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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이온(연출: 김상훈),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 균열적 극장
    REVIEW/Theater 2023. 8. 7. 01:41

     

    음이온_연출: 김상훈, 출연: 류이재, 서재영, 전혜인,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이하 〈영화관 가기〉)는 극장에 커다란 스크린을 가설하고, 연극이 상연된다는 설정을 전복하고자 한다. 극장을  영화관으로서 지시하고 스크린을 둘러싼 환경에 연극적 시공간을 삽입한다. 그럼에도 감축되고 은폐된 연극의 언어를 구성하는 이러한 위치 바꿈 혹은 위치 교란은 연극을 지우기보다 그제야 성립되는 연극의 위치를 검토하게 만든다. 연극은 외화면의 잉여로서 부상하고, 거꾸로 영화는 사라진 연극을 지지하는 매체가 된다.
     
    두 개의 영화 사이의 전환은 시공간을 재정의하는 결정적인 자국을 남긴다. 먼저 첫 번째 영화는 제목 없는 일종의 반복되는 이미지-계열체라면, 두 번째 영화는 〈Runaway Train(폭주 기관차)〉(1989)이라는 실제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의 걸음, 빌딩에서 낙하하는 우주인, 우주선에서의 유영 등의 유사한 이미지들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여기에는 목소리가 없고,  신비한 느낌의 사운드 역시 그 힘이 미약한데, 이는 이미지를 향한 명상의 효과를 만든다.
     

    거의 정적인 이미지는 ‘한’ 우주인이 우주에서 피아노를 칠 때와 같은 예외적 구간에서만 눈에 띄는(배경 음악이 아닌) 사운드 구간을 구성하는데, 매끄러운 이미지를 둘러싼 진공의 상태는 이를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관객의 숨죽인 공간과 합치된다. 등장인물의 내면이나 의식을 갈음하기도 어렵다. 이는 공간 자체와 조응하며, 공간은 다시 투명하게 정의된다. 사실상 헬멧을 쓴 이들은 누가 누군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익명의 존재 또는 의미 없는 형체―관객에 대한 실체적 은유(?)―라고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영화는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 전에 영화가 아닌 영화의 편집된 파편일뿐이거나 잉여적인 이미지 그 이상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이미지들의 누더기 같은 것으로, 처음도 끝 역시도 상정하지 않는다. 
    여기서 연극은 영화에 대한 전복의 매체가 되는데, 이는 이미지와 사운드 각각의 침범으로 나타난다. 다름 아닌 플래시를 켜고 극장 입구를 찾아 들어선 사람과 덜그럭거리는 상자를 운반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스크린이라는 영화의 지지체를 실루엣으로써 드러내며, 어쩌면 사운드-박스는 극장이라는 상자 자체이기도 한데, 다음으로 뒷좌석에 착석한 후에는 목소리의 주권을 갖고 외화면 사운드로서 극장을 재구조화한다―그것은 그 전에 찰나적으로만 오프 사운드로 자리한다. 소곤거리지만 그것은 영화에 묻히기보다 영화를 지배하며 관객을 건드린다―앞선 영화는 곧 이러한 소리에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한 영화의 기믹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영화관-관객으로서의 배우는 공간을 증폭하며 관객을 증폭한다. 
     
    애초에   〈영화관 가기〉는 영화관이라는 공간과 무대라는 장소를 겹쳐 세우는데, 이는 연극의 빈 장소 위에 영화관을 가설하고 영화관의 비교적 투명한 관객으로써 연극의 불투명한 관객을 대체하며, 영화관을 재현하는 연극을 하기 때문이다. 입장시 “광속으로 달리는 기차 입장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영화관의 전형적일 것 같은 어떤 멘트 이후―그럼에도 관객은 무대가 펼쳐질 것을 예상한다.―, 스크린이 있고 마침내 영화가 시작될 것임에도 이 공연의 연출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곧 연극이 펼쳐진다는 멘트가 영화에 앞서 등장함은 중언부언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무대 바깥의 관객은 소리를 내서는 안 되지만, 영화관의 관객은 소리를 낼 수 있는데, 후자의 관객은 자신의 소리가 적어도 눈앞에 펼쳐지는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는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극의 소리는 단지 무대에 순전하게 귀속되며 무대 바깥의 소리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관객의 공간을 순수하게 침범한다면, 영화관의 사운드는 대체로 뒤에서부터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그 바깥을 초과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관 가기〉는 이 지점에서 배우를 가장 뒤쪽에 배치한다. 그 소리는 앞쪽으로 갈수록 감축되는데, 이러한 소리는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공간을 장악하지 않을 것이라는 영화관에서의 믿음을 재현하면서 또 다른 무대의 자리를 점유하며 관객을 침묵시키며 그 침묵을 낯설게 깨뜨린다. 낯선 침묵을 강화하며 증폭한다. 여기서 기표는 흐릿하고, 듬성듬성하다. 그것은  영화관의 소음을 재현한다. 
    또한 이 소음은 소곤거리는 것이면서도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비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그것이 조금 더 작았으면이라는 바람은 또는 비판은 영화관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재현(연기)했으면이라는 가정에서 무대를 은폐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럼에도 드러내고 있음의 가정을 망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덜 들리면서 더 잘 들려야 한다. 
    실상 이 둘은 관객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극장을 찾은 것―물론 이러한 사실은 우리밖에 없다는 ‘대사’에 따라 정의되는 사실이다.―이므로 조금 더 클 수도 있다. 동시에 이 들릴 듯 말 듯한 말이 들림으로써 비로소 두 개의 시공간이 (존재하고) 충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화관-관객은 무대-관객이 되어 영화관-관객을 연기해야 하며, 새로운 영화관-관객은 영화관-관객을 연기하는 무대-배우가 되며, 둘은 영화관이라는 하나의 표면 아래 무대라는 하나의 다른 코드를 공유하며 공모하게 된다.
     

    정전은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 사이에 일어나는 큰 분기이다. 영화가 멈추고 영화관 직원이 다시 나타나 정전 사태에 대한 두 관객의 대피를 요청한다. 또 다른 안내원이 또 다시 정전 사태를 이야기하고, 극장의 대피 매뉴얼을 설명한다. 비로소 관객은 연출의 안내와 맞물려 무대 바깥에 정위한다. 여기에 다시 앞선 두 관객이  등장한다. 이제 〈폭주 기관차〉는 엔딩을 향해 가며 엔딩 크레디트까지 상영된다. 열차 차량을 분리하고 죽음을 맞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긴박한 상황이 연출된다. 
     
    첫 번째 영화는 이를 대체하지 못한다. 파편으로서 영화에 비해 영화의 부분은 그럼에도 온전한 하나의 영화의 형태를 가정하고 있다. 엔딩 크레디트를 플래시를 터뜨리며 찍는 관객과 소리 나는 상자를 스크린 앞에 두고 가는 관객은 각각 상이한 매체로써 스크린을 침범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등장에 상응한다. 이렇게 영화는 온전한 끝을 맞이하려 하는 순간, 두 관객은 영화의 내용 외적으로 영화에 개입함으로써 무대의 퇴장을 구성한다. 이 둘의 재등장은 영화관-관객으로서 무대를 은폐하며 동시에 은폐된 무대 자체를 생산한다. 
     

    〈연극 안 하기 - 영화관 가기〉는 영화관 가기라는 연극을 한다. 이 영화관의 자리는 연극을 적극적으로 안 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아니 영화관이라는 공간 안에 연극을 포개고 은폐시킴으로써 연극을 드러낸다. 연극은 왜 지워져야 하는가. 〈영화관 가기〉는 연극이란 무엇인가라는 모더니즘적 질문 아래 놓인다. 무대가 가로막히고 배우가 흐릿해지는 가운데 극장이라는 환경에 관한 서사를 호출한다. 50일 동안의 폭우로 인한 정전 사태를 극장 예비 전력으로 복구한다는 건 극장 바깥의 현실을 향하기보다 극장 자체가 잠가짐을 의미한다. 극장은 어쨌거나 또 다른 환경으로서 독립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자족적인 극장 안에서 영화와 연극은 서로를 가장하거나 침범하며 끊임없이 연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p.s. 〈영화관 가기〉는 송주호 연출의 지난 작업을 상기시킨다. 갑자기 설인이 두 배우 이후에 스크린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은 특히 송주호의 전 작업인 〈하얗게 질리기 전에〉(2018, 남산예술센터)에서의 설인이기도 한다. 이 설인은 첫 번째 영화의 우주인들을 그것의 유사 메타포로 갈음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설인은 연극으로 흡수되지도 않고 영화의 근거를 획득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06.23-06.25 금 20시, 토일 16시 19시 
    공연 장소: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 설치된 영화가 상영되고, 두 배우가 들어와 영화를 본다.두 배우는 ‘아무도 없는 영화관‘ 이라는 환영성 아래, 지극히 개인적이고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나눈다. 극장에 설치된 영화관 위로 연극이 설치된다. 

    연출: 김상훈 
    출연: 류이재, 서재영, 전혜인 
    드라마투르그: 이재민 
    시노그라피: 서가영 
    영화: 전태환 
    음향감독: 이현석 
    무대감독: 이신실 
    기획, 홍보: 박이분, 전강채 
    그래픽디자인: 박서영 
    제작: 음이온@ummeeeonn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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