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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가 쏘아올린 연극에 관한 작은 명제: 극장이라는 매체Column 2023. 8. 7. 02:23
얼마 전 손석구 배우의 발언과 함께 일어난 사태는 이 두 문장에서 출발하면 간단한 문제로 보인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와 “(어떤) 연극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두 문장이 양립한다는 것만 인정한다면. 그에 따르면, 남명렬 배우는 연극의 전제를 기본적으로 전자로 축소한다. 조금 더 미묘한 문제는 이것이다. 전자를 연극의 기본적인 소양이자 절대값으로 둔다는 것. 그 두 개의 문장은 사실 모두 통용되는 부분이다. 실은 기본값이 연극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발성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배우의 기본 자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우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반면, 어떤 연극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사실 낭독극 역시 마이크를 대부분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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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안무, 〈갈라〉: 밀도를 구성하는 방법REVIEW/Dance 2023. 8. 7. 02:16
〈갈라〉는 대상에 대한 강렬한 사로잡힘을 의도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과격하며, 급속하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갈라 공연에 관한 어떤 환영이다. 〈갈라〉는 백스테이지의 광경을 소환하며 무대의 시간과 그 바깥의 시간을 혼합하며 ‘갈라’로서의 실재를 이미지로 연장한다. 막이 걷히기 전 정면을 향한 두 남녀 무용수의 모습은 막이 올라가며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흩어진다. 그 둘은 하나의 무리에 속하며, 그 둘의 이전의 모습은, 그리고 행위에서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실상 가장 전면의 무대가 백스테이지였다는 점에서 관객의 시선은 전도된다. 관객은 그 둘의 뒷모습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며, 순간적으로 관객의 신체는 무대 바깥의 장소를 체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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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연출: 김상훈),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 균열적 극장REVIEW/Theater 2023. 8. 7. 01:41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이하 〈영화관 가기〉)는 극장에 커다란 스크린을 가설하고, 연극이 상연된다는 설정을 전복하고자 한다. 극장을 영화관으로서 지시하고 스크린을 둘러싼 환경에 연극적 시공간을 삽입한다. 그럼에도 감축되고 은폐된 연극의 언어를 구성하는 이러한 위치 바꿈 혹은 위치 교란은 연극을 지우기보다 그제야 성립되는 연극의 위치를 검토하게 만든다. 연극은 외화면의 잉여로서 부상하고, 거꾸로 영화는 사라진 연극을 지지하는 매체가 된다. 두 개의 영화 사이의 전환은 시공간을 재정의하는 결정적인 자국을 남긴다. 먼저 첫 번째 영화는 제목 없는 일종의 반복되는 이미지-계열체라면, 두 번째 영화는 〈Runaway Train(폭주 기관차)〉(1989)이라는 실제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중력이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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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안무: 뭎), 〈캐스케이드 패시지〉: 극장이라는 서사REVIEW/Dance 2023. 8. 7. 01:25
〈캐스케이드 패시지〉는 극장 공간의 변용에 초점을 맞춘다. 〈캐스케이드 패시지〉 역시 극장이 무수한 장비와 장치의 계열체로 인지되는 건 바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일종의 실험적 장면으로서의 클리셰에 의한다. 극장의 변용은 이 같은 수직 구도의 오르내림과 함께 관객의 분류와 배치, 마지막으로 문학적 서사의 도입에 의한다―극장에 들어서기 전 매표소에서 준 공연 프로그램과 굿즈가 담긴 바인더의 사전 정보 역시 이에 포함된다. 엠유피 여행사(M.U.P. Travel)를 전유한 뭎은 다크투어리즘 역시 전유한다―“캐스케이드 패시지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더불어 미래의 중요한 관광산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실제 재난과 상흔, 흑역사에 대한 고찰이 부재하는데, 가상의 시공간을 전사로 내세우고 이후 감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