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바구니가 줄로 연결되어 꿈틀거리는 운동성의 생명감을 느끼게 하는 설치 작품이 무대 위에 직선으로 놓여 있다. 애벌레 양태를 만드는 최정화의 설치미술은 작품 전체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술과 무용의 협업 형태로 진행된 이 작업에서 박나훈은 단편적인 분출로써 움직임을 지속하며 중간 중간 최정화의 작품이 영상으로 무대 곳곳의 막에 투영되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 움직임의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무용과 미술의 만남은 유기적인 접합점을 만들기보다 시간차를 둬 설치 작업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지를 계속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럼에도 애벌레를 흉내 낸 것 같은, 몸 전체를 꼬물거리고 서서 애벌레의 응집적인 에너지를 형상화하고 몸을 꼬고 접고 펴고 이완하는 하나의 구분 동작을 계속해서 수행함은 안무의 고유한 형태를 만들어 내 설치 작품과의 동형적인 양태를 띠었다.
팸플릿의 사진 이미지가 제공하는 yes와 no의 구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명상적 차원에서 제시될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겨나갔는데, 무언가를 이를 악물고 계속 긍정하는 불안정한 마음 상태에서의 끊임없는 yes의 분출 이후 큰 애벌레가 작은 애벌레를 야금야금 하나의 마디씩을 잡아먹는 장면의 약육강식적 이미지가 흔적만 남은 커다란 애벌레를 다시 잡아먹는 작은 애벌레의 장면으로 전환된 이후 no의 연발로 박나훈의 행위는 전환 국면이 있다.
자신의 무릎이나 등 등에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로 신체에 의식을 점화하는 또는 의식을 지정해두는 일련의 의식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역시 분출적인 측면을 띠고 있다. 곧 자기 안으로 수렴되는 그럼에도 정체성을 찾거나 본질적 측면을 자각할 수 없는 혼돈 상태는 이 작품에 대한 표피적 차원에서의 접근 내지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 이전에 상황에 대한 적당한 응전 정도로만 판단되는 측면으로 귀결시킨다.
사진 제공_ⓒ모다페
관람 일시 및 장소 : 5.31(월) 6PM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