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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오넬라의 백조>: 접합과 변용이 만드는 판타지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7. 12. 23. 01:01

     

    ▲ <투오넬라의 백조>(2015), 빌레 왈로 ⓒKyungbok Park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다양한 장면 구성과 빠른 막 전환은 입체적이고 밀도 높은 시간을 제공해 실제의 상연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투여됐을 거라는 인상을 준다. 한마디로 놀랍다.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탄생 150주년을 맞이해, 핀란드의 컨템퍼러리 서커스 단체인 WHS[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마술사 칼레 니오(Kalle Nio), 저글러 빌레 왈로(Ville Walo),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안느 얌사(Anne Jäms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핀란드 베르카테다스(Verkatehdas) 극장, 안성수 픽업그룹(안성수 안무),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2015년에 시벨리우스의 고향에 위치한 베르카테다스 극장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각각 초연된 바 있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공연은, 서커스라기보다는 일종의 인형극에 가깝다. 인간의 유기적이고 정상적인 형태를 벗어나는 것, 몸의 자유로운 출구와 해방을 마련하는 것은 이 작품의 함의로 보인다.

    ▲ <투오넬라의 백조>, 이주희(좌측 빨간 의상)

    처음 퍼포머(이주희)는 공중에 매달려 있고 실에 의존한 것임이 뒤늦게 드러난다. 몸을 뒤집었을 때 허공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곧 발은 땅에 있다. 이로써 허공에서의 운동성은 공간 자체를 뒤집는다. 백조의 발이 땅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공간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존재를 대상화하고 기이한 존재로 만드는 움직임은 단순한 서커스의 기술적 층위의 구현보다는 판타지를 구가하는 측면에서 확장된 반경의 안무로 봐야 할 듯하다(어둠 속 위로 쏘아 올리는 조명에 투사한 프로젝션은 무용수들의 뒷모습을 반영하는데, 영상은 현현과 사라짐을 반복한다. 일종의 아날로그적 홀로그램이라 할 이런 영상은 판타지의 시각화이자 실재를 판타지로 감각케 하는 장면이라 할 것이다). 이는 어설픈 구현을 노출하며 재미를 주는 전반적인 작업의 맥락과 연동된다. 가령 기괴한 접합을 통한 존재의 변신술은, 진정한 환상이 아닌 작위적인 과정의 노출 안에서 재미를 안긴다.

    ▲ <투오넬라의 백조>, 빌레 왈로 

    흰색과 날개는 백조의 생명을 부여하는 상징적 코드인데, 이로써 하얀색/날개와 맞붙는 사람들의 노력과 어긋남은 백조 되기의 성공과 실패의 사이를 매우 빠르게 횡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코드 아래 이 작업의 연출이자 출연자인 어둠 속에서 백조를 표현하는 빌레 왈로의 마지막 부분에서의 검은색 다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음악이 거세지는 가운데 분절된 신체들은 무대에 난입하는데, 모두 마네킹들이다. 신체의 머리와 다리를 가지고 하는 저글링은 신체를 결코 종합할 수 없다. 순간적으로도 그 둘은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해체적 놀이는 드럼이 높아지며 무대에 난입하는 분절된 신체들을 마구 휘젓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 <투오넬라의 백조>, 김지연, 김현, 이주희(2017년에는 김지연 무용수 대신 김민진 무용수가 출연했다) 

    이 안에서 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가령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무용수인 김현과 김민진은 하나의 흰색 다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온통 검은, 곧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들로 남자(손대민)의 왼쪽과 오른쪽 다리가 되는데, 시선을 정면으로 둘 수 없는 신체들은 남자의 정면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벌어지고 제멋대로 작동한다. 온전한 춤 자체가 불가능한 세 신체의 접합은 불온전하고 기이한 움직임의 층위를 쌓아 나가는 이 작업의 단면을 드러낸다. 안성수 안무가의 역할은 그런 몸을 배반하는 방식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것보다는, 리얼리즘적인 동작에서 연장된 변형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있는 듯 보인다.

    ▲ <투오넬라의 백조>, 폴 댄스를 추는 노라 유삐

    플라멩코에서 추출한 듯한 팔을 휘젓는 동작에서 팔꿈치가 뒤틀린 상태로 제시된다든지 다리 대신 현란한 팔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백조의 날갯짓이나 팔로서의 다리의 동작을 만드는 것 등이 그러하다. 한편 신체는 흰색 부채와 접합되며 백조의 움직임을 상정하게 된다. 서커스의 층위와 춤의 층위는 맞물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존재자들의 병렬된 기호들의 상충으로 보이기도 한다. 온전한 춤의 형식 자체가 실은 이 작업 안에서 낯선 것으로 제시된다. 이를 부채와 같은 오브제와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부분 단위로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작업은 변용하나 한편으로 서커스의 폴댄스와 같은 몸[WHS의 노라 유삐(Noora Juppi)는 뱃사공 투오니 티티 역을 맡아 빌레 왈로가 끌어 이동하는 배 위의 돛대에서 폴 댄스를 선보인다) 역시 그 자체로 낯선 것으로 남는다, 백조의 동물적 생명력을 표현한다기보다는.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 <투오넬라의 백조> 포스터 [제공=국립현대무용단]

    [공연 개요]

    공 연 명

    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 <투오넬라의 백조 Swan of Tuonela>

    일 시

    2017.12.15.(금)~17(일) 평일 20시/주말 15시 (총3회)

    장 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 출

    빌레 왈로 Ville Walo

    안 무

    안성수

    작 곡

    장 시벨리우스 Jean Sibelius, 하우쉬카 Hauschka, 사물리 코스미넨 Samuli Kosminen, 마르쿠스 호우티 Markus Hohti, 마띠 바이 Matti Bye

    연 주

    사물리 코스미넨 (퍼커션), 마르쿠스 호우티 (첼로), 마띠 바이 (피아노)

    출 연

    김민진, 김현, 손대현, 이주희, 빌레 왈로, 노라 유삐

    소요시간

    70분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제작/주최

    국립현대무용단 02-3472-1420 www.kncd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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