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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시공간' : 이나현, 「A Story of Yesterday」, 『고래, 시간의 잠수자』REVIEW/고래, 시간의 잠수자 2011. 8. 21. 15:58
고래는 꿈을 꾸는가, 고래는 바다의 유영에서 현재를 감각하는가?음악은 시종일관 정서적 감응을 유도코자 한다. 환유가 아닌 은유의 차원으로 미지의 세계로 이끌지만, 안무의 힘을 빌려 바다의 알레고리,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몸짓에 조응하는 사운드의 결을 만들어 낸다.
상체가 앞으로 쏠려 몸의 중심을 신체가 아닌 의지의 순간이라는 몸의 떨림과 시간의 영역에 두며 존재를 탈각하며 이들은 나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 되기를 실천한다. 은유적 음악에서 전자 기타의 잔잔한 대위법이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고 음악이 출현한다.
몸을 쓸고 부분 신체의 유동을 통해 마치 지느러미나 팔과 같은 존재의 흔적들을 만드는 것에서 두 존재의 관계를 통해 이동하되 이동은 하나의 존재를 추어올리거나 붙잡는 순간이며 이는 나아감 대신 존재에의 포박을 가리킨다. 이동 대신 확장과 돌아옴의 제스처를 쓰는 것은 중심으로서 신체 그리고 다양한 변전의 무늬를 간직하는 움직임, 또한 펼침에서의 끝을 맺는 게 아닌 오히려 이전의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일종의 착시를 줌으로써 시간의 양상을 몸에 현전케 한다.
음악 H.M. Gorecki의 「Three pieces in old style」의 전주 부분은 이들의 몸을 빌려 깊은 수면보다는 바다 표면을 따르는 잔잔하고도 존재가 지상으로 드러나는 것 같은 이미지로 승화하는 듯하다.음악 자체가 묘연한 멀리서의 시작과 출발을 지정하듯 이 음악은 끊기고 간간히 다시 살아나 출현한다.
몸을 쓸고 앞에 피아노 소리는 건반의 지정으로 나타나며 크게(가깝게) 작게(줄어들며) 다시 다른 위치에서 다른 공간에서 튀어나오는 변칙적이고 단순한 전개를 밟는다.
이나현 안무를 따른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음악적인데 이는 음악에 박자를 정확하게 맞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몸으로 재편하되 음악과 시간의 차를 두고 몸을 자유롭게 놀리며 한편 무엇보다 음악 자체의 리듬이 몸의 움직임을 구성함을 의미한다.
하나의 악구를 형성하는 매우 여리면서 연약하고 슬픈 감응을 주는 멜로디는 앞서 말한 듯 출현하고, 이에 따라 앞서 움직임의 시간의 결을 따른 전개보다는 시간의 응축과 시간의 무화된 전개 안에 멈춤과 돌아감을 통한 음악의 체현, 그리고 음악을 업지 않고 나오는 음악적 전개의 움직임 등은 계속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음악의 아득하고도 기억의 자취로 되풀이되는 특징에 맞물려 있다.
곧 움직임의 결은 음악적인 리듬과 맞물려 있고, 흩어지는 대신 응축되고 반복되며 처음에서 다시 재편된 처음에서 다시 시작된다. 여기에 그 음악-멜로디의 반복된 출현의 특징은 더할 나위 없다.
한편 바닥에 누운 여자의 신체가 고래와 같은 거대한 것으로 시선에 따른 확장의 양상을 보일 때 신체 부분들은 거대한 동맥의 움직임을 띤다.
남자가 나타나고 그가 멈춤에 음악의 점증적이고 빠른 확장은 신체 자체를 부풀리게끔 하고 에너지를 싣게 만든다.
누군가 나와 상징계의 말들을 바닥에 내면의 토로라는 식으로 적기 시작하고, 이는 상형문자와 같이 알아보기 힘든 가운데 음악은 바뀌고 존재는 재출현한다.
바닥을 온 몸으로 기며 언어를 탈바꿈하며 새롭게 언어를 새기는 몸으로 쓰는 언어로, 또 공간에 체현되는 언어로 그것을 새기며 고래의 신체를 드러낸다.
이는 앞서 바다 속의 유영이었던 꿈을 꾸거나 꿈속에서 있던 움직임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온 고래의 꿈틀거림을 닮아 있다.
그리고 이는 태아의 유영처럼 활동적이면서도 미약하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눈이 없는 신체, 앞선 기관 없는 신체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엇보다 고래는 눈보다는 청각‧촉각으로 바다를 헤쳐 나간다. 유유히.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 『고래, 시간의 잠수자』전단 [출처=국립극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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