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허창열씨 오구굿> 예술과 삶, 삶과 죽음의 만남REVIEW/Movie 2013. 8. 21. 12:50
▲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불혹도 못 채우고, 죽은 허창열 씨의 혼을 불러다 굿을 해서, 그를 춤추게 한 후, 그가 평소 좋아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주고자 한다. 눈 오는 경사진 산등성이에서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은 을씨년스럽고도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허창열 씨의 아픔을 함께 할 준비가 된 듯(?) 하다. 그와 함께 했던 후배의 일상적이고 따스했던 정을 되새기는 이야기는 다시 현실로 감각을 넘어오게 하는 반면, "이제 무덤으로 가옵니다."의 은근한 초입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굿으로 나아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치하게 된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굿"으로, 경상도와 강원도, 용동 지방에서 세습무 형태로 내려 오고 있다. 세습무는 말..
-
음악영화로 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REVIEW/Movie 2013. 8. 21. 12:45
'음악영화'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보면, 영화를 수식하는 음악이 붙기에, 음악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영화는 음악을 활용하며, 음악적 완성도에 많은 공을 들인 경우에는 따로 ost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음악영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홈페이지에는 그러한 답이 따로 주어져 있지는 않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또 영화제를 한번 체험코자 제천을 찾았다. 영화, 삶이 된 음악을 비추다 ▲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불혹도 못 채우고, 죽은 허창열 씨의 혼을 불러다 굿을 해서, 그를 춤추게 한 후, 그가 평소 좋아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주고자”한다. 허창열 씨의 동료와 친구들의 소박한 꿈은 제법 큰 규모의 굿으로 이어졌고, 그 ..
-
<북극가>: ‘음악과 함께 하는 판소리’REVIEW/Theater 2013. 8. 18. 03:58
▲ 포스터 [=MJ planet 제공] 북극곰이 겪는 재난의 상황이 펼쳐진다. 이는 지구적 재앙의 비가시적 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는 우리의 실제적 무지한 순수한 인식(이들이 그 원인을 모르듯)에 상응하며, 반면 그 이면에는 책임과 결과의 엇갈린 적용 아래 우리가 그 책임을 인식 못하고 사는 것처럼, 그리고 그 환경 파괴의 결과의 시차적인 적용을 인식하는 가운데 인류적 재앙을 미리 목격하는 셈이다. 반면 그 결과 곰돌이의 죽음 및 그의 어미도 떠나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가며 ‘끝없는 끝’, 곧 ‘극적인 죽음’ 의 적막한 대기가 이어지며 창자도 떠난다. 그리고 이전의 무대에서의 고수가 피아노를 치고 창자가 되어 노래하며 역할의 전이가 발생한다. 만화적 프레임 안에 담긴 사진들이 컷의 미학으로 나타나며 이..
-
연극 <안녕, 마이 버터 플라이>: 연극의 현실로의 환원을 시도하기REVIEW/Dance 2013. 8. 18. 03:53
▲ 7/5(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레스콜 장면(이하 상동) 시작은 실제 손숙의 극에 맞춰 공연 시작 전 진행 상황이 그려진다. 서은경과 김원해는 뒤늦게 등장하고 그것이 곧 시작될 것임을,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서 시작된다. 공연 전 스태프가 공연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가상적으로 실제를 그리는 이 공연 시작 전의 모습은 이 공연이 ‘손숙의 인생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공연’임을 그 바깥의 경계로부터 상정해 낸다. 이는 어떤 고전의 차용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역할 이전의 배우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어느 정도 그 자체로 손숙과 연극에 대한 것들이 현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손숙의 고유의 톤과 음색, 표정은 이제 어떤 ‘역할’로 건너가는 간극을 낳는 대신 손숙이 갖고 ..
-
2013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리뷰REVIEW/Dance 2013. 8. 18. 03:21
김지원 & Emil Faski (독일 킬 발레단), 자신의 신체를 감싸자 내면의 표현이 되고 남자는 조명에 의해 환영으로 드러난다. 무겁고도 유연하게 곧 한 발로 중심을 잡을 때 역시 이는 고정된 순간보다 그 무게로 상대방과 한 덩어리의 신체를 이루며 그 무게중심이 드러나게 또 둔중한 자취로 가 버림을 드러내는 데 있다. 바람처럼 남자의 품을 맴도는 자취이거나 매우 가벼운 휘발의 표지에 일말의 황홀일 수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둘이 스쳐 지나가며 그리고 엇갈린 두 스텝으로 이 중간태의 두 순간 정도로 보인다. 윤전일 (함부르크 국립발레단), 윤전일은 바이올린 주선율과 피아노 구문의 단단한 중심을 잡는 선율에 이전됨의 시간에 감정의 밀도를 집약된 춤과 감정으로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이는 외떨어진 사각형..
-
씨어터 백, <서바이벌 파라다이스>: '닮은 듯 다른 게임과 현실, 그 간극으로부터'REVIEW/Theater 2013. 8. 16. 05:48
▲ 씨어터 백, (연출 백순원) [사진 제공=씨어터 백] 두 명의 포옹하고(관계 맺고) 있는 배우, 그 앞에 ‘환상’을 품은 여자는 관객의 ‘퍼포머’로의 접속 지점이자 관객의 시선이 체현되는 부분이다. 이후 특이점은 말이 없는 퍼포머들이 구현하는 극적 세계의 양상이다. 4개의 큐브 사이를 이동하거나, 공간의 특정 좌표를 표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두고 ‘무인도’를 구현한다. 이 공간을 섬으로 환유할 수 있는 물리적 메커니즘은 바로 조명이다. 정확히는 암전을 통해 달라진 위치와 시간의 흐름을 손쉽게 가져간다. 이 무인도가 실제에서의 일상 너머의 ‘실재’로 갑작스레 건너뛰는 것이라면, 그러나 이는 다시 게임의 일부를 곧 현실에서 아바타를 상정한 것에 불과한데 가상을 현실에 앞세운 것이다. 가령 유난히 잦은 암..
-
권병준 <모든 것을 가진 작은 하나Ⅱ>: '분산과 합산으로서 협업'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5:37
▲ [탁월한 협업자들]전 포스터 [제공=일민미술관] 기타 연주와 무용수, 비닐봉지의 표피라는 기표, 일상에서 채집한 사운드로 뒤섞이고 반면 그 비닐봉지의 속은 그 끝은 절대로 드러나지 않고 다만 그것의 불가능성을 구현하고 동시에 그에 맞설 때뿐이다. 내지는 그것을 전제로 삼으며 나아간다. 아니 부유한다. 이 표면에서 울림 나아가 존재의 삼항조는 표현 불가능한 실재로서 표면, 울림 위에 퍼지는 언어들의 합산이란 상징적 코드, 존재 이전에 단편적 몸부림이라는 상상적 영역으로 세 층위의 합산으로 이어진다. 무용수의 춤은 이 공간 위의 적응이 아닌 환경에의 타자 되기, 그리고 음악과 함께 사라지기에 가깝다. 음악, 영상, 몸이 합산되고 서로에게로 융화되어 울림의 리듬, 움직임의 ‘반복’됨이라는 하나의 구문으로 ..
-
김현탁, 연극 <성북동갈매기>: '연극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재환기'REVIEW/Theater 2013. 8. 16. 03:33
▲ 극단 성북동비둘기, 연극 (연출: 김현탁) 는 기존 원작에 대한 재현 도식과 재현하고 있음의 메타 의식의 재전유 전략이 공존하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전도하며 지속한다는 것에 유의해서 볼 수밖에 없다(이것은 포스트모던 이후의 연극의 한 대표적인 그리고 성공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을까). ‘트레프레프’는 무대 주변부를 어슬렁거리는 ‘니나’라는 짐을 떠안으며 무대 밖에 구질구질하게 정박해 있는가 하면 빈 무대를 두고 와 뜀박질로 그 부재를 오히려 드러내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강과 일상이라는 원작의 공간 관련한 알레고리는 무대와 (관객과 영역/무대를 공유하는) 무대 밖이라는 좁은 현실로 치환되는 듯싶다. 적어도 사각 프레임의 무대 바깥은 해안이라는 경계는 된다. 강은 이 무대 너머에 있다...
-
<영원한 침대>: '미완성의 모색들'이 가진 미학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2:56
▲ 콘셉트 이미지 [제공=LIG아트홀] 배우들은 공간의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일상을 환영으로 전도하는 이 ‘위치함’은 이들이 분명 같은 공간에 있지만 배우라는 암묵적 전제가 자리한 채 특정한 피사체가 되며 동등한 입장에서 의미 교환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환영적으로 자리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열어주는 건 연출의 개입인데 이는 기존의 비가시적인 연출의 영역의 경계 허물기나 아니면 또 다른 역할로의 극 내재적인 등장으로 보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연출은 거의 들리지 않는 입만 뻥긋하는 듯한 말을 흘려보낸다. “말은 명령어”(들뢰즈)로 직접 작용하며 이 정지된 피사체의 접근 불가능함의 영역을 붙잡을 수 없음의 유동하는 흐름으로 바꾸어 놓는다. 마치 어떤 영감과도 같은 이 ‘들리지 않음’의 말은..
-
박나훈 <이웃>: '이웃으로서의 타자'REVIEW/Dance 2013. 8. 16. 02:48
▲ 박나훈 포스터[=박나훈 무용단 제공] 로비에서 박나훈과 김준기는 관객과 경계선을 긋지 않고 ‘어느새’ 출현한다. 이미 ‘정시’라는 관념과 그것을 둘러싼 침묵까지가 공연의 일부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영어 교육용 발음 청취 테이프의 무작위적인 재생은 그 자체의 리듬 패턴을 그리며 단속적인 출현의 텅 빈 기표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는 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도 춤이 가져가야 할 정서 역시 아닌 반면, 이 단어들과의 마주침은 이 두 남자가 각자의 영역을 그리며 맞닿고 떨어져 가는 단속적인 접속과 흩어짐과 같이 그저 나타남과 반복을 가능케 하는 순간적인 구성이라는 역량 아래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어깨를 맞대는 친밀한 인사와도 같은 제스처는 이 공연의 하나의 모티프이자 제사(題詞)이다. 이웃이기에 가능한..
-
연극 <왕과 나>: '변전의 연기술'REVIEW/Theater 2013. 8. 16. 02:43
▲ 7월 4일(목)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왕과 나」 프레스콜 (이하 상동)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는 사건의 나열, 코러스 진행은 재현이 아닌 표현의 한 평면으로 융해되는 변전술을 이룬다. 관계의 장에서 형성된 말이 순식간에 독백으로 옮겨지며 달라진 상황을 인식한다. 배우들은 어쿠스틱 기타의 주선율 아래 코러스가 은근하게 더해지며 ‘공동의 안무’를 취한다. 가령 둘의 손을 맞잡음은 ‘표현의 층위’에서 펼쳐진다. 곧 두 사람이 허공에 손을 뻗고, 이는 두 사람이 이미 손을 맞잡은 것으로 ‘서술’에 의해 표시된다. 이는 은밀한 접촉을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어 감질나게 둘의 스킨십을 표시한다. 철 지난 트로트는 시대착오적이거나 퓨전 식의 덧댐이 아닌 이전에 ‘흘러가는 시간’, ‘지나간 것과의 조우’라는 ..
-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 <잔디 자장가>: '실시간화되는 신체-사운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2:35
▲ [탁월한 협업자들]전 포스터 [제공=일민미술관] 프레임 뒤 각종 믹싱 사운드 장치, 오르간처럼 울리는 작은 건반과 수많은 볼륨의 좌우 컨트롤 버튼으로 조정해 전자-사운드와 보컬-악기의 1차 음원을 2차 피드백으로 확장·변전하며 풍성한 사운드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정방형 큐브의 방음된 공간에 관객은 유폐된 채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 ‘부족적 의식’을 치르는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David DiGregorio)의 경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행위를 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레코딩의 실시간화 그 자체이기도 하고 리허설을 실제로 옮기는 과정에서 특유의 능수능란한 이동은 더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것이 갖는 신비함은 중간에 작은 스피커 옆 마이크와 마이크에 부착된, 또 옷에 달린 색색의 깃털과 작은 알들로 묶..
-
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연극 <거짓말 게임>: '치유적인 관계 맺기'REVIEW/Theater 2013. 8. 16. 02:19
▲ 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연극 [사진 제공=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 (이하 상동) 무대는 어둠 속 영화의 섹스의 신음소리만을 취한다. 이는 ‘택수’(김준삼 배우)를 자극하지 못하는데, 이는 그의 신체적인 증상인 단순 발기 불능의 실제적인 문제 외에, 소음으로 흘러가는 미디어의 과잉 정보와 그것의 자극적인 일면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현대인의 모습의 궤를 이루는 가상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된다. 남자에게서 성욕은 그대로이되 발기는 일어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은 감각과 생각은 상응하지 않고, 감각은 또한 통제되지 않음을 어느 정도 도식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실제로는 하지 못하되 생각과 입으로는 무한히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행동은, 지배와 통제됨,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적 의식에 사로잡힌 남자의 정신세계..
-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하나의 사건', 뒤따르는 '잉여적인 것들'REVIEW/Dance 2013. 8. 16. 02:00
모나드, 사건, 푼크툼 ▲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사진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칸막이 쳐진 큐브들, 이 모나드들이 이룬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그 속에는 솜이 담긴 것과 담기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상이한 양과 그 형태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의 프레임은 단 2-3초 만에 분해되며 인간의 네거티브 형태를 남긴다. 그리고 이 해체된 인간의 형상을 무대 전체 공간 구획을 만드는 것으로 이전된다. 곧 한 거대한 인간은 다시 수많은 개체의 유폐된 자아의 내면으로 치환된다. 이 칸막이 속 솜이나 간간이 띠는 붉은 실의, 일정하지 않은 양이 규정하는 큐브는 개별적인 것인 동시에 소통되지 않고 자족적이며 따라서 해석되지 않는 무엇을 의미한다. 미니멀리즘적인 이 단순함과 상이함의 매체는..
-
연극 <아시아 온천>: '유토피아에서 죽음으로, 다시 두 삶의 화해적 평면으로'REVIEW/Theater 2013. 8. 16. 01:47
▲ 연극 : [사진 제공=국립극단] (이하 상동) 왁자지껄한, 달뜬 분위기의 현장, 연주가 더해진 과잉-공간으로 시작된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줄은 서낭당을 상정한다. 무대 가의 밴드가 대기하고 있는 ‘열린 방식’으로 연극을 구현하며, 어둠과 빛의 환영적 경계의 표지를 만들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동시에 이 확 열린 무대는 카니발로 쉽게 변화 가능하며 연극이라는 것, 메타적인 연극의 규약을 지시하며, 변전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가져감을 또한 의미한다. 이 열린 공간은 이제 의미의 숨김과 드러냄의 급작스러움이 없다. 공간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이 ‘총체적 구도’ 아래 말들은 자유스럽고, 발화는 다중의 텍스처가 중첩되고 한국과 일본 배우의 각자의 언어가 하나의 언어인 듯 통합되고 소통된다. 이 섬은 갇..
-
김웅용, '교란된 영화의 감각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Movie 2013. 8. 16. 00:58
▲ 김웅용 작가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김웅용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무성영화 같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불들은 점점 커지고 도깨비불 곧 ‘가상’은 점점 번져 간다. 시각을 잠식하며 시야를 상정할 수 없는 전체 스크린을 통해 촉각의 경계로 넘어간다. 이어 단편들을 전유하는 목소리는 헐거우며 그 자체로 시대-장르적 특유의 표지로써 단편들 위에 덮이고 이미지와 목소리는 불균질하게 차이를 벌리며 이 ‘확정적 견고한’ 목소리를 우스꽝스럽게 그 권위를 추락시키며 이미지들을 헐겁게 붙잡아둔다. 나아가 이미지들을 탄생시키는 현장의 분위기에 대한 포착을 또한 시차적으로 이 (진지한 것의 그 자체로의 패러디라는) 내용의 균열의 틈에서 발생시킨다. 한편 신들은 파편적이고 단속적인데 무작위적 건너뜀을 통해 유추 불..
-
엄귀현, '기상천외한 전유 전략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6. 00:36
▲ 엄귀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서유기)의 주성치의 영상을 차용하고 시작하되 본 영상이 그것을 잇는가는 의문이다. 손오공이 머리에 쓰는 것은 운명의 수용인 반면 이러한 장치만 현대로 이전되어 있고, 재생된 원숭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의 끊김, 기억의 현재, 영상의 끝이 아닌 것 같은 끝, 어떤 착시나 현기증마저 남긴다. 손오공은 어디 있는가. 이것은 손오공의 망령, 남겨진 사후에 당도하는 기억의 일부인가, 아님 손오공을 가둘 역량의 망치 장치를 개발한 것에 불과한가. 는 스크림 가면을 쓴 어떤 기괴한 잉여적 존재의 출현, 곧 외부적인 것(사건)을 겪는 자동차 안의 주체로 그 시점이 이전된다. 그러나 시선으로만 있는 존재들은 그것을 장난스러운 태도로 인지하는 가운데, 그..
-
연극 <왕은 죽어가다>: ‘죽어 있음과 죽음의 시차’REVIEW/Theater 2013. 8. 15. 23:08
▲ 연극 콘셉트 촬영 사진 [제공=극단 맨씨어터] (이하 상동) 왕의 자리에 앉는 것, 왕의 권위를 체현하는 것은 그의 신하 대리인이다. 곧 스모그와 불이 켜진 후 비로소 드러난 수족관의 기표는 왕의 등장을 알리는 효과다. 하지만 여기엔 어떤 간극이 느껴지는데, 왕은 그가 그를 보는 하지만 그가 보지 않는 그를 경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의 눈치를 본다. 이는 물론 그가 왕이 아니었음에 기인한 것으로, 이는 왕이 완성되는 방식을 사유케 한다. 무엇보다 그가 왕으로서 드러났던 처음이나 그것이 아님으로 드러났을 때 역시 왕(의 모습)은 ‘왕’ 자체에게서 내재적인 부분이 아니다. 왕 바깥에서 왕과의 직접적 관계없이 왕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서, 또 그것을 보존하는 그 ‘이외의 것’(그가 보지 않는 시선들)에 ..
-
연극 <8월의 축제>: ‘누군가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REVIEW/Theater 2013. 8. 15. 21:34
▲ 7월 11일 프레스리허설 장면 (이하 상동) ‘주영’(이시원 배우)의 존재를 담아내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주영은 죽었지만 아버지와 남편과 한 가족을 이뤄 생활한다. 한편으로 이는 죽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는 더 인식하려고 하는 장인으로서 ‘광현’(손병호 배우)의 모습에서 감지되는 잊기 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속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입장과 잊기 싫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죽었음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는 그의 아들 같은 사위이자 젊은 남편인 ‘영민’(김민기)의 입장의 간극과 함께 꿈과 현실 사이에 있는, 곧 한편으로는 마음의 작용, 또 한편으로는 실재라는 두 다른 신념의 차이로써 그 존재는 드러난다(처음에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장인의 권유로 그 역시 심한 부정으로 그것이 마음의 작용의 영역이라는 것 역..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Salon de Factory>: '춤의 메타적 리서치'REVIEW/Dance 2013. 8. 15. 20:32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까페에서 먼저 일시적으로 체험한 이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옮겨갔다 (이하 상동) 무용수만큼의 여러 흐름으로의 무용수들은 춤을 느슨하게 추며 넓게 퍼졌다. 관객 한 명씩과 네트워크하고 중앙의 무대로 끌어오기 위함이었다. 이는 곧 관객과 중앙의 경계를 허물며 하는 자와 보는 자의 경계를 역시 소멸시켰는데 이는 몇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무용수가 순환하며 갖가지 제스처를 취해 관객의 주의를 허물고 멈춰 있음의 긴장을 해소시켰다. “나는 지금 무대에 섰다”는 것을 전제하며. 어떤 놀람의 반응이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다. 갖가지 상징적 기표들, 이는 어떻게 튀어나오는 것일까, 각종 의성어로부터 대사의 편린들은 어떤 근거로 튀어나오는 것일까. 이는 우연한..
-
<정가악회: 아리랑 삶의 노래-강원도 평창>: ‘삶의 노래들’REVIEW/Music 2013. 8. 15. 20:31
▲ © 노승환 [사진 제공=국립극장] (이하 상동) 생황은 이국적 울림을 안긴다. 무조격의 음계는 무미건조하게 지속되고 다양한 음계의 분절식 오르내림이 이중적으로 겹쳐진다. 이 아스라하고 강한 주선율의 생황 가운데, 구음 위주의 보컬, 해금, 거문고, 장고, 징이 작은 긴장으로 큰 낙차 없이 진행된다. 장고가 이 와중에 그 리듬의 편재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이 역동적인 또 둥글게 굴러가는 반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 일순간 멈춘다. 그러나 이 순간에 어떤 의식의 환기가 일어나며 한 차례 이 끝은 끝이 아닌 반복인 것처럼 다시 온다. 각 장소에서 소리 채집을 통해 그가 자연스레 있는 곳, 현존을 담아낸다. 연출된 것이라기보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아리랑으로 통칭되고, 곧 삶의 노래를 대표하는 형식으..
-
연극 <물탱크 정류장>: '묘한 의식의 변용'REVIEW/Theater 2013. 8. 15. 20:28
▲ 연극 리허설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이하 상동) 의식은 방기된다. 침대 위 자유로움, 관객 자유로움은 구분되고, 서로가 서로를 닮아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 이 바텐더는 미세한 입자들로 날아간다. 분해된 섞임과 섞임의 이동, 그리고 부분으로서 치환되며, 어떤 내세울 수 없는 순차적 흐름의 일환으로 존재, 그리고 삶은 치환된다. 시작,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도 읽을 수 있는 내레이션은 마치 주체(화자)인 듯 말하지만, 극 세계를 벗어나며 일종의 매개자임을, 이 내레이션의 파악 불가능한 의미들의 흐름인 듯 그 목소리 역시 하나의 떠돎으로, 그리고 이 엇갈린 층위들의 불가능한 소통의 관계를 매개하지 않으면서 나아간다. 이 술집은 그리고 ‘물탱크 남’은 직접적으로 우연히 대응되..
-
<오레스테스 3부작>: '역사로부터의 사유', '운명의 수용', '복수 이후의 담'론REVIEW/Theater 2013. 8. 15. 20:26
▲ 게릴라극장 포스터 1막 극의 시작 전에 문지기가 자리한다. 그는 자신에게 부과된 쓰레기들과 함께 노숙자의 형상을 띠고 있는 한편, 신문(정보)의 무용함을 알리고, 극에 들어가기 전의 경계를 침묵으로써 비워 둔다. 현실의 힘듦을 체현하는 한편, 시간에 대한 집중과 그 경험, 발화를 직접 관객에게 건네는 형식을 가져가며 관객과 그 사이에는 침묵만이 있는 것이다. 나룻배의 사공이 되고 또 (관객의 사유를 대신하는) ‘사유하는 배우’로 분한다.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계에서의 위치는, 두 참전 용사의 관객 속에서 진행하는 대화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시간의 경계로, 이전의 이야기를 회상하고 사유한다. 이들을 통해 들여다 본 (트로이)전쟁은 이기고 죽고의 문제가 아니라, 곧 적과 동지의 문제가 아니라, 유예된, ..
-
<‘트리스탄과 이졸데>: '고전과 매체적 실존 사이에서' (빌 비올라 with KBS교향악단)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5
▲ 빌 비올라, 불의 여인, 2005, 영상설치, 가변크기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 조명의 어둠 속 현악기들은 ‘지옥’으로부터의 서 있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현상시킨다. 오히려 하나의 선분이 그어졌다는 것, 탄생했다는 것이 일종의 실험적 성격을 가져가는 것 아닐까. 위태로움과 그에 대한 매혹이 또 다른 위기를 낳는 시작, 반면 전원적이고 이상하게 풀어헤쳐지는 음악의 너른 흐름과 장관의 경관을 사유함은 앞선 시작의 매혹에 대한 공포와 함께 흘러 나간다. 중에 불길이 솟아오른다. 남자의 그림자는 그대로 유지된 채 이는 무화되어가는 소용돌이 반면 정신의 또렷함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내면에의 불타오름을 상정하는 듯 보인다. 불은 일종의 파도 같은 지속되고 반복된 움직임을 ‘말 그대로 불-바다’들의 기호를 만들어 내..
-
김웅현, '사물과 인간, 게임과 일상의 절합된 현실들' <제 2회 비디오 릴레이 탄산>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15. 20:24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사미술공간] 김웅현의 이나 같은 비디오는 게임 형식을 전유한다. 총 아이템을 주움으로써 일종의 에너지의 외화된 형태, 게임 세계 속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마지막에는 경기장을 향해 바주카포를 발사해서 가상의 폭발과 그것에 대한 타격을 가정할 때 현실에서의 (또는 비디오 속 가상이라는 매체 형식에서의) 불가능한 싸움의 영역을 상정하는 측면이 있다. 사물과 자연이 절합된 환경 역시 특이한데 이 사물화된 프레임, 프레임으로 짜인 인위적 공간 안에 캐릭터가 들어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물은 캐릭터가 쉬이 절합 가능한 도구이다. 도구적 존재로서 역량을 드러내는 것은 게임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원동력이 된다. ▲ 김웅현 작가 작품 스틸 컷 [사진 제공=인..
-
씨어터 RPG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게임, 군중, 재현'의 엮음REVIEW/Theater 2013. 7. 30. 00:38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포스터, 씨어터 RPG 은 마로니에여름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관객은 입장하는 게 아닌 한 군데 ‘모인다’, 이는 다시 흩어질 것임을 그리고 다시 모일 것임을 전제한다는 의미를 가리키고 있고, 한편으로 여기에는 군중 내지 무리의 어느 한 부분의 속성을 띤, 관객의 재전유된 위치를 상정한다. 곧 입장하고 연극을 보는 하나의 집단이되 개별적인 감상자로 자리하는 기존의 연극에서 관객은 주체로 호명되며 그룹화의 선택의 기로를 겪게 된다. 먼저 시작 전 반복되는 매뉴얼을 접하며 공연이 아닌 잉여 시간에 공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자음(이를 화면에 나타나지 않되 그 내부로부터 그 존재를 가정하며 흘러나오는 ‘아쿠스트메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으로 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한, 그 금기 너머의 영화들REVIEW/Movie 2013. 7. 29. 20:32
11일간의 판타스틱한 여정을 마무리하다 ▲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축제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이라는 말 자체에는 금기 너머의 느낌이 담긴다. 일상은 평평하고 단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라면, 그래서 일상을 넘는 것 자체를 일탈과 도발이라 일컫는다면, 판타스틱은 그 일상 너머의 것인 동시에, ‘금기 이전’의 내지는 ‘금기 너머’의 무엇과도 같다. 축제(festival) 역시 일상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판타스틱과 축제의 만남은 꽤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피판)로, 그 상영작 하이라이트를 보면 피 튀기는 엽기적인 장면들, 좀비를 비롯해 ‘비인간’의 형상을 띤 괴물들이 등장하거나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 장면들 등을 주로 볼 수 있다. 실제 그것들은 궁..
-
영화 <설국열차>: '친숙하면서도 낯선 봉준호의 영화'REVIEW/Movie 2013. 7. 27. 01:50
지옥도 닮은 다양한 알레고리의 중첩들 '실재의 사막' ▲ 스틸 ⓒ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를 관통하는 알레고리들은 꽤나 서구적이다. 이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의 가장 큰, 그리고 단순한 차이일 것이다. 끝없이 달려 나가는 기차는 금속으로 완전히 쌓여 있고, 어떤 시선도 없다. 이는 마치 눈 먼 상태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러나 그 끝이 없는(죽음이 없는) 무한 동력의 괴물을 은유한다. 뱀파이어는 죽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삶이 없는 존재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죽기에 유한한 생명은 소중하다. 오존층 파괴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 대거 CW7이라는 물질을 살포하여 발생한 지구의 빙하기는, 그 기차에서는 단지 창문을 통해서만 보는 게 가능하다. 이는 지젝이 말한 “실재의 사막”의 꽁꽁 얼은..
-
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세 가지의 메소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7. 26. 06:36
첫 번째 목을 잡고 이동하기, 두 번째 한 명은 상대방의 시선 바깥에 있으며 시건 바깥의 시선을 동시적으로 느끼기, 상대방은 그 사람의 시선의 경계에 있으며 그 시선을 증거하며 세 번째 한 명은 신체의 일부를 보기, 상대방은 그 전체를 보기. 이러한 3항조의 사건들, 동시에 세 가지의 메소드에 대한 서술을 더하고자 한다. ▲ 7월 20일 오후 3시경, [백남준 탄생 81주년 기념공연] 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이하 상동) 먼저 뒤엉킨 신체에서 나의 목을 잡은 너의 손은 내 신체 감각의 경계점이다. 내 시선을 상대방은 보고 굴절되어 자신과 상대방이 아닌 경계 곧 검은 영역을 보게 되어 시선은 외부를 향하는 대신 확장된 경계 안에 있다. 두 번째 내 시선은 내 뒤에 나를 비껴나는 데 있다(어떤..
-
크리에이티브 VaQi <연극의 연습-인물 편>: '연극 너머로부터 연극으로'REVIEW/Theater 2013. 7. 16. 00:13
현존과 재현의 시차 ▲ 크리에이티브 VaQi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의 시작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현존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현재 너머의 역할을 궁구하게 한 채 이것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환영으로의 프레임으로 넘어갈지에 대한 부분을 미지로 남겨 두고 있다. 그리고 의자에 앉고 치루는 워크숍-공연은 일종의 낭독 형태로 재현 연극의 외피를 입는다. 그리고 환영적 빛 아래 한 명씩 부각된 채 연극의 일부를 내지는 삶의 일부를 재현한다. 굳이 재연으로 다시 들어가 둘(현존과 재현)의 간극을 크게 벌리는 이유는 뭘까. 이는 연극에 대한 패러디 자체인 것인가. 각자 맡았던 연극의 인물이자 역할로 돌아갈 때, 거기에 가해지는 연출가인 이경성과의 인터뷰식 진행은 바뀌지 않는 대사의 일부를 모종의 의식의 흐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