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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안무: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 극장이라는 서사
    REVIEW/Dance 2023. 8. 7. 01:25

     

    국립현대무용단(안무: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 공연 사진 ⓒ최연근[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극장 공간의 변용에 초점을 맞춘다.  〈캐스케이드 패시지〉 역시 극장이 무수한 장비와 장치의 계열체로 인지되는 건 바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일종의 실험적 장면으로서의 클리셰에 의한다. 극장의 변용은 이 같은 수직 구도의 오르내림과 함께 관객의 분류와 배치, 마지막으로 문학적 서사의 도입에 의한다―극장에 들어서기 전 매표소에서 준 공연 프로그램과 굿즈가 담긴 바인더의 사전 정보 역시 이에 포함된다. 
     
    엠유피 여행사(M.U.P. Travel)를 전유한 뭎은 다크투어리즘 역시 전유한다―“캐스케이드 패시지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더불어 미래의 중요한 관광산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실제 재난과 상흔, 흑역사에 대한 고찰이 부재하는데, 가상의 시공간을 전사로 내세우고 이후 감각의 차원에 몰입하게 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RPG와 유사해진다―실상 “블랙아웃”의 어둠의 기표가 “다크”라는 기표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는 다크투어일 수도 있다. 제목 역시도 미지의 함수를 만든다. “작은 폭포”가 아닌 ‘일련의 유닛으로 된 전기장치’ 역시 아닌 캐스케이드, 그리고 ‘통로’도 ‘책의 구절’도 인체의 어떤 관도 아닌 패시지, 이 둘의 조합은 그럴싸한 의미의 과잉을 초래한다. 
     
    미래는 과거를 온전히 리셋하는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동시대에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건축이라는 스펙터클 또는 무딘/무거운 언어를 문학이라는 유려함 또는 가상성/가벼움의 언어로써 연장하고자 한다. 그 사이에 있는 몸은 건축 안의 부분 집합으로 자리하거나―비교적 투명한 몸―, 캐릭터로서 발현되지 않는 잠재된 형식―불투명한 몸―으로 자리한다.  결과적으로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움직임이 어떤 의미도 유인도 없으며 따라서 순수한 기표로 자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가령 B 패키지의 관객을 맞는 가이드의 발작은 대단히 작위적인 사건으로서 그럼에도 사건이 구성하는 이해 불가능한 신비에 휩싸여 있는데, 공연에서 가장 고도의 연기의 영역이자 복잡한 몸을 보여준다.  재난을 응축하는 이 같은 몸은 이후 가장 유연화된 따라서 다뤄질 수 있는 신체-질료―그 신체를 다루는 움직임 방식의 안무에 의해 지지된다.―가 된다. 여러 무용수가 그를 이동시키지만, 이것은 두 사람이 만드는―서로를 지지하는 고도의 협응이 구성하는―, 상대적으로 지우지 못한 무용의 부분으로 남는다. 
     
    무용수 또는 퍼포머를 대신하는 움직이는 무대라는 존재로서, “플라베니아 층”으로 명명된 실은 두 원 형태로 된, 하드보드지를 직각으로 끼워 만든 구조물을 바텐의 가장 상단의 평면에 촘촘하게 배치한 부분은, “유기체 군집”을 뜻하는 생물학적 메타포에서 기인된 것이다. 이는 동명의 반투명 바닥재 형상처럼 보이는데, 본래의 의미를 신비함으로 은폐하는 작명은 사물-생태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폴라베니아라는 기믹은 폴라베니아라는 새로운 의미의 질서를 향한다. 거창한 의미의 전유 아래 원래의 용도의 의미―그저 사물이었던 ‘폴라베니아’―가 지닌 소소한 유머 역시 은폐된다. 
     
    관객의 분류는 큰 의미는 없다. 일정한 대거 인원―B 패키지를 선택한 관(광)객이 된다.―의 참여 자체의 성사에 의미가 있으며, 빈 객석의 열들을 앞에서부터 다시 채우고―끝내 자리를 뜨지 않은, 결과적으로 A 패키지를 선택한 관(광)객―, 그들은 뒤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바꿈은 객석의 고정된 값을 재배열한다는 점에서, 시작 자체를 포맷한다.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고정된 극장을 가변화하고자 하며, 이는 뭎이 미술관과 같이 극장이 아닌 곳에서 관객을 설정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극장을 사유하고 있음의 단초를 보여준다. 
     

    내려온 바텐-환경이 만든 눈높이의 평면, 거기에 퍼포머들은 맨발로 한 발 한 발 발을 딛고 개울을 건너듯 앞을 향한다. 거기서 뒤엉킨 몸들―의식이 있는 신체와 의식이 없는 신체―로써 중앙에 집체된 모습을 연출하고 관객에게 타이머로 설정된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는 A 패키지를 선택한 관객의 눈높이에 가장 적합하다. 관광객 모드의 강제는 제한적인 유혹에 의해 성사된다. 
     
    전력이 소멸된 세계는 진짜 재난 사태의 어떤 정동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로지 언명된 차원에서만 주창된다―“전력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마비되는 블랙아웃(Black-Out)은 전기적 신호의 단순한 오류 혹은 사고가 아니라 지진과 태풍을 비롯한 자연 재해, 원전사고, 전쟁 그리고 바이러스와 같이 재난에 가까운 사건입니다.” 그것은 관광객이 보는 이질적인 세계의 신비로움과 이해 불가능성으로 유예될 뿐이다. 극장의 예비 전력은 오히려 어두운 극장을 밝히고 관객과의 경계를 없애고 극장의 장치를 가동하며 극장 구석구석까지의 탐험을 가능하게 한다. 
     
    뭎의 작업에서 퍼포머는 기능적이어서 심미적인 신체가 되고는 했다, 구조적인 세계의 질서를 따름으로써. 그러한 세계-환경의 플레이어가 됨으로써.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극장을 미래의 시간에서 새롭게 가설하고자 한다. 공교롭게 이는 다크투어로 명명되었지만 불 꺼진 미래는 이 안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그것은 오히려 쓰러진 육신이라는 암전에 있지만, 마지막에 의식이 없던 그를 세우자 바로 의식을 되찾는 것과 함께 빛을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이 되었던 것처럼 드러나는 구조의 바깥에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어 가이드의 블랙아웃, 곧 투어의 종점에 투어의 바깥에 대한 투어의 열망 또는 영원한 죽음이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캐스케이드 패시지
    공연 일시: 2023.6.23.(금)-25(일) 금 7:30PM 토 3PM·7PM 일 3PM
    공연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관람 연령 14세 이상 관람
    안무·무대디자인: 뭎 Mu:p
    출연: 강호정, 손민선, 신상미, 이소진, 조형준, 한아름
    사운드디자인: 정진화
    조명디자인: 임재덕
    영상디자인: 이현지
    의상: 안솔

    제작무대감독: 조은진
    음향감독: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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