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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주국수집」 리뷰 : 시간을 붙잡아 두는 말. ‘괴물 기억’의 귀환
    REVIEW/Theater 2011. 9. 26. 08:59


    아들은 할머니의 외양을 한 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하나의 외상/금기/현재의 단절·절단/과거의 반복이다. 반면 그 딸에게는 자신의 외상/금기/현재의 기억하기 싫은 증상/과거의 사건이다.

    어머니에게는 과거가 현재의 사건으로 재현되고 이어지지만, 딸은 과거에 대한 치유가 어머니의 치유,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망각, 현재로의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치유가 자신의 치유에 선행했으면 하는 이상화된 바람을 가져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치유란 실제 그것을 개별적으로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과거로의 돌아감, 곧 일회적인 사건의 계속된 발발의 그 끔찍함의 상처가 주는 것과 결부되어 있어 오히려 자신의 상처, 오빠를 잃어버림의 상처는 오히려 망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배우들의 대사는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 신체를 타고 입으로 뱉어져 무대에 기입되는, 마치 시각적으로 새겨지는 인상을 주는, 그래서 시간을 붙잡아 두고 있는 듯한, 시간과 무대의 공기가 정지된 것 같은 인상을 유독 주는데, 이 대사는 옆 상대방을 향한 게 아니라 저 먼 곳 알 수 없는 동공을 가지고서 퍼져 나가는데, 다름 아닌 이 어머니의 눈동자는 아들을 그리는, 아들의 걸어옴/돌아옴을 조각하는 이상적인 바람이 깃들어 있다와 이어진다.

    이 앞에 아들이 출현하는데 어둠으로 덮여 있고 현실에서/일상에서 실재로/무대로 넘어가는 트랜스를 가져간다.

    그래서 아들의 몫은 이들의 시선 바깥에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 것인지, 단지 환영으로만 성립되는 것인지는 혼란을 줌에도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 혼란의 사태는 여전히 무대에서는 일회적인 사건이고, 그 어머니에게는 영원회귀의 풍광이라고 해도 관객들에게도 환영이 아닌 혼란의 사태로 다가오는데, 마치 아들의 존재는 이처럼 집 주변을 뱅뱅 멀리서 맴돌며 그림자처럼 엄습하고 다가오는 환유적 대상으로, 곧 마음에서 버릴 수 솎아낼 수 없는 자취로 남아 있고, 이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빛으로서 긍정의 무의지적 기억과는 다른 것이다.

    사건은 일회적이지만 현재적으로 돌아오고, 다시 충격의 사건 이후의 평행선상의 상태로 돌아오고, 어머니는 아들의 존재의 부재를 겪으며 존재의 돌아옴을 희구하는 것이다.

    국수의 이어짐의 기호는 그 끊어짐 역시 존재하기에 이 기억은 영속하지 않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그 망각은 죽음의 순간에 맞는 것일 것이다. 반면 어머니는 그 망각에서 이미 삶은 죽음의 말년에 가 닿고 있었음이라

    아들의 자취가 놓아주지 않는 산 자의 목숨, 그 죽음과의 등가성, 그 멈춰버린 삶에서 끊어지지 않는 온전한 한 가닥 면을 주구장창 반복해서 뽑아내고 또 말리고 파는 현재를 지속하고 보존하며 소비하는 제의적 행위 속에서 잠시 빠져 나오는 단말마적인 탄식은 과거로부터의 회한이다. 그녀의 시계 역시 멈춰 있음일까.


    「상주국수집」은 국수라는 제조 환경, 또 삶의 터전, 집 마당까지 실제적 환경으로 객석까지를 아우르고 있고, 이 안에서 말들은 고정된 환경(그리고 객석 외부가 아닌 바깥에서 오는 배우들의 출현이 갖는 사건성이 제시되는 한편)을 타고 울려 퍼진다.

    이 대사가 붙잡는 몸, 이는 관객에게 주어지고, 이 말들은 정확히 관객을 향해 있지만, 관객을 붙잡아 두는 어떤 움직이지 못 하게 하는 말들, 공간/기류를 붙잡아 두었다가 자취를 감추는 말들은 관객의 신체를 이탈한다/미끄러진다. 소리 지르지 않고 신체를 누출하는 언어들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지 않는다.

    반면 감정들의 언어/무대를 타고 넘는 언어는 탄식으로 새어 나온다.


    이 두 가지 언어 속에 일상은 어떤 고정된 것들을 남기면서 흘러가고 있고, 또 변화 없이 붙박이고 있다. 그래서 이 아들/괴물이 출현하는 사건은 돌발적이면서도 놀라움을 주고, 또 당연한 것이면서도 급작스러운데 결코 흘러가면서도/흘러가지 않으면서도 남는 어떤 고정된 것들, 애써 넘어가고 또 넘겨대는 현재/현실에서 기어이 남는 어떤 것의 귀환이다. 이는 감정들의 언어로 이미 언급되고 또 언급되었지만 그 사건만큼은 여전히 놀랍다.

    아들은 어느 순간 살아 있다. 살아 돌아온다. 살아 돌아왔었다(현재의 지속/부재하지 않는 존재의 확인).

    「상주국수집」은 은근하면서도 끈기 있는 면발처럼 천천히 전개되지만, 어느 순간 그 감춰 둔 파국을 전면에 드리운다. 아들의 현시는 모두의 것이 되고, 어머니의 망각과 기억은 현실과 실재가 되며 딸의 아픔은 현재와 또 다른 기억이 된다. 반복되는 현재의 기억과 상처.

    ▶ 프리뷰 기사 보기

    [공연 개요]

    공연명 상주국수집
    일자 9월1일(목)~9월18일(일) 9월1일(목) 프리뷰 8시 시간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및 9월13일(화) 3시 월요일 및 추석연휴 9월11일(일)~12일(월) 공연 없음
    장소 소극장 판
    작, 연출 강량원
    스태프 무대디자인: 최기봉 / 조명디자인: 최보윤 / 의상디자인: 강기정 음향디자인: 윤민철 / 소품: 김예슬 / 그래픽디자인: 권오현 / 사진: 장성용 / 조연출 백석현 출연 유은숙,김문희,김정아,이재호,주희,조은데
    예술감독 손진책
    공동기획,제작 (재)국립극단 / 극단 동
    관람료 프리뷰: 전석 1만원 전석: 2만원 - 조기예매 20% 할인 공연문의 02-3279-2233 |
    www.ntck.or.kr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국립극단 02-3279-2233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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