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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8월의 축제>: ‘누군가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REVIEW/Theater 2013. 8. 15. 21:34
▲ 7월 11일 프레스리허설 장면 (이하 상동)
‘주영’(이시원 배우)의 존재를 담아내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주영은 죽었지만 아버지와 남편과 한 가족을 이뤄 생활한다. 한편으로 이는 죽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는 더 인식하려고 하는 장인으로서 ‘광현’(손병호 배우)의 모습에서 감지되는 잊기 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속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입장과 잊기 싫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죽었음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는 그의 아들 같은 사위이자 젊은 남편인 ‘영민’(김민기)의 입장의 간극과 함께 꿈과 현실 사이에 있는, 곧 한편으로는 마음의 작용, 또 한편으로는 실재라는 두 다른 신념의 차이로써 그 존재는 드러난다(처음에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장인의 권유로 그 역시 심한 부정으로 그것이 마음의 작용의 영역이라는 것 역시 부정하고자 한다).
한편 이 부정의 방식에 딸이자 아내인 주영은 심하게 거부하고 흔들려 한다. 곧 그녀라는 존재는 타자의 얼굴을 가진 것이다. 그녀 자체가 현존하지 않을 뿐더러(마치 그러한 착각을 준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살아남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계속 그녀를 살아있는 것으로 두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현실에서의 우리로, 아내를 잃은 남편, 딸을 잃은 아버지,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고 다시 살아가야 하는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얼굴을 놓아주고, 그러한 돌아감으로의 욕망이, 살아있음에 대한 환상이 그가 있음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주영이 죽었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곧 죽음이란 균열 없는 한 가족을 이루는 첫 단란한 가정의 모습 뒤로 죽음을 인지하는 세 존재의, 진정한 이별을 죽은 자보다 더 강하게 치러야 하는 산 자의 입장으로 전이되며 죽음을 깨닫고 슬픔이 배인 삶을 다시 깨닫는 전이로 나아간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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