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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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리버런 : 불완전한 몸의 경계>: '포스트 휴먼과 휴머니즘 사이'REVIEW/Dance 2017. 11. 2. 15:12
미래의 세계에 마주해야 하는 몸은?! ▲ 차진엽(Cha Jinyeob), ⓒ박상윤(이하 상동) 시작과 동시에 무대 전면에 나타난 움직이는 이미지는 빠르게 스쳐 간다. 거기에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을 차지한 차진엽은 그에 ‘결연히’ 맞선다. 이미지(시각예술가 빠키의 작업)의 내재적 리듬에 때로는 공명하나 근본적으로 작업이 움직임의 응전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이미지(의 움직임)와 움직임의 합치보다는, 어떻게 이미지 안에서 움직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혹은 움직임이 대등한 경기를 벌일 수 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미디어와의 무용의 협업이 대부분 기술적 층위의 우월함, 놀라움으로 환원되고 마는 것의 공허함이 오래된 흔한 문제 제기라면, 반면 미디어의 몸 자체를 하나의 다른 새로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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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민 위고네, <포즈 발표회>: ‘다른 몸을 보여주는 방식’REVIEW/Dance 2017. 11. 2. 15:06
야스민 위고네(Yasmine Hugonnet), ▲ 야스민 위고네 ⓒAnne-Laure Lechat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이하 상동) 제목이 가리키는바, 일종의 포즈들의 전환으로 무대는 채워진다. 머리를 들어 올리는 데까지, 또 옷을 벗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러한 지루함은 누드로 연장된다(‘몸은 투명하다!’). 그리고 그가 스텝을 안으로 조이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정확히는 몇 배의 속도로 스텝을 잘게 밟으면서 흔들리는 몸 자체를 현시할 때 비로소 몸은 달라 보이고, 다른 몸을 선사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일종의 외부에서 수여된 오브제쯤으로 사용할 때, 곧 호흡을 안으로 잔뜩 머금고 머리카락 한 움큼을 자신의 인중에 끼고 정면을 볼 때 신체는 또 달라져 있다. 이것은 ‘다른 신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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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나의구멍>: ‘무대는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는 닫히는 중이다’REVIEW/Dance 2017. 11. 2. 14:44
김보라(Kim Bora), ▲ 김보라(Kim Bora),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는 두 개로 분기된다. 이전의 무대는 일종의 가장된 쇼다, ‘이것은 무대가 아닙니다, 무대의 뒷이야기입니다.’라는 걸 무대로 내세운. “계획”된(미리 스크립트가 짜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계속 지시되며 중계된다. 중앙의 김보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안무가/퍼포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개입하고 ‘계획’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으로 누설한다. 첫 번째 의문은, ‘계획이 계획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은 계획인가?’이다. 두 번째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은 계획을 진짜 어긋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은, 계획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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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이 러브>: 구체적이지 않은 개인의 서사REVIEW/Dance 2017. 11. 2. 14:38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 폭을 완전히 가린 두꺼운 붉은 천을 뒤집어쓰고 전미숙이 앞으로 가는 첫 장면은, 과정을 생략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무게는 그를 옥죄고 온전히 끄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이다. 곧 잔상을 남기며 흩어져 버리는 기계음(노이즈 사운드)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되어 근접했다 사라진다. 형벌 같은 천은 사운드와 맞물려 각각 일종의 옷감이라는 구체적 지표로, 봉제공장의 재봉틀 소리로 치환되며 둘은 서로를 지시하고 보충한다(재봉틀로 천을 박음질한다). 그 천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바깥이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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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리얼》전, ‘리얼, 즉자적 개념에서 인식적 물음으로’REVIEW/Visual arts 2017. 11. 2. 14:15
《포스트모던 리얼》전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의 작업들이 주로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미술 다루는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근거로 한다면, 1부는 90년대 이전, 60년대 이후부터 주로 70, 80년대의 ‘포스트모던 리얼’의 전거가 되는 대표적인 작업들을 다룬다. 2부의 배경이 된 기술 매체의 발전 양상은 예술의 감각/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에 대한 부분을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1부, 물리적 실재의 침입 ▲ 이종상, , 290x205cm, 종이에 수묵담채, 1963 [사진 제공=서울대미술관](이하 상동) 이종상 작가는 (1963)로써 소를 노동자들이 묶는 광경, 곧 소의 생명력을 포획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제목으로 둠으로써 소가 아닌,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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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 <시간이 걸리는 시간>: ‘투명한 안무’REVIEW/Dance 2017. 10. 31. 01:10
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Guy Nader | Maria Campos) ▲ 기 나데르|마리아 캄포스, ⓒAlfred Mauve[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이하 상동) [무용단이 제공한 사진은 실제 작업에 대한 메커니즘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넷으로 짜이는 움직임은, 하나에서 둘로 다시 셋으로 그리고 넷으로 확장된다. 이는 하나의 움직임에 다른 움직임이 영향을 끼치거나 받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에 둘에 셋에 덧붙는 식으로 짜인다. 이를 유기적인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련의 규칙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준다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시작과 동시에 반복의 구문을 형성하고, 무용수들은 자동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지속한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듯한 사운드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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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애, <너의 동방, 나의 유령>: 이미지-움직임‘에서부터’/‘으로’/‘으로부터’ 사운드를 지시하기REVIEW/Dance 2017. 10. 31. 00:42
임지애(Jeeae Lim), ▲ 임지애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무대 오른편에서 몸을 구부린 채 한참동안 임지애 안무가가 드러내지 않는 건 그의 얼굴이다. 정작 얼굴이 드러났을 때는 그것이 얼굴이라는 느낌이 없다. 이 느린 호흡의 움직임들은 표현 자체로 작동하나 한편으로 공간에의 사운드로의 반향과 아카이브, 이후 그 실시간적 변용을 위한 실험으로서 도구적인 몸짓을 구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천장 자체가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기 때문인데, 결국 안무는 사운드를 생성하기 위한 느린 궤적을 만들기라 할 수 있겠다(여기서 이미지 혹은 움직임은 사운드와의 물리적 관계가 필연적이고 형태적인 관계는 자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점을 자각하지 않을 때 아니 움직임의 독립성을 끝까지 주장한다면,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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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임시적 공동체의 불가능성의 발화’REVIEW/Dance 2017. 10. 31. 00:28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2017 예술에서 소위 국적이 다른 작가/작업자들의 협업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아니 그것은 어떤 식으로 의미화되는가, 가령 과정(자체의 절대성)을 이야기하는가, 아니면 (필연적인 실패의) 결과를 이야기하는가. 보통 하나의 안무를 모두가 소화하는 방식은 애초에 합치를 의도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로부터 드러나는 ‘차이’가 합치라는 순진한 의도를 비꼬며 그로부터 미끄러지는 찬란한 실패를 보란 듯이 보여주는 것일까.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섞임이라는 측면에서 퓨전(의 새로움)으로서 불릴 수 있는가. 시댄스 2017에서 선보인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2017[총 5개 나라의 무용인들이 참여했다. 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르티네스(Ri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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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되(지 않)는 커뮤니티 댄스’REVIEW/Dance 2017. 10. 31. 00:09
마오 무용단(Company Mariantònia Oliver) , 보결댄스라이프 ▲ 마오 무용단, ⓒTristan Perez-Martin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이하 상동) 커뮤니티 댄스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가령 어떤 동작을 그대로 전달하고 모방한다는 것, 또는 그들의 동작으로부터 춤을 생성하는 것, 커뮤니티 댄스에서의 안무의 두 가지 방식은 춤의 출발선상에서부터 본질적으로 분유된다고 할 수 있는가. 마오 무용단에서 안무가 마리안토니아 올리베르(Mariantònia Oliver)의 춤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는데, 무대를 자유롭게 뛰노는 반면 커다란 보폭으로 흔들림 없이 공간을 온전하게 채우는 데 어떤 흠결 없이 춤을 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결코 전문적인 무용수로서 훈련되지는 않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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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안무, <경인>: 구축과 장력의 관계술REVIEW/Dance 2017. 10. 13. 05:40
▲ 박순호 안무,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북청)사자와 겹쳐 있음을 남자는 발견하며 공연이 시작된다. 얼굴께에 꼬리를 확인하며 발버둥 치듯 빠져나온 남자는 발견의 상황에서부터 사자와 한 몸인 상태가 일단락된다. 엎드린 상황에서 상체와 하체를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며 점프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특이성은, 사자가 아닌 퍼포머에게서 드러난다. 그는 거의 발을 땅에 딛지 않는데, 땅을 구르듯 그리고 발이 아닌 온몸으로 점프하며 자신의 생명력을 구가한다. 이는 네 발을 땅에 닿고 있는 사자와 대조적이다. 첫 번째 사자와의 분리가 깨어남의 인지로부터 시작된다면, 두 번째 분리는 적극적인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손전등을 사자 속으로 비추며 내장 기관을 가시적으로 만들며 해체술을 시전하고, 위에서 내려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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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말리펀트 컴퍼니, <숨기다 | 드러내다>: '몸은 끝없는 내용일 뿐인가'REVIEW/Dance 2017. 10. 13. 03:14
몸의 매체적 탐문 ▲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Russell Maliphant Company), ⓒTony Nandi[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네 개의 작업이 ‘펼쳐진다.’ 에서 그림자와 실재의 유비는 전복돼 적용된다. 하나의 막 안의 무용수와 막에 비친 더 커다란 그림자는 무용수를 후면에, 전면의 일부로 배어들게끔 한다. 조명은 무용수 양 옆의 두 개로 변화하고 무용수는 중앙에서 두 명의 무용수를 거느린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서 2차원 이미지가 3차원 실재를 상회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이미지는 곧 그것이 단지 하나의 막에 비친 것일 뿐이라는 인식보다는, 막에 걸쳐지고 그 바깥에 실재가 다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셋은 하나의 다른 동시적 둘의 복사로 이뤄진 것이 아닌, 개별 존재-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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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아 <아정구> 리뷰: 이미지의 실존주의REVIEW/Visual arts 2017. 9. 15. 12:46
▲ (2010), 아트선재센터 3층[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3층의 (2010)는 선이 형성하는 것 배경과 그 안의 대상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 포착하는 것에 가깝다, 실재에 대한 묘사나 재현의 일부라기보다 흩날리거나 부유하는 선의 일부로써 유격이 되는 공간을 드러낸다. 곧 창조된 공간, 현실에 가깝다. 가끔씩 중간의 선 일부를 덧칠해 강조함으로써 시선의 포인트를 흐트러지게 하는 효과를 주는 가운데 뜯어지는 선을 마감하는 듯한 일종의 천에 쓰인 바느질로도 비유가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이 드로잉들은 야광의 분홍색 조명으로 마감된 공간에 현기증을 느끼고 그것의 자장 아래 보이게 되는데, 이는 그림 속 공간을 채우거나 그림을 완성하는 효과를 낸다. 곧 조명은 그림들을 채색하고 선이 그 채색된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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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안무 <Bow>, 인사의 문화상징 자본에 대한 보고서REVIEW/Dance 2017. 9. 15. 12:27
▲BOW-컨셉컷©gunu Kim(이하 상동) 첫 장면은 옆으로 무릎을 꿇은 가면 쓴 이가 의식(儀式)을 치루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상대방이 절을 받는 위치에 서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 꽤 길게 진행되는 의식에서 관객의 시선을 비껴난 보이지 않는 존재는 절대자에 가깝고, 고정된 자세로부터 흘러나오는 의식의 과정은 그에 대한 저장된 몸의 기억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일관된 표정으로 고정시키는 가운데, 의식은 얼굴로 수렴된다. 얼굴은 하나의 미스터리한 기호이자 끊임없이 각인된다. 는 인사라는 인간의 문화 상징적 자본을 실체화한다. 첫 번째로 의식의 측면에서 절을 인간의 체화된 의식(意識)으로, 두 번째로 인사의 여러 자세들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움직임들로, 세 번째로 인사를 할 때의 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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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볼레로(Three Bolero)>: '음악에 대한 안무적 주석들!?'REVIEW/Dance 2017. 7. 25. 17:17
김보람: 자동인형의 소진 ▲ 김보람 공연©황승택[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대개 움직임은 몸을 분절 동작으로 구성하는 가운데 공간에는 소리가 없는데, 몸은 직선을 소지한다고 볼 수 있다. 짧은 박자들의 궤적을 몸이 구성하여 집중도를 최대한도로 높인다. 하얀 정장이라는 옷이 가진 양식성에서도 그러한 효과를 유도한다. 김보람에서 다른 퍼포머가 중앙에서 교차되는 가운데 음악이 나온다. 물리적인 가름은 결과적으로 어떤 소진의 제스처로 연결되는데, 거기서 퍼포머들은 땅바닥에 엎드리고 넙죽 땅에 처박힌다. 거기까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기보다 연장된다. 단체의 군무가 반복되는 것에서 어두워지고 중앙에 한 명은 구음으로 때운다. 곧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리라는 기대를 깨는 데 주력하고 소리를 제거한―제외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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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두 개의 산>: '시청각적 용해 혹은 융해'REVIEW/Music 2017. 7. 25. 14:57
▲ ‘두 개의 산’ 무대 콘셉트 이미지[제공=국립극단] 무토[‘광활한 대지’를 상징하는 무토(MUTO)는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이디오테잎의 프로듀서 신범호, 인터렉티브 디자이너 홍찬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의 공연은 자연을 스펙터클의 시선으로 잡아낸 영상과 함께, 이디오테잎의 신범호의 EDM의 파장 아래 박우재의 거문고 연주가 배어드는 가운데, 인터랙티브하게 조명이 위쪽이나 앞쪽으로 분출되는 것까지를 한 곡으로 처리하며 계속 진행된다. 공간적으로는 세 개의 레이어로 이들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영상은 인간의 속도와 시선이 아닌, 부감쇼트나 카메라의 경로와 더디게 작동시키는 속도에 맞춰 유동하는 순간을 정적으로 포착한다. 이는 공간적으로는 가장 안쪽의 레이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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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 DNA(김용배적 감각): '적절한 그릇에 담은 전통'REVIEW/Music 2017. 7. 25. 14:55
▲ 박은하․김정희․김복만․원일 ‘장단 DNA’(부제: 김용배적 감각) 공연 모습[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인 공연[연출: 적극, 출연: 박은하(꽹과리, 춤), 김정희(장구, 꽹과리), 김복만(징, 꽹과리), 원일(북, 피리, 꽹과리), 김영길/윤서경(아쟁)]에는 본론의 끈덕진 길을 가는 데 있어 두 개의 초입이 자리한다. 15분 정도 빈 무대에 김용배의 사주를 음악 평론가 강헌이 푸는 것에 따라 스크린에 김용배의 사주 명식에 레이저 포인터의 빨간 빛이 표시되는 것[목(木)-여시아문: 고(故)김용배 원국풀이]이 첫 번째고, 이어 원일 예술감독이 신시사이저로 홀로 앉아 스크래치되는 연속적 기계음들이 하나의 구멍으로부터 분출되고 다시 그 구멍으로 소급되는 듯한 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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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리 연출, <용비어천가>의 모호함이란!REVIEW/Theater 2017. 7. 25. 14:40
소재주의적 나열? 혼합적 병치? ▲ [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재미교포로 나오는 김신록은 한국인들에 둘러싸여 한 걸음씩 호기심을 안고 앞을 건넌다. 마치 이질적 시공간에 대한 체험과 여행을 하는 듯한 설렘으로 그는 한발 앞서거나 뒤따르는데, 백인 사회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연기해 백인의 경멸, 혐오적 시선을 미러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 작업에서, 김신록은 어떤 분노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웃음을 띠고 있다. 마치 마네킹 같은 표정을 지녔다. 그러한 얼굴이 그를 지배한다. 한복을 입은 한국인들, 아니 동양인들의 영속되는 신화의 재현과 표상에 대한 낯섦과 거리 두기가 또한 그를 통해 체현된다. 그의 몸 자체가 곧 디아스포라다. 중간에 비스듬하게 앉아 뺨을 맞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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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목을 반 바퀴>, 제목의 함의!?REVIEW/Visual arts 2017. 7. 25. 14:32
▲ 이제, , 116.8 x 91.0cm, oil on canvas, 2017[사진=갤러리 조선] 1, 2층으로 구성된 전시는 2층의 11개의 작품을 제한 한 개의 작업과 1층 전 작업이 전시 제목인 로 구성[총 27개의 작품]돼 있다. 사실 지난 이제 작가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듯 옆으로 비껴 선 인물의 초상이나 토기로 지칭되는 괴상한 오브제들 등은, 전시 제목에 의해 새롭게 위치 지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견 전시 제목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지시하는 듯도 보이며, 한편으로 안무적 지침과 같은 수행적 행위에 대한 요구로도 보인다. 전자는 그림을 일종의 노동으로 치환하고 어떤 기본적 움직임의 단위를 조각하며, 사실적 알레고리를 그림 그리는 행위에 부여하는 것으로 보이고, 후자는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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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반 호브 연출 <파운틴헤드>: 질문을 통한 확장과 매개의 극REVIEW/Theater 2017. 4. 11. 23:24
▲ 한국 공연 장면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백색 공간의 무대는 거대한 실험실 같은 인상을 준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하나의 테이블에 주인공이 위치하여 원작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과 같이, 이 무대는 거대한 단인 동시에, 그것의 연장으로서 일종의 프로시니엄 아치의 경계에 의도적으로 걸친 상태 역시 가져가며 배우의 모습을 관객의 시선에 맞추면서 진행해 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무대는 또 다른 테이블 위의 스크린을 통해 단 아래 테이블을 포함해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건축 도면들과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을 매개한다. 따라서 공간의 물리적 분배와 입체적 증폭 및 가상 미디어적 덧셈을 통해 연극은 무대와의 관계 맺기를 수행한다. 인상적인 실로폰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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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인공낙원>: 장치로서 무대, 장치에 포획되는 신체들REVIEW/Dance 2017. 4. 4. 18:07
▲ 김보라 안무, 연습 장면 [사진 제공=팔복상회] (이하 상동) 일단 눈에 띄는 건 하나의 거울이다. 무대를 비추는 커다란 경사진 거울은 거의 무대 크기를 육박하며, 무대를 포획한다. 불완전하고도 충만하게. 실재를 왜곡하며 동시에 변전의 상으로 실재를 채운다. 거울은 단지 복사와 복제를 수행하는 대신, 아가리를 벌리고 현재를 주어담고 동시에 기울기를 조절하며 하나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붙드는 것이다. 곧 거울은 관객이 보지 못하는 면이자, 하나의 주체적 역량으로 운동을 한다. 그러므로 거울은 하나의 가벼운 시선이자 묵중한 신체다. 동시에 커다란 환경으로서 거울 장치는 마찬가지로 빛과 색채, 그리고 사운드와 함께 환경을 직조한다. (화려한 의상들은 거울에 적합한 비춤을 선사한다.) 이 안의 존재자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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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th LDP 무용단, 시선에 대한 두 가지 방식REVIEW/Dance 2017. 4. 4. 17:58
김동규, : 타자의 시선에 사로잡힌 타자 ▲ 김동규 안무, ©BAKI_2084 (이하 상동) 주렁주렁 꼬여 달린 옷들은 마치 오랜 동굴의 종유석들 같다. 이에 대한 최초의 물음은 마지막까지 어떤 해석을 유보하며 의미를 해명하지 않는다. 바닥 역시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다. 얼굴 전체를 얇은 천으로 싸고 각기 다른 화려한 원색 또는 패턴을 지닌 옷 한 벌을 맞춰 입은 존재자들이 꿈틀거리듯 움직인다. 시선이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같이 정위되지 못하는 신체 움직임은 자율적이지 못하고 구속된 익명의 존재자들의 삶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작품의 주제와 형식을 결정짓는 얼굴을 가린 결정, 그리고 옷의 색과 무늬에 시선을 온통 뺏기게 한 결정, 그 대가는 그러나 개별 무용수들의 개별적 움직임들을 무화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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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실천>: 전시로서 비평! 플랫폼으로서 비평?REVIEW/Visual arts 2017. 3. 22. 00:52
▲ 전시장 전경 [사진 출처=산수문화 페이스북] 전시장에는 단 두 권의 책만이 진열돼 있다. 그리고 이는 전시장 내 그것을 가지고 읽는 또는 복사하는 단 두 사람(청중)만의 권리로 복속된다. 일견 복사는 소유의 자율권을 허하는 듯하나, 복사를 하는 것은 재현 가치를 증폭시키는 대신 오히려 책이라는 원본의 가치를 승인하는 데 그친다. 그것은 나눌 수 없는 견고한 하드커버가 주는 물신적인 성격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다. 전시는 굳이 수많은 의자들을 뒤로 하고 두 권만을 볼 수 있게 진열했는데, 그 아래 쌓인 몇 권의 책 역시 만질 수 없는 물신 오브제로 기능한다. 이 두 책은 일견 이 전시장 내 전시 기간 동안만 허락되는 것처럼 전시되는데, ISBN이 찍혔다거나 표지에 어떤 내용이나 장식도 없다─곧 그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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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안무 <지평선 아래 솟구치는 것들>: '안무의 사운드적 확장'REVIEW/Dance 2017. 3. 22. 00:30
▲ 김희중 안무 [사진 제공=컬처버스] (이하 상동) 3명의 사운드를 다루는 이들은 무대 뒤편에서 은폐되지 않고 오히려 디제잉 부스처럼 위치하며 따라서 작업은 움직임에 피처링을 하는 사운드적인 실험에 가깝다. 책을 쌓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허물 것을 전제한다. 이는 유기적 짜임의 구조를 이루는 대신 엔트로피적 발산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모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으로, 강박적이고 제의적으로도 보이는 이런 '행위'는 안무의 체계적 질서를 보여주는 대신, 하나의 명령에 따른 프로그램화된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사운드 디제잉의 실험 자체의 단면으로 소급된다. 이 책을 펼칠 때 허약한 구조를 쌓고 허무는 일시적 건축 행위는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이의 자동 기술적 의식의 흐름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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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송은미술대상 리뷰REVIEW/Visual arts 2017. 3. 22. 00:12
▲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 2016, 단채널영상, 사운드 염지혜의 스크리닝 (2016)는 짧은 시간에 부여되는 리듬과 일정 단위의 구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후 김세진 작업과의 비교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비규격화적인 표현 형식은 소급되지 않는 이상한 차원/레이어로 빠져들며 해독 불능, 판단 유예/불가의 상황을 초래한다고 보인다.). 여기에 감상적이지 않고 유희적이고 장난스러운 말이 헐겁게 화면에 드러난다. 곧 그것은 목소리에 입힌다.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결코 견고한 하나의 내레이터로 수렴되는 대신 일정하지 않은 인격체, 가상으로 형성된 캐릭터에 애매하게 부착된다. 사실 그러한 필연적 균열은 드러나기보다 전체적으로 헐겁다는 인상을 주는 정도에 그치게 한다. ▲ 열망으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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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 야무 <섬>: 행위로써 구성되는 시간과 존재REVIEW/Dance 2017. 3. 21. 23:36
▲ 춤판 야무 포스터 무대 바닥, 각목들을 쌓아 놓은 가변 구조물은 금배섭과의 거리를 두는 섬의 좌표로서 의미를 함축한다. 이는 제도라는 것의 미약한 울타리를 두른 불안전한 자기 지시적 경계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이는 후반에 신체의 지지대로 사용된다. '예술로써 생존하기'는 예술계 내 하나의 화두로서 가끔씩 드러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작업 에서 안무가 금배섭은 이미 작품의 지원서를 읽는 등 제도와 결부된 기록과 경험 차원을 복기한 바 있다. 이번 작업의 모티프는 사실상 탈북자이고, 그를 향해 가상의 실제 같은 편지를 전단에 기록했는데, 타자를 향한 제스처와 함께 단순히 타자적 형상을 그대로 취하거나 하는 것이라기보다 상호간섭적으로 파생되어 가는 타자와의 섞임을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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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 '시적 알레고리와 리듬 문자, 그리고 사운드'REVIEW/Visual arts 2017. 3. 21. 23:27
▲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2017, 사진: 김상태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 시각적 제스처로 한정 짓기에는 화면 안 글자의 폰트, 형태, 배치 들의 궤적은 지연되지 않으므로 일종의 시간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면 밖 공간을 채우는 재즈 풍의 연주는 그것과 싱크를 맞추며 화면의 전환과 시각적 리듬에 더해 끊임없는 자극을 준다. 사실상 언어의 장르적 특질은 1층의 가 주로 대화체로 구성된 인터넷 소설의 외양으로 판소리 사설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 2층의 는 한국 사회의 대타자적인 기호이자 동시에 모든 고급적이고도 매력적인 장소로서 '삼성'―삼성이라는 고유명사에 대한 직접적 언급으로서 삼성이라는 상징 자본의 고유한 위치를 비판적이고 적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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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2017 ‘동시대성을 화두로 공공극장의 역할 제고’카테고리 없음 2017. 2. 7. 18:59
▲2017 남산예술센터 시즌 10명의 연출가 [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서울문화재단 산하)는 3월부터 10편의 작품을 올린다. 우연 극장장은 ‘민감한 동시대 주제’를 다루려고 하고, 재공연되는 두 작품(, )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검열각하’를 혜화동로터리에서 작은 역사를 세우려는 연대의 움직임으로, 지금 한국 사회 내 문화예술을 개별적인 목소리가 아니고 여러 다수의 목소리를 모아서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남산예술극장으로 가져옴으로써 현장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공극장의 역할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서사를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작업들을 다룬다. 구자혜 연출가는 에서 작년 문화예술계 내 성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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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가의 <아이 원트 투 크라이, 벗 아임 낫 새드(I want to cry, but I’m not sad)>의 안무 패러다임에 대한 접근카테고리 없음 2017. 1. 13. 11:52
수행사로서의 제목 ▲ (2016)[사진 제공=황수현 안무가](이하 상동) 제목인 (2016, 이하 )의 “울고 싶지만, 슬프지는 않다.”는 뜻의 문장은 공연의 시작을 꾀는 제사(題詞)이자 수행사(遂行辭)로서의 퍼포먼스 자체를 지시한다. 보통은 슬픔이 울음의 전제 조건이자 인과의 선행 요인이라면, 이 퍼포먼스 안에서는 울음을 슬픔 가운데 생성하지 않는 것, 곧 울음을 슬픔과 상관없이 작동케 하는 것이 주요한 전제가 된다. 한편으로 여기에는 왜 울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가 가늠되지 않는다. 곧 각각의 퍼포머/무용수마다 울음을 쥐어 짜내는 기술의 시현 정도로 나타나는 퍼포먼스는, 그러한 기술 자체가 안무로 작동하는 것까지만을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곧 퍼포머 개개인의 감정 양태 자체는 울음의 유인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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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IDANCE] 카롤린 칼송 리뷰REVIEW/Dance 2017. 1. 13. 11:43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오지 못한 칼송의 작품 는 일부 축약한 영상으로 선보였고, 이는 추상표현주의 회화 작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대해 영감을 얻는 칼송이 직접 구성한 텍스트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가운데, 여러 심리적이고 미니멀한 동작들이 출현한다−물론 이는 짧은 비디오 단편들로 분절된다. 춤에 대한 내적 동기, 곧 불가해한 작품이 놓이고 이를 마주하고 생겨나는 감상을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면적 욕구, 그리고 작품에 대한 심리적 대화가 안무를 구성하게 된다.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주의적 안무의 심상은 구체적인 작품, 물질에 대한 것에서부터 출발함으로써 동시대의 춤에 대한 래디컬한 질문을 정초하지 않고서 춤의 유인과 안무의 합목적성을 얻는다. '침묵의 사물'은 춤이라는 매체와 적절히 상응하며 또한 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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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볼리오> 리뷰, '극에 참여하고 있다'REVIEW/Theater 2016. 12. 5. 12:17
공연은 현대인을 대표하는 관객을 상정하고 그런 의식화된 관객을 끊임없이 조소하고 비판하며 진행된다. 관객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무력하게 앉아 있는 수동적인 관객의 의식을 깨우는데, 이러한 직접적 인터랙션과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의 말볼리오라는 캐릭터가 희곡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거의 반반으로 나뉜다. 극에 참여한다는 의식으로부터 극을 본다/듣는다는 의식으로 넘어감은 후자를 일종의 극 중 극 차원으로 볼 수 있는 메타 의식을 갖게 한다. 두 부분은 엄밀히 구분되는데, 전자가 후자의 주석이 아니라, 후자가 전자의 인용 차원이 된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극은 말볼리오라는 불운한 캐릭터에 대한 해설이자 현대적 주석쯤이 된다. 한편으로 연극은 기본적인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