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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영의 춤 <ㅅ · ㅁ>(부제: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 춤이 분기되는REVIEW/Dance 2025. 3. 12. 00:25
‘의미가 체현되는 몸’은 무엇일까. 손인영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무대 위의 이상적인 춤, 춤의 이념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두를 연 “우리 시대의 춤은 형식적”이라는 말의 대립항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형태적 구성의 유려함과 단단함, 이미지적 향연과 발산이 감응을 추동하지 못한다면, 그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춤은 어떤 정신에 사로잡힌 ‘나’로부터 출발하는 춤이 될 것이고, 그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건 ‘숨’이다―제목의 ㅅ 더하기 아래아 더하기 ㅁ 역시 숨을 의미한다. 아마도 무대 오른쪽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팔을 휘적거리며 춤을 추던 손인영이 말한 바를 대강 요약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손인영은 안무라고 하지 않고(안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춤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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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김상훈 연출), 〈서대문구민들이 바라는 장면〉: 재현으로부터 미끄러지는 주체들REVIEW/Theater 2025. 3. 12. 00:11
〈서대문구민들이 바라는 장면〉(이하 〈서대문구〉)은 제목과 같이, 전면에 내세운 특정 관객층을 대리한다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는 타자의 시점과 욕망을 향한 매개의 윤리를 전제한다. 이러한 ‘대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자 결과이면서, 일종의 연극을 하는 것의 명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욕망은 창작자의 도덕에 온전히 혹은 완전히 잠식될 수 있는가. 여기서 타자를 향한 도덕은 자신의 내재적 윤리에 부합할 수 있는가. 〈서대문구〉는 이러한 대리자의 지위로서 어떤 것을 성취하려 하는가. 아니 성취할 수 있을까. 100초 단위의 재현 질서의 토대가 되는 50개의 설문 아카이브는 불특정한 고유한 개인들의 욕망에 대한 목록과 특정 집단의 공통된 지점이 산출되는 지역 문화적 인류지 사이에 자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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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프로젝트,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 2F〉: 존재들의 성좌, 그리고 진동카테고리 없음 2025. 3. 11. 23:46
이무기 프로젝트의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 2F〉에서 색자, 미래, 미란, 세 등장인물은 트랜스젠더 클럽의 초창기를 연 대표적인 세 개의 클럽, 1978년 열매, 보카치오, 1984년 여보클럽의 시작을 알리며 등장한다. 세 명의 존재는 연표적 기입을 통해 그 공간을 대표하게 된다. 곧 그 공간을 존재에 일임하면서 역사의 기원을 선취하는데, 공간의 개별 역사적 특징을 기록하는 대신에 존재의 서사를 체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존재는 그 스스로를 정의하기보다는 다른 공통 존재의 식별에 의해 기입되며 “언니” 혹은 “이년/저년”이라는 호명에 의해 세계의 일원이 된다. ‘미래’가 경험한, 구별 짓기의 시선에 의해 세계 바깥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식별의 행위 바깥에서, 그러한 호명을 통한 수렴, 구분 짓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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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향 작/이인수 연출, 〈간과 강〉: 언어의 꿈과 해제REVIEW/Theater 2025. 3. 11. 23:29
〈간과 강〉은 증상과 징후로 가득하다. 재앙과 종말의 기후와 분위기가 몸에 치밀어오르고 파고드는 주인공 L의 증상은 ‘간과 강’이라는 각각 몸의 장기 일부라는 개체의 내장 감각과 흐르고 흘러가는 것으로서 인류에 내속되는 역사적 힘에 대한 이미지, 그 두 단어의 유사성의 결합이 지닌 어떤 양상에 상응한다. L은 일종의 알레고리로서 질병에 걸려 있으며, 그것은 〈간과 강〉이 쌓아갈 언어의 세계가 언어를 정초하고 언어의 사이를 매만지고 헤집는 과정으로서 존재함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이 언어는 대중문화적 재현을 경유한, 도시의 풍광 이미지에 의해 절대적으로 지지되는데, 언어의 토대를 불확실한 것, 아니 부조리한 차원으로 이끌고 가는 차원에서, 현실의 빈틈을 메워 현실의 토대를 무의식적인 진공의 토대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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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현과친구들, 〈GRAVITY〉: 변경된 세계 위의 부유하는 물질로서의 몸REVIEW/Dance 2025. 3. 5. 00:05
〈GRAVITY〉는 중력이라는 지구의 기본적인 물리적 힘의 자장을 주제로 가져가는데, 그것은 물리적이고 자연(과학)적 진리이자 지구 전체에 보편적으로 편재하는 하나의 힘으로 적용되며 일상에서 의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력 자체를 지시한다고 할 때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지구 바깥의 영역, 힘, 곧 중력이 닿지 않거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을, 그리고 거꾸로 중력과 관계 맺고 있는 지구상의 여러 존재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이는 〈GRAVITY〉에서, 각각 물리적 차원에서―‘그것은 엄연한 하나의 힘이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에서―‘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영향권 아래 존재들이 종속된다.’‘, 중력이 서사로 연장되어 감을 의미한다. 중력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비중력적인 조건, 중력에 영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