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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환유
▲ <Mother & alien son 엄마와 낯선 아들>(안무가 Gisela Rocha 지셀라 로샤)의 솔로이스트 김성용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클래식 음악, 나무, 쌓인 돌들, 그 앞에 손을 뻗은 남자는 초록색 90도 평면은 재현의 깊이를 상정한다. 돌을 들고 떨어뜨리는 것을 반복함, 그 틈에 조명도 바뀌어 나무는 마치 하얗게 그 자신을 선명한 가지들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무대로의 떨어뜨린 돌의 실제적 시간의 환영적 시간과 합치되는 것과 맞물린다.
어떤 특별한 내러티브들의 틀 안에 실제적 행위의 투여가 하나의 시간을 만든다. 자연이란 환유물들 속에 위치하기, 역동적으로 노닐며 그 안에 새로운 질서를 파생시키기, 자연적 심상을 감정의 파국들로 변전시키기, 가령 돌덩이를 헤집어 무대 사방으로 퍼뜨리기와 같은 행위들이 이어진다.
숭고함은 이 자연을 환유하며, 그 고유의 안의 경로를 재생하고, 그것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함을 통해서 체현하며, 음악의 고양 지점을 승화해 낸다. 숭고함의 재생‧재현은 실제 무대에 자연의 환유물이 있다는 것에 의해 내재적인 것이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실제적이고 수행적인 흐름으로 조합될 수 있다.
바이올린이 위태롭게 무대를 긁어댈 때 그 몸이 환경 속에 속박된 듯 수동적으로 머무는데 이 음악-환경(자연)에 그는 수행적이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객체가 된다.
목소리와 움직임의 시차
무대 한 편에서 세수를 하거나 빨간 와이셔츠를 입기, 음악에 잉여적으로 출현하는 몸짓들은 그가 이 공간을 체현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의 존재임을 실제적으로 드러낸다. 뒤에 시각적으로 입체적이고 어지럽게 드러난 초록색의 망이 나타내는 환영적 표지들은 어떤 소용돌이의 시선, 불투명한 윈도우를 나타내며, 자연과 현실, 수동과 능동 사이에 있는 이 남자의 상황을 환유적으로 조합해 주고 있는 듯하다.
실제 바로 뒤통수를 가격하는 듯 들려오는 내레이션은 관객의 몸을 통과해 그로부터 불투명하게 도달한다. 그저 단순한 영어 의문문들을 나열하는 데 가까운 내레이션은 그가 알듯 모를 듯한 자세로 바위에 올라 경청하는 듯 보이는 자세들에서 반환된다.
그리고 어떤 망상 내지 상념 속에서 그의 움직임이 느리게 출현하고 멈추며 하나하나 명확하고 커다란 스텝 속에 유연하게 작동시켜 이 말들을 흐릿한 자국들로 무화시키며 그 스스로의 클래식의 장엄한 파장에 합치시키되, 분명한 표지의 자국을 기입하며, 신체의 선연한 자국을 남긴다.
이는 상념이라는 수동적인, 어찌할 수 없음의 움직임 가운데, 재현의 구문 아래 수행적 표지들, 내레이션의 잉여 문구로의 표현으로의 시차를 벌리며 분리된 신체, 하지만 이 음악과 어떤 시차적 긴장을 갖는 가운데 독특한 균열과 완전한 정서들의 고양을 얻어낸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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