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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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영화, 새로운 텍스트가 볼모로 잡혀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 '제한된 감각과 재편된 공간에 유목되는 관객', 『고래, 시간의 잠수자』REVIEW/고래, 시간의 잠수자 2011. 8. 24. 00:45
음악은 시종일관 같은 조건을 제공한다(같은 조건의 제약을 건다). 극장 안에 있을 때와 극장 바깥으로 나가고 다른 건물로 들어갈 때가 같다. 음악이 재편하는 현재는, 엄밀히 음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란 조건의 인공적인 환경 그리고 표적을 그리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과 더불어 시선의 차단이 곁들어져 신체는 속박된 환경을 제시한다. 반면 퍼포머들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손전등을 안무처럼 돌리면서 이동하는 빛의 기구와 일체화된 신체, 아상블라주된 인간을 만든다. 그리고 신체 감각을 부분적으로만 확대한 환경에서 이 음악과 시각의 작용에서 제한된 것만 봐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음악은 짧은 단위가 반복되는 멜로디-리듬이고 멜로디도 리듬도 제대로 이루지 못 한다. 같은 공간을 빙빙 도는 것도 별 특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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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북촌방향」 리뷰 : 욕망이 추억하는 시간REVIEW/Movie 2011. 8. 22. 06:18
영화는 남녀 간의 관계를 매우 가까이서 보여준다. 욕망이 솔직한 말들을 타고 꿈틀거린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여준다. 유준상 곁에 나오는 누군가, 이는 사건이자 그의 의식에 우연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주도권은 미래에 있게 되고, 그 뭔가의 설렘과 현재 진행형의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곧 이는 주체를 구성된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주체를 만들어 가거나 그보다 사건이나 무언가에 의해 구성되는 것을 가리키고, 나아가 영화 전체적으로 시간의 헐거운 연결들의 구성을 취해 직접적으로 곧 현재적으로 오는 감각들을 소생시키는 것과 결부된다.) 남자가 무턱대고 마치 고향에 대한 귀소본능과 같이 술 취해서 사랑한다고, 그녀(옛 여자_김보경)를 사랑했었다고, 갑자기 사랑이 출현하는 것은 남자의 불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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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무엇으로 주어지는가. 영상사운드(사운드 간)의 병치, 「출판기념회」, 『고래, 시간의 잠수자』REVIEW/고래, 시간의 잠수자 2011. 8. 22. 03:14
잡다하게 섞인 에세이들, 생각의 편린들, 정교하게 주어졌던 순간들의 모음들, 이것들의 잡다한 편집, 그리고 그 중앙의 구멍을 뚫어 텍스트의 과감 없이 삭제한 텍스트 백 권이 관객의 앞에 무대를 들어서는 문에 주어지고, 이는 선택이 아닌 붙잡는 것 자신의 것으로 전유하는 것이다. 아니 이 안에 들어감으로써, 퍼포먼스의 입구에 들어간 것은 참여의 의무성 같은 게 부여된다. 텍스트는 흩날리지만, 이는 퍼포머의 주어진 지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직접 참여의 빈틈을 만들고 그 에너지를 우리에게 돌리는 것이어서, 우리는 참여의 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 안에서 퍼포머가 된 사람들은 우리와 같았지만 다른 지위를 획득했고 또 적당히 상기된 목소리와 신체로 이 안에 침잠해 있지만, 이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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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시공간' : 이나현, 「A Story of Yesterday」, 『고래, 시간의 잠수자』REVIEW/고래, 시간의 잠수자 2011. 8. 21. 15:58
고래는 꿈을 꾸는가, 고래는 바다의 유영에서 현재를 감각하는가? 음악은 시종일관 정서적 감응을 유도코자 한다. 환유가 아닌 은유의 차원으로 미지의 세계로 이끌지만, 안무의 힘을 빌려 바다의 알레고리,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몸짓에 조응하는 사운드의 결을 만들어 낸다. 상체가 앞으로 쏠려 몸의 중심을 신체가 아닌 의지의 순간이라는 몸의 떨림과 시간의 영역에 두며 존재를 탈각하며 이들은 나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 되기를 실천한다. 은유적 음악에서 전자 기타의 잔잔한 대위법이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고 음악이 출현한다. 몸을 쓸고 부분 신체의 유동을 통해 마치 지느러미나 팔과 같은 존재의 흔적들을 만드는 것에서 두 존재의 관계를 통해 이동하되 이동은 하나의 존재를 추어올리거나 붙잡는 순간이며 이는 나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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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기반 텍스트' : 윤한솔, 「나는야 쎅쓰왕」, 『고래, 시간의 잠수자』REVIEW/고래, 시간의 잠수자 2011. 8. 19. 08:32
▲ 『고래, 시간의 잠수자』포스터[출처=국립극단 홈페이지]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및 열린문화공간 야외에서 국립극단(학술출판팀 김남수‧김해주)가 기획한 퍼포먼스가 연계된 전시, 퍼포먼스의 결과가 전시로 남고, 전시의 개념을 새롭게 확장하는 『고래, 시간의 잠수자』가 열리고 있다. 최소한의 정보, 브로슈어만이 인터넷상에는 주어져 있고, 현장에 가면 긴 전단을 받을 수 있는, 하루나 이틀 많은 퍼포먼스가 놓인 가운데, 이를 하나의 전시라고 칭하는 매우 묘연한 형태, 곧 시작과 연장의 '전시 기간'을 찾을 수 없는 것도 그러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가속한다. (어쨌거나 흥미로운 전시, 퍼포먼스를 만났고, 연작으로 본 매체에서 작품 리뷰를 다루고자 한다. 겨우 전시 하나가 이 넘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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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 마음의 풍금』, 아련한 추억과 내밀한 짝사랑에 대한 공감 어린 뮤지컬REVIEW/Musical 2011. 8. 16. 12:40
▲ 『내 마음의 풍금』 200회 공연 커튼콜 장면(이하 사진 동) '내 마음의 풍금'이란 추억의 한 알레고리를 포착한 것이다. 동시에 시대적인 것이며 개인적인 측면으로 소환된다. 떠오르는 이전 이미지일 뿐만 아니라 들려오는 아득한 소리로 감각되는 것이기도 하다. 크게 홍연과 박봉대 선생의 성장 이야기로 볼 수 있는 『내 마음의 풍금』은 사랑이 처음 오는 순간 다시 오지 않을 순수한 사랑의 한 순간을 잡아낸다. 성숙해 가는 소녀와 풋내기 모습의 새로 부임한 선생의 짝사랑과 첫사랑, 여기에 삽입되는 곡들은 상황과 간극을 두기보다 이야기 속에 출현하며 캐릭터 자체를 두드러지게 하기보다 그가 담고 있는 순수한 사랑의 이념 꿈의 이상을 표상하는 데 더 큰 기능을 한다. 반복과 변주는 기본적 바탕을 이루지만 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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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화역서울 284’ 『카운트다운』 전시 : 장소성에서 시간성으로...REVIEW/Visual arts 2011. 8. 15. 18:26
지난 8월 9일 오후 4시경 ‘문화역서울 284’ 개관식이 구 서울역사에서 개최됐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김재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화역서울 284’ 건물 안을 벗어나면 역사 안의 공간이 펼쳐진다. 실제 지하철이 다니고 있다. 개관 프로젝트 ‘카운트다운(Countdown)'은 김성원 교수(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의 총감독 아래 국내 대표적인 예술 작가로 꼽히는 이불·김수자·박찬경 등 총 35명의 작품으로 공간 전체를 점진적으로 채워나가게 된다. ‘카운트다운(Countdown)'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9월 30일까지는 무료로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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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희경, 「흐 름, 너 머」_ NJP 썸머 페스티벌 스물 하나의 방REVIEW/Performance 2011. 8. 12. 13:37
'신비의 서사' : 공간-세계를 장악하는 음악, 음악에 조응하는 인터액티브한 움직임 ▲ 조희경, 「흐 름, 너 머」 '살아있다. 죽어있다.', 이는 움직임인가? 극장에서의 무언가를 나타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의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매우 느린 호흡으로 지속이 전제된 채 누워 있는 것에서부터 천천히 일어나 움직인다. 이미 사운드는 공간 전면을 뒤덮고 있고, 조희경은 하나의 점-사태일 뿐이다. 공간을 정위하는 불규칙한 입체적 건반의 연주, 길고 아늑한 베이스의 음향의 잠식, 이 공간을 벗어나기 힘들고, 여기서 나오는 움직임 또한 그것을 뒤엎는 대신 온화한 조응에 가깝다. 또한 건반을 뒤덮는 은은한 화음과 증폭의 기제로도 사용된다. 곧 연주자가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춰 반응하기보다 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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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퍼포먼스 - NJP 썸머 페스티벌 스물 하나의 방REVIEW/Performance 2011. 8. 12. 13:26
▲ 아츠히로 이토 [사진 제공=경기문화재단] 아츠히로 이토, 「V.R.S.S. 2011」에서 빛이 나는 기타는 박자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를 한다. 박자의 단위가 바뀌는 지점에서 우연히 켜져 박자에 대한 인지의 시점에 맞춰 시각적으로 표상된다. 사운드 아트는 멜로디‧시간의 추이에 따른 서사의 형태를 띠기보다 실재의 매질, 공간에의 마찰‧울림‧마주침을 통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에 가깝다. 빛이 나는 전자 기타의 울림, 멀리서 감각되는 공명, 가까이서 악기 자체에서부터 나오는 감각은 대위법적으로 층위를 달리하며 움직인다. 그렇지만 일종의 화음을 이룬다. ▲ 우지노 무네테루 [사진 제공=경기문화재단] 우지노 무네테루, 「로테이터스」에서 진동과 공명은 기계 자체의 동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 곧 순수 악기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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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수상 후보 작가展 : '병치, 시간, 삶'의 편집 기술REVIEW/Visual arts 2011. 8. 10. 12:02
서로 다른 것들의 이질적이지 않은 조합/생성 ▲ 김상돈 작가 전시 전경 철판 쟁반과 검은 챙 모자들을 겹겹으로 쌓은 길게 연결해 놓은 구조물, 「솔베이지의 노래 - 머리 꼬치」, 잎을 나타낸 깔창과 철근으로 만든 줄기의 화분, 「솔베이지의 노래 - 일보일보 一步 화초」, 가짜 수박을 매달아 놓고 나무에 깃털 꽂아 놓고 대걸레들로 나무 받침 뼈대를 형성하는 「솔베이지의 노래 - 삼족오」…… 시선으로 들어오는 등산객들의 산의 모습에서 철물점의 톱 연주자로……, 화면은 비서사적인 흐름으로 병치되어 오간다. 거울 하나를 놓고, 그로부터 거울 안에 담는 자연 풍광이 출현한다. 시선은 이미 전제되어 있는 반면 등장은 예고되어 있지 않은 갑작스런 출현의 형태를 띤다. 이른바 화면에는 등장과 출현 간 애매한 경계가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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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병신 3단로봇」: 변신의 욕망에서 변신의 의무로...REVIEW/Theater 2011. 7. 26. 06:45
극발전소301의 「병신 3단로봇」의 변신은 두 가지 함의를 전제한다. 변신은 유아적 소망과 결부된, 상징계로 진입 전의 상상계 내지 실재계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반작용적인 측면에서의 상상계를 의미하거나 극단까지 삶의 심연에 다다른 후에 현실과 맞설 수 있는 동력을 얻는 변증법적인 측면에서 곧 내파의 혁명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곧 어렸을 적 「병신 3단로봇」에의 열망이 단절된 게 아니라 일종의 잊힌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얻는 친근감에서 시작해, 실상 그것이 꿈(상상계)에 불과하며 현실로의 진입은 자신을 끌어올릴 무언가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 된다. 마치 로봇태권브이의 로봇이 자율적 신경을 가진 주체적 존재가 아닌, 로봇의 뇌와 눈의 자리에 있는 조종관의 훈이(초자아로도 읽힐 수 있는 다른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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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달파란과 권병준의 프로젝트 공연 ‘여섯 개의 마네킹’ : 마네킹의 목소리가 출현하는 과정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7. 24. 04:35
기타와 드럼 대용의 뒤집은 장구의 '투 세션 밴드'의 노래가 탄생하는 걸 하나의 오디션 현장으로 치환하며 '어색한 머리가 크다'라는 식의 노랫말들로 마네킹 내지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한 풍문과도 같은 이야깃거리를 흘려보낸다. 이는 대부분의 마네킹의 세계 바깥에서 그것을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 ▲ 영화 으로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공동 음악상 수상(장영규)한 바 있는 달파란 말하는 듯한 턱관절의 움직임과 목을 까딱거리는 로봇을 미디 장치로 통제함으로써 기계의 삐걱거림과 멈춤의 시간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생성하며 시스템(뇌) 작동과 수정을 조율하는 로봇 이미지의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마네킹들에 팔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미디 장치와의 통합적 매체 환경이 구축되는 가운데 팔의 이동이 사운드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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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우樂(락)페스티벌_ “드림 프레이어(Dream Prayers)” : 끊임없이 몸을 달구는 '들소리'의 무대REVIEW/Music 2011. 7. 21. 08:15
들소리의 공연은 우뢰 같은 폭발과 관객의 신체를 열어젖힘, 북의 착착 감기는 소리와 대북의 웅장함, 의식성을 지닌 구음이 뜨거운 기억으로 다가온다. ‘열고’와 ‘사바하’에서는 뜸들이고 가다듬고 날 세우는 어찌 보면 예열의 시간을 가지는 북소리, 구음의 진지함‧엄숙성‧제의성을 가져가는, 그러다 합창의 공명성을 띄우며 울려 퍼지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이제 북은 달려간다. 북소리는 말을 타고 끊임없이 나오는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연상케 한다. 마치 북방민족의 호방한 기상을 드리우고 대북은 천장에까지 그 울림으로 사로잡는다. 과연 이러한 공명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줄 정도로. 이러한 사운드의 거센 장은 공간과 귀 사이에 밀도의 진단을 하며 화성‧멜로디가 주어지지 않는 울림과 간격‧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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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삼등병 : 현실의 바깥에 있는, 현실의 유예된 은밀한 철책 공간에서.REVIEW/Theater 2011. 7. 21. 07:13
삼등병은 표면적으로, 이등병이 하나의 계급적 진단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군대라는 문제가 하나의 풍자적 시선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군대는 하나의 계급 놀이라는 진단에 동의할 수 있는가? 놀이의 규칙, 연극의 규칙은 그 안에서만 성립한다. 그 안의 온갖 진지하고도 엄숙하며 깨부술 수 없는 규칙들은 군대 바깥에서는 무용담이나 추억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군대가 갖는 초자아의 명령, 아득히 먼 ‘고참’(선임)의 명령, 가까운 선임의 피부에 닿는 명령까지 그 둘의 간극이 줄어들수록 생각의 여지는 생겨나며 사회와도 조금 가까워진다. 적이 쳐들어오지 않는 철책을 지키는 두 명의 보초병에게 닿는 추운 공기는 내지는 적막한 공기는, 시간의 부피를 떠안은 가없는 공기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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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우樂(락)페스티벌_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 : 마음에 이는 바람의 약동처럼...REVIEW/Music 2011. 7. 19. 09:39
「간」에서 원일의 피리는 적막과 채움을 가져간다. 공간을 벌여 놓고 피리 소리만 가득 그 공간에 울려 퍼지는 것이다. 한편 독특한 주법을 통해 이전 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다른 가락이 만들어지는 두 음을 병기하는 독특한 구간도 있었다. 원일은 이 끊이지 않는 긴 호흡과 공간에의 자리함, 그리고 주법 자체의 흥미로움을 모두 보여주며 오프닝을 장식했고, 이 짤막한 단편의 소절은 이후 공연의 한 주요 구성과도 흡사하다. 다른 곡조가 출현하고 이전 곡조와 중첩된다. 곧 새로운 음이 갑작스레 출현하면 이전 음은 자취를 감쳤다. 다시 자신의 끊긴 흐름에서 출발한다. 길게 쭉 뽑아내어 공간을 뚫어버리는가 하면 저음은 공간을 울리며 빽빽이 들어와 노니며 하나의 생동하는 움직임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피리 소리가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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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우樂(락)페스티벌_<공명>'Space Bamboo' : 마음에 잔잔한 반향을 남기는 음악REVIEW/Music 2011. 7. 18. 12:01
공명은 더디지만 마음에 잔잔한 반향을 남기는 수수한 색채를 띤, 다양한 악기의 조합이 여러 신선한 구성과 특색을 지닌 음악 세계와 연주의 묘를 보여주며, 그 악기들이 하나의 ‘공명 악기’로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주는, 결코 과장되거나 요란하지 않은 연주 기법과 함께 우리와 가깝고도 고고한 음악, 뚜렷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매우 깊은 마음의 교감을 만드는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었다. 「딴따라」에서는 생황의 개성이 뚜렷하다. 생황의 음색은 오르간 같기도 하고, 피아노의 건반 악기의 분명한 음정의 지정도 있다. 이어 애잔한 멜로디가 굉장히 인상 깊은 시간을 낳았던 「자장가」에서 생황의 매력이 돋보인다. 단순한 박자가 매겨지는 「풍년가」는 멜로디 위주의 재잘거림의 목소리를 채워 넣는 음악으로 재편된다. 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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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우樂(락)페스티벌_<양방언 콘서트> : '양방언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하다'REVIEW/Music 2011. 7. 14. 14:36
지난 7월 9일(토)부터 23일(토)까지 국립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서 제2회 여우樂(락)페스티벌-「여기, 우리음악이 있다」가 진행 중이다. 페스티벌의 시작은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의 콘서트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작곡가·연주가·편곡가·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클래식·락·월드뮤직·재즈·한국음악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양방언은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일본에서 함께 활동하는 5인의 연주 팀과 한국을 찾았다. ▲ 음악가 양방언의 모습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첫 공연을 장식한 는 비단 양방언이란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초점이 맞춰진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그는 음악을 연주하며 지휘하고, 관객과 함께 숨 쉬고, 그 숨과 음악에 감싸인 채 음악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 존재했던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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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2막REVIEW/Dance 2011. 7. 11. 07:00
K Arts 발레단 「Inspiration II」(안무: 조주현) ▲ 조주현 「볼레로」© 최성복 2막의 첫 번째 무대는 익숙한 볼레로 음악에 맞춘다. 다리 보폭을 넓게 서서 손 밀며 움직이는 동작들은 매우 분적절인 시현이다. 격정적 달리기와 몸을 펼치고 뻗고 하는 동작은 멋진 한편, 이질적으로 보인다. 손의 팔랑거리는 움직임 등 각기 서로 다른 표현들은 조명의 비침에 따라 나타나서 낯선 느낌을 준다. 앞 사람으로부터 리듬이 달라지는 다른 움직임의 출현, 단조롭고도 점증되는 음악에 모던하고 깔끔하고 건조하게 푸는 동작들은 세련되고 절도 있다. 한편 그 음악의 엉뚱함에 새로운 동작들을 서슴없이 포용한다. 곧 음악이 갖는 추상적이고 무형의 시간에서 연결 마디를 잔상으로 가져가며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여 단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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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1막REVIEW/Dance 2011. 7. 11. 07:00
Sergio Bustinduy(스위스 바젤 발레단)의 「Feel Good」(안무: 허용순) ▲ Sergio Bustinduy 휴대폰의 울림과 전화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오는 남자, 다소 상투적인 등장은 무대의 긴장을 지우고, 이어진 춤은 화려하고도 경쾌한 막을 열기에 충분하다. 상의를 노출한 채 빠른 무대와 움직임의 전환, 활기차게 추며 맛깔 나는 무대를 선보인다. 그 역동적이고 활기찬 음악의 흐름과 중간 중간의 임팩트를 박자를 지정하는 손짓이나 몸짓으로 상쇄하며 무대를 달궜다. 김유미 & Jacob Bush(미국 애틀란타 발레단) 「에스메랄다」중 파드되(안무: Ben Stevenson) ▲ 김유미 고아한 표정과 자신감을 안은 김유미는 텅 빈 무대에서 완전히 빛과 넓은 터전에 놓인 낯섦을 상쇄하듯 매우 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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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국악관현악단(황병기 예술감독)의 <Part of Nature> 창작발표회 현장REVIEW/Music 2011. 7. 10. 18:34
지난 6월 29일(수) 국립국악관현악단(황병기 예술감독)의 창작음악회 (파트 오브 네이처)의 창작발표회가 개최됐다. ▲ 황병기 예술감독 황병기 예술감독이 지난해 초 구상하여 재독(在獨) 작곡가 정일련에게 위촉한 이 작품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황병기 예술감독이 재임 중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대작이다. 작곡가 정일련이 작품 전체를 맡아 ‘자연속의 인간’ 이야기를 ‘출(birth)’, ‘숨(breath)’, ‘심(heart)’, '손(hands)‘, ‘이름(name)’, '혼(spirit)' 이렇게 6개의 인간을 대표하는 키워드에 각각 어울리는 협연곡으로 구성한다. 오는 10월 6일과 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휘자 정치용이 객원 지휘를 맡아 전 악장이 펼쳐진다. '창작음악회'는 국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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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백영태 「Flow...ing」REVIEW/Dance 2011. 7. 6. 04:24
클래식 발레의 정조, 헌정 기념으로서의 시선이 덧대이는 공연... 남녀의 관계 쌍을 중심으로 한 안무가 구성된다. 이인무에서 삼인무로 둘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안무가 구성되다, 한 명이 가세하면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시선이 부각된다. 그리고 셋의 안무는 다시 둘의 안무로 변화한다. 관계에서 시선으로 다시 관계로 변화하는 들고 나오며 새롭게 계속 구성되는 안무는 전형적인 발레의 이인무의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음악 역시 복잡 미묘한 관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장치로 적절히 배합되는데 고전 발레와 다른 감정 선의 집중과 몰입을 더욱 과장되게 드러낸다. 는 매우 극단적인 슬픔 깨지기 쉬운 연약함fragile 또한 섬세함delicacy을 추구하는데, 이는 남성 무용수의 낭만적 정조를 공통으로 함의함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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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차진엽 「keep yourself」REVIEW/Dance 2011. 7. 6. 03:53
음악의 폭발을 통한 무대의 해체 차진엽의 춤은 물 흐르듯 몸의 유연한 선분과 파동 치는 움직임을 순식간의 시선의 전유를 통해 짜릿함의 감각을 순간 가져간다. 여기에 움직임을 보조하는 기타를 비롯한 밴드의 사운드 록 가수의 정체성을 앞뒤로 포진하여 무대를 감싸고 있는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만드는 한편 그러한 록의 에너지와 리듬을 분해하고 펼쳐놓는 신체들로 분하게 된다. 처음 머리를 길게 붉은 빛 계열 재킷을 풀어헤쳐 상반신을 노출하는 록 가수의 등장은 무대가 올라가기 전, 록 뮤직비디오가 계속해서 흘러나오던 것을 현시함에 가깝다. 그의 움직임은 광란한 어느 록 가수의 야생마 같은 팔딱거림이고, 이는 음악에의 분출이고,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의미로서 하나의 제스처이자 음악의 전유, 대중들의 시선의 수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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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레인보우 페스티벌 2011 : '빗속의 음악과 자연을 향유하며....'REVIEW/Music 2011. 7. 5. 05:53
▲ 2011 레인보우 페스티벌 7월 3일 현장, 색색의 우비를 입은 관객들 ▲ 2011 레인보우 페스티벌 현장, 녹음이 자리하는 남이섬의 자연 풍광 야외 뮤직 페스티벌 ‘레인보우 페스티벌 2011(RAINBOW FESTIVAL 2011)’이 7월 첫째 주 주말 2‧3일 이틀간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서 펼쳐졌다. 축제는 ‘레인보우’, ‘그린메모리’, ‘블루워터’, ‘퍼플익사이팅’, ‘오렌지아치’, ‘미드나이트’, ‘스타라이트’ 등의 테마별 일곱 스테이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래미상의 R&B남자 보컬 퍼포먼스 부분 10차례 이상 노미네이트 및 전 세계 2,000만장 이상 음반 판매 기록을 보유한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가 레인보우 스테이지에서 그 대미를 장식했다. ▲ 2011 레인보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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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정형일 <Mad Sonata>REVIEW/Dance 2011. 7. 2. 04:35
음악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 삶을 자각하는 부단한 여정 음악은 매우 끈끈하고 유기적이며 기승전결의 흐름을 갖고 있는, 한 편의 서사시를 엮어 낸다. 무릎을 꿇고 하얀 방석에 앉아 움직임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은 정갈한 의식을 가지고서 무언가를 향한 의식을 치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마지막에 이르러 삼보일배의 불교적 의식을 체현하는 것으로 의식의 흐름 여행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또한 음악이 갖는 여행 서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부딪히며 여러 경로를 겪는 가운데 다양한 몸짓과 대응의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음악은 상승과 하강의 스펙터클한 풍광과 움직임을 상징하는데 이 속에서 다양한 변곡점을 도출해 내는, 변화의 물결이 갖는 이야기가 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진감 넘치는 긴장과 이완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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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정현주 <Timekeeper>REVIEW/Dance 2011. 7. 2. 04:29
영상/사운드 이미지의 차용을 통한 중첩된 층위의 무대... 파격의 제스처를 처음 고무벨트의 도입과 음악과 영상의 사용과 댄스 스포츠의 도입에서 취한다. 댄스스포츠의 파격은 그것이 골반을 좁힌 채 빠른 전진 스텝과 화려한 팔 동작이 그에 장식적으로 부가된다는 것이고, 이는 발레 움직임이 가볍고 단단한 움직임을 유지한 채 약간의 변형을 허용하며 그에 맞춰지는 묘한 혼합의 표현이 출현하게 된다. 무대를 비추고 반영하는 내지는 다른 춤의 이전 모습들이 나오는 영상은 프레임의 느린 배분으로 인해, 영화 같은 색감과 함께 분절되는 식의 움직임의 재편이 일어남으로써 슬로우 모션과 빠른 지나침의 순간들의 과정을 밟는 묘한 움직임들이 구축된다. 여기에 영상은 부채꼴 모형으로 분할되며 부분 신체들을 출현시키며 부분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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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리더스폴 콘서트 2011] 최강 세션의 조합과 다채로운 재즈의 향연REVIEW/Music 2011. 7. 2. 03:38
프리 세션의 맛깔나는 연주, 국내 정상 연주자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낯설지 않은 게 또한 재즈의 매력이 됐던 시간... 밴드가 엮어 내는 음악은 하나의 공간을 상정한다. 각기 다른 악기들은 마치 풍경 이미지가 전경과 후경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듯 중층적인 깊이를 띤다. 다섯 명의 쟁쟁한 밴드 세션들은 팽팽한 연주 양상을 만들었다. 프리 임프로비제이션의 요소들이 충만한 재즈의 자유롭고 기약 없는 시간에 바치는 연주, 공간 전체를 어르고 공명 시키고 섬세하게 분할하는 합주와 개인 독주의 오고 감이 통통 튀는 대화로, 또 각기 다른 층위의 중첩과 혼재된 양상으로 융합되어 나타나며 끊임없이 섬세한 분별과 공명에 대한 귀의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뚜렷한 선율과 멜로디 위주로 음악이 단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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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팩 솔로이스트' 두 번째 무대 2막REVIEW/Dance 2011. 7. 1. 03:31
조연진, 조인호 「우린 잘 살고 있어요」, 안무 이준희 : 바다의 이명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의 숨이 고동치듯 쏴 밀려오는 곳, 환상적 이명의 목소리가 신체를 채근하는 곳, 무대 전면에 푸른빛의 스크린은 바다의 육박하는 실재감을 환영 이상으로 조각한다. 바다의 사운드 기표들이 배경을 장식하는 가운데, 남자는 쉭 움직임을 잽싸게 놀리는, 그래서 시각적 잔상과 휘몰아치는 유영의 선을 만드는 가운데 바다 그 자체로 분한다. 반면 무대 막이 걷히기 전부터 누워서 바다의 의식, 무의식의 심연을 과거의 기억에 치인, 한 사람으로 상정되는 여자에게서는 바다 그 자체가 아닌 바다에 홀린 또는 바다로부터 무한한 내면의 누출과 그로 인한 진한 고백을 하게 되는 일종의 감정의 바다라는 은유가 작동한다. 곧 남자는 바다를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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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팩 솔로이스트' 두 번째 무대 1막REVIEW/Dance 2011. 7. 1. 03:29
이경은「Across the Street」, 안무 안드레야 왐바(Andreya Ouamba, 세네갈) : 변형된 신체 이미지의 선명함 음악 속에 그는 그 파동을 온 신체로 감내하고 있다. 그는 거기서 파묻혀 들어간다. 음악에 몸을 내주며 음악은 그 자체로 신체가 되고 공간의 장을 형성한다. 검은 옷에 어둠 속에서 고개를 젖혀 신체를 순간마다 약간의 약동을 반동을 주는 신체를 감싸고 주억거리는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되며 시각적 충격의 파장을 만든다. 즉 조명의 힘에 날카롭게 베인 듯 온전한 얼굴은 주어지지 않고, 턱이 위로 향해 약간 정도 치솟아 오른 이미지는 무대가 가질 수 있는 시각의 실재적인 놀라운 트릭이고, 이미 비정상적인 이미지의 실재로의 용인은 얼굴의 잔상으로 작동되며 변이된 신체를 조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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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팩 솔로이스트' 첫 번째 무대, 호오가 확실히 갈리는 무대를 통한 절반의 성공REVIEW/Dance 2011. 7. 1. 03:28
천종원 안무, 김재덕ㆍ김재윤 「마이너 룸」(Minor Room) : 극적인 분위기에의 침몰과 감지되지 않는 내면 김재덕은 춤 이외의 것을 무대에 끌어오는 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무대 하수에는 설치미술적인 풍경으로 조각되어 있고, 비닐 위에 물을 붓고 그것을 쳐대는 한 상반신을 벗은 남자의 모습이 한동안 무대를 잠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의 관건은 과연 둘의 관계를 무엇으로 볼 수 있는지, 내면의 풍광을 어떻게 조각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둘은,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스쳐 지나가듯 하나의 복제된 모방의 움직임들로 포개지는데, 같이 동일한 춤을 추는 것에 있어서도 군무적인 성격을 갖기보다, 따로 따로 다른 생각들을 안고 춤을 추는 것으로 보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선사하지 않고 하나의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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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아트신] 강화정 프로젝트 - 오쏠로 연작 제 1탄 <오쏠로 기획> : '음악의 불가능한 전유의 움직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6. 29. 02:46
클래식과 즉흥 음악을 오가며 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다섯 명의 각기 다른 무용수들이 솔로이스트로 위치해 전유해낸다. 단독자적 주체로 무대에 위치한다는 것, 안무가의 안무 구성이 이들에게 부여되기보다 신체-단독자적인 움직임이 이들의 자의성을 토대로 배출된다는 것, 마치 혼자 동떨어져 무대에 날 것으로 놓인다는 것. 내러티브의 파괴와 파편적인 이미지의 조합, 기묘한 분위기에서 감각되는 신체들이 기존 강화정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징이었다면, 이 솔로이스트들이 번갈아 무대를 장식하는 이번 무대에서 내러티브가 없음은 물론이겠지만, 사실상 무대는 아무 것도 없음, 날 것 그대로의 것이 튀어나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마치 시공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나온 그러한 특이한 복장들, 거기서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