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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Entrance or en-trance 출입구 또는 몽환>: '현시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42
‘경계 너머, 비성적 존재’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Entrance or en-trance 출입구 또는 몽환>_안무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순간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음은 어떤 강한 에너지를 상정한다. 이는 가상적인 배경음이 아닌 실제적 효과를 그녀를 압박한다. 희게 칠한 얼굴의 그녀는 이 파장의 사운드가 뿜어지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뒹군다. 몸의 뒤집힘이라는 사건이 체현되는 것이다.
이는 히스테리적 신체, 재난을 겪는 여성, 성적 폭행을 당하는 여성이란 젠더의 장을 상정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희생물과 같은 트릭스터로서 비성적인 어떤 존재로 드러나게 되는데 입을 벌리고 몸을 튕기고 음악이 균등하게 분배되고 정면을 마주할 때 이 존재는 완전히 트랜스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단단하고 명확한 루트와 분절된 신체 움직임을 형성하는 ‘힘’의 분배 논리에 따라 격식적인 움직임의 양상을 띠게 되는데, 이 비성적인 존재는 서구식으로는 악마가 쓰인 존재이거나 부토의 반주검의 상태에 다름 아니다.
곧 성과 속의 경계에 있는, 언어로 표상할 수 없는 존재이며 이러한 ‘단단한 움직임’ 곧 외부에서 추동되는 듯한 힘의 전이로 작동되는 신체는 앞서 큰 파장의 사운드-에너지로 촉발된 신체의 재편이 이뤄졌고, 일종의 다른 신체로 작동되고 있음으로 상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성가가 이 몸에 ‘영광’의 빛을 수여(실제 조명들은 그녀만을 무대 가에서 비추고 있다)할 때 영적 존재로 체현되게 된다.
‘원초적인 신체’
그녀는 하반신에 무엇을 입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는데 가운을 벗자 마치 피카소가 보고 그린 아프리카 여성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체현하는 듯 보인다.
이는 어떤 수치도 부끄러움도 실리지 않은 몸 그 자체의 현현과 그에 대한 마주함이기에 어떤 외설 그 자체에 가깝다.
말의 영역과 결부되지 않는, 일상의 시선이 작동되지 않는 그것의 마주함을 강요하는 아니 마주할 수밖에 없는, 바라보고 있음의 의식 자체를 무화시키는, 그러한 거리두기, 그리고 분별의식, 관음증의 시선 모두를 작동 불능의 영역으로 빠뜨리는 몸으로 거리 없이 그 몸을 빛의 조각으로, 태초의 시간성으로, 트랜스된 경계 너머의 지표로 감각된다.
찬찬히 움직이고 빠르게 앞으로 온다. 이 속도의 비대칭적 하나의 걸음은 분절적으로 조율되며 작동한다. 한 걸음에 바라보고 있음의 머무름 또 한 걸음을 뗄 때 그것의 시선을 깨뜨리며 무한한 속도의 낙차로 다가오는 이 ‘현시되는 신체’는 젠더 너머 몸 그 자체의 현시이며, 그것이 곧 춤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녀 곧 허성임은 벨기에에서 주로 호라동해 왔으며 벨기에 안무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가 안무했다는 점에서, 이렇게도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 ‘유럽식 부토’는 2차 세계대전의 인류적 재앙 이후의 춤의 출현보다 더 기원적이며 더 시간적으로 앞서 있다.
그리고 이는 성을 떠나 있고, 젠더를 원초적인 섹스, 그리고 인간을 비인간으로 바꾸는 지점에서, 현실의 틈입 불가능한 어느 한 영역으로서의 몸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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