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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밀라 비르타넨(Milla Virtanen), <It's All Over Now, Baby Blue> '몸을 통한 영상의 재매개'REVIEW/Dance 2014. 6. 4. 01:46
▲ 밀라 비르타넨(Milla Virtanen), <It's All Over Now, Baby Blue>©Leevi Lehtinen
스크린 영상과 맞물려 그 움직임은 극적 전개의 양상을 빚는다. 이 스크린은 자연과 역사에 대한 스펙터클 이미지가 되거나 앞으로 이동하며 숲을 헤치고 나가는 카메라의 시선이 육화된 역동적인 움직임이 반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초현실주의적 색채로 물든 새장 전체가 되기도 한다.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분리되기보다 몸을 감싼 하나의 환경이자 환유적 풍경으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추측되는 영상은 당시의 군복으로 보이는 복장을 실제 입은 것과 조응하며 매체적 기억으로 전유된 역사의 단편을 제공하게 된다.
처음 무대에 머물러 있던 여행용 가방은 일종의 이미지-세계가 튀어나오는 마술적 힘을 가진 오브제라는 알레고리를 자연 갖게 되는데 그것과 사투를 벌이는 식으로 표현한 ‘마임’ 동작들로 시작해서, 나중에 그 가방은 빛이 켜지고 꺼지는 점멸의 기호로 하나의 무대 장치로 기능을 하기도 한다. 각종 충돌의 사건들이 이어지는 현실 이미지가 스크린에 반영될 때 작품은 사건으로서의 춤 대신 마치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가 시각적, 환상적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인지적 충격을 줬던 것처럼 영상이 갖고 있는 충격 자체의 지점을 소급해서 그것의 잠재력 자체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와 맞물려, 또는 미디어를 타고 온 몸에 대한 집중에서 다시 미디어 자체와 분리되는 몸의 분투가 지각될 때 작품은 곧 미디어와 몸의 전적인 결합 자체를 구현한다기보다 그 둘을 섞어 입체적으로 그 둘을 오가는 가운데 그 사이로부터 어떤 출구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지각되는 것이다. 미디어가 다른 환경-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거대함 앞에서 분투하며 그 미디어를 실제처럼 지각하는 가운데, 하나의 세계와 존재가 드러나게 되고, 이는 미디어의 구체성과 실제적인 측면을 더하고, 몸 자체의 현존을 한편으로는 그 세계 자체에 두게 하고 또 동시에 그 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무대 위의 어느 단독자의 몸부림으로 환원되게 하는 것이다. 이 낯선 지각은 그럼에도 어떤 다른 세계의 펼쳐짐을 그 몸부림으로 인해 어느 정도 상당히 신뢰하며 보게 되는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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