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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8] 테로 사리넨 무용단 <숨>: 착오적 매체 특정적 작업REVIEW/Dance 2019. 3. 12. 13:08
▲ 테로 사리넨 무용단 <숨> ⓒMikki Kunttu
조명(테로 사리넨의 모든 작품의 조명 디자인과 비주얼을 담당해온 무대 및 조명 디자이너 미키 쿤투Mikki Kunttu), 연주(아코디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킴모 포흐요넨Kimmo Pohjonen), 움직임(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의 세 가지 매체가 교차하며 연합하는 형태의 공연이 보여주고자 한 최종적인 바는 상이한 요소들이 갖는 효과 측면으로 환원되기보다 신체 자체가 무대 전체로 연장, 증폭되는 형태에 초점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계를 사라지게 하고 순간으로 나타나(게 하)는 오직 그 자체의 현존만을 나타내는 조명의 온오프를 물리적인 조건 아래 있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순간으로 본다면, 공연은 소리, 음악과 움직임, 무대 등을 하나로 수렴시키지 못하고 분산돼 그것이 각각으로 나타나는 순간 자체에 대한 적응의 과제를 수여한다.
음악을 연주하는 이와 춤을 추는 이 둘은, 매체적 협응의 밀착적 관계를 띤다는 점에서 그리고 서로 의미의 음가를 갖지 않는 괴성을 지르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음악으로 조종하는 이와 음악에 맞춰 조종당하는 이로 상정되는 장면과 같이 혈연적인 서사적 관계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쌍생아라고 할 수 있다. 직사각형 구조물 두 개가 삼각형을 그리며 꼭짓점이 만나는 형태의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퍼포머와 구조물 가에 붙어서 한 걸음씩 옮기는 식으로 가를 바닥으로 바꿔 입체감을 부여하려 노력하는 퍼포머는 전반적으로 그리고 그 이후, 이것이 현실감을 진정 부여하는 차원인 것인지 아님 그 현실감 차원을 재현하려는 것의 어설픔에 대한 유머를 내포하는 것인지 진정 헷갈리는 식의 연기에 가깝다.
어쩌면 ‘테로 사리넨’의 명성에 기대 그의 모든 작업을 수집(상연)하려는 열망의 심리가 반영된 것일까. 마치 작업은 너무 투박하게 매체적 협응과 작위적 몸짓이 결합되어 그 자체로부터 목적과 결론이 주어진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작업 자체의 시대착오적 양태로 소급되기보다는 그 큐레이팅에 대한 진부함에 대한 비판적 층위에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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