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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안지형, <나무=존재의 무거움>: '무덤덤하게 현실의 시련과 만나기'REVIEW/Dance 2013. 5. 28. 07:37
▲ 안무가 안지형 [사진 제공=모다페]
옷이 걸려 있음, 조명을 받아 환영으로 반짝이는 옷을 입은 남자의 환영과 검은 옷의 실질, ‘옷’이라는 상징적 외부 층위와 정을 드러내는 검은 옷의 존재는 구분되며 대립된다. 결핍이 없는 마네킹과 인간이 가진 결여에서 갈망하는 인간의 비동기적 동기화의 양상이 빚어진다.
둘의 같은 방향을 보고 목을 감싼 채 자리를 벗어난 첫 번째 움직임에서 ‘마네킹’의 표정은 굳건했음이 드러나고 둘은 오히려 현혹되어 있음의 현실을 벗어난다.
낮고 무겁게 내리깔리는 내레이션은 현실의 깊은 체증을 이들에게 전이시키며 일견 거리를 둔 채 이들의 현실을 파고드는 게 당연하다. 움직임의 연쇄 고리는 멈추지 않고, ‘당연하게도’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이어간다.
이 무기력해 보이는 이 음악과 별개로 그들만의 평면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은 의지의 고양도, 불행의 좌절도, 희망의 미래도 없다.
이런 ‘최후의 인간’으로서 이들은 단속적으로 두드림의 공명과 노이즈 막의 떨림 그 자장이 공명하는 사운드 속에 심각함의 내면 속에 몸을 담그고 있게 된다.
이 바깥의 음악에 무용하게 위치에 처한 채 의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음은 그들의 ‘무덤덤한 실존’이다. 음악의 거세짐과 몸의 급격한 속도, 움직임의 편차를 만드는데, 이것은 표현 그 자체의 순수한 고양 대신 위기에 처함의 음악이란 내용 그 자체를 형식적인 매무새의 조율만으로 가져감을 의미한다.
두 사람의 긴밀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타격이 각각 주어지자 이들의 삶은 싸우는 대신 거기에 현실 자체의 규칙에 머물러 있는 대신 서로를 향하게 된다.
둘의 실랑이는 보이지 않는 적에서 감각되는 신체로의, 반응하는 존재로의 관계 맺기 그리고 그것의 불가능성에 가까운 주고받음에서 ‘남성들만의’ 시련으로 드러난다.
한 명이 녹다운 내지 의식을 잃고, ‘아버지가방에 들어가셨네’를 언어 유희적으로 반복하는 어쿠스틱 목소리 결을 ‘진정성’의 측면으로 드러낸 노래에 한 명을 끌고 와 그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환유케 하는 중첩된 이 문장은 아버지로 환유되는 가방,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버지로 환유되는 방에 각각 아버지가 들어가 합치되고 닫히는 것으로 파악 불가능한 ‘의미의 닫힘’으로 현상된다.
이러한 감각에서의 변용태를 이루는 속에 나는 아들에서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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