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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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키타카,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두 다른 SF는 어떻게 현실을 재현하는가.REVIEW/Theater 2022. 11. 16. 01:54
창작집단 키타카는 서울미래연극제에서 올린 ‘일단 SF’는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와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 두 작업을 묶은 제목으로, 공연 시작에서 이 둘을 묶어 연극으로 가는 입구를 노정하는 차원으로서의 소개 멘트를 덧붙였다. 이 둘을 “일단” SF라고 지칭한다면,’ 두 공연을 뒷받침하는 어떤 토대를 찾는 건 또는 그러한 토대의 차이를 구성하는 건 키타카의 세계관에서 정의하는 SF가 될 것이다.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황나영 작, 이하 〈프리미엄〉)는 기후 위기로 인해 벌이 멸종한 이후, 드론 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세계에서 인간 벌이 돼 “프리미엄 유기농 복숭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서진과수원”에 취직한 흙수저 은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하는 과수원 사장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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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작·연출,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미래 앞에서 우리는…REVIEW/Theater 2022. 11. 8. 14:14
끊임없이 지구의 끝을 향해 걷는 ‘여행자’, 산티아고 순례길 반대편으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베리아 길을 향한 그의 여정은,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화제를 모은다. 동시에 기상청 소속의 기상탐지 시스템 연구원들의 관찰 대상이 된다.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이하 〈순례길〉)에는 알 수 없는 자의 미지의 좌표가 전제되고, 이는 그 바깥에서 사유되고 추적되어 현재의 삶에 들어온다. 그의 좌표는 일반적인 인간 사회의 바깥에 있지만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 방식의 가상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기술은 일견 현실을 더 잘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그 기술이 재현할 수 있는 사전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오히려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비가시화된 장소의 영역을 볼 수 있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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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재, 박유라,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 북극 배우에게 주어진 시각장REVIEW/Theater 2022. 11. 8. 12:34
무대는 탐험적 지대로 놓인다. 무대는 의도와 시도를 위한 긴장으로 남는다. 미술 작가 조경재는 빈 공간으로서 극장을 운동과 적용의 산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박유라 안무가는 안과 밖, 경계와 지대들로 나뉜 곧 비가시적 영역과 가시적 영역, 그리고 영역들 자체의 구분을 가시화한 검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본질과 적용 사이에서, 현존과 허구 사이에서, 이미 있는 몸과 표면의 몸 사이에서 그는 적응하기를 선택한다. 적어도 적응 이후에 전개를 생각한다. 가령 경계 안, 비가시적 공간 안에서 그는 일정 부분의 신체만을 드러낸 채 머문다. 어떤 에너지를 모으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러한 공간은 비의적인 것으로 신비화되거나 알 수 없는 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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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부재자들의 회의〉: 배우에 관한 존재론REVIEW/Theater 2022. 11. 7. 14:12
리미니 프로토콜의 〈부재자들의 회의〉(이하 〈부재자들〉)를 채우는 건 관객들이다, 회의의 대리자를 자처함으로써 또는 대리자의 가능성을 전제함으로써. 부재를 상기시키는 각기 다른 10개의 스크립트가 있고, 이는 미리 녹음된 내레이션이 현재에 놓인다.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하달받는데, 서류 봉투에 든 지시문 따라 읽기에서 시작해 인 이어 모니터로 매개하는 프롬프터 방식, 종이에 새겨진 글자를 보여주는 일종의 수동 자막 입히기, 움직임 스코어 수행 등으로 스크립트를 구현한다. 스크립트는 물론 스크립트 ‘사이’까지 모든 과정이 예측된 절차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작품은 이미 구성된 바를 단지 구현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누가 나올지―그것 자체가 의문시된다.―어떤 변수가 작동할지 약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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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재 작/연출,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비)인간을 상상하는 법REVIEW/Theater 2022. 9. 9. 01:04
현재를 향한 미래의 구상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이하 〈A·I·R〉)이 그리는 2060년대는 사실상 오늘날의 사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체감된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몇몇 사회의 이념형을 분할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며 과학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의 미래상이 1구역인 국가라면, 동등하고 평등한 공동체의 자율적 역량을 신망하는 곳이 2구역 “네크”이며, 선주민이 살며 국가 바깥의 통제되지 않는 자연이 곧 3구역이다. 이러한 구분은 사실상 그 안에 각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재현되지 않으며, 비로소 이 세 구역을 횡단하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정치체제와 사회 현실, 그리고 제도 바깥의 삶과 기후 위기 이후의 삶이 혼합―거꾸로 〈A·I·R〉는 이를 분할하여 횡단 불가능한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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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작/연출, 〈들뜬〉: 촉각의 연극REVIEW/Theater 2022. 8. 29. 21:10
떠도는 이야기들을 쓸어 담는 공간-신체 〈들뜬〉은 짐을 다 뺀 황량한 집에서 시작한다. 이는 물론 소극장의 검은 바닥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방이 아닌 다른 공간은 아니다. 남자의 맨발은 그것을 지시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우의 현존은 장소로부터 체결된다.’ 아마도 이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남자는 오랜만에 아내인 여자를 맞는다. 여자의 머리 위에 센서 등이 깜빡인다. 남자(최태용 배우)는 한참 동안 여자(김정아 배우)를 마주하지만 그를 응시하지는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그는 허공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공간 안의 한 점을 보고 있다. 이 짧은 순간을 비교적 길게 늘이며 공간이 그의 몸에 담긴다. 시간이 멈추고 멈췄던 시간이 몰려온다. 〈들뜬〉은 발화를 통한 배우의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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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코미디캠프: 파워게임》: 발화하며 현재화되는 경계로서의 ‘극’REVIEW/Theater 2022. 8. 29. 20:46
1인극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표방하며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규격화되는 것으로 보이는《2022 코미디캠프: 파워게임》(이하 《코미디캠프》)에서, ‘코미디’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건 연극(인) 바깥의 다양한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적당한 포장으로도 보인다. 안담을 제외한 김은한, 배선희, 신강수 세 명 모두 평소에는 코미디 바깥에서 연극을 한다―《코미디캠프》에서는 안담이 유일하게 마이크를 사용한다면, 이 셋은 마이크 없이 무대에 선다. 반대로 이들은 《코미디캠프》에서 연극이 아니지만 연극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미디캠프》가 상대하는 건 일종의 연극이고, 《코미디캠프》가 지향하는 건 오히려 연극의 잔여이며 연극 바깥의 존재하지 않는 어떤 연극일지 모른다. 이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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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연출 〈누구와 무엇〉: 현실은 이념을 장악한다!REVIEW/Theater 2022. 7. 28. 23:11
그린피그의 박현지 연출이 연출한 연극 〈누구와 무엇〉은 미투 이후 지금 여기의 차원에서 보면 가부장적인 가정에 복속된 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관념이 어느 정도 형해화되었는지 또 그것을 뚫고 나오는 현재의 목소리가 어떻게 여전히 지난 관념과 타협하거나 병렬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실적이고 또한 비판적이고 메타적인 시선의 규준을 마련하며 유의미한 지점을 구성한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 에이아드 악타(Ayad Akhtar)는 서구 근대와 아시아 전근대의 경계에 위치한 동시대인의 질문을, 〈누구와 무엇〉에서 파키스탄계 미국인 무슬림 가족, 곧 절실한 무슬림 신자인 아버지 아프잘과 페미니즘을 경유해 선지자 무함마드와 그에 대한 상을 재구성하는 소설 작가인 딸 마위시의 관계 속에서 던진다. 종교에 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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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편입생〉: 진리를 향한 질문들REVIEW/Theater 2022. 7. 28. 23:08
연극 〈편입생〉은 면접을 앞둔 두 인물의 모습에서 시작해, 이들이 면접을 거치고 어떤 삶의 변화로 수렴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물의 전사와 이 인물들이 외부의 시선을 통과하며 한 개인들의 삶은 사회적 실재의 한 예시가 된다. 닫힌 공간에서 인물의, 또는 인물 간의 발화는 매우 집중력 있게 진행된다. 뉴욕 슬럼가에서 자란 두 인물이 장학생 추천을 받고 명문대 편입생 후보가 되어 시민단체 직원 데이비드 데산토스(조의진 배우)와 모의 면접을 치루가 되기 위해 한 모텔 방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편입생〉이 ‘편입생’이 되기 위한 클라런스 매튜(김하람 배우)와 크리스토퍼 로드리게스(최호영 배우)의 살아온 환경과 트라우마와 같은 강렬한 기억에 의존해 그 둘의 고유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후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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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비말처럼 터지는 언어와 몸짓 들REVIEW/Theater 2022. 7. 16. 02:24
소외된 존재들의 여정 〈플라스틱 파라다이스〉는 두 다른 플라스틱―플라스틱병(“플라스틱”)과 에나멜구두 한 켤레(“에나멜구두”)와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 플라스틱 봉지―가 파라다이스―바다―를 좇아가는 여정을 실제 배다리 일대를 이동하는 것으로 전유한 연극이다. 두 배우를 통해 의인화된 플라스틱은 인간에 의해 규정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하고 독립된 주체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바다를 선택한다. 이때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바닷속 어떤 존재가 플라스틱을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음을 주지함으로써 좌절되는 플라스틱병의 여정은 극적으로 다시 완성되는데, 이는 에나멜구두 한 짝과 헤어진 플라스틱병이 새롭게 등장한 비닐봉지(“검은 사물”)와 만남으로써 가능해진다. 김아영 배우가 역할을 맡은 플라스틱병 앞에 출현하는, 에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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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지 않는 손〉: ‘세계에 관한 이념 변경을 위한 심리학적 실험’으로서 서사REVIEW/Theater 2022. 7. 12. 12:10
〈보이지 않는 손〉은 사실주의적 양식에 기반을 두며, 급박한 현실 정세를 소수의 인물 관계의 변화 양상으로 집약한 일종의 심리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파키스탄 무장 단체의 바시르와 이맘 살림, 그리고 미국 투자 전문가 닉을 주축으로 하며,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며 무장 단체 측에 생존 가치를 잃은 닉은 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몸값을 투자를 통해 회수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좁힐 수 없는 이념 대립을 인물들로 육화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선물 경제의 자본이 개입되며 어떻게 그 이념이 파열되고 굴절되는가에 집중한다. 이는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닉을 주인공으로 두며 자본의 힘을,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명백한 승리를 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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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기이한 연결의 정동’REVIEW/Theater 2022. 7. 12. 11:51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목격된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이하 〈작은발톱수달〉)는 통합적인 장, 통약 불가능한 존재들의 공-현존과 그 연결에 주목한다. 비인간 생명과 인간 생명 외에도 기계와 인간의 관계, 여러 다른 시공을 겹쳐 놓는다. 하나의 시간에 다른 시간이 파고든다. 동시에 모든 존재는 그 시간 안에서 다른 시간을 향해 열려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의 시간만이 주어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이는 하나의 존재가 시간을 옮겨 다니며 두 시간을 간신히 통합하면서 하나의 의식을 구성하거나 다른 시간으로 발신을 하는 존재와 소통하는 식의 시간 여행 서사 장르물의 일반적인 성격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수많은 존재가 각자의 멀티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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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프루〉: 유령적 현존을 통한 연극에 대한 기술REVIEW/Theater 2022. 6. 20. 02:10
연극 〈소프루〉는 프롬프터를 쓰던 지난날을 현재로 복각한다. 40년 동안 프롬프터로 일한 크리스티나 비달을 인물들 곁을 맴돌게 함으로써 현재에 달라붙은 역사의 그림자는 실재적인 잉여가 되어 착종된다. 드러나서는 안 되는 프롬프터의 속삭이는 말들과 존재가 대사에 미세하게 비벼지고, 실제 ‘들리는’ 대사는 연극에 대한 메타 레퍼런스로 비달을 향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 뒤에서 비달은 앞서서 이야기를 전한다. 비가시적이고 동시에 무대 바깥의 물리적인 위치에서 연유하는 그의 위상은 언급되고 끊임없이 확인된다. 그의 존재는 이 이야기들의 내부이며 이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만든다. 프롬프터가 갖는 대사의 원본성에 대한 지시는 〈소프루〉의 배우들을 연기하고 있음으로 구성한다. 배우들은 재현의 경우를 제하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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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웰킨〉: 얼굴과 잡음의 몽타주REVIEW/Theater 2022. 6. 20. 02:09
연극 〈웰킨〉은 아동 살해죄로 교수형을 받은 피고 샐리 포피와 그의 처형 보류 혹은 감형 여부를 결정하는 임신 여부 판정을 위해, 배심원으로 임명된 열두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다. 일정 정도 마을에 같이 사는 사람들로서 공유되는 컨텍스트가 끼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은 각자의 입장과 견지에서 임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데, 전원 합치된 의견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따라 의견은 하나로 모여야 하며, 따라서 이들은 마치 직접 민주주의의 주체로 부상한다. 그것은 대부분 적당히 무심하고 또 상대방의 말에 부화뇌동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하층계급의 언어적 전략이라는 표면 아래 극은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우민의 통치라는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연출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도 같다―이 극이 현대를 이야기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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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아시스〉: ‘혁명적으로 연극 하기’REVIEW/Theater 2022. 6. 16. 19:47
〈오아시스〉는 끝없는 언어 유희를 통해 세계를 해체하고 다시 가설하기를 반복한다. 사막 한가운데 생긴 호텔 오아시스에 숨겨진 오아시스선을 타고 소행성 충돌을 피하기 위해 차원이동선인 오아시스선을 또 옮겨타야 한다. 이 오아시스는 오아시스 밴드가 좋아하는 모종의 술과 같은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전자가 현실 세계의 구조적 서사라면, 후자는 이에 대한 자유로운 배우들의 사유 영역에서 나온 것이다. 〈오아시스〉는 어쨌거나 하나의 언어에 올라타고, 그 언어를 다른 언어로 전치시키고, 이를 반복한다. 연속되는 언어 유희를 통한 문법의 생성은 어떤 시대와 어떤 시간에도 얽매이지 않는(재현하지 않는) 연극을, 동시에 그러한 시대와 시간을 지시할 수 있는(참조하는) 연극을 가능하게 한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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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모, 〈끝이야 시작이야〉: 연극에 대한 극장의 언설REVIEW/Theater 2022. 6. 16. 18:59
〈끝이야 시작이야〉는 연극 이전에 자리하는 극장에 대한 거대한 언설이다. 또는 일상을 빌려와서 극장에 두는 작은 시도이다. 김은지, 송철호, 윤정로 배우 세 명은 매끄러운 서사의 당위를 갖지 않는, 일상의 파편들이 급격히 분절되는 상황 속에서 이전의 시간을 빌려온다. 그들은 서사의 중간에 위치하지 못하며 서사의 시작이자 끝인 어떤 모호함에 자리해야 한다. 분명하게 서사를 매개하는 대신 흐리멍덩한 서사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극장에 놓여 있으며, 그 놓여 있음에 대한 전사를 사유하는 것으로 연기를 대신해야 한다. 처음 송철호와 윤정로는 극장 바닥에 놓인 하얀 페인트를 부어 놓은 투명 플라스틱 통에 페인트를 묻혀 긴 롤러로 극장 벽을 칠한다. 아니 아무것도 안 묻은 롤러로 벽을 칠하는 행위를 정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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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트랙터》: ‘희미한 연결들’REVIEW/Theater 2022. 6. 16. 18:40
청소년극 단만극 연작 《트랙터》는 세 명의 희곡 작가가 쓴 세 개의 작업이 하나의 작업으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한 명의 연출이자 동일한 배우들, 그리고 희곡 작가들의 교류가 접점에 대한 인지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구성의 차원에서 세 작업의 특징과 그에 따른 순서의 지정은 세 다른 공연의 연결에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고 할 것이다. 〈7906번 버스〉(한현주 작)가 멈춘 버스의 장소, 곧 일종의 비-장소에서 고등학생 세영(신윤지 배우)과 은호(최상현 배우), 운전기사 자은(박은경 배우)은 재난과 사고에 대한 개인의 트라우마를 공유하게 된다. 처음 자신이 사는 곳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며 자신이 탄 버스를 덮친 사고를 이야기하는 세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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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작/연출, 〈비둘기처럼 걷기〉: 도시(인)의 무의식을 탐사하기REVIEW/Theater 2022. 6. 7. 00:55
〈비둘기처럼 걷기〉는 공간 특정적인 서사를 구성한다, 존재를 뒤섞는 언어적 실험과 공간을 맵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공간에 부착하는 언어들로써. ‘비둘기처럼 걷기’는 알레고리가 아닌 환유적인 기호가 되며 판타지를 물질화한다. 이는 비둘기에게 눈을 쪼아 먹힌 사람이 자신의 눈을 먹은 비둘기가 걸어가는 장면과 그에 해당하는 내레이션이 나올 때 극적으로 고양된다. 비둘기는 휴대전화에 작은 휴대용 삼각대를 연결한 것으로, 이 ‘비둘기’는 자신의 조종자의 바깥을 함입하며 그의 시선을 대리하거나(이 ‘비둘기’를 보는 조종자의 시선은 바깥을 온전히 향하지 못한다.) 또는 카메라 방향을 그 조종자가 돌림으로써 조종자를 함입한다. 곧 비둘기와의 형태적 유사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비둘기로 초점화하는 순간적인 발화 행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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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환 작/연출,〈기후비상사태: 리허설〉: 리허설의 과제REVIEW/Theater 2022. 6. 3. 01:18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이하 〈리허설〉)은 기후 위기에 얽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른 한편 이는 전윤환이라는 해당 작품의 작가가 그러한 내용을 고민하며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여러 경험과 그에 동반되던 궁핍함을 함께 드러낸다는 점에서, 곧 이를 여러 배우로 분화시켜 상연함 자체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리허설〉은 그의 지난 〈전윤환의 전윤환 - 자의식 과잉〉과 결을 같이 한다. 이 후자의 차원은 그가 기후 위기에 대한 예술가의 역할이나 그러한 내용 자체에 대한 표현 형식을 탐구하는 데 따르는 고민보다는 작가로서 그 주제와 나 사이의 거리를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글을 데드라인 안에 퇴고해야 하는 조급함과 피로도, 체념 등의 일련의 작가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자의식으로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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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극작/이연주 연출, 〈당선자 없음〉: 역사의 균열을 추적하는 주체REVIEW/Theater 2022. 6. 3. 00:48
〈당선자 없음〉은 제헌헌법이 창립한 경위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추적해 나가며, 현재를 구성하는 이념의 한 구조적 토대가 되는 헌법의 계보를 가시화함으로써 소수의 자의적인 입법 과정과 그 이후를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현재로 연장한다. 곧 헌법의 계보학을 좇는 〈당선자 없음〉은 법의 기원을 본질적인 정의의 이념으로 구성하는 대신 외설적인 흔적을 누출한다. 그것은 물론 당대의 영향 아래 있으며, 나아가 자의적이고 우연적이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법 관련한 전문가는 전자의 친일파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를 무대로 상연하는 자리에서, 그들―최상영_배우 이윤재과 그를 돕는 윤길상_신강수 배우―은 새로운 해방 정국에서 잔뜩 움츠러든 채 죄인으로서, 입법의 예외적인 역량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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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공포가 시작된다〉: 연대의 몫을 구성하는 ‘진실성’의 무대REVIEW/Theater 2022. 5. 22. 12:19
〈공포가 시작된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대한 컨텍스트를 배경으로 쓰인 일본 희곡을 국내 무대로 옮긴 것이다. 한국적 맥락을 결합하거나 차용하는 대신, 본래 희곡을 최대한 그대로 가져가려 했다고 보인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결과는 일본의 배경이 상대적으로 일본에서는 쉽게 상기되고 이해될 수 있을 반면, 한국에서는 그러한 맥락이 공연으로부터 이격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그대로의 번역이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인 번역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공연 브로셔에는 공연에서 메타적으로 지시할 수 없는 일본 목욕 문화나 토로로 소바같이 일본적 컨텍스트에 대한 소개를 실어놓았다. 이를 한국적 컨텍스트와 결부 짓는다면 어떤 것들이 들어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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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영, 〈부서진 마을로 가는 빈 상자들〉: 극장을 구성하는 바깥에 대한 알레고리들REVIEW/Theater 2022. 5. 22. 12:00
원지영의 〈부서진 마을로 가는 빈 상자들〉은 알레고리로 극장을 구축하려 한다. 김보경 배우는 처음에 플래시를 들고 바닥을 비추며 길을 낸다. 플래시 색에 따른 갈색을 띤 그의 맨발이 밟히는 바닥은 마치 모래사장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는 사실 뒤에 등장하는 “바다”라는 기호가 결부되며 분명해진다. 하지만 이를 바다로 직접 지칭하는 건 아닌데, 실재하는 대상의 물리적 속성을 판타지로 뒤덮는 대신 오히려 가상의 이미지를 경유해 현재의 이미지로 도달하는 프로세스가 그 안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이미지화된다. 이러한 가상의 이미지는 ‘어떤’ 서사의 조각들이고 온전한 서사의 한 ‘조각’으로만 머문다. 온전한 서사는 구성될 수 없고, 다만 떠도는 기억의 잔상으로 맺힌다는 인상을 준다. 김보경은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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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김경화, 〈2014년 생〉: 예외적 주체의 탄생REVIEW/Theater 2022. 5. 22. 11:55
제목인 “2014년생”인 백송시원과 이나리 배우가 출연한다. 공교롭게 2014년생이다. 백송시원은 본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송김경화의 딸이다. 이러한 배경은 세월호 참사가 연출에게는 탄생과 죽음의 전이 지대로서 위치 지어졌음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게 한다. 어른으로부터 독립적인, 어른과 같이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배우 시원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치시키는 ‘어른들’의 인식을 전복한다. 수동적이고 성숙하지 못하며, 따라서 의사 결정을 어른으로부터 위임받아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어린이에 대한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며 자연스러운 어떤 질문을 듣는 것은 이나리 배우에 의해 매개된다. 우리는 듣는 위치에 처한다. 시원이 설명하는 ‘시민이 아닌 어린이’. 공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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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룸 〈세월호 학교〉: 타자에 대한 어떤 교육REVIEW/Theater 2022. 5. 22. 11:45
엘리펀트룸의 〈세월호 학교〉는 세월호 참사를 원점에서 복기한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혜화동1번지가 꾸준히 기획해 온 세월호 시리즈의 하나로서, 메타적으로는 그 기획 자체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공연은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가의 의미를 검토하고, 새롭게 국가의 모습을 재요청하는 민주주의 시민의 몫에 관객의 자리를 대입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를 상정한 교육의 형식은 관객의 계몽을 구성하기보다는 계몽된 관객의 시점에서 교육이라는 형식 자체를 검토하게 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복기라는 형식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곧 〈세월호 학교〉는 교육의 내용 자체를 전달하기보다는 ‘교육은 왜 필요한가.’ ‘교육은 무엇을 향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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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오브 포겟팅〉: 표현으로서의 재현REVIEW/Theater 2022. 5. 22. 11:36
음악의 전개와 움직임의 긴밀한 협응으로 진행되는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음악이 공간을 장악하며 이미지적인 장면들을 만드는 것으로 점철된다. 이러한 충만한 무대로의 입력은 최소한의 대사를 ‘나지막한’ 또는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치환한다. 피지컬 씨어터라는 장르로 명명되는 작업으로, 배우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음악의 거센 파고에 몸을 싣는다―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퍼커션, 루프 스테이션 등의 2인조 밴드―김치영, 조한샘―가 악기를 다룬다. 참고로 영국 프로덕션 ‘시어터 리(Theatre Re)’의 기욤 피지 연출과 알렉스 저드 작곡가 등이 만든 오리지널 공연이 2019년 외국 배우들의 출연으로 같은 장소인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오른 바 있으며, 이번에는 한국 프로덕션의 협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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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 프로젝트 〈툭〉: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에 개입하는가REVIEW/Theater 2022. 5. 10. 04:27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꾸준히 ‘세월호’를 주제로 매년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 이는 이를 어떤 서사로 연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차원에서 소재 고갈 같은 극작술의 시련, 그리고 지속하는 것이 옅어지고 무력화되는 가운데 작업 자체가 더 이상 가능한지에 대한 자기 윤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항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곧 지속해야만 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상징적 위치 역시 작용할 것이다. ‘세월호는 직접 드러나서는 안 된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알레고리가 단순히 죽음과 슬픔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이 같은 두 개의 원칙은 아마 세월호를 신중하게 다루는 기본적인 전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호’와 ‘나’, 그리고 ‘사회’의 어떤 긴장 어린 관계항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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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엽 연출 〈커뮤니티 대소동〉: 하나의 커뮤니티를 가설하기란…REVIEW/Theater 2022. 4. 14. 01:48
접촉을 통한 우리의 형성 〈커뮤니티 대소동〉은 접촉에 대한 감각을 강화한다. 안대를 쓰고 들어간 어둠으로 뒤덮인 극장에서 안대를 벗으며 시작된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감각은 무언가를 보지 못한다는 감각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곧 어둠을 보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시각적으로 판별되지 않는’ 세계에서 목소리와 타자를, 무엇보다 발 디딜 공간에서 그것들을 예측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커뮤니티 대소동〉은 이진엽 연출이 속한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몸의 윤리〉(2015)의 재판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의 윤리〉가 보이지 않는 곳이 우리의 변화를 시도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함을 의도하고 동시에 다른 우리의 감각을 활성화하고자 했다면, 총 아홉 명 중 과반수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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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조 이야기〉, ‘부채의식을 떠안고’REVIEW/Theater 2022. 4. 14. 01:28
〈금조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딸을 잃어버린 채 딸을 찾아 나서는 금조의 여정을 주된 서사로 하되, 거기에 그 주변의 여러 역사적 맥락을 교차 편집한다. 여기서 여러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각보다는, 동시에 그 모든 인물의 내적 동기를 형성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구성하기보다는 전쟁 안에서 비이성적인 인간으로의 형질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수렴하며, 결과적으로 정주할 수 없는 금조의 삶, 그의 지연되는 도착을 더욱 강조한다고 보인다. 관객에게 그 고통은 곧 다른 시간만큼 더 유예된다. 금조는 그와 여정을 함께하는 들개 아무르와 함께 유일하게 거의 모든 곳을 경유하며 존재들을 스쳐 지나갈 뿐 그 모든 서사가 그와 온전히 결부되거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안을 점유하지 못하고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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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그,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문명 이후에 대한 어떤 태도REVIEW/Theater 2022. 4. 5. 22:55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는 윤영선의 7쪽짜리 초고로 된 동명의 원작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12년 윤영선 연극제에서 초연된 작업이다. 당시 공동 창작 과정과 전성현 작가의 참여로 단편들이 더해지며, 원작이 새롭게 재구성, 연장되었고, 이번 공연은 현재의 시점에서 일부 갱신되었다. 2012년 작이지만, 현재 시점에 조금 더 부합하며 동시에 전위적이다. 이 단편들은 물리적으로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지 않음을 의미하지만, 총 4개의 에피소드 각각은 “신발”이라는 모티브를 반복하며, 마지막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편에서 원숭이탈을 쓴 배우가 탈을 벗고 대사를 하면서 원전의 시점으로 돌아감―초고 일부와 초고가 쓰인 시점을 명시한다!―으로써 각 에피소드의 연관성은 언어적으로 정립되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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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활극과 정치적 주체의 변경 사이에서REVIEW/Theater 2022. 3. 24. 00:43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란 제목은 세 명의 등장인물들이 소유한 각각의 주요한 오브제다. 즉물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에 대한 지시처럼, 작품은 현실에 기반을 두며, 역할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동시대와 공명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역할이 갖는 보편적 특정성은 시대적 생산양식으로서의 주체들로서 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역할을 입는 것임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출발 지점에서부터 드러난다. 이는 이 연극의 유일한 메타-연극의 연출 지점이라는 데서 특기할 만한데, 통상 전제된 희곡에서 연극으로의 번역을 지시함으로써 이를 한 번 더 꼰 또는 내파하는 시점을 제시한다. 곧 연극을 희곡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데, 오로지 수행적으로만 이것들이 앞으로 놓일 수 있음을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