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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황수현 안무), 〈카베에〉: 소리-신체의 어떤 결박
    REVIEW/Dance 2023. 5. 31. 23:56

    공동 주최: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장, 황수현 안무, 〈카베에〉 연습 장면 ⓒ국립현대무용단, 박수환(이하 상동).

    소리를 내는 몸을 독립적인 움직임으로 파악하는 것, 또는 이를 기존의 움직임이 갖지 못하는 움직임을 담지한다고 인지하는 것. 〈카베에〉의 독특한 지점을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그런 두 가지 차원이 도출될 것이다. 소리-신체의 배치들, 전경들, 흐름들로 이야기될 만한 〈카베에〉는, 커다란 소용돌이의 몸짓을 형성하며 그 속에서 소리를 피어 올리기 전까지 대부분 소리를 공명하는 신중한 신체들의 바통 터치로 지속된다. 

    이런 신체들은 접근 불가능하고 신비하며 타자의 시원적이고도 원초적인 상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심미적인 차원의 위상을 갖는다. 그것들이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은 형식적 배치를 위한 게임의 규칙인 동시에 그러한 신비한 원형적 집단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속한다. 전자와 후자는 이율배반적인데, 사실상 이러한 언어의 규칙이 언어의 형식적 다양성, 예컨대 다성부의 대위법 같은 언어의 고도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으로부터 게임의 규칙이 다소 도식적으로 설명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니까 숭고함으로 갈음되는 소리-신체-연대의 지형이 타자의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음악을 굳이 선택하지 않고 신체로부터의 어떤 것, 곧 신체와 연동되며 드러나는 소리, 또는 신체가 갖추어지며 나는 소리를 택한다는 것은 앞서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이 소리, 곧 보이고 느껴지는 소리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과 함께 개별적인 무용수들의 자율성과 고유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카베에〉는 원시 부족이라는 하나의 집단적 원형의 서사 재현 대신에 현대 무용이라는 장르적 서사를 견인하고 수용한다.

    소리를 내는 신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아니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소리를 내는 신체 자체에 주목하는 것, 아니 그 이전에 신체가 소리로 연장되는 것 자체를 검토하는 것, 〈카베에〉가 제시하는 바가 그러하다. 이것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이 소리의 효과가 구성하는 판, 소리들의 맺힘의 공감각적 현전이 무대의 축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카베에〉가 도달하는 결론이다. 그러한 결론에서, 전면이 아닌, 입체적인 곁과 옆, 맞닿음과 같은 풍부한 소리-신체의 입체적 지층이 음악 아닌 것, 음악의 재현으로부터 거리를 또한 형성하며, 여전히 무대가 갖는 그리고 여전히 무대가 갖지 못하는 어떤 탈영토화된 신체와의 접면을 형성한다. 

    반면, 이러한 소리-신체의 움직임을 이루는 무대가 육박해 오는 건 다시 말해 그것과의 거리를 여전히 안전하게 이룬다는 게임의 규칙 안에 적용된다. 신비화된 타자성은 사이렌보다는 덜 신비하면서 여전히 사이렌처럼 관객의 신체를 소리로부터 더욱 묶어 놓는다. 소리-신체의 영역이 고도의 움직임성 자체를 해체하고 미지의 영역을 생성하는 단계들이었다면, 그리고 그러한 지점에서 무용수들은 평등하고도 고유성을 담보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바로 그런 지점에서 〈카베에〉의 탁월한 미학적 출발점이 시작된다면, 동시에 이 작업의 전면적인 평등함 역시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곧 생성의 미학의 재현적 귀결―고도의 완성도로 갈음되는 것―이 아닌, 소리를 내는 신체의 출발선상을 또 다른 무의 영역에서 다시 쓰는 것, 4개의 벽면 안에 미학적 오브제들의 경험적 충만도를 성취하려는 대신, 투박한 몸들의 향연을 동시적으로 제안, 요청하는 것. 형식적 미학을 수행적 미덕으로 바꾸는 것, 결말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 머무르는 것. 〈카베에〉의 움직임의 스코어적 전략이 보통의 합창이 갖는 투명하고도 투박한 전략을 어느 정도 헤집고 해체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나아가, 이를 사운드의 지층으로 넓혀 봤을 때 또는 실험음악이나 또 다른 라이브 연주의 영역에서 순전히 그것을 바라봤을 때 여전히 이는 유효하고도 흥미로운가 질문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황수현 안무가의 전 작 〈검정감각〉(2019)이 무용수들 자체의 암묵적 커뮤니케이션이 공명하는 지점을 더딘 밀도의 전개로 밀고 나간 결과, 평면적임에도 극장의 본질적(?) 시간―그것이 여전히 현재의 시간과 다르면서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간다는 차원에서―이 수여되었다면, 〈카베에〉의 시간은 스펙터클의 과잉 현상을 온전히 수렴시키지 않은 채―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일 것이다!―또 한 번의 폭발로 나아가며 전환의 계기를 만든다. 곧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무대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시간을 삭제하고 환영으로 만든다. 이런 절단은 실제 공연이 끝났다는 인상을 얼핏 주기도 하는데, 여기서 시작되는 건 소리의 주고받음이다. 

    두 사람이 소리를 주고받는, 일종의 줄을 두 사람이 잡고 감각을 주고받는 것을 비물질적으로 연장한 것으로도 보이는, 곧 워크숍의 연장선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이러한 움직임으로부터 〈카베에〉는 긴 시간을 다시 쌓아 나간다. 그리고 바닥에 서로의 몸을 맞대고 서로의 몸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또는 포개 넣고 바닥을 쓸어 나가는 거대한 움직임과 소리는 정점을 이룬다. 〈카베에〉는 안무의 측면에서 독특한 위상을 선취한다, 또는 독점한다, 소리-신체의 탄생을 체현한다는 점에서. 반면 그와 같은 지점에서, 또 다른 출발선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무용수의 신체가 아니라 당면하는 관객으로부터.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카베에
    공연 일시: 2023.4.7.(금)-9(일), 금 7:30PM 토 3PM·7:30PM 일 3PM
    공연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 연령: 8세 이상 관람

    콘셉트·안무·보이스 디렉션: 황수현
    아티스틱 코디네이션: 박초아
    조안무: 손나예
    사운드: 카입
    무대 디자인: 김종석
    조명 디자인: 공연화
    의상 디자인: 임선열
    제작 무대감독: 이도엽
    리서치 아카이브: 언더스코어(백인경,: 심하경)
    사전 리서치: 강요섭, 강호정, 김건중, 김기영, 박유라, 손나예, 주희, 황다솜
    출연: 강요섭, 강호정, 고다희, 김건중, 김기영, 김덕용, 김래혁, 김수정, 김은경, 김지윤, 김지은, 김하윤, 김현우, 김혜윤, 문형수, 박영성, 박유라, 박재현, 서윤영, 손정민, 손지민, 송송희, 윤지후, 윤채영, 윤현수, 이경진, 이영우, 이우빈, 이이슬, 이태녕, 이혜상, 정규은, 정나원, 정한별, 조준홍, 주정현, 주희, 최경이, 황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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