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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금솔리스트 ‘꽃별’ 콘서트 <숲의 시간> 리뷰 : '해금의 목소리를 듣다'
    REVIEW/Music 2012. 7. 22. 12:46

    꽃별_콘서트 사진 이봄이(Pomme)

    해금은 이를테면 가없는 층위로 벗어나는, 정확한 음을 지정 않고, 심금을 울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타자적 생명체다. 켜고 반대로 돌아오며 잡히지 않는 층위로 벗어난다.

    이 신비적 층위의 아름다움에 우린 비순수한 모든 세속을 어떻게 벗겨낼 수 있는가. 가령 이 비정치적인 것으로서의 정치적인 것의 현실을 단적으로 묻는 의식은 온전히 정화될 수 있는가. 곧 모든 물음을 떨칠 수 있는가.

    모든 아름다움은 현대에 있어 추에 대한 개념 없이는 오히려 예술의 치열한 자리에 대한 노정을 펼칠 수 없다. 이러한 물음은 가없는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오히려 촉발되는 사유의 이화 작용이다.

    꽃별_콘서트 사진 이봄이(Pomme)

    해금이 조선시대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했던 것처럼 그것의 슬픈 목소리는 삶을 애달프게 여기고, 그 애달픈 삶을 위로하며 함께 울어주는 어떤 기능이 있는 것 아닐까. 정적인 박자가 아닌 그러한 층위를 미끄러지는 또 자신 안에 듣는 이를 침잠시키는 해금의 존재를 확인하며 <소나무 그늘>, <운무>, <비 그치는 소리>, 세 곡을 연달아 들었다.

    꽃별의 콘서트는 <숲의시간>의 이름으로 열렸다. 숲은 정화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현실의 드러나는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예술로서의 숲’은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정화의 여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는 현실에서 숨어들기 위함이 아닌 현실에 응전할 수 있는 혹은 다시 이 속세의 껍질을 현실로 벗겨낼 수 있는 인식의 계기를 세울 때 유용하다.

    이어진 곡에서는 해금에 다양한 연주자의 화음이 더해졌다. 더블 베이스와 퍼쿠션 등 하지만 무엇보다 꽃별의 음악은, 그 해금은 아름다웠다. 가령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 메밀꽃밭 풍경에서 하룻밤 인연의 경험을 손에 잡힐 듯 아득한 아름다움으로 현상해 냈던 것처럼.

    아코디언의 선율은 끝없는 차이의 반복 가없는 층위의 침잠이기도 했다. 반복과 침잠은 슬픔, 허무, 또한 단순한 채워짐 모든 것은 각자의 의미로 소급시켰다. 꽃별은 그 가운데 저만치 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을 따라가 볼라치면 손은 이미 저 먼께로, 저 다른 곳으로 가 있다. 잡히지 않는 관능이다. 아코디언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집요하게 또 은근하게.

    지난 6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내 카페 '해와 달'에서 열린 2012 여우락 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꽃별

    해금을 켜다 중간에 꽃별은 리코더를 꺼내들었다. 현악기에 목관 악기, 그렇지만 매우 자연스럽다. 선율의 이전의 자국을 뒤덮으며 모으는, 해금은 실은 그 풍부함에 의거해 오히려 정확한 화음의 유기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해금과 첼로, 건반의 합주. 해금은 어떻게 보면 다 똑같은 것 같기도, 그 애달음이 끊이지 않는 식으로 또 파국으로 진행되는 듯도 하다.

    해금의 공명은 이전의 간극 없는 규격이나 틀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형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그 역량은 이 심금을 울림의 공명에 어떻게 구조화‧형식화‧틀 짓기를 할 것인가는 중요한 역량, 차이의 생성의 측면이기도 하다.

    <초수대엽>에서 꽃별은 해금을 잔잔하게 켠다. 따스함도 묻어난다. 낮게 켜고, 오는 동작에 굴곡을 깊게 둔다. 음은 무겁게 침잠했다. 꽃별의 심연을 타고 심연의 늪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무대는 끝을 쓰기보다 이로써 현은 다시 꽃별의 세계로, 그녀의 현존으로 다 무대를 비우는, 무한한 충만한 몸짓만으로 기록되는, 무대의 또 다른 이름을 지었다.

    이어진 곡에서는 피아노의 진한 스타카토가 경쾌하다. 다만 해금은 변하지 않는다. 화음으로 인해 채워진다. 부산함도 있다. 첼로는 각 연주 실은 파트가 될 때마다, 해금은 주체할 수 없이 밀리고 아련한 흔적으로 남으며 일종의 다른 악기들과의 경계를 만든다.

    꽃별_콘서트 사진 이봄이(Pomme)

    이어 해금이 만드는 그 경계에서 타악과의 만남이 이어지며 또 다른 세계로의 기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조금은 다른 분위기로 균등하게 파트가 분배되었다.
    꽃별은 편안한 멘트들로 곡 중간 중간을 관객과 함께 호흡했는데, 공연 전날은 늘 밤을 새고, 공연 당일에는 거의 끼니를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을 항상 받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음악이 만든 삶의 평안일까. 곡을 듣고, 곡 중간에 그녀의 말을 듣는 것이 묘한 음악의 여운이 연장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해금이 가질 수 있는 매력과 색깔을 느낀 한편, 해금이 또 그녀의 음악 여정이 다양한 음악과의 조합과 함께 많은 다양성의 선분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지난 6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내 카페 '해와 달'에서 열린 2012 여우락 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꽃별

    [공연 개요]

    - 단     체| 꽃별
    - 공 연 명 | 숲의 시간
    - 접목 장르| 콘서트
    - 출    연 | 꽃별 (해금), 유웅렬(Steal guitar), 권오준(피아노),                      윤현종(Per), 김주현(거문고), 박혜리 (휘슬․아코디온)
    - 공연 장소| 달오름극장
    - 공연 일시| 7.10(화)~7.11(수) / 오후 8시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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