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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Jean Marc 존 막>: '언어를 비껴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55
‘시선을 비껴가는 생명체’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Jean Marc 존 막>_안무가 프랭크 샤띠에Franck Chartier(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누워서 흥건히 젖은 바닥에서 거의 알몸으로 정훈목은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격렬한 테크닉, 뱅뱅 도는 몸은 시선을 이탈하고, 또 그 ‘벗어남’ 속에 땀의 서사를 또 그에 대한 감응을 도출한다.
불이 꺼지자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할머니들이 그를 인도해 가 몸에 옷과 무릎 보호대를 씌워주는데, 이 남자는 그래서 어떤 실험 대상으로 상정된다. 그를 버려둔 채 앞으로 튀어 나온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실험 주체의 알 수 없는 현장 감식의 현실이 펼쳐지며 남자는 홀연히 의식을 잃는다(사실 죽음을 맞음에 더 가깝다).
울음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비-언어’가 작동되며 불가해한 광경의 연속을 만든다. 이 주시 속에 남자는 새롭게 생명을 얻고, 이후 그는 동물의 몸짓을 체현하는 듯하고, 어떤 사유나 감정이 새겨지지 않은, 동시에 완전히 몸이 조직되지도 않은 미미한 생명체의 모습을 구가한다.
이는 ‘낯선’ 생물 그 자체인데, 비주체이며, 아니 인간이며 한편으로 내재적이고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그러한 소통되지 않는 강렬한 현상으로만 (비)이해되는 단편적이고, 분절적인 몸의 구문을 그려 나간다.
이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과의 관계의 절연의 과정과 맞물리는 것인데, 이 움직임은 그것은 가만히 좌시하는 풍경에서는 일종의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의 ‘작동’을 확인한 후 이 건조한 연구원들은 환호함의 제스처를 표하고 사라지는데 이는 이 생명의 탄생을 경외하는 것일까
이름 없는 몫으로서 춤
‘잉여의 춤’은 강렬했고, 또 정형화된 안무의 체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중심 없는 몸짓, 허우적거림, 일종의 끝없는 미끄러짐의 기표로 제대로 서 있지 못한 상태에서 의식과 의지의 한 순간의 부상함을 배반하며 쓰러졌다. 이는 물론 물이 배인 무대 바닥인 만큼 더 직접적으로 강하게 현상된다.
수미 쌍관의 형국 아래, 남자는 어찌할 수 없는(일으킬 수 없는) 몸에 공허가 배어들기 시작하고 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한 명의 남아있던 할머니는 사라져 간다.
이 감정 없는 비-주체를 이 떠나감의 뒷모습에 남겨진 시선의 잔상이 관객으로의 전이되어 안타까운 심상을 지닌 가련한 존재로, 그 시선이 가로놓이는 육체로 체현된다.
이 슬픈 존재의 형상을 보라 거기에는 모자의 사이로 추정되는 관계, 현재의 과학 문명과 참혹한 실험, 그리고 호모사케르의 예속 불가능한 비존재, 인간의 허무함과 인간 너머 존재 자체의 슬픔까지도 현상해 낸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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