이미 보컬로 작동해온 스웨덴 남성 6인조 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 Gentlemen&Gangsters’의 멤버, 폴 월프리드슨(Pål Walfridsson)에 따라 무대는 주변부 영역을 재단하지 않는다. 모든 곳은 관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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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선 안무, <곰에서 왕으로>: '재현을 표면의 수행으로 전도시키기'REVIEW/Dance 2018. 5. 10. 13:03
▲ 공연선 안무, , 출연 김승록, 박유라, 공영선 ⓒ 옥상훈 (이하 상동) 공연의 제목은 나카자와 신이치의 대칭성 인류학의 철학이 담긴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한 권인 ‘곰에서 왕으로’를 차용했다. 책을 따르자면, 토템 신앙으로도 치환될 수 있는 인간-동물의 호혜적 쌍을 이루던 신화의 시대는, 왕이라는 존재의 탄생과 함께 거짓 신화의 중심축을 상정하며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거리,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위계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명의 책이 인간과 자연(동물)의 대칭성이 상존하던 신화의 시대로 도약한다면, 본 공연은 오히려 현대의 신화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수행하려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신화학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이는 공연의 재현-상에 대입되는 몰입의 기제를 공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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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 정기공연 리뷰_안무 임샛별, 김성현, 이정민REVIEW/Dance 2018. 4. 3. 12:24
▲ 임샛별 안무, , 출연: 신호영, 김보람, 정록이, 김수인, 이주희, 양지연, 한윤주, 이홍 ⓒBAKI[사진 제공=LDP](이하 상동) 오른쪽에 위치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얇은 천의 구조물은,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드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좁고 드러나지 않는 공간인 만큼 내밀하고 신비한 공간으로 상징화된다. 따라서 이 공간 안으로 들어감은 어떤 변화의 부분을 상정하게 된다(사실 이는 실제 미의 지배적 도상으로 자리하는 웨딩드레스의 거대한 밑으로, 실제의 웨딩드레스 안에 사람들이 위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들은 거대한 규칙 혹은 지배적인 힘 아래 움직이는 타율적 존재들로 표상되는데, 따라서 개별성을 갖기보다 어떤 제의적 장면들 또는 마법의 힘에 예속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들이 개별화된 주체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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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EGINNING>: 상징을 조율하는 리듬들REVIEW/Dance 2018. 2. 6. 12:48
▲ ⓒ이승원(이하 상동) (김영찬 안무)은 상징들로 이뤄진 다양한 장면들과 함께 상징에 대한 의미를 가시화하는 집단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극을 구성한다. 원(구)은 그 중심적인 상징으로 작용하고, 북과 같은 타악을 비롯한 연주의 변주는 움직임에 (비)가시적인 영향을 끼친다. 뭉뚱그려진 신체들이 만든 구로부터 분화되는 개체들이 공간을 지각하고 집단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무대는 시작된다. 제목에서처럼 이는 태초의 한 순간을 지시하기 위한 설정이고, 구는 중첩된 존재들이자 흩어지기 전의 에너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태초의 에너지를 상정한다고 할 것이다―물론 이는 잠재적인 부분으로 그 자체로 특별하거나 독특하다기보다는 제목으로부터 상관되는 기호의 관계망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플라스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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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리스트>: 가상의 재현적 접속 양태들REVIEW/Dance 2018. 2. 6. 12:27
정방형 무대와 그 가로부터 바깥쪽에 형성되는 객석은 경기의 플레이를 본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무대 위쪽과 함께 유일하게 객석이 없는 한쪽 벽의 스크린을 마주한 객석의 가에서부터 무용수의 의식이 깨어나며 시작되는 퍼포머의 움직임에서 예기된다. 이 비어진 공터는 플레이어들의 접속과 함께 가상의 현실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전환되게 된다. 가상의 플레이어들은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곧 현실의 행위를 모방한다. 어떤 ‘되기’의 방식은 주체적 역량을 야기하기보다 시스템의 부품으로 인도되는 듯 보이고, 이내 해변을 맞거나 하며 의사-자유마저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진정한 자유라기보다 연기를 하는 의사-대상이 된다. 이 가상은 완벽한 실재가 아닌 달라지는 환경의 유동성 자체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다. 따라서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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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든 안무, <물속 골리앗>: 공간과 진동하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2. 23. 01:20
▲ (김모든 연출 및 안무, 김애란 원작) 리허설 장면, (사진 좌측부터) 김모든, 김서윤*(본 공연에서는 주하영 무용수가 출연했다), 박명훈 어둠 속 흔들리는 그네로부터 무대는 열린다. 앞에는 방음되는 사운드판이랄까, 거대한 무대 후면의 벽이 펼쳐진다. 이는 시야를 가로막은 사운드 스케이프로서의 공간을 지시한다. 곧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주어지는 셈인데, 뒤쪽 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은 이곳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획하며 이 안의 존재자들에게 하나의 압력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공간과 길항작용을 거치며 발현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은 어떤 움직임의 심미화보다는 이 안에서의 분포가 중요하다. 적응과 적응에 대한 표현이 중요하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일상과 다른 시공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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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요하네스 칼, <당신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 ‘말하기로서의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20. 18:13
▲ 정다슬(왼쪽), 요하네스 칼, ⓒ조현우 남성의 포즈들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1863)와 (1863)의 여성 누드의 모습들을 포즈를 입체적으로 옮기는 가운데 상정한다. 남성이 여성을 표상하며 동시에 여성이 아닌 남성 관객을 보는 것은, 재현적 섹슈얼리티를 수행적이고 비판적인 언어로 전유하는 것이다. 이어 남자는 섹스/자위가 오로지 정액의 배출이라는 최종 결과에만 향해 있음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데, 성적 쾌락은 따라서 일정한 절차와 일관된 결과라는 성질을 갖는다. ▲ 요하네스 칼, ⓒ조현우 두 퍼포머는 대부분 말과 움직임이라는 구분된 역할, 동시에 평등한 역할 놀음으로 무대를 채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그러니까 기존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며. 예외적으로는 자신의 작달만한 신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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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Shooting Stars)>: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끊임없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13. 21:16
움직임은 음악을 ‘온전히’ 상쇄할 수 있는가?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2016년, 스위스에서 초연됐으며,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하며 음악, 무용수, 의상 등이 모두 새롭게 바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습 장면, 김서윤/매튜 리치/유다정/임소정/표상만/허준환 ⓒ BAKI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처음 어둠의 가림 막 너머 등장한 무용수(김서윤)의 한결같은 움직임(의 궤적)은 작품의 본원적 움직임을 응축하고 예고한다. 끊임없이 안으로 말려들며 다시 시작되는 지점을 드러내지 않는 순환적 움직임, 곧 분절화되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어느새 다시 원점을 가리키고 있는 반복되는 움직임은, 한편으로 음악을 입고 음악을 지운다. 이는 이후 여섯 명까지 불어나는 그야말로 무대의 혼란 이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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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리버런 : 불완전한 몸의 경계>: '포스트 휴먼과 휴머니즘 사이'REVIEW/Dance 2017. 11. 2. 15:12
미래의 세계에 마주해야 하는 몸은?! ▲ 차진엽(Cha Jinyeob), ⓒ박상윤(이하 상동) 시작과 동시에 무대 전면에 나타난 움직이는 이미지는 빠르게 스쳐 간다. 거기에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을 차지한 차진엽은 그에 ‘결연히’ 맞선다. 이미지(시각예술가 빠키의 작업)의 내재적 리듬에 때로는 공명하나 근본적으로 작업이 움직임의 응전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이미지(의 움직임)와 움직임의 합치보다는, 어떻게 이미지 안에서 움직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혹은 움직임이 대등한 경기를 벌일 수 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미디어와의 무용의 협업이 대부분 기술적 층위의 우월함, 놀라움으로 환원되고 마는 것의 공허함이 오래된 흔한 문제 제기라면, 반면 미디어의 몸 자체를 하나의 다른 새로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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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민 위고네, <포즈 발표회>: ‘다른 몸을 보여주는 방식’REVIEW/Dance 2017. 11. 2. 15:06
야스민 위고네(Yasmine Hugonnet), ▲ 야스민 위고네 ⓒAnne-Laure Lechat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이하 상동) 제목이 가리키는바, 일종의 포즈들의 전환으로 무대는 채워진다. 머리를 들어 올리는 데까지, 또 옷을 벗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러한 지루함은 누드로 연장된다(‘몸은 투명하다!’). 그리고 그가 스텝을 안으로 조이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정확히는 몇 배의 속도로 스텝을 잘게 밟으면서 흔들리는 몸 자체를 현시할 때 비로소 몸은 달라 보이고, 다른 몸을 선사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일종의 외부에서 수여된 오브제쯤으로 사용할 때, 곧 호흡을 안으로 잔뜩 머금고 머리카락 한 움큼을 자신의 인중에 끼고 정면을 볼 때 신체는 또 달라져 있다. 이것은 ‘다른 신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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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나의구멍>: ‘무대는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는 닫히는 중이다’REVIEW/Dance 2017. 11. 2. 14:44
김보라(Kim Bora), ▲ 김보라(Kim Bora),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는 두 개로 분기된다. 이전의 무대는 일종의 가장된 쇼다, ‘이것은 무대가 아닙니다, 무대의 뒷이야기입니다.’라는 걸 무대로 내세운. “계획”된(미리 스크립트가 짜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계속 지시되며 중계된다. 중앙의 김보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안무가/퍼포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개입하고 ‘계획’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으로 누설한다. 첫 번째 의문은, ‘계획이 계획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은 계획인가?’이다. 두 번째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은 계획을 진짜 어긋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은, 계획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