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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SIDANCE] 카롤린 칼송 리뷰
    REVIEW/Dance 2017. 1. 13. 11:43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오지 못한 칼송의 작품 <로스코와 나의 대화> 일부 축약한 영상으로 선보였고, 이는 추상표현주의 회화 작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대해 영감을 얻는 칼송이 직접 구성한 텍스트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가운데, 여러 심리적이고 미니멀한 동작들이 출현한다물론 이는 짧은 비디오 단편들로 분절된다. 춤에 대한 내적 동기, 불가해한 작품이 놓이고 이를 마주하고 생겨나는 감상을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면적 욕구, 그리고 작품에 대한 심리적 대화가 안무를 구성하게 된다.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주의적 안무의 심상은 구체적인 작품, 물질에 대한 것에서부터 출발함으로써 동시대의 춤에 대한 래디컬한 질문을 정초하지 않고서 춤의 유인과 안무의 합목적성을 얻는다. '침묵의 사물' 춤이라는 매체와 적절히 상응하며 또한 말과 정서를 작동시키고, 이는 언어 혹은 대화로서의 움직임을 역설적으로 강하게 요청한다. 칼송은 자신의 몸을 타진하고 몸으로부터 출발하며 마치 자체가 그림이 그림의 생명성을 몸으로 표현하듯 움직인다. 


    작품을 직접 무대에서 칼송이 구현하지 못함에 따라 대체된, 힙합 안무가 브라임 부슐라겜이 출연하고 공동 작업한 <What did you say?> 힙합을 제의적 움직임으로 전유한다제의적 움직임에 힙합을 접목했다기보다는. 힙합의 움직임은 칼송에게 매력적이고 신기한 대상이며 이는 차용의 근거를 산출했을 것이다. 회색조의 헐렁한 옷의 자취가 형성하는 과격한 움직임 자체의 순화는, 박자와의 명확한 동기화로부터 오는 자극을 감축시키고 날선 부분들의 이음매를 동작과 동작을 느린 속도로 매워야 하는 무용수의 적응 자체로 전환시킨다. 


    무대 좌측에 수직으로 바닥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오브제는 그를 재현하는 매체적 복제이자 마법적 더블을 투사하거나 또는 불투명하게 드러내는데, 대부분 무대에서 치러지는 춤에 대응하거나 대신하는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원을 형성하는 움직임들이 지칭하는 어떤 방향성또는 원에 합치되는 움직임 그에 걸맞은 음악의 상응으로 인해 '전유된 힙합' 제의를 치루는 의식적 움직임의 일부로 거듭나는 한편, 제의적 흐름 안에서 끊임없이 힙합의 흔적들을 남기게 된다. 


    치나츠 코사카타니가 출연한 <바람 여인> 짧은 단편으로 칼송의 움직임을 체현한다고도 있을 것이다. 바람 소리를 구심점으로 모이고 사라지는 사운드 스케이프로 구현하며 발에 단단한 중심을 잡고 원을 그리는 동작이 인상적으로, 음향이 주로 반복되며 서사의 흐름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끝은 가파르게 단절되는 감이 있다. 원원명이 출연한 <불타는> 여타 다른 작업들의 제의적 분위기 안에 놓이는 대신 무용수 스스로가 제의를 치루는 '행위'로써 리얼타임으로 연속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물론 공간의 이동에 따른 극적 전환의 변전의 시간 층위를 형성하는 부분도 있다고 있다. 


    여기서 사물은 '현실의 지표'로서 작용하며 특정 현실 차원을 지시한다. 한편 장독과 같은 구멍이 있는 오브제가 심층 공간을 가리키고 마지막은 거기서 검은 물감을 묻힌 같은 걸로 그의 얼굴을 적시고 덮는 행위로 마무리되며 개의 다른 세계를 잇게 된다. 아마도 인상적인 것이라면 작품 자체의 완결됨보다는 <바람 여인> 비해 무용수의 특정한 장르적 또는 개별적 움직임 자체를 어떤 제의적 분위기 아래 결합 또는 접속시키는 칼송의 창작 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무용수의 적응과 그의 온전한 개성의 발현일 것이다. 


    추상표현주의 같은 움직임 자체의 불가해한 기호들, 로스코의 '감정' 혹은 '정서' 자체로 체현되는 몸은 서로 다른 무용수들의 특질과 맞물리며 다양성을 발휘하며,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의 일인극 버전으로 연장되는 듯도 하다. 그것은 물음과 담론으로 수렴/전환되는 현대무용의 흐름 아래서 하나의 심대한 무용의 오랜 경향이자 완성/종언이며 그것의 동시대적 예외성이 주는 신선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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