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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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의미는 삶을 유예하고, 때때로 삶은 의미를 초과한다’REVIEW/Theater 2017. 12. 5. 00:28
▲ (권여선 원작, 박해성 각색/연출), (사진 좌측부터) 배우 신지우, 우정원, 신사랑, 노기용, 황은후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연극의 시작과 함께 튀어나오는 ‘삶의 의미는 없다’는 말은 신은 없다는 말을 의미한다(제목이 수렴하는 지점은 당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것이 하필 ‘당신’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신‘이’에서 주격 조사의 차이에 기인한다). 사실 이는 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신의 부재를 차라리 믿겠다는 유신론자의 좌절로 읽힌다. 삶의 커다란 고통, 죽음의 멍에를 짊어진 인물들, 특히 언니 해언이 돌연 살해된 이후 그 부재를 희미한 기억들로 채우고자 하는 애도 불능의 시기를 겪으며 삶의 의미를 논하는 다언(신사랑 배우)의 물음에서 이는 의존할 데 없는, 긍정할 수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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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스트 씨어리, 《당신이 시작하라》: ‘관객의 탄생’REVIEW/Visual arts 2017. 12. 5. 00:05
▲ ,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시간 45분 ⓒPatrica Marcoccia and Oscar Tosso [사진 제공=백남준아트센터] (2015)는 연속되는 하나의 쇼트 안에 한 명씩 연결해 도시를 걷는 일곱 명의 사람을 다룬다. 동시에 이는 온라인과 극장에 실시간 스트리밍되었었다. “당신이 바꾸었으면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일곱 명을 관통하고, 일곱 명을 향한 질문은 다른 답을 도출한다, 아니 질문은 다른 세계로의 접속을 요청하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 , 2009,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Anne Brassier [사진 제공=백남준아트센터] (2009)에서 전화를 받은 관객이 율리케와 아이몬 중 한 명을 선택하고 도시 곳곳을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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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 작/연출, <비명자2>: ‘사회적 의제의 직접적 반영’REVIEW/Theater 2017. 11. 28. 23:25
▲ (작/연출 이해성) [사진 제공=극단 고래] (이하 상동) ‘(소수의) 타인의 한정할 수 없는 고통은 결국 사회적 고통으로 전이된다’는 작업의 교훈은, 타인의 고통을 사회적 고통으로 체감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측정할 수 없는 고통으로 정의되(지 않)는 그들의 고통은 결국 소통이 불가능한 비언어의 양적 크기로 측정되며(‘반경 4km까지 물리적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이해 불가능한 이해로,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으로 수렴된다. 곧 이 작업에서 ‘타자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다’라는 명제와 ‘타자의 고통은 절대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는, 그런 ‘타자의 고통을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어도 공감할 수는 있다’는 명제를 더하며,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는 비명을 끊임없이 지르는 끊임없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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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비평과 창작’에 대한 알레고리REVIEW/Theater 2017. 11. 28. 22:44
▲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작/김재선 역, 이영석 연출, 포스터, (사진 왼쪽부터) 김승언, 이종무 배우 [사진 제공=K아트플래닛] 어느 날 한 극장에 오른 작품이 기립박수를 받는다. 그 희곡을 쓴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꾸준히 비평을 해온 비평가의 집을 찾는다, 와인을 들고. 이런 설정은 이후 두 사람의 강력한 설전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며, 작가와 관계 맺는 비평가의 역할, 나아가 연극의 기능과 정의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나아간다. 작업이 재미있는 부분은 각자의 날 선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주로 ‘대비’되는 층위에서 비평과 창작에 대한 관점이 지금에 있어서도 유효한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거기서 체현되는 건 인물이라기보다 수사의 설득력과 그 자체의 매력, 곧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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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요하네스 칼, <당신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 ‘말하기로서의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20. 18:13
▲ 정다슬(왼쪽), 요하네스 칼, ⓒ조현우 남성의 포즈들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1863)와 (1863)의 여성 누드의 모습들을 포즈를 입체적으로 옮기는 가운데 상정한다. 남성이 여성을 표상하며 동시에 여성이 아닌 남성 관객을 보는 것은, 재현적 섹슈얼리티를 수행적이고 비판적인 언어로 전유하는 것이다. 이어 남자는 섹스/자위가 오로지 정액의 배출이라는 최종 결과에만 향해 있음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데, 성적 쾌락은 따라서 일정한 절차와 일관된 결과라는 성질을 갖는다. ▲ 요하네스 칼, ⓒ조현우 두 퍼포머는 대부분 말과 움직임이라는 구분된 역할, 동시에 평등한 역할 놀음으로 무대를 채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그러니까 기존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며. 예외적으로는 자신의 작달만한 신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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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전시》: ‘장소와의 간극을 수행하는 전시’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8:06
작업들은 두 작가(조형섭, 이소의)의 작업을 제하고는, 미술관에서 풀려나 낯선 장소와 헐겁게 맞물려 있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마저도 전시장을 찾는 이를 전시장‘에서부터’ 나아가는 첫 번째 키를 제공하는 입구이자 전시장을 벗어나며 새롭게 전시, 《장소의 전시》(큐레이터: 안대웅,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전수현)가 시작되는 출구의 ‘유일한’ 장소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은 전시장의 ‘바깥’에 위치한 이들, 전시장의 문법 따위는 상관없는 현실에 소재를 둔 사람들에게는 결코 인접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작업은 일상에서,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작품으로 감별하러 온 이들은, ‘실재의 장소’에 있는 이들에게서 낯선 이로 구별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실은 작품을 위해 여전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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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more Light: 향유고래 회로도》: ‘경계에 놓인 관객’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6:50
▲ , 엘립소이드달 스포트라이트, 자개, 황동,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고래 뱃속을 환유하는 3층에 걸친 전시는 어둠에 새기는 빛의 궤적이 표면을 생성하고, 어둠에 잠긴 관객의 몸에서 분기하며 감각적 체험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3층과 4층에 앞서 2층의 전시, (2017)는 고래의 속을 체현하기보다, 펼쳐지지 않은 하나의 책으로 진리를 예기하고 육화하는 듯 보인다. 자개와 황동으로 만든 빛(엘립소이달 스포트라이트)이 내리쬐는 두 개의 오브제는 엇갈린 층들로 4, 5밀리미터씩 일정하게 배치된다. 클래식의 현은 격동하는 생명의 안을 체현하는 일종의 서막을 가리킨다. 휴지기를 갖는 빛이 드러나는 동시에 3층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3D 비디오, 사이키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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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Shooting Stars)>: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끊임없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13. 21:16
움직임은 음악을 ‘온전히’ 상쇄할 수 있는가?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2016년, 스위스에서 초연됐으며,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하며 음악, 무용수, 의상 등이 모두 새롭게 바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습 장면, 김서윤/매튜 리치/유다정/임소정/표상만/허준환 ⓒ BAKI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처음 어둠의 가림 막 너머 등장한 무용수(김서윤)의 한결같은 움직임(의 궤적)은 작품의 본원적 움직임을 응축하고 예고한다. 끊임없이 안으로 말려들며 다시 시작되는 지점을 드러내지 않는 순환적 움직임, 곧 분절화되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어느새 다시 원점을 가리키고 있는 반복되는 움직임은, 한편으로 음악을 입고 음악을 지운다. 이는 이후 여섯 명까지 불어나는 그야말로 무대의 혼란 이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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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 ‘파편적 세계들의 배치’REVIEW/Visual arts 2017. 11. 13. 20:40
▲ 임영주 작가 개인전,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사진 제공=임영주] (이하 상동) 일관된 형식으로 밀집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시를 여러 차례 본 이후에 드는 확고한 인상이다. 마치 푸티지 영상의 컷들을 방사하되 사각으로 전시장을 빙 두른 (것 외에 배치의 방식에 있어 어떤 다른 원칙을 확인하기 어려운) 전시는, 회화에서 영상이 아닌, 영상에서 회화로 시점을 ‘거꾸로’ 옮긴 작가-작가의 기원적 매체는 회화로, 영상 작업을 최근에 주로 선보여 온 작가의 이번 작업에서 영상은 회화를 ‘재매개’했다고 할 수 있다-의 관점적 배치에 의한 것이다(첫 번째 가설: ‘그림은 일종의 하나하나의 스틸 컷이다!’). 사실상 배치보다 중요한 건 작업이 ‘밑’이라는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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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워킹 홀리데이>: ‘재현이라는 장치’REVIEW/Theater 2017. 11. 13. 19:28
인트로: 세 가지 방식들 배우들과 공연 스태프의 DMZ 일대(파주, 연천, 철원부터 고성까지)를 걷는 여정은 무대로 반영된다. DMZ를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사물들, 철모와 소총, ‘삐라’ 등의 미니어처가 무대 중앙의 모래 바닥에 깔린 채 무대는 카메라에 의해 매개된다. 동시에 이들이 겪은 현장은 무대로부터 관객석을 둘러싼 나무 패널로 짜인 구조물 위의 걸음으로 보완된다. 배우들의 경험은 말하기와 걷기의 두 가지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카메라의 시간 ▲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이경성 연출), (사진 좌측부터) 배우 장성익, 나경민, 김신록, 성수연 ⓒ정찬민 ‘내 속도대로 걸을 수 있다’는 성수연 배우의 말은, 걷기가 오롯한 물리적인 몸의 쓰임을 지시하기보다 자율적인 질서를 가진 몸의 생성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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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리버런 : 불완전한 몸의 경계>: '포스트 휴먼과 휴머니즘 사이'REVIEW/Dance 2017. 11. 2. 15:12
미래의 세계에 마주해야 하는 몸은?! ▲ 차진엽(Cha Jinyeob), ⓒ박상윤(이하 상동) 시작과 동시에 무대 전면에 나타난 움직이는 이미지는 빠르게 스쳐 간다. 거기에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을 차지한 차진엽은 그에 ‘결연히’ 맞선다. 이미지(시각예술가 빠키의 작업)의 내재적 리듬에 때로는 공명하나 근본적으로 작업이 움직임의 응전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이미지(의 움직임)와 움직임의 합치보다는, 어떻게 이미지 안에서 움직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혹은 움직임이 대등한 경기를 벌일 수 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미디어와의 무용의 협업이 대부분 기술적 층위의 우월함, 놀라움으로 환원되고 마는 것의 공허함이 오래된 흔한 문제 제기라면, 반면 미디어의 몸 자체를 하나의 다른 새로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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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민 위고네, <포즈 발표회>: ‘다른 몸을 보여주는 방식’REVIEW/Dance 2017. 11. 2. 15:06
야스민 위고네(Yasmine Hugonnet), ▲ 야스민 위고네 ⓒAnne-Laure Lechat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이하 상동) 제목이 가리키는바, 일종의 포즈들의 전환으로 무대는 채워진다. 머리를 들어 올리는 데까지, 또 옷을 벗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러한 지루함은 누드로 연장된다(‘몸은 투명하다!’). 그리고 그가 스텝을 안으로 조이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정확히는 몇 배의 속도로 스텝을 잘게 밟으면서 흔들리는 몸 자체를 현시할 때 비로소 몸은 달라 보이고, 다른 몸을 선사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일종의 외부에서 수여된 오브제쯤으로 사용할 때, 곧 호흡을 안으로 잔뜩 머금고 머리카락 한 움큼을 자신의 인중에 끼고 정면을 볼 때 신체는 또 달라져 있다. 이것은 ‘다른 신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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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나의구멍>: ‘무대는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는 닫히는 중이다’REVIEW/Dance 2017. 11. 2. 14:44
김보라(Kim Bora), ▲ 김보라(Kim Bora),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는 두 개로 분기된다. 이전의 무대는 일종의 가장된 쇼다, ‘이것은 무대가 아닙니다, 무대의 뒷이야기입니다.’라는 걸 무대로 내세운. “계획”된(미리 스크립트가 짜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계속 지시되며 중계된다. 중앙의 김보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안무가/퍼포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개입하고 ‘계획’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으로 누설한다. 첫 번째 의문은, ‘계획이 계획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은 계획인가?’이다. 두 번째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은 계획을 진짜 어긋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은, 계획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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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이 러브>: 구체적이지 않은 개인의 서사REVIEW/Dance 2017. 11. 2. 14:38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 폭을 완전히 가린 두꺼운 붉은 천을 뒤집어쓰고 전미숙이 앞으로 가는 첫 장면은, 과정을 생략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무게는 그를 옥죄고 온전히 끄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이다. 곧 잔상을 남기며 흩어져 버리는 기계음(노이즈 사운드)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되어 근접했다 사라진다. 형벌 같은 천은 사운드와 맞물려 각각 일종의 옷감이라는 구체적 지표로, 봉제공장의 재봉틀 소리로 치환되며 둘은 서로를 지시하고 보충한다(재봉틀로 천을 박음질한다). 그 천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바깥이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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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리얼》전, ‘리얼, 즉자적 개념에서 인식적 물음으로’REVIEW/Visual arts 2017. 11. 2. 14:15
《포스트모던 리얼》전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의 작업들이 주로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미술 다루는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근거로 한다면, 1부는 90년대 이전, 60년대 이후부터 주로 70, 80년대의 ‘포스트모던 리얼’의 전거가 되는 대표적인 작업들을 다룬다. 2부의 배경이 된 기술 매체의 발전 양상은 예술의 감각/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에 대한 부분을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1부, 물리적 실재의 침입 ▲ 이종상, , 290x205cm, 종이에 수묵담채, 1963 [사진 제공=서울대미술관](이하 상동) 이종상 작가는 (1963)로써 소를 노동자들이 묶는 광경, 곧 소의 생명력을 포획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제목으로 둠으로써 소가 아닌,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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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 <시간이 걸리는 시간>: ‘투명한 안무’REVIEW/Dance 2017. 10. 31. 01:10
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Guy Nader | Maria Campos) ▲ 기 나데르|마리아 캄포스, ⓒAlfred Mauve[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이하 상동) [무용단이 제공한 사진은 실제 작업에 대한 메커니즘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넷으로 짜이는 움직임은, 하나에서 둘로 다시 셋으로 그리고 넷으로 확장된다. 이는 하나의 움직임에 다른 움직임이 영향을 끼치거나 받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에 둘에 셋에 덧붙는 식으로 짜인다. 이를 유기적인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련의 규칙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준다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시작과 동시에 반복의 구문을 형성하고, 무용수들은 자동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지속한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듯한 사운드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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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애, <너의 동방, 나의 유령>: 이미지-움직임‘에서부터’/‘으로’/‘으로부터’ 사운드를 지시하기REVIEW/Dance 2017. 10. 31. 00:42
임지애(Jeeae Lim), ▲ 임지애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무대 오른편에서 몸을 구부린 채 한참동안 임지애 안무가가 드러내지 않는 건 그의 얼굴이다. 정작 얼굴이 드러났을 때는 그것이 얼굴이라는 느낌이 없다. 이 느린 호흡의 움직임들은 표현 자체로 작동하나 한편으로 공간에의 사운드로의 반향과 아카이브, 이후 그 실시간적 변용을 위한 실험으로서 도구적인 몸짓을 구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천장 자체가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기 때문인데, 결국 안무는 사운드를 생성하기 위한 느린 궤적을 만들기라 할 수 있겠다(여기서 이미지 혹은 움직임은 사운드와의 물리적 관계가 필연적이고 형태적인 관계는 자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점을 자각하지 않을 때 아니 움직임의 독립성을 끝까지 주장한다면,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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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임시적 공동체의 불가능성의 발화’REVIEW/Dance 2017. 10. 31. 00:28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2017 예술에서 소위 국적이 다른 작가/작업자들의 협업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아니 그것은 어떤 식으로 의미화되는가, 가령 과정(자체의 절대성)을 이야기하는가, 아니면 (필연적인 실패의) 결과를 이야기하는가. 보통 하나의 안무를 모두가 소화하는 방식은 애초에 합치를 의도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로부터 드러나는 ‘차이’가 합치라는 순진한 의도를 비꼬며 그로부터 미끄러지는 찬란한 실패를 보란 듯이 보여주는 것일까.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섞임이라는 측면에서 퓨전(의 새로움)으로서 불릴 수 있는가. 시댄스 2017에서 선보인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2017[총 5개 나라의 무용인들이 참여했다. 리카르도 부스타만테 마르티네스(Ri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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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되(지 않)는 커뮤니티 댄스’REVIEW/Dance 2017. 10. 31. 00:09
마오 무용단(Company Mariantònia Oliver) , 보결댄스라이프 ▲ 마오 무용단, ⓒTristan Perez-Martin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이하 상동) 커뮤니티 댄스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가령 어떤 동작을 그대로 전달하고 모방한다는 것, 또는 그들의 동작으로부터 춤을 생성하는 것, 커뮤니티 댄스에서의 안무의 두 가지 방식은 춤의 출발선상에서부터 본질적으로 분유된다고 할 수 있는가. 마오 무용단에서 안무가 마리안토니아 올리베르(Mariantònia Oliver)의 춤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는데, 무대를 자유롭게 뛰노는 반면 커다란 보폭으로 흔들림 없이 공간을 온전하게 채우는 데 어떤 흠결 없이 춤을 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결코 전문적인 무용수로서 훈련되지는 않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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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안무, <경인>: 구축과 장력의 관계술REVIEW/Dance 2017. 10. 13. 05:40
▲ 박순호 안무,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북청)사자와 겹쳐 있음을 남자는 발견하며 공연이 시작된다. 얼굴께에 꼬리를 확인하며 발버둥 치듯 빠져나온 남자는 발견의 상황에서부터 사자와 한 몸인 상태가 일단락된다. 엎드린 상황에서 상체와 하체를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며 점프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특이성은, 사자가 아닌 퍼포머에게서 드러난다. 그는 거의 발을 땅에 딛지 않는데, 땅을 구르듯 그리고 발이 아닌 온몸으로 점프하며 자신의 생명력을 구가한다. 이는 네 발을 땅에 닿고 있는 사자와 대조적이다. 첫 번째 사자와의 분리가 깨어남의 인지로부터 시작된다면, 두 번째 분리는 적극적인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손전등을 사자 속으로 비추며 내장 기관을 가시적으로 만들며 해체술을 시전하고, 위에서 내려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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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말리펀트 컴퍼니, <숨기다 | 드러내다>: '몸은 끝없는 내용일 뿐인가'REVIEW/Dance 2017. 10. 13. 03:14
몸의 매체적 탐문 ▲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Russell Maliphant Company), ⓒTony Nandi[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네 개의 작업이 ‘펼쳐진다.’ 에서 그림자와 실재의 유비는 전복돼 적용된다. 하나의 막 안의 무용수와 막에 비친 더 커다란 그림자는 무용수를 후면에, 전면의 일부로 배어들게끔 한다. 조명은 무용수 양 옆의 두 개로 변화하고 무용수는 중앙에서 두 명의 무용수를 거느린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서 2차원 이미지가 3차원 실재를 상회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이미지는 곧 그것이 단지 하나의 막에 비친 것일 뿐이라는 인식보다는, 막에 걸쳐지고 그 바깥에 실재가 다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셋은 하나의 다른 동시적 둘의 복사로 이뤄진 것이 아닌, 개별 존재-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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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아 <아정구> 리뷰: 이미지의 실존주의REVIEW/Visual arts 2017. 9. 15. 12:46
▲ (2010), 아트선재센터 3층[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3층의 (2010)는 선이 형성하는 것 배경과 그 안의 대상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 포착하는 것에 가깝다, 실재에 대한 묘사나 재현의 일부라기보다 흩날리거나 부유하는 선의 일부로써 유격이 되는 공간을 드러낸다. 곧 창조된 공간, 현실에 가깝다. 가끔씩 중간의 선 일부를 덧칠해 강조함으로써 시선의 포인트를 흐트러지게 하는 효과를 주는 가운데 뜯어지는 선을 마감하는 듯한 일종의 천에 쓰인 바느질로도 비유가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이 드로잉들은 야광의 분홍색 조명으로 마감된 공간에 현기증을 느끼고 그것의 자장 아래 보이게 되는데, 이는 그림 속 공간을 채우거나 그림을 완성하는 효과를 낸다. 곧 조명은 그림들을 채색하고 선이 그 채색된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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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안무 <Bow>, 인사의 문화상징 자본에 대한 보고서REVIEW/Dance 2017. 9. 15. 12:27
▲BOW-컨셉컷©gunu Kim(이하 상동) 첫 장면은 옆으로 무릎을 꿇은 가면 쓴 이가 의식(儀式)을 치루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상대방이 절을 받는 위치에 서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 꽤 길게 진행되는 의식에서 관객의 시선을 비껴난 보이지 않는 존재는 절대자에 가깝고, 고정된 자세로부터 흘러나오는 의식의 과정은 그에 대한 저장된 몸의 기억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일관된 표정으로 고정시키는 가운데, 의식은 얼굴로 수렴된다. 얼굴은 하나의 미스터리한 기호이자 끊임없이 각인된다. 는 인사라는 인간의 문화 상징적 자본을 실체화한다. 첫 번째로 의식의 측면에서 절을 인간의 체화된 의식(意識)으로, 두 번째로 인사의 여러 자세들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움직임들로, 세 번째로 인사를 할 때의 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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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볼레로(Three Bolero)>: '음악에 대한 안무적 주석들!?'REVIEW/Dance 2017. 7. 25. 17:17
김보람: 자동인형의 소진 ▲ 김보람 공연©황승택[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대개 움직임은 몸을 분절 동작으로 구성하는 가운데 공간에는 소리가 없는데, 몸은 직선을 소지한다고 볼 수 있다. 짧은 박자들의 궤적을 몸이 구성하여 집중도를 최대한도로 높인다. 하얀 정장이라는 옷이 가진 양식성에서도 그러한 효과를 유도한다. 김보람에서 다른 퍼포머가 중앙에서 교차되는 가운데 음악이 나온다. 물리적인 가름은 결과적으로 어떤 소진의 제스처로 연결되는데, 거기서 퍼포머들은 땅바닥에 엎드리고 넙죽 땅에 처박힌다. 거기까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기보다 연장된다. 단체의 군무가 반복되는 것에서 어두워지고 중앙에 한 명은 구음으로 때운다. 곧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리라는 기대를 깨는 데 주력하고 소리를 제거한―제외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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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두 개의 산>: '시청각적 용해 혹은 융해'REVIEW/Music 2017. 7. 25. 14:57
▲ ‘두 개의 산’ 무대 콘셉트 이미지[제공=국립극단] 무토[‘광활한 대지’를 상징하는 무토(MUTO)는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이디오테잎의 프로듀서 신범호, 인터렉티브 디자이너 홍찬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의 공연은 자연을 스펙터클의 시선으로 잡아낸 영상과 함께, 이디오테잎의 신범호의 EDM의 파장 아래 박우재의 거문고 연주가 배어드는 가운데, 인터랙티브하게 조명이 위쪽이나 앞쪽으로 분출되는 것까지를 한 곡으로 처리하며 계속 진행된다. 공간적으로는 세 개의 레이어로 이들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영상은 인간의 속도와 시선이 아닌, 부감쇼트나 카메라의 경로와 더디게 작동시키는 속도에 맞춰 유동하는 순간을 정적으로 포착한다. 이는 공간적으로는 가장 안쪽의 레이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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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 DNA(김용배적 감각): '적절한 그릇에 담은 전통'REVIEW/Music 2017. 7. 25. 14:55
▲ 박은하․김정희․김복만․원일 ‘장단 DNA’(부제: 김용배적 감각) 공연 모습[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인 공연[연출: 적극, 출연: 박은하(꽹과리, 춤), 김정희(장구, 꽹과리), 김복만(징, 꽹과리), 원일(북, 피리, 꽹과리), 김영길/윤서경(아쟁)]에는 본론의 끈덕진 길을 가는 데 있어 두 개의 초입이 자리한다. 15분 정도 빈 무대에 김용배의 사주를 음악 평론가 강헌이 푸는 것에 따라 스크린에 김용배의 사주 명식에 레이저 포인터의 빨간 빛이 표시되는 것[목(木)-여시아문: 고(故)김용배 원국풀이]이 첫 번째고, 이어 원일 예술감독이 신시사이저로 홀로 앉아 스크래치되는 연속적 기계음들이 하나의 구멍으로부터 분출되고 다시 그 구멍으로 소급되는 듯한 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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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리 연출, <용비어천가>의 모호함이란!REVIEW/Theater 2017. 7. 25. 14:40
소재주의적 나열? 혼합적 병치? ▲ [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재미교포로 나오는 김신록은 한국인들에 둘러싸여 한 걸음씩 호기심을 안고 앞을 건넌다. 마치 이질적 시공간에 대한 체험과 여행을 하는 듯한 설렘으로 그는 한발 앞서거나 뒤따르는데, 백인 사회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연기해 백인의 경멸, 혐오적 시선을 미러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 작업에서, 김신록은 어떤 분노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웃음을 띠고 있다. 마치 마네킹 같은 표정을 지녔다. 그러한 얼굴이 그를 지배한다. 한복을 입은 한국인들, 아니 동양인들의 영속되는 신화의 재현과 표상에 대한 낯섦과 거리 두기가 또한 그를 통해 체현된다. 그의 몸 자체가 곧 디아스포라다. 중간에 비스듬하게 앉아 뺨을 맞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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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목을 반 바퀴>, 제목의 함의!?REVIEW/Visual arts 2017. 7. 25. 14:32
▲ 이제, , 116.8 x 91.0cm, oil on canvas, 2017[사진=갤러리 조선] 1, 2층으로 구성된 전시는 2층의 11개의 작품을 제한 한 개의 작업과 1층 전 작업이 전시 제목인 로 구성[총 27개의 작품]돼 있다. 사실 지난 이제 작가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듯 옆으로 비껴 선 인물의 초상이나 토기로 지칭되는 괴상한 오브제들 등은, 전시 제목에 의해 새롭게 위치 지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견 전시 제목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지시하는 듯도 보이며, 한편으로 안무적 지침과 같은 수행적 행위에 대한 요구로도 보인다. 전자는 그림을 일종의 노동으로 치환하고 어떤 기본적 움직임의 단위를 조각하며, 사실적 알레고리를 그림 그리는 행위에 부여하는 것으로 보이고, 후자는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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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반 호브 연출 <파운틴헤드>: 질문을 통한 확장과 매개의 극REVIEW/Theater 2017. 4. 11. 23:24
▲ 한국 공연 장면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백색 공간의 무대는 거대한 실험실 같은 인상을 준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하나의 테이블에 주인공이 위치하여 원작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과 같이, 이 무대는 거대한 단인 동시에, 그것의 연장으로서 일종의 프로시니엄 아치의 경계에 의도적으로 걸친 상태 역시 가져가며 배우의 모습을 관객의 시선에 맞추면서 진행해 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무대는 또 다른 테이블 위의 스크린을 통해 단 아래 테이블을 포함해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건축 도면들과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을 매개한다. 따라서 공간의 물리적 분배와 입체적 증폭 및 가상 미디어적 덧셈을 통해 연극은 무대와의 관계 맺기를 수행한다. 인상적인 실로폰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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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인공낙원>: 장치로서 무대, 장치에 포획되는 신체들REVIEW/Dance 2017. 4. 4. 18:07
▲ 김보라 안무, 연습 장면 [사진 제공=팔복상회] (이하 상동) 일단 눈에 띄는 건 하나의 거울이다. 무대를 비추는 커다란 경사진 거울은 거의 무대 크기를 육박하며, 무대를 포획한다. 불완전하고도 충만하게. 실재를 왜곡하며 동시에 변전의 상으로 실재를 채운다. 거울은 단지 복사와 복제를 수행하는 대신, 아가리를 벌리고 현재를 주어담고 동시에 기울기를 조절하며 하나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붙드는 것이다. 곧 거울은 관객이 보지 못하는 면이자, 하나의 주체적 역량으로 운동을 한다. 그러므로 거울은 하나의 가벼운 시선이자 묵중한 신체다. 동시에 커다란 환경으로서 거울 장치는 마찬가지로 빛과 색채, 그리고 사운드와 함께 환경을 직조한다. (화려한 의상들은 거울에 적합한 비춤을 선사한다.) 이 안의 존재자들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