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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부아가 치밀 때가 있다>: 붙박인 공간에서의 영속된 현대인의 흐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6. 3. 22. 18:18
▲ <불현듯, 부아가 치밀 때가 있다> [사진 제공=Beta Project]
극 초반 일상을 포착한 풍경들과 극이 끝난 이후 사람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수미상응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곧 이 작품은 삶으로부터 튀어나온 것들을 재료화하며 그 결과 삶의 목소리와 얼굴로 극을 전경화하며 삶과 다시 작품을 결부시키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삶의 재현이라기보다 삶에 틈입하는 시선 자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대는 여러 일상 공간의 레이어가 연결되어 중첩되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우에서 좌로 이동하며 단계적으로 일상의 제의들을 밟아 나간다. 그러한 시간의 경과에서 행위들은 매우 너저분한 일상 풍경을 만들어낸다. 불특정한 인물의 유형들로 현대인이라는 하나의 전형들을 만드는 묘사적 풍경은 공간의 중첩을 통해 지속되는 동시대의 솔기를 보여준다.
극에는 음악이 묻어난다. 배경음악으로 작용하기보다, 의미 있는 발화 대신 단지 목소리를 간간이 내는 인물들 사이로, 그것은 하나의 유일한 목소리로 극을 지배하며 극과 결부된다. 결과적으로 누구와도 관계 맺지 않는 각자의 사생활과 감정을 보여주며, 거기에 감정 이입과 설득을 끌어내는 대신, '불현듯'과 같이 스쳐가는 감정들이 삶의 각자의 우위에 설 때 자체를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치는 이 극은, 파편적인 서사의 연합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서사의 흐름으로 총체화되지 않은 채, 비가시적인 현대인의 풍속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현대상을 조망하는 적절한 컨텍스트를 찾지 못한 채 개별 인물상으로 환원되는 결론을 과잉으로 더하며 작업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을 명확하게 가져가지 못한 듯 보이며, 극 초반에 '별들의 운명'(예브게니 옙투센코)으로 민중의 삶을 포착하고자 하나 이는 하나의 이념의 제시에 그치는 듯 보이며, 단자화된 인물들을 엮는 공간의 붙박임이 만드는 몽타주는, 기시감으로 출현하는 삶의 다양한 질서의 유동적 고정됨을 어떤 반복과 차이로 체현한다고 할 수 있다. 곧 거기서 남는 건 시간 자체의 반복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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