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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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콜] 이행준과 홍철기 퍼포먼스, '이것은 역사를 표상하는 것인가?'REVIEW/Performance 2014. 5. 20. 13:42
▲ 이행준,홍철기,_환상의_여학생_부대,_사운드_인스톨레이션,_16mm_필름,_2014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이행준의 16mm 영사기의 필름이 만드는 사람들의 영상은, 그 빠른 전환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이미지가 기본적으로(지각적으로) 되지 못한다. 하나의 단위로 인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리듬에 의해 멈추고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하나의 얼굴이 탄생한다. 이 얼굴은 역사적 자취, 추억, 푼크툼의 기본적인 영상이다. 하지만 이는 포착할 수 없음( 자체의 쾌락)의 효과에 가깝다. 이른바 속도, 망각의 쾌락. 실제 어떤 정서로 감응되기에는 너무 찰나적이다. 이것을 잡아두는 것은 그 위에 묻어지는 동심원의 확장·축소다. 이 크기의 넘나듦에 사진의 예기치 않은, 정확치 않은 초점을 맞추어 낸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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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시: 한 시간을 증명하는 증인들의 소환REVIEW/Visual arts 2014. 5. 20. 13:04
▲ 《한 시간 전시(One Hour Long Exhibition)》(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 지난 4월 8일,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열린, 《한 시간 전시(One Hour Long Exhibition)》는 한 시간 안의 전시를 구성해 낼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한다거나 또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시간의 제한을 조건으로 두고자 하는 것(아마도 그렇게 유추되지만)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전시는 그 최종 구성물만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구성하는 한 시간 동안 일어난 모든 것이 전시라면, 일반적인 전시에서의 전시 설치의 행위와 그 흐름은 그 작품의 완성을 위한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이거나 관객에게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 부분이거나 부수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임을 벗어난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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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심폐소생술연습>, '존재와 사물 간 분열'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3. 16. 17:01
(스튜디오M30, 2013년 12월 28일~12월 30일)은 정금형이 수면에 빠졌거나 의식이 멈춘 상태의 환자―더미―를 간호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전라가 된 채 그의 팔로 자신의 신체를 더듬게 한다. 의식이 죽은 상태에서, 감각 역시 작용할 리 없는데, 그에게 자신의 신체를 내어 줌으로써 환자의 팔로부터 어떤 생명의 기운이 마법처럼 돋아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환자의 시선이 향하는 그 허공에서 관객과 마주한 정금형이 움직이지 않는 관객의 신체를 직접 애무하듯 “내가 싫어요?”란 말을 무심하게 꺼내 놓는 게 분기점이 되는데, 이는 죽은 이의 몸을 떠나 우리에게 즉각 전해진다. 어떤 기계음이 중독적 구문으로 의식을 맴돌고, 형광등이 아른거리는 가운데, 정금형은 죽은 자의 무의식과의 교호 작용을 유희적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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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먼지섬>, 무한한 시간의 영겁 속 혼재된 자아들REVIEW/Theater 2014. 3. 14. 14:37
▲ 연극 포스터 ‘먼지’는 시간의 축적이자 비가시적이며 실재적인 시간의 두께를 의미한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낯설게 놓인 현재 사이의 간극을 증명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므로, 스님의 낯설게 변한 환경에 대한 인식 따위로만 드러난다. 스님이 이 낯선 환경에서 먼지에 쌓인 멈춘 시계를 작동시킴은, 그래서 지난 멈춘 시간에서 현재 시간으로의 이어짐은 사물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과 같이 낯선 시간을 깨우는 새로운 시작을 갖는 것 같지만, 시계는 단지 현재만을 지정할 뿐이다. 이 멈춰진 과거의 시간에 대한 환상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환상은 매끄러운 시계의 작동으로 무화되고 종합된다. 이것은 극의 하나의 시작이다. 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그리고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신의 아들을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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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플레이'전 리뷰: '어떤 어긋나는 지점'들에 대한 찬동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3. 13. 19:41
▲ 장현준_ 나는 협소한 창문으로 출입하라 _퍼포먼스_2014_전시전경 2013 아르코 신진기획자 인턴십 프로그램 성과보고전 '미쓰-플레이'전(1월 24일 - 2월 28일) 기획 의도에 따르면, ‘미쓰-플레이’라는 제목은 “오해·오독을 의미하는 miscommunication과 놀이를 뜻하는 play의 합성어로 오차 발생을 통한 창의적인 움직임을 발견하고자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는 놀이라는 행위에 방점이 찍히는데, 또는 그 과정 자체를 수반하고 있는 작품의 가능성을 노정한다. 장현준의 에서, 관객은 전시장의 사물을 본다기보다 노트북 화상 채팅을 통해 장현준과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일견 그가 지령을 준 동작들을 따라 하는 시간은 ‘존재론적 닮음’을 추구하는 모방하기에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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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병잉 페스티벌': 잉여로부터 추출한 가능성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3. 5. 14:49
▲ 아오병잉 페스티벌 포스터 왜 ‘아오병잉’인가, ‘아시아-오프-병맛-잉여’의 줄임말은, 웅얼거리며 차마 언어가 되지 않는 유아어 같고 의미를 형성하지 않는 잉여의 네 음절로 느껴진다. 한편, 페스티벌 기념품인 세 가지 버튼 묶음에는 ‘잉’의 자리에는 ‘인’‧‘신’‧‘잉’이 각각 들어가는데 의미는 한층 더 불명료해진다(도대체 이는 무엇의 줄임인가. 세로읽기를 통해 한데 묶어도, 의미는 형성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따르자면, 아오병잉에서 ‘아시아’는 참가단체의 국적을 아우르는 영역의 범주이자 그것을 한정하는 개념이라면, ‘오-병-잉’은 다원예술의 새로운 정의로 전유되고 있다. 여기서 아시아는 대안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거나 아시아 자체의 고유성을 내세우거나 또는 아시아의 오-병-잉을 지향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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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혜 연출의 <모래의 여자>, '부조리한 존재 물음의 모호한 지속'REVIEW/Theater 2014. 3. 5. 14:10
▲ 모래의 여자(각 색 ‧ 연 출 구자혜, 출 연 윤현길, 백석광)_photo by 김도웅 긴 어둠, ‘도대체 이 공간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은 작품의 시작과 함께 떠나지 않는다. 초반 어둠과 함께 등장하는 여자의 메아리-목소리, 그리고 이후 그것이 반복되고 지속되지 않는 엄밀히 언어가 되지 않는 소리는 가령 이 바깥의 신체가 아니며 어떤 음악적인 부분의 효과로서 장식의 초과적인 측면이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럽고 미약하다. 이는 이곳에 낯선 자로 자리하지만 그에게 낯선 자로 있는 여자의 무의식의 결로부터 연유하는가, 오히려 이는 이 노래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갈 수 없는 가운데 죽어나간 수많은 영혼의 것인가, 이는 그 둘의 바깥에 있는 반면, 그렇다고 그 바깥을 상정할 수 있는 것조차 아니다. 이는 모래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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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신체하는 안무>, ‘끊임없이 말-움직임으로부터 생겨나는 것들’REVIEW/Dance 2014. 2. 28. 14:29
▲ 최은진 포스터 우선, 공연의 각기 다른 무대를 선보인 세 무용수를 표피적으로 구성해 본다면, 첫 번째 무용수 윤상은이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자폐적인(autistique) 모습을 보인다면, 두 번째 위성희는 조금 더 관객에게 말이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측면에 대한 설명이 표면적이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있어 말과 움직임을 혼란스럽게 처리하는 것 모두를 하나의 연기 과정처럼 원활하게 선보이는 능수능란한 연기자(actor)의 모습으로, 곧 스스로를 드러내는 특별한 전개, 동시에 중계의 과정을 펼쳐내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최은진은 관객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이전에 그 드러냄의 벽에 스스로 부딪친, 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의 모습,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말해야 하는 거의 강박 자체를 다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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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문 없는 문>: '과정으로서 무대, 그리고 수많은 몸들'REVIEW/Dance 2013. 11. 7. 11:02
▲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빛은 어둠으로부터 출현한다. 비물질적 시각으로서 빛이 어둠을 안고 더듬더듬 출현하는 가운데 여전히 어둠은 물질적이고 촉각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선 전인정은 무제한의 공간으로서 광야를 헤집는 눈 먼 이의 의식을 체현한다. 이 광야를 출현시키는 특정한 방식으로서 돎이 출현한다. 이 돎은 급작스럽고 동시에 멈출 수 없다. 돎의 현존은 막다른 막막한 길을 그 끝없음의 무한정의 잠재적인 영토로 바꾸며 몸은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나 의식은 순일한 차원에서 명료함을 띤다. 이 회전으로부터 출발한 몸의 박동은 멈춤에서도 그 표정으로 그 힘찬 맥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급박함의 진행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으며 조임과 풂을 자유롭게 가능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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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던져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특이한 일상들'REVIEW/Dance 2013. 11. 7. 09:57
▲ 피핑 톰 무용단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구체적인 지명의 제목으로부터 출발하는 벨기에 ‘피핑 톰(Peeping Tom)’ 무용단의 는 산 중턱 눈보라가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곳에 트레일러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낯설게 등장시킨다. 황량한 환경 속에 고립되어 있는 그들이 트레일러를 오가며 또한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태-그에 대한 시선은 객관적이며-는 구체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파편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이는 그 단절적인 일상과 동시에 공간들의 불연속적 엮어짐의 이행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객관적인 시선이 갖는 하나의 의도적인 효과로 설명된다. 이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그들을 절대적인 환경 아래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낮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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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로튼애플(Rotten Apple)>(차진엽 안무): '시공간의 안무술'REVIEW/Dance 2013. 10. 25. 13:49
▲ (차진엽 안무)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 공간을 일종의 전시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바꾼 것은 극장에서의 고정된(?) 관람을 당연히 탈피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는 탈피보다는 탈출구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극장에서 최대의 것을 향한 최선의 몸짓이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 이를테면 최대의 것이 일회성을 띤 공연의 특성을, 최선의 몸짓이 단 한 번의 무대에 몸을 불사르는 노력이라면 정답은 그것이 관객에게 온전히 수용되어 감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하나의 유토피아적 진단임이 확실해졌을 때 은 ‘공감각적 체험형 퍼포먼스 중심의 춤’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모색과 대안의 측면에서의 또 다른 절박한 시도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일종의 전시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빚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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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비, <비스듬한 원뿔 행동(Slanted Conical Behavior)>전: '목소리/현재의 부재적 현전'REVIEW/Visual arts 2013. 10. 25. 13:29
▲ 김실비_’남자를, 군인을’_2013_ 단채널 HD, 색, 무음, 3’20_가변 크기_영상 스틸 [사진 제공=스페이스 오뉴월]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김실비는 3개의 영상에서, 스튜디오 작업을 포함하면 총 4개의 연작(‘금지곡들: 여자란 다 그래’Banned Songs: Così Fan Tutte)의 영상들의 소리를 지운다. ‘노래방-뮤직비디오’란 형식은 원래 소리가 없다. 가령 노래를 위해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부재하는 경우에 있어, (인위적으로 만든) 그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는 단지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 가사를 목소리와 동시적인 관계 아래 적시에 제공하며 가사의 배경이 되는 화면은 가사와 큰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가사 바깥에서 그것은 어떤 유용성이나 가치를 담보하지도 않으며 그 이미지가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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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라 베로날(La Veronal), <숏컷–세 도시 이야기 Shortcuts>: 말과 몸, 봄과 보임의 시차 속에서REVIEW/Dance 2013. 10. 18. 15:30
▲ 라 베로날(La Veronal),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외화면 목소리가 지정하는 묘사와 서술, 그 바깥에서 유희적인 캐릭터들의 파편적이고 반복적인 일상, 이 둘의 관계 내지 간극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재현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평행되며 나뉘는 차원에서 출현한다. 전체적으로 말은, 특히 첫 번째 도시 ‘레이캬비크’에서의 말은, 어둠의 공간에서 둘이 움직임을 쌓아 나가는 것에 그것에 순전하게 몰입하게 하지 않고, 모호한 서사의 일면에 재현되는 내지는 서술되는 측면에서의 부합되는 환상,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는 상황의 일부로 여겨지게 할 뿐이다. 이 말은 그래서 명확하게 현실을 만들기보다 (무)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며 마치 주술처럼 내 안의 화자로 전이되며 파편들로써 현실을 불완전하게 파악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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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생생한 원작'의 구현...REVIEW/Theater 2013. 10. 18. 15:13
▲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는 더 코러스란 수식어가 붙지만, 당연하게도 소포클레스의 원작 『오이디푸스』의 2차 텍스트이자 동시에 수많은 2차 텍스트의 해석적 담론들에 대한 참조와 변형, 궁극에는 자유로운 해석의 귀결로 나아가는 헝클어진 내지는 또 다른 텍스트들과 달리 오히려 2차 텍스트로서 원전에 충실한 편이다. 한편, 그리스 연극에서의 주인공과 코러스의 위계적 분리 이전에 코러스가 갖는 높은 비중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합창으로서 갖는 말의 울림으로써 또 무대의 입체적인 재편의 지속으로써 극을 풍부하고도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게끔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에 주어진 벌에 대한 죄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찾고자 하고, 이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론적 전제를 전제하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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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 <메디아 온 미디어>: 미디어의 재전유REVIEW/Theater 2013. 10. 16. 13:27
▲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제목처럼 미디어로 중개‧중계되는 메디아에 대한 이야기다. 계속 역동적으로 달라지는 각기 다른 미디어 속 모습들로부터 취해 온, 흰색 프레임 속 장들의 변전은 일종의 역할 놀이이자 중계되는 쇼로, 그 사이에 그 역으로 분하는 장 바깥으로의 준비가 있다. 메디아에 대한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또 다른 매체로 전해지고 있음을 메타적으로 구현하며 미디어 형식(의 달라짐) 그 자체를 보여주며 그 내용을 현실의 유비 관계로, 매체가 전하는 삶의 형식들 자체로 연장/확장한다. 이는 곧 ‘미디어는 메시지다’의 맥루한의 전언을 상기시킨다. 미디어 속 모습으로 연극을 꾸밈에 따라 미디어와 연극은 서로 간의 절합의 측면을 중간 중간 가져가게 된다. 메디아의 기자회견장으로 시작된 연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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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 <스푸마토>: 현존을 만드는 방식의 안무REVIEW/Dance 2013. 10. 16. 13:15
▲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배로부터 피어나며 위쪽으로 느리게 도달하며 무대를 장악하며 겹에서 또 다른 겹으로 펼쳐지는 안개, 이것을 자연 그 자체에 대한 환유이자, 비자의적인 안무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면 이 작품의 특질과 메시지 이전의 표현의 강력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그 안에서 안개에 뒤섞여 끊임없이 돎의 현존을 추구하며 이동하는 축을 가진 자동 회전 기계의 비인간의 형상으로 변해가는 여자 무용수의 몸짓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그 은근하고 거대한 현존에 조응하는/맞서는 또 다른 생명의 현전이라는 서사 차원에서의 전개와 몸짓이든 수용의 측면에서건 인간으로서 어떤 가용 범위를 넘어서는 듯한 바로 그 부분에서의 현존이 맞물리고 있다. 후자는 그야말로 처음에는 느리게 도무지 믿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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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특이행동퍼포먼스>: 4개의 특이한 퍼포먼스'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10. 16. 02:06
(두댄스 씨어터+건축사무소 SOA): 축자적 ‘건축’과 비-인간 되기 (feat1968-) 굳어져 가는 형성 과정으로서의 건축의 시차적 작용, 곧 완성되었을 때 그야말로 끝나는/용도 폐기되는 매체로서, 단지 과정으로서만 유효한 역설적 건축의 젤라틴 의상과 그와 결부되는/절합되는 몸짓, 이는 흐름과 그것의 연장, 인간-주체의 움직임/안무로 볼 수 없는, 말하자면 비인간의 형상-되기의 안무였는데 이는 그 의상의 생성 작용의 신체의 안무의 제약과 함께 한편으로 사각형 패널 속이라는 공간적 제약에서 기인하는 부분이었다. 이를 의상과 투명한 공간의 건축적 요소들과 결부 짓지 않을 수 없지만, 움직임 자체로만 본다면 곽고은은 투명 매체로 연장되려는 경향을, 공영선은 곽고은과 간접적인 관계 맺기의 측면에서 연장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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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광부화가들>: '예술(의 의미)'의 시차적 도착REVIEW/Theater 2013. 10. 11. 15:07
▲ 연극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이하 상동) 일차 텍스트 곧 대본을 현재화하는 연극의 특성을 전제하면, 동시대성을 띤 작품은 단순한 재현 이상의 것을 넘어, 현재에 (정치적으로든 문화 비평적으로든) 유의미한 감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1934년 영국 북부, 우여곡절 끝에 애싱턴 노동자교육협회에 속한 광부들의 미술 감상 수업을 맡은, 예술에 대한 어떤 편견도 배제하고자 하는 선생 라이언의 등장은 일견 이 작품의 초반을 카르페 디엠이란 개념을 우리에게 전파했던 의 로빈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구체적으로 그가 전하는 예술의 의미는 작품의 의미가 주어져 있는 것(작가의 의도나 작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발생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이미 바르트의 수용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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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이질적인 시공간'의 환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10. 11. 14:02
- 과도한 현전/매체를 초과하는 실재: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경 소규모의 정원으로 카페에서 영화를 상영했을 당시 기차가 스크린을 뚫고 사람들을 덮칠 것처럼 느껴져 그것으로부터 도망을 쳤다는 일화는 꽤 유명하다. 스크린이 아니라 실제 그 규모는 더 컸을 테니 초기 열차는 사람들에게 거대하다는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 시스템으로서 열차: 는 빙하기 이후 인류 대부분이 죽고 소수의 사람을 싣고 1년을 기점으로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온다. ‘노아의 방주’와 알레고리를 이루는 듯했던 열차는 산업혁명과 노동/진보의 알레고리로, 다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사유로 나아간다. -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파편적 텍스트들은 작가의 방대한 리서치를 전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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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남김 <런닝머신>: 잉여로서의 재잘거림과 무의식의 몸체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10. 11. 12:52
▲ 프로젝트 남김 포스터 [=프로젝트 남김 제공] 어둡고 음습한 듯한 외피, 그럼에도 입구에서부터 확장‧개방되는 시야와 카운터가 주는 안락함까지 지하의 콘크리트 공간은 화이트박스의 부정형으로만은 느껴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말하자면 탈제도적인 공간으로서). 갤러리 정다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마치 이곳을 다방으로 이질적으로 전유하는 차원을 넘어 ‘정’ 씨란 누군가의 은근한 기획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측면이 있다. 곧 기실 장소는 한 군데이지만, ‘새끼치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가상의 여러 공간들을 상상하게 하는 것. 이곳에서 벌어진 ‘프로젝트 남김(Project Namkim)’의 이름 역시 뭔가 오역과 오해의 여지를 많이 두고 있는데, 영어로는 남 킴으로 발음하게 되며(될 여지가 있으며) 우리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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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전유,《근성과 협동(GUTS AND COOPERATION)》REVIEW/Visual arts 2013. 9. 29. 04:55
▲ 홍은주, 김형재, , 2013. 옵셋 프린트, 15 x 21 cm. 엽서 이미지. 오래된/허름한 역사적/시차적 환경, 번쩍거리는 조명들의 오브제들을 지나, ‘좁고 높은 유격’의 콘트리트 계단을 밟아 스튜디오에 입성하면, 책들로 둘러싸인, 컴퓨터 환경의 사무실임을 깨닫게 된다. 전시는 이 ‘스튜디오’의 일시적인 전유로서, 김실비의 작업은 이 ‘홍은주 김형재 스튜디오’ 안에 하나의 모니터 안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으로 소환된다. 이는 중앙에 있으며, 우리가 컴퓨터 앞에 앉을 때 하나의 내밀한 개인적 공간의 장을 곧장 형성하듯 좁은 공간의 낯섦, (가령 오프닝의 들락날락하는 열린 분위기가 아닌 이상) 평상시 작업하고 있을 스튜디오 주인들과 데면데면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이 공간이 갖는 분위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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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과거를 현재로 깁는 경험적/서사적 시선'REVIEW/Theater 2013. 9. 28. 00:46
▲ 연극 [사진 제공=국립극단] (이하 상동) 는 아버지와 아들의 시차적 삶의 재현을 한국 근현대사의 연대기의 큰 흐름으로 두는 가운데, 회상으로써 순간적인 에피소드들로 과거와 단절된 일상의 영속된 시간 안에 과거로부터 현재를 다시 깁는다. 이 회상의 형태가 현재에 머물러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과거의 현전으로 나타나며 이는 현재를 재구성하게 된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체험하며 혼합된 시간을 경험하는 역사 탐험의 교과서적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매체의 전이가 느껴진다. 이러한, 과거를 재현하는 이야기 형식‧현전의 양태‧혼합된 시간으로서의 측면은 를 그야말로 현재와의 연대를 맺는, 현재로부터 출발한 나아가 과거까지를 다루는 연대기가 되게끔 한다. 박정희와 동시대를 산 김재엽 연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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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즉흥상설-고수푸리 '몸의 대화': '즉흥', 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자리REVIEW/Dance 2013. 9. 26. 14:57
즉흥은 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으로만 두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춤이 생성되는 순간 춤으로써 춤에서 미끄러지며 또 다른 춤으로써 춤이 되려는 시차적이고 불가능한 시도가 즉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는 다시 춤, 춤의 현전이 아닐까. 춤은 상대방을 의식한다. 그리고 그 몸에, 춤의 틈에, 춤의 드넓은 장에 들어가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니 먼저 춤을 시작한 이로서는 상대방이 우발적으로 들어오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라며 틈을 벌리고 있다. 이런 절대적인 타자성과 조심스러움, 그리고 쫓고 쫓김으로 나타나는 이후 양상은 곧장 춤이 되지 않는 끊임없이 간극을 벌리는 시차에 다름 아니다. 유빈 댄스, 그리고 이나현의 춤이 갖는 실체적, 질료적 측면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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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개의 눈>: '존재의 틈으로서 미로'REVIEW/Theater 2013. 9. 26. 14:52
▲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의 역사적 배경은 딱 해설에서 나온 짧은 정리 문구의 정도에 불과하다. ‘자로’의 심중 자체가 은유적 차원에서 미로이며, 이는 앞선 ‘타로’의 미궁이라는 환유적 차원에서 실제 지배되는 것에서 연유했음을 알게 될 때 이 미로는 관념의 차원으로 소환 가능한 그 무엇이다. 미궁은 고르기아스의 매듭처럼 단순히 끊어 버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미궁에서 나오기 위해 그만큼의 섬세한 실 뭉치의 매듭을 다시 풀어야만 한다. 미궁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대상 차원이 아니며 나를 옭아매는 나를 전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어떤 불가능성의 차원에서의 장을 가리킨다. 타로의 등골에 칼로써 간극을 벌일 때, 베기보다 서서히 그 심연의 틈을 더듬어 어둠의 아가리를 벌릴 때(이는 정확히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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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ONE DAY, MAYBE)>: 우리는 5.18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의식REVIEW/Theater 2013. 9. 11. 12:20
(※주의: 공연이 진행 중이고, 작품의 미지에의 조우가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공연이다. 작품의 내용에 초점을 전적으로 맞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공연 관람 이후 읽기를 권한다.) ‘언젠가’, 되돌아온 미래와 반복되는 과거 그리고 뒤늦은 현재 ▲ ⓒ남지우(Jee Woo Nam) [사진 제공=아시아나우(AsiaNow)] (이하 상동), 참고로 실제의 차용과 인용 따위는 이 한 장면 외에는 오히려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작품이 5.18을 간접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기보다는 그것에서 미끄러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고자 했음에서 이는 연유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나는 무엇을 보기는 한 것인가. 이 공연을 하나의 신체가 장소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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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의 작품으로 본 '서울국제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REVIEW/Movie 2013. 8. 31. 13:38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3세부터 18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하는 사전적 정의에 따른다면, 사실 영화에 있어 19세 미만 불가라는 분류는 영화를 제한 없이 보는 단 하나의 마지노선이기에, 그 이외에 모든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하나의 물리적 영역에 불과하다. 서울국제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보며 ‘나는 청소년에 해당되지 않아’, ‘청소년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우습지’라는 잠재해 있던 선입관은 단박에 깨지게 됐다.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는 단지 분홍 물결의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영화관 안 청소년 연령의 관람객이 많았을 뿐, 관람한 네 편의 영화는 모두 진지했고 심오하기까지 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갖는 청소년들을 위한 그래서 의미 있는 영화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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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듣기, 침묵에 말 걸기>: '사운드, 발화, 이미지의 비동시적 접속'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8. 31. 09:08
▲ 지난 23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수직으로, 수평으로 패닝되는 이미지 속에 신체는 흩어졌다. 심보선 시인은 자신의 시들을 읽으며 이 이미지들을 숏의 문법으로 치환했다. 한 구절 읽고, 흐름이 끊기는 단위에, 내지는 자신의 호흡이 끊기는 지점에서 (비)의식적으로 화면을 쳐다봤다. 곧 이는 말들의 재현에 있어 그 언어 단위의 규칙에 의해서나,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그러나 의도적이지 않은 숨에 의해 시는 우연적으로 영화와 헤어졌다. 파트타임스위트(Part-time Suite)의 음악은 꽤나 가볍다. 영화가 아닌 영화관을 물리적으로 채우며 그들의 시선이 신체와 엇갈린 심보선과 달리, 영화관을 향한 것처럼 음악은 영화를 관조한다. 또한 맴돈다. 영화의 이미지들이 비현실적인 것만큼 시들은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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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현장] 10년 맞은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오는 9월 5일 열린다REVIEW/Movie 2013. 8. 23. 11:51
▲ 박동현 집행위원장 오는 9월 5일부터 12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및 KU 시네마테크, 스페이스 셀에서 제1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13, 이하 ‘엑시즈’)이 무료로 열린다. 지난 13일 오후 3시경 KU 시네마테크(서울 건국대학교 소재)에서 ‘엑시즈2013’ 기자회견이 열렸고, 박동현 집행위원장, 이장욱 부집행위원장, 이행준 실험영화 감독이 참석했다. 10주년을 맞아 ‘엑시즈2013’에서는 그 동안 해온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취지에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한 명을 집중 조망하는 회고전이나 인디 비주얼이 빠진 대신, 경쟁 프로그램이 하나 더 늘었다. ‘제임스 베닝’의 장편 영화 (121분)나 ‘나타니엘 도스키’의 (18분 30초) 등 국제 경쟁 4부분, 국내 작가 임철민 작가의 장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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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16개의 발타리 필름 익스페리먼트(valtari film experiment)에 관한 메모REVIEW/Movie 2013. 8. 21. 13:04
1. varúð by inga birgisdóttir 어떤 자막도 없이 흘러간다. 그저 음악과 시적인 이미지들로 이뤄진 영상뿐이다. 화면 전체를 뒤덮으며 눈이 온다. 점차 밝아져 산과 강이 펼쳐지자, 마치 사운드는 이 세계 자체를 밝히며 오는 듯하다. 곧 음악은 축소되어 배경을 장식하는 대신, 그 배경 자체의 울림으로 온다. 이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보충하는 측면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별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음악 자체를 상징하는 영상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에 의한 것일 것이다. 이어 거대한 절벽들 사이에 한 사람이 손전등을 켰다 껐다 한다. 이 무수한 존재들의 점차적 증가, 그에 결부되는 음악의 상승은, 신비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들은 어디서 왔는가,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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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드보이즈> 리뷰: 음악이 갖는 판타지,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특별한 우리 이야기REVIEW/Movie 2013. 8. 21. 13:00
▲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를 연상시켜 왠지 관심이 가던 영화, 뚜껑을 열어보면 매우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청소년들의 학교 안 일상을 다룬, 청춘물, 초반부터 엉망진창 진흙탕의 교실을 비추는 열렬한 희극. 주인공 왕 샤오슈아이Wang Xiaoshuai(왕 타일리Wang Taili)은 학급의 아리따운 여자애 유 페이페이Yu Peipei의 사진을 두고 마구 자위행위를 하다, 꺼내 든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뮤직비디오, 이는 다시 그 여자애의 환심을 사는 데 기여하는 반면, 기타를 치며 그녀를 유혹하려던 한 아이 샤오 다바오Xiao Dabao(배우 샤오 양Xiao Yang)는 짝사랑의 긴 '셀 수 없는' 시간들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잭슨의 춤으로 예쁜 아이의 환심을 얻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