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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혜림 <Choice 초이스>: 텅 빈 기표의 실제적 울림REVIEW/Dance 2013. 6. 3. 13:39
‘텅 빈 기표’의 수행적 효과
▲ <Choice 초이스>(안무가 김재덕)의 솔로이스트 김혜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내레이션과 고수를 대체한 주로 현대인의 급박한 일상의 흐름을 상징하는 표지이자 모더니즘 이후에 주로 그러한 의미로 전유된 시계의 초침소리, 여기에 김혜림은 신체를 합치시키며 수신호를 작동시킨다. 내레이션은 실제처럼 작동되며 안무의 표지를 만든다.
‘열림’에 대한 메시지, 열림은 가슴의 은유이자 상품 미학과 닫음의 인접적 제시이다. 그리고 위‧아래‧옆의 환유적 표지들은 일차적으로 인생에 대한 비유 차원으로 쓰이지 않는다. 다만 이 움직임의 축자적인 해석의 구현으로 드러낸다.
‘밑으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가는 게 원래의 선택이라면 밑으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겪는 것은 어떻사옵니까?’라는 두 문장의 결합이 반복되는데 실제적인 작동으로서 그것이 어떤 믹싱된 효과 차원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지만, 그에 합치되는 움직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 말로부터 발생한 몸이라는 긴장과 함께 실제적인 것으로 무대에 함입하게 만든다.
이 실제적 효과를 내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없는 이 말들의 향연은 거의 언캐니할 정도이다. 기표들의 무한 배열, 어떤 대치 상태, 거리를 측정할 수 없는 선후 관계, 또 기실 그 화자의 실제적 위치 및 실존 역시 확인할 수 없는 미로는 ‘소용돌이’(프로이트)인 셈이다.
한국 무용에 대한 메타적인 시선
한국 무용의 일반적인 몸짓의 심각성은 과잉 그 자체의 지점에서 물론 메타적으로 만나는 부분이 있다. 의미 없음의 형식적 표지의 반복적 구문들이 실제적 효과에 힘입은 표현의 절합으로 말미암아 그 ‘심각함’과 내밀한 호흡‧정서의 기묘한 배치 속에 재전유된다.
한국 무용의 클리셰에 대한 거리두기적 시선들을 이 과잉의 제스처에 용해시키며, 그 움직임을 텅 빈 형식으로 ‘그것의 의미 자체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단단한 화자’는, 한국 무용의 내리누르는 심각한 형식과 충만한 내용과 심상을 어떤 특별한 하나의 형식으로, 메아리로 도출하며, 그 안의 몸은 원래의 그것으로 체현되는 것에 가깝지만, 동시에 그것을 전도하며 언캐니한 신체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 ‘텅 빈 과잉 형식’에 한국 무용의 내재적 몸짓들을 절합함이 안무의 묘인데, 사실 이 ‘단단한 화자’ 역시 판소리 창자의 제스처를 텅 빈 제스처로 재전유한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것을 가져가는 동시에 그것을 메타적인 시선으로 드러내며 단조롭고도 몽환적인 반복의 결을 만듦으로써 무대를 트랜스화하는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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