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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남영호무용단 <S.U.N> 리뷰 : '사운드로 번역되는 호흡'REVIEW/Dance 2011. 11. 6. 22:17
▲ <S.U.N> ⓒ 최영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호흡은 무대를 잠식한다. 호흡은 파악되지 않고 사운드/물질로 비물질/영혼/존재로, 움직임을 추동하는 사운드로 자리하며 무대를 뒤덮는다.음악이 없는 조용한 무대에 호흡은 관객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사운드 내지 음악이 지배하는 무대에서 호흡은 실종되기 마련인 반면, 이 공연은 그 호흡 자체가 사운드로 몸의 확장된 매질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라는 들숨과 ‘아/파’라는 날숨을 번갈아 무대에 놓으며 관객석을 통과하는 남영호의 숨이 어느새 사운드 매질을 타고 대기를 잠식하는/공명하는 광경이 시작을 장식하듯 호흡은 마치 내가 살아 있음을 신체적으로 증명하는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대립되는 전제로 자리하며, 이 신체가 유효함을 기계적으로 증명하며 또 확장하며 끈덕지게 무대를 수놓는다.
그 호흡의 빈 공간을 타고 태싯그룹의 전자 사운드가 무대를 휘젓는데, 사운드는 움직임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 같은 미약한 자취를 남기다가 의식을 긴장케 하고, 또 중독되게 만드는 일정한 박자의 파장을 지속한다.
▲ <S.U.N> ⓒ 최영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남영호가 등장과 함께 사라지고 그녀의 숨은 무대에 살아 그녀의 존재를 꿈꾸게 하는데 여기에 이후 등장한 세 명의 무용수의 숨은 실시간으로 사운드로 번역/매개되어 나타나거나 내지는 그 남은 숨 지속되는 남영호의 숨이 따라붙거나 겹쳐지며 동시에 두 숨이 겹쳐지기도 하는 순간을 보여주게 된다.흰색 설치 구조물이 무대 중앙에 놓여 있고, 이 안에서 호흡의 파장이 확장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가운데 대기로 퍼지는 사운드와 작게 무대에 머문 이미지는 간극을 형성하고, 이미지와 거기서 유래되는 숨의 인과관계 역시 혼란에 빠뜨리는 부분이 있다.
가령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호흡의 확장이 사운드로 매개되는 것 외에 숨은 무대 바깥에서 사운드를 형성하는 경우도 보이고 숨이 몸의 위치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미 무대 바깥으로 크게 확장되며 번역되기에 갖는 간극 역시 있다고 보는 것이다.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조명이 만드는 사각 프레임에서 그림자들의 자취로 간직되고, 또 번역된다.
한편 흰 구조물 앞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도록 몸을 힘닿는 대로 놀리는 여자의 움직임은 소리의 파장이 움직임보다 늦음으로써 갖는 간극, 곧 사운드 안에 움직임이 잠겨 있는 것 같은 인상도 준다.
▲ <S.U.N> ⓒ 최영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전체적으로 무대를 잠식하고 있는 사운드는 누군가의 몸 우리 바깥에서 우리를 인식하는 거대한 존재를 환유케 하는 한편, 곧 우리의 내밀한 숨으로도 느껴진다(우리 자체가 그 몸이 되는).마지막은 그 흰색 구조물에 조명이 빠르게 깜빡이며 단속적으로 비추는 가운데 갖는 시각적 착시의 감각 부여다. 그 빛 가운데 어떤 도형들이 감지되기도 하고, 사운드가 함께 증폭되어 터져버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순간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 자장 안에서 뭔가가 바뀌고 전환된다. 바로 이미지의 빠른 전환들의 한 부분이 아닌 그 과정을 통해 그 구조물 자체가 신체의 환유로 거듭나며 우리의 감각에 다른 인지의 부분, 트랜스의 순간을 안기는 것일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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