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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숨 무브먼트 국은미, <Walking>: '걸음'의 산포와 변용REVIEW/Dance 2013. 5. 28. 08:44
▲ 숨 무브먼트 국은미 ⓒ 황진 [사진 제공=모다페]
여럿이서 하나의 방향으로 정위되지 않는 혼돈과 중첩의 배열이 만들어지며 그저 편안하게 팔‧다리를 옮긴다. 이는 걷는 것의 형태적 유사성을 갖는 듯하지만 실상 어딘가에서 다른 어딘가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적이 없으므로, 그 걸음의 기호를 전도한다.
이 중첩은 조금 더 빨라지고 강도를 높여 간다. 최대한 힘을 빼고 거닌다, 노닌다, 몸짓을 만든다. 반복된 춤의 재편 구도 속 유연한 진폭과 스쳐감의 관계 맺음, ‘자국의 선분’과 그것의 회복을 지닌 움직임들은 음악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과 맞물려 그 시간의 변화된 이를 확인하거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변화 없는 오고 감, 펼침과 딱 그 만큼을 상쇄하는 접힘, 반복됨의 주술은 움직임의 기본기 자체를 재형식화하는 것 외에도 어떤 달라짐, 그리고 (이전 것의) 상승과 도약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반복의 시차는 움직임이 특별한 무언가를 생성시키거나 현실적 의미를 따라야 함을 그려내는 대신 ‘즉흥’에서 연유한 것 같은 아니 즉흥을 재현하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 속에 단지 그 즉흥의 주체만이 모호하게 남는, 그 자체로 이 흐름에 취하면 될 뿐인 그런 흐름을 지속시킨다.
▲ 숨 무브먼트 국은미 ⓒ 황진 [사진 제공=모다페]
이 다섯 명의 처음으로 멈춘 순간이 만들어지고 아방가르드 재즈 풍의 피아노 연주를 삽입하자 이들은 ‘흐물거리는 덩어리’에서 하나의 날카로움의 ‘각’을 얻은 움직임으로 재편된다.
이런 차이는 음악이 움직임의 변용태를 만드는 내러티브의 제동을 거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어떤 ‘취함’에 결부된 ‘지루함’은 자유로운 그러나 그 자체의 질서를 갖는 신체들로 그 안에서 머무른다.
이는 그러한 ‘형식 실험’에 그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음악이 자유로운 화성과 멜로디를 선보이는 것처럼 무대 위의 강렬한 산포가 스스로로부터 의미의 지형을 바꾸는 다름의 척도로 작용하는 것일까.
이 ‘다름’은 그러나 음악의 분절이라는 내재적인 측면에서의 그것이고, 이 안에서 또한 움직임은 소모되며 바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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