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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황주 안무 <Contact변태>: 시선과 말의 부재 혹은 과잉
    REVIEW/Dance 2016. 1. 10. 14:22

     

    '몸의 새로운 내러티브' 


    공연은 작은 삼각형 바닥으로부터 점점 넓어지는 식으로 또 조명의 변화에 따른 어둠에서 빛으로 공간의 감각적인 부분이 확장되며 열려 가는 구조를 띤다. 세 퍼포머의 구도는 대칭적으로 짜이는데, 이는 작은 삼각형 구도를 하나의 유일한 움직임 공간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상징적인 도상 기호로 작용하거나 오직 미적인 안무 기호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마찰은 그러한 셋의 움직임 도식이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음을 가리키며 그것은 다시 이 공간의 협소함, 그리고 그것을 지켜야 하는 암묵적 규칙에 따른 비평적 시선이 곁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의식 없는 신체들의 마찰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단말마적인 신음이 보여주는 무의식적 저항의 기제가 곧 각자의 공간 속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작은 삼각형의 테이프를 뜯어내며 사라지는 두 퍼포머 이후 한층 밝고 넓어진 공간에서 김서연의 기괴한 움직임이 부각된다. 이는 어떤 움직임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구성하고 해체하는 중층적이며 동시적인 작동 방식에 의한다. 주먹 쥔 손으로 온몸을 과시적으로 두드리는 듯하면서 금새 그것들은 다른 몸의 접힘에 의해 사그라진다.

     

    이러한 양상은 두 번째로 출연한, 한층 밝고 넓어진 이세승의 무대에서 다른 식으로 변주되는데, 공연이 크게 공간의 이동과 어떤 그로부터의 밀려나감을 상정하는 사운드 스케이프가 음향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다양한 매질의 마찰음들이 공간 중심으로부터 신체에 부착되는 식으로 작용하는데, 사운드 스케이프 물결 아래 한편으로 코드화된 다양한 차용 사운드들이 그것과 별개로 튀어나오며 몸을 직조하게 된다. 몸은 어떤 변전을 이룰지 알 수 없고, 몸의 새로운 쓰임이 적극 시도된다. 코드화된 사운드 전개는 파편화된 몸의 분절된 움직임 단위와 쉬이 결합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돌아가는, 돌아오는 몸의 경로 역시 거기에 다양한 움직임을 심고 전개하는 데 유효하다.

     

    전체적인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과 그와 맞물려 있는 사운드 배치가 정교한 편인데, 처음 셋이 등장하고 끊임없이 둥글게 돌아가며 시선을 외부로 기입하는 것이 감각되는데 사실 이는 프로시니엄아치가 아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의 작용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정박되지 않는 움직임들의 끊임없는 전개/나열은 말의 분산과 시선의 분산을 동시에 쓴다고 할 수 있는데, 처음 얼굴에 뒤집어 쓴 가면은 그들을 그러한 비정상적인 궤도에 올라타게 하는 데 과잉의 메타포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시선이 분산되는 몸에 붙어 있는 어떤 잉여적 부산물에 가깝다면, 이들의 원색 물감의 혀를 계속 빼는 행위는 움직임의 점층적인 확장을 느린 호흡의 움직임으로 집중시키며 시간을 지체시키므로, 혀는 시선이 하나로 집적된 오브제이자 새로운 움직임의 출발 지점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주요한 신체라고 할 수 있다. 시선(의 없음)이 열린 몸을 만들고 분산된 몸의 지각을 확장한다면, 혀(의 과잉)는 몸과 안무의 재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신체의 접점이 된다. 시선 없음이 의식을 형해화시켜 파편적 대중의 의미망을 구성한다면, 오히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의 과잉을 응축하는 혀는 말의 부재와 그 새로운 영토를 구축한다.

     

    상징적인 것은 이로써 비로소 출현하는 것 같은데, '비로소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곧 비인간의 형태. 그리고 이는 무리를, 종족을 이루며 그 세계 층위의 이질적인 면모를 가중한다. 도황주 안무가의 몸의 분산, 접합, 배치의 다양체를 형성하는 안무는 사회에 대한 풍자의 비평적 테제를 전제하지만, 그에 휩쓸리고 침잠되기보다는 그것과 별개로,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 자체에 신선함이 있다.

     

    김민관 아트신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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